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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 안테나 | 북한의 ‘금강산 도박’

“금강산 팔아 달러 벌겠다”

전세계 상대로 구걸 나선 김정일

  • 송홍근│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arrot@donga.com

“금강산 팔아 달러 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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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김양건 北 통일전선부장 “국제관광지로 개발하기로 결심했다. 도와달라”
  • ● 이집트 통신회사 오라스콤에도 “금강산 내줄테니 조선에 투자해달라”고 제안
  • ● “외국인이 금강산에 왜 가겠는가. 꿩 먹고, 알 먹겠다는 터무니없는 욕심”
“금강산 팔아 달러 벌겠다”
“장군님께서 금강산을 국제관광단지로 개발하라고 하신다. 그 일을 도와줬으면 좋겠다.”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이 2월16일 금강산국제그룹 박경윤 회장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발언이 ‘신동아’의 안테나에 포착된 때는 2월 하순이다. 김 통전부장은 현대그룹과 맺은 금강산 관광 관련 계약이 잘못됐다면서 국제관광단지로 금강산 지구를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김 통전부장과 박 회장이 만난 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잔치 때다. 북한의 대남총책이 생일잔치가 끝난 뒤 77세의 노인을 따로 불러 김 위원장의 뜻을 전한 것이다.

박 회장은 한국GM(옛 대우자동차)의 전신인 새나라자동차 창업주의 부인으로 한국계 미국인. 북한에서 최고 영예로 여기는 ‘김일성 훈장’을 받았다. 문선명 통일교 총재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방북도 주선했다. 문 총재는 1991년, 김 회장은 1992년 김일성을 만났다. 금강산국제그룹은 현대그룹보다 먼저 북한과 금강산 관광 관련 계약을 맺은 곳이다. 1998년 6월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소떼 방북’이 성사된 후 북한은 박 회장과의 계약을 파기하고 현대그룹과 손을 잡는다. 북한이 옛 파트너에게 손을 다시 내민 꼴이다.

박 회장은 김 통전부장에게 “알아보긴 하겠는데, 원산공항을 열지 않으면 외국인이 오지 않는다. 원산공항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원산공항은 북한의 군사기지다. 한 대북소식통은 “북한이 금강산국제그룹과의 계약을 파기한 것은 현대그룹이 부른 액수가 워낙 커서였다. 그런데 이제 와서 옛 파트너를 다시 찾는다? 북한이 그만큼 절박하다는 뜻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게다가 박 회장은 북한이 국제관광단지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지도 못하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최근 행태는 구걸에 가깝다”

북한은 4월8일 “현대그룹이 가진 금강산 관광 사업 독점권 효력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현대그룹과의 계약을 위반한 것이면서 1998년 체결한 남북경제협력합의서의 내용도 어긴 것이다. 북한은 억지 논리로 맞서고 있다. ‘노동신문’은 4월19일자에서 “남조선 당국은 그 무슨 합의 위반이니, 받아들일 수 없다느니 뭐니 하면서 조치 철회에 대해 떠들어대고 있다. 남조선 보수당국은 합의위반과 조치철회를 운운할 체면도 자격도 없다. 금강산 관광이 그 누구의 돈줄이 된다고 보고 그것을 자르기 위한 반공화국 책동의 일환이다”라고 논평했다.

북한 명승지개발총국은 “군사적으로 예민한 지역을 남측 관광을 위해 통째로 내주었다. 국제관례 운운하고 있지만 어느 일방이 합의서를 몇 개월만 리행하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파기되는 것이 일반적 관례다. 남조선 당국이 금강산 관광을 파탄시키지 않았다면 오늘과 같이 현대의 독점권이 취소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공화국 민법 96조에는 당사자가 정해진 기간 안에 계약을 리행하지 않을 경우 상대편 당사자는 계약을 취소할 수 있으며 입은 손해를 보상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밝혀져 있다. 우리의 조치는 사업당사자 간 및 북남 당국 간 합의에 위반되는 것이 없다”고 4월16일 발표한 상보에서 주장했다.

현대그룹이 독점권의 대가로 약속한 돈을 아직껏 완납하지 않았다는 게 북한 당국이 계약 파기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논리 중 하나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그룹이 독점권을 갖는 조건으로 당초에 북한에 주기로 한 돈은 9억4200만달러다. 당초 주기로 한 돈의 절반가량인 4억6000만달러가 북한으로 건너갔다. 현대그룹은 돈을 완납하지 않았다는 주장과 관련해 2001년 계약 갱신을 통해 북한이 양해한 사안으로 그 같은 논리는 사리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4월29일 “금강산을 국제관광특구로 만들겠다”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식 발표했다. 또한 현대그룹의 독점권을 뒷받침하던 ‘금강산 관광 특구 지정 정령’의 효력을 없앤다고 발표했다. 북한의 속내는 ‘금강산을 현대그룹이 아닌 다른 곳에도 팔아’ 달러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최근 행태는 구걸에 가깝다”면서 “자연자원을 팔아 정권을 유지할 돈을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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