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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한 국가정보원’ 논란

“원장이 이너라인에 의존…정통 정보엘리트 떠나” (MB정권 국정원 고위직 출신자 증언)

  • 송국건│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무능한 국가정보원’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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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인사전횡으로 간부들 눈치 보기 바빠
  • ● 국정원 “대북정보 능력 강화했고 독단적 인사 안 했다”
‘무능한 국가정보원’ 논란

원세훈 국정원장

지난해 12월 19일 낮 12시 청와대 구내식당.

대통령실 직원들이 삼삼오오 자리를 잡고 이명박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의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대통령의 칠순 생일이자 41번째 결혼기념일을 맞아 대통령 내외와 축하 오찬을 하기로 돼 있었다. 이날은 또 2007년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한 지 꼭 4년째 되는 날이었다. 참모들은 당시를 회상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잠시 후 청와대 직원들의 휴대전화에 일제히 문자 메시지가 떴다.

“김정일 사망.”

화들짝 놀란 참모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각 방으로 흩어졌다. 북한 조선중앙TV의 ‘특별방송’을 지켜봤다. 이 시각 이 대통령은 오찬장으로 오고 있었다. 수행 참모로부터 같은 내용을 긴급보고받는다. 그는 그대로 발길을 돌렸다. 오찬은 김윤옥 여사가 주재해 늦게 진행됐다.

청와대의 태평스러운 풍경

앞서 이날 아침 참모들은 업무 시작 전 깜짝 축하파티를 열었다. 이 대통령이 청와대 본관으로 출근하자 기다리고 있던 청와대 직원 200여 명이 일제히 결혼 축하 노래를 불렀다. 일부 직원들은 고깔모자를 썼다. 참모들은 이 대통령 활동사진과 비서관실별 축하 메시지 사진이 담긴 대형 카드를 생일선물로 건넸다. 이 대통령은 “고맙다”며 생일케이크를 잘랐다. 참 화기애애하고 태평스러운 풍경이었다.

조선중앙TV, 조선중앙방송, 평양방송 등 북한 매체들은 이날 오전 10시에 “오늘 12시 텔레비전과 라디오에서 특별방송이 있겠습니다”라고 알렸다. 이어 오전 10시 23분, 10시 30분에 특별방송을 거듭 예고했다. 특히 조선중앙TV는 보통 오후 5시부터 방송을 시작하는데 이날은 오전 9시부터 방송을 내보냈다.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은 오전 10시 뉴스도 생략했다.

북한은 그동안 김정일 국방위원장 재추대 등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미리 알린 뒤 발표해왔다. 더욱이 ‘특별방송’이라는 표현으로 예고한 것은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 발표와 1994년 7월 9일 김일성 주석 사망 때 두 차례뿐이었다.

이쯤 되면 12월 19일 오전 청와대, 국가정보원, 국방부, 외교통상부 등 관계 당국은 급박하게 돌아갔어야 했다. 그러나 이들 기관에서 긴장감은 전혀 없었다. 예를 들어 이날 오전 국정원에서 ‘이상 징후’ 급보가 청와대로 올라갔다면 청와대의 분위기는 달랐을 것이다. 김정일 사망을 미리 감지하는 대북정보력도 가지고 있지 못할 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정보 분석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넋 놓고 지내온 것으로 평가될 수 있는 대목이다.

국방부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12월 19일 오전 김관진 국방장관은 국회에서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와 국방개혁법안을 논의하다 낮 12시20분 국방부 상황실로 황급히 달려갔다. 정승조 합참의장은 전방부대 순시 중 이 대통령의 전화를 받고서야 서울로 돌아왔다고 한다. 외교통상부, 통일부, 국정원의 고위 간부도 당연히(?) 외부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의 한 당국자는 오전 “특별방송 내용이 뭐일 것 같으냐”는 질문에 딴말만 했다. 다른 관계 부처에서도 “6자회담 관련 입장 표명이나 핵문제 정도일 것”이라는 대답만 나왔다.

이춘희 조선중앙TV의 아나운서는 검은 상복 차림으로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주체 100년 12월 17일 8시 30분에 현지지도의 길에서 급병으로 서거하시였다는 것을 가장 비통한 심정으로 알린다”며 흐느꼈다. 이때야 당국자들은 식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갔다. 정보라인 고위 인사들의 자세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다음은 한 대북 전문가의 말이다.

“김정일 사망 후 52시간 동안 북한의 공식 발표 때까지 정부가 아무런 정보를 얻지 못했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다. 17년 만에 특별방송을 한다면 적어도 긴장은 해야 하는 것 아니냐. 조선중앙TV를 모니터하고 있던 언론사 기자도 전화를 걸어와 ‘특별방송 시작 몇 십 분 전부터 장송곡 비슷한 음악을 내보내고 있어 이상하다’고 했다. 그럼에도 정부 당국자들이 태평하게 있었다는 건 기강해이, 업무태만으로밖에 설명이 안 된다.”

이어 이 대북 전문가는 “실무선에서 이상 기류를 감지하고 상관에게 보고한 사례도 있겠지만 결국 국정원장을 비롯한 수뇌부의 ‘직관적 통찰력’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모든 정황을 종합해볼 때 북한의 공식 발표 전 정부가 김정일 사망 소식에 깜깜했던 건 분명해 보인다. 취재과정에서 어떤 정부 당국자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국정원 고위 간부도 한 지인에게 “전혀 몰랐다”고 토로했다는 전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한 지난해 12월 17일 일본 출장 중이었다. 청와대는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가 첫 외국 방문지로 한국을 선택한 데 대한 답방 성격”이라고 했다. 큰 현안을 논의하는 방문은 아니었다. 김정일 사망과 같은 비상사태에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국내에 없다는 건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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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국건│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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