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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연재 | 대통령의 리더십

권불 5년 시대, 새로운 지도자의 자세

스마트 파워, 나력裸力, 잔향殘香 갖춘 ‘아름다운 리더’

  • 김광웅│서울대 명예교수, 명지전문대 총장 kwkim@snu.ac.kr

권불 5년 시대, 새로운 지도자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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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나라 대통령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한다. 온갖 결정이 그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대통령에 누가 당선되는지는 국민적인 관심사다.
  • 연말 대선을 앞두고, 초대 중앙인사위원장, 서울대 공공리더십센터 상임고문 등을 지낸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가 ‘대통령의 리더십’을 조명하는 연재를 시작한다.
  • 첫 회에서는 리더들이 서로 경쟁해 쟁취하는 권력의 본질과 생리를 분석하고, 권력은 어떻게 얻고 어떻게 행사해야 하는지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 주>
나라 안팎에서 권력투쟁이 벌어진다. 안에서는 최근 총선을 끝낸 각 정당이 대표 선출을 놓고 파벌 간 힘겨루기를 한다. 야합도 하고 단합도 한다. 밖에서는 가까운 중국에서 10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를 앞두고 상하이방, 태자방, 공청단 간에 자리다툼을 벌인다. 올 한 해 세계에서 대선을 치르는 나라는 러시아, 프랑스, 미국 등 22개국에 달한다. 우리도 대선을 일곱 달 남겨두고 있다.

권력은 크건 작건 경쟁해 얻는 쟁취의 대상이다. 인간의 심성에서 권력욕이라는 DNA를 없애지 않는 한 그렇다. 헤겔은 권력을 소화작용에 비유하며 생명의 가장 기초적인 단계부터 작동한다고 했다. 그에게 권력이란 타자를 점차적으로 생명체 자신과 동일화하는 소화작용과 다르지 않았던 모양이다. 이렇게 타자를 자기 자신에게 환원시키는 것, 내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소유욕은 생명의 가장 기본요소인지 모른다.

1993년, 민주자유당이 대선에서 승리해 김영삼 대통령이 집권하던 해, 필자는 서울대 행정대학원장이었다.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의원 연수회에 초대받았다. 그 자리에서 “선거 순기(循期)로 치면 2012년이 돼야 총선과 대선을 같은 해에 치르게 되니, 의원 임기를 약간 늘리든 아니면 대통령의 임기를 조금 줄이든 해서 한 해 같은 날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를 함께 치르자”고 제안했다. 이를 언론이 대서특필한 기억이 난다. 이 연설에는 선거로 국력을 낭비하는 일을 막자는 뜻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임기(권한)를 양보할 리 없는 정치인들이라 세월은 그냥 흘렀다. 그리고 올해, 총선과 대선이 한 해에 치러지게 됐다.

다행히 그 후의 선거에서는 국력이 예전처럼 크게 낭비되지 않았다. △정당 후원회 금지 △법인과 단체의 정치후원금 기탁 금지 등을 골자로 하는 ‘오세훈 법’이 만들어졌고, 필자가 2005년 국회정치개혁협의회 의장을 하면서 선거법을 더 엄격히 해 ‘돈 선거’를 막도록 애쓴 것도 조금은 도움이 됐을 것이다. 그러니까 근 20년 전 걱정했던 ‘선거 손실’의 규모는 크게 줄어든 것이 사실이어서, 선거로 인한 국력의 낭비는 민주 학습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을 염두에 두면 예전처럼 두려워할 일만은 아니다. 그러나 아직도 음성화된 ‘돈 선거’를 아예 막을 길은 없고, 새로 동원되는 SNS의 탈법도 막을 방법이 없다. 권력 쟁취 과정의 기생충 같은 부정과 탈법이 정당한 권력까지 망치고 있다.

공평한 저울

권불 5년 시대, 새로운 지도자의 자세

평생 서민과 더불어 검소하게 살았던 저우언라이 전 중국 총리(왼쪽). 2006년 독재체제가 공고했던 시절의 무아마르 카다피. 그의 실권과 피살은 권력 무상을 보여준다.

먼저 권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부터 짚고 넘어가자. 권력은 무언가를 변화시키는 힘이며 자기가 원하는 바를 달성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능력이다. 다시 말해 특정한 자원의 보유를 바탕으로 타인의 행동에 영향을 미쳐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는 능력이 곧 권력이다.

한자의 뜻을 풀이하는 것도 이 단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권력(權力)의 권(權)은 저울이라는 뜻으로, 물건을 저울에 달듯 모든 일에 공평한 태도를 유지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력(力)은 힘을 의미하는데, 이는 끝이 세 갈래로 된 농기구 ‘가래’를 형상화한 글자다. 두 한자의 뜻을 합하면 권력이란 ‘모든 일에 공평한 태도를 유지하는 힘’정도가 될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권력은 권력이라는 단어가 품고 있는 뜻처럼 공평하게 일을 처리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를 위한 힘’만을 추구한다.

여기서 “권력은 누굴 위한 것인가?” 라는 질문을 할 수 있다. 리더는 누구를 위해 권력을 행사하는가? 이 질문에 ‘나 자신을 위해서’라고 자신 있게 말할 리더는 하나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음식을 잘 만드는 셰프나 포도주 농장 주인이 고객을 위한 ‘자비심’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자애심’으로 열심히 일한다는 사실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교만한 인간은 일시 스쳐가는 권력을 손에 쥐면 / 유리알처럼 부서지기 십상이라는 사실도 모른 채 / 성난 원숭이처럼 하늘 앞에 별별 농간을 다 부려 천사를 울리곤 합니다”라는 말도 상기해볼 수 있다. 이는 미국 프랭클린 루스벨트 내각에서 법무장관과 뉘른베르크 전범 재판 판사를 지낸 프랜시스 비들의 회고록 ‘스쳐가는 권력’(1962)에 나오는 표현이다. 자신을 위한 권력을 날카롭게 묘사한 것이다.

‘나를 위한 권력’의 비유는 문학 작품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이야기가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에 등장한다. 라인 강 바닥에 있는 황금 반지를 끼면 권력을 얻는다고 하자 모두 그것을 원한다. 그러나 얻음이 있으면 반드시 잃음이 있는 법, 권력은 얻지만 사랑을 얻을 수 없다는 걸 알고 모두 이를 꺼리게 된다. 그때 알베리히라는 난쟁이가 나타나 “어차피 내 외모로는 사랑을 얻을 수 없으니 권력이라도 가져야겠다”며 반지를 취한다. 그 후 반지의 주인이 여럿 바뀌는데 이들은 예외 없이 파국을 맞는다. 여기에는 권력을 탐하면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는 교훈이 담겨 있다. 셰익스피어 희곡 ‘맥베스’에도 남편을 권력자로 만들기 위해 평생 노력하다 비참한 최후를 맞는 아내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베르디의 ‘포스카리가(家)의 두 사람’은 총독이 권력을 추구하다 세 아들을 잃는 비극으로 막을 내린다. 이 작품들은 모두 권력을 잘못 이해하고 그릇되게 행사한 대가를 보여준다.

당신만의 천국

이러한 예를 한국문학에서 찾는다면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이 적합할 것이다. 이 작품은 권력을 주제로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관계를 그린 알레고리 소설이다. 나병 환자들이 사는 소록도를 천국으로 만들기 위해 ‘천국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주정수 원장’은 권력자다. 그는 일을 빨리 끝내기 위해 소록도 사람들을 착취하면서 효율성을 추구하고, 자신의 동상을 세운다. 이런 행동은 결국 그가 말하는 천국이 ‘우리들’의 천국이 아닌 오로지 ‘당신들’만의 천국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이야기가 문학으로 끝나지 않는 것이 인간 사회의 비극이다. 현실적인 예는 얼마든지 있다. 현 정권에서 드러나고 있는 대통령 1급 실세들의 총체적 부정과 비리의 내막은 역대 대통령 2인자들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권력을 이익 추구의 기회로 삼는 관례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권좌에 앉았다 줄줄이 감옥으로 가는 어리석은 권력자도 많다. 전두환, 노태우 등이 그랬다. 이렇게 ‘나를 위한 권력’은 권력 무상으로 이어진다. 리비아의 카다피 역시 그렇다. 카다피는 42년 동안 집권하면서 현존하는 세계 집권자 중 가장 오랫동안 철권통치를 이어갔고,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중동의 미친 개’라는 심한 비난까지 들었다. 그러던 그도 결국 중동에 인 ‘아랍의 봄’ 기운에 밀려 반정부 민주화 시위가 일어난 지 8개월 만에 처단됐다. 물론 권력의 붕괴는 카다피가 처단되기 전부터 진행됐다. 카다피는 트리폴리의 요새를 떠난 뒤 2개월 동안 물과 전기도 없는 곳에 숨어 지내야 했고, 남은 쌀과 파스타 등으로 연명했다. 포탄이 거처에 떨어져 경호원과 요리사가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요리도 직접 해야 했다. 그러면서도 은신처가 발각돼 죽기 직전까지 금과 현금을 주겠다면서 목숨을 구걸하는 비굴함을 보였다. 이것만으로도 그가 쥐고 있던 권력이 손가락 사이로 허무하게 빠져나가는 것을 보여주기에 적당해보인다. 그러나 이를 더 극단적으로 드러낸 사건이 카다피 사후에 벌어졌다. 사망 하루 만에 그의 시신이 대중에게 전시된 일이다. 죽은 카다피는 미스라타의 오래된 정육점 냉동고에서 콘크리트 바닥 위, 싸구려 매트리스에 놓였고, 구경꾼들은 그 모습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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