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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말부록 | 차기 대통령에게 바란다

남북통일의 항구적 초석을 만들어 주세요

남북통일의 항구적 초석을 만들어 주세요

남북통일의 항구적 초석을 만들어 주세요
나는 1994년 9월 대한민국 국민이 된 탈북자다. 연세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탈북자 최초로 국회의원 정책비서관을 맡아 주로 통일 관련 정책을 입안했다. 이후 국내 대기업의 기획팀에서도 일했고 중국과 미국에서 통일 관련 공부를 했다. 2005년에는 중국 주재 북한대사관을 방문해 북한 고향방문을 신청하기도 했다.

대통령선거가 5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나는 통일 공부를 계속해온 탈북자로서 이번 선거에선 남북통일의 항구적 초석을 다지는 대통령이 탄생하길 바란다. 20세기를 지나면서 남북한과 유사하게 분단의 아픔을 겪었지만 통일을 이룬 대표적인 나라들이 있다. 베트남, 예멘, 독일이다. 이들 국가는 처한 상황이 상이했고 통일의 방식도 달랐다. 이들 나라 중 한국이 참고하기 적합한 나라가 있다면 단연 독일이다.

많은 사람이 통일독일의 후유증을 이야기하지만 2012년 현재 독일은 전 세계 4위 경제 규모를 가진 경제대국이고 국제 사회에서 정치, 경제, 문화적으로 영향력이 큰 선진국이다. 또한 유럽연합(EU)을 주도하는 중심 국가다. 이런 점에서 독일은 한국이 통일정책을 수립함에 있어 훌륭한 경험을 가진 나라임이 분명하다. 서독은 통일정책을 수립함에 있어 큰 틀에서 여야 간, 보혁(保革) 간 사실상 합의된 통일 정책을 일관되게 구사했다. 서독은 압도적 경제 우위를 토대로 평화공존 노력(동·서독 간 무력불사용 조약을 체결해 상대를 안심시킴), 상호 존중(한 민족 2국가 인정, 대표부 개설), 교류협력 증대(장기적 관점에서의 다양한 지원) 등 3가지의 통일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했다.

반면, 남한은 현재 북한에 비해 50배 이상의 국력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통일정책의 주도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남한 통일정책의 가장 큰 한계는 일관성과 지속성이 결여되어 있고 장기적 관점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현재 남한에는 국민 대다수의 동의나 여야 간 합의된 통일정책이 없다보니 정권이 바뀌면 언제든 이전 정부 정책이 소멸하는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현 정부의 대북교류 단절정책은 남북관계의 예측가능성을 크게 줄였다. 천안함 폭침 사건과 연평도 포격 사건이 있었다. 북한 경제의 대중국 의존도를 심화시켜 장기적으로는 북한 시장에서 남한 기업이 기회선점(advantage) 효과를 포기하게 할 우려를 높이고 있다. 현 정권의 대북정책은 북한을 고립시키고 봉쇄하면 주민의 경제적 불만이 점증해 권력구도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이는 북한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발상이다. 북한은 남한과 근본적으로 다른 사회다. 남한은 다당제 구조의 민주주의 사회이고 시민사회가 존재하고 외국과의 경제적 연동관계가 심화돼 있는 구조다. 집권세력이 대외정책에 실패해 외부세력과 갈등을 유발하거나 경제를 악화시켰다고 국민이 느끼면 야당이나 대안세력에 정권을 내줘야 한다.

북한은 어떤가? 일당제 국가이고 대안세력이 없다. 시민사회가 원천적으로 존재하기 어려운 구조다. 주민들은 한 끼의 생존 자체가 급박한 상황이다. 교통과 정보, 통신의 미발달은 사회의 다양한 불만이나 의견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장소와 수단이 없음을 의미한다. 그런 북한에서 주민이 경제적 어려움을 못 이겨 봉기하기를 기대하는 건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조급함과 같다. 남한이 다당제 민주주의 국가로 출발했지만 여야 간 정권교체까지 걸린 시간이 50년이란 점을 곱씹어봐야 한다. 그러면 통일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이 필요한가?

큰 틀에서 국민 대다수가 동의하고 여야가 합의해 결정함으로써 다른 정당 간 정권 교체 여부와 무관하게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정권 교체기마다 정책이 바뀐다면 정책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관계 복원 비용만 증가시킬 것이다. 우선 한 민족 2국가인 현실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그래야만 안정적인 교류를 지속할 수 있다. 북한이 남한과의 교류로 인해 자신들 정권 안정에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게 만든다면 북한은 온갖 대결 원인을 조성해 교류 회피 노력을 경주할 것이다. 서독은 교류 증진을 위해 상대방에 대표부를 개설해 사실상 대사관 구실을 하게 했다. 이런 노력은 상대를 하나의 국가로 인정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으로 갈등이 발생하더라도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했다.

통일은 남북이 가진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방식으로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한국은 현재 국가 성장동력이 점차 고갈되어가는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야말로 남한의 지속적 성장동력을 확보해줄 수 있는 최고의 존재다. 개성공단의 경우 남한 기업이 북한 근로자에게 지불해야 하는 1개월 임금은 겨우 100달러 미만이지만 북한 주민들이 굶주림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삶을 영위하도록 기여하고 있다. 또한 남한 기업들의 경제활동은 자연스럽게 북한 주민들에게 시장경제 사전 학습을 하도록 하는 기회의 장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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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덕
1974년생 한반도평화번영연구소 소장

얼마 전 개성공단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는 한 기업가를 만난 적이 있다. 그는 사적 견해임을 전제로 “개성공단 사업가들이 경영 여건이 어렵다는 말을 많이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비용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는 영세기업으로선 저가의 숙련공은 구세주와 같다. 경영 여건이 어렵다고 말하는 건 남한 기업의 경쟁적 진출로 인해 인건비가 상승할까 하는 우려에서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점에서 북한의 노동 잠재력과 남한의 자본과 기술력이 잘 결합하면 한반도의 지속적 번영을 위한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결론적으로, 다음 대통령은 무엇보다 통일에 대한 장기적 구상이 있어야 하고 이와 관련해 여야 간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즉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추진할 일관된 통일정책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신동아 2012년 7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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