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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속 국방개혁을 고발한다 <上> 육군

즉흥에 의한 북한을 위한 卓上개혁

307 vs 2020 전쟁

  • 이정훈 기자│hoon@donga.com

즉흥에 의한 북한을 위한 卓上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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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민국은 지금 국방개혁 307과 국방개혁 2020을 내세운 육군과 해·공군이 내전을 벌이고 있다. 2020이 육군 병력을 30% 정도 축소하기로 하자 육군은 군 상부구조를 육군에 유리한 쪽으로 만드는 국방개혁 307로 대응하면서 싸움이 벌어졌다. 이 가운데 문제는 법제화가 된 2020이다.
  • 2020에 따라 해병대 병력을 줄여가던 국방부는 연평도 포격전을 치른 후 오히려 증강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는 2020이 주먹구구식으로 해병대 감군을 결정했다는 증거다. 통일기 한반도의 안보를 뒤흔들 수 있는 국방개혁 2020의 오류와 국방개혁을 둘러싼 우리 군의 갈등을 육·해·공군별로 3회에 걸쳐 정밀 분석한다.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 시절 대한민국은 국방개혁으로 내전(內戰)에 준하는 내홍을 겪었다. 코앞에 다가온 제18대 대통령선거로 잠시 소강상태에 들어갔지만 다음 정부를 준비하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구성되면 내전은 다시 확전될 수밖에 없다. 이 싸움은 거대 군(軍)인 육군이 한편이고, 소군(小軍)인 해군과 공군이 한편이 돼 대립하는 구도다. 양쪽이 들고 있는 무기에는 똑같이 ‘국방개혁’이라는 글자가 쓰여 있다.

육군이 추진하는 국방개혁에는 ‘307’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고, 해·공군의 국방개혁에는 ‘2020’이라는 번호가 찍혀 있다. 국방개혁 307(이하 307)은 천안함-연평도 사건을 겪은 2010년 말부터 적극 검토되었다. 307은 서열 1번인 합참의장이 군령-군정권을 모두 행사할 수 있게 하자는 내용이라, “통합군을 지향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복무기간 단축으로 법제화 성공

육군 대장 출신인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전면에 나서서 307 입법화를 추진했지만, 해·공군 측이 결사 반대하는 바람에 307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국방부와 육군은 천안함-연평도 사건 같은 북한의 국지도발 위협을 억제하려면 307을 입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해·공군 측은 307은 천안함-연평도 사건을 빙자해 육군 중심의 비민주적인 통합군을 창설하려는 계획이라고 비판한다. 육군에서도 일부는 “307의 군 상부구조 개편안은 통합군을 만들자는 것이라 문제가 있다”며 307 입법화에 반대 의사를 표하고 있다.

국방개혁 2020은 2005년 노무현 정부가 추진했다. 2020의 핵심은 당시 54만7000명이던 육군을 17만7000명 줄여 2020년에는 37만 명으로 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24개월이던 육군 병사의 복무기간을 2014년 18개월로 줄이는 등 의무병의 복무기간 단축을 내걸었다. 이 계획은 많은 지지를 끌어냈다.

국가안보를 염려하는 보수세력은 반대했지만, 이들을 대변하는 한나라당(현재 새누리당)은 복무기간 단축에 반대할 경우 예상되는 감표(減票)를 의식해, 2006년 12월 조용히 2020을 법제화한 ‘국방개혁에 관한 법률(국방개혁법)’ 통과에 협조했다.

이로써 오래전부터 통합군을 외치며 해·공군을 압박하던 육군이 오히려 ‘개혁의 칼날’을 받게 되었다. 이러한 육군이 천안함-연평도 사건이 일어나자 육군이 절대 다수인 합참이 군령권과 군정권을 모두 갖는 307을 강력히 추진해 해·공군과 날 선 대립을 벌였다. 해·공군은 2020으로 육군의 숨통을 조이고, 육군은 307로 해·공군의 목을 졸라, 종국에는 양쪽 모두 쓰러지는, 무협지에서 흔히 나오는 ‘동귀어진(同歸於盡)’ 형세를 보이게 된 것이다.

북한의 위협은 계속되고 있는데 한국군은 심각한 적전(敵前) 분열 상태에 놓인 것이다. 지금부터 왜 국방개혁이 한국군을 분열시키게 됐는지를 정밀 검증한다. 이 취재를 위해 기자는 육·해·공군의 전현직 장성 10여 명을 만났다.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이들의 신원은 공개하지 않기로 한다.

◆ 해병대 감군-증강 혼선

2020은 2005년 기준 68만1000명인 한국군을 26.6%(18만1000명) 줄여 2020년 50만 명으로 한다는 것이 요체다. 한반도의 냉전은 끝나지 않았는데 4분 1에 달하는 병력을 줄여도 괜찮은 것일까. 그렇지 않다면 하루빨리 재검토해 변경해야 한다. 2020은 해·공군 병력에 전혀 손대지 않고 지상군만 육군에서 17만7000명, 해병대에서 4000명을 축소하기로 했다.

당시 육군 총병력은 54만7000명이었으니 무려 32.3%를 줄이기로 한 것이다. 해병대는 2만7000명이었으니 25.9%를 감축하는 것이 된다. 지금부터 주목할 것은 해병대 감군 4000명의 변화 추세다.

북한과의 충돌이 잦은 서해 5도에서 가장 중요한 섬은 백령도와 연평도다. 이 때문에 해병대는 백령도에 3000명으로 구성된 6여단을, 연평도에 1000명으로 편성된 연평부대(마이너스 연대)를 뒀는데, 이것이 서해 5도에 배치된 해병대 전력의 대부분이다.

2020은 ‘놀랍게도’ 서해 5도에 전개된 해병대를 300~400명으로 줄여, 4000명 감군을 실현하기로 했다. 대신 서해 5도에서 발생하는 위기에는 해·공군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대부분의 국민은 2020이 서해 5도에 배치된 해병대 병력을 10% 이하로 줄이기로 했다는 사실을 몰랐다. 군 정보에 밝다고 하는 기자도 간과했다.

그러는 사이 복무기간 단축은 대단한 힘을 발휘해 2009년의 한국군은 2005년보다 2만6000여 명이 줄어 있었다. 2만6000명은 2020년까지 줄이기로 한 18만1000여 명의 14.3%에 해당하는 큰 수치였다. 이러한 감군이 부담스러웠기에 이명박 정권의 국방부는 2009년 6월 ‘2020년에 달성할 총 병력은 원안보다 1만7000명이 늘어난 51만7000명으로 한다’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 ‘2020 1차 조정안’을 발표했다(이 조정안의 정식 명칭은 ‘국방개혁 기본계획 2009~2020’이다).

국방부는 내부 구성원 중 육군이 절대 다수라 ‘육방부’로 불린다. 국방부는 ‘육방부’답게 덜 줄이기로 한 1만7000명을 전부 육군에 할당했다. 서해 5도의 병력을 줄이고 있는 해병대의 고통은 외면한 것이다. 그런 시점에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 포격 사건이 벌어졌다. 합참 주도로 한국군 최대 훈련인‘호국훈련’을 하고 있던 때였다. 이 때문에 한민구 합참의장 이하 전 지휘관은 정위치 상태에서 연평도 포격전을 보고받았다. 이명박 대통령도 청와대에서 바로 보고를 받았다.

연평도 포격전은 무려 1시간7분 동안 계속됐다. 그러나 한국군 통수권자인 이명박 대통령과 김태영 국방부장관, 한민구 합참의장은 어떠한 결심도 하지 못했다. 한국군은 북한이 서해 5도를 향해 도발하면 공군을 동원해 대응한다는 작전계획(작계)를 갖고 있었으나 실행 명령을 내리지 못한 것이다. 그들이 침묵하는 사이 대령인 연평부대장만 홀로 결심해 대응 사격을 했다. 한민구 합참의장 등은 현장 지휘관에 일임했다는 논리로 뒤로 숨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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