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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살 北 마타하리 “오빠~ 사랑해” 남자는 눈이 멀어 두만강을 건넜다

북한 여인에 빠져 간첩 된 두 男子 사연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19살 北 마타하리 “오빠~ 사랑해” 남자는 눈이 멀어 두만강을 건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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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北 여인 성관계 미끼로 한국 남자에 접근
  • ● “나와 북조선서 함께 살아요” 유혹
  • ● 중국 통해 북에 다녀온 뒤 어설픈 스파이 행위
  • ● A씨 변호사 “비슷한 사례 생각보다 많아”
19살 北 마타하리 “오빠~ 사랑해” 남자는 눈이 멀어 두만강을 건넜다
“홍천 여자”라고 했다. “이은주, 열아홉 살”이라면서 웃었다. ‘오빠’라고 그를 불렀다. 2009년 6월 중국 선양(瀋陽) 보석호텔에서 그녀와 처음 몸을 섞었다. A씨(35)는 경기 북부의 한 도시에서 음식점, 인테리어 사무실, 전기용역 회사를 전전하면서 일했다. 삶은 고단하고 버거웠다. 아내, 자식을 부양하기에 일당 5만 원은 턱없이 부족했다. 아내는 벌이가 넉넉하지 않다면서 A씨를 타박했다. A씨도 아내가 못마땅했다. 냉장고에서 음식 썩는 것을 보면 화가 치밀었다. A씨는 아내와 금전 문제로 수시로 다퉜다. 이은주는 그런 아내와는 달랐다. 나긋나긋한 데다 젊었다. ‘오빠~’라는 속삭임이 귀를 간질였다.

B씨(57)는 2010년 8월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3형사부 법정에 섰다. 재판부는 이렇게 판결했다. “피고인을 징역 3년 및 자격정지 3년에 처한다. 피고인으로부터 1211만8000원을 추징한다.” B씨는 1990년대 중반 중국 칭다오(靑島)로 건너가 완구 업체에서 일했다. 그러다 중국에서 필로폰에 손을 댔다. 한국, 중국을 오가면서 마약을 투약하다 붙잡혀 징역 10월을 선고받은 일도 있다. B씨는 1999년 3월 중국 옌지(延吉)에서 40대 후반의 ‘김수옥’이라는 여인을 처음 만났다. 두 사람은 이후 함께 살았다. B씨는 김수옥과 함께 중국에서 대남 공작활동을 벌이다 2010년 4월 서울로 돌아와 자수했다.

“사랑했다, 진심으로”

김수옥의 미끼에 걸려든 B씨의 죄목은 국가보안법(간첩, 목적수행, 특수잠입·탈출, 회합·통신 등) 및 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 위반이다. A씨는 올해 5월 국가보안법 위반(자진지원·금품수수, 목적수행, 잠입·탈출, 회합·통신)으로 ‘징역 4년 및 자격정지 4년’을 선고받았다. A씨, B씨가 사랑한 이은주, 김수옥은 북한 여인이다. A씨는 “은주를 진심으로 사랑했다”고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에게 고백했다. B씨는 옌지 최대 재래시장인 서시장 인근 아파트에서 김수옥과 오랫동안 동거했다. 이은주, 김수옥도 A씨, B씨를 사랑한다고 했다. 실제로 그랬을까? 두 여인은 ‘공화국의 스파이’다.

이은주, 김수옥의 행태는 2008년 붙잡힌 여간첩 원정화의 그것을 닮았다. 원정화는 2001년 재중동포로 위장해 한국 남성과 결혼한 후 임신한 채 한국에 들어와 탈북자로 위장 자수했다. 군 부대 등을 돌며 반공 강연을 하면서 친해진 국군 장교 3, 4명에게 이성교제와 성관계 등을 미끼로 접근했다. 탈북자 정보,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 동향, 군사기밀 등을 수집했다.

원정화는 반공 강연 때 북한 주장에 동조하는 내용을 전파한 적도 있다. 징역 5년형을 선고받고 청주여자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원정화가 한국에서 사용한 수법과 이은주, 김수옥이 중국에서 벌인 행태는 유사하다.

A씨는 1996년 육군 사병으로 입대해 복무하다 부사관에 지원했다. 2002년 ○○부대에서 전역했다. “신문을 보니 30세 미만은 제대한 사람도 다시 입대할 수 있다고 하더라. 돈벌이가 별로이니 다시 군에서 일하는 게 좋겠다”는 아내의 조언을 듣고 2004년 하사로 다시 입대했다. 2년 8개월간 통신과에 배치돼 일하다 본인의 뜻과 무관하게 2008년 강제 전역됐다. 전역 후 부부관계는 실망스러웠다. A씨는 “젊은 여자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웠다”고 변호사에게 말했다. A씨와 이은주는 인터넷 메신저로 알게 돼 전화통화로 사랑을 키웠다. A씨는 이렇게 말했다.

“메신저에서 처음 대화했을 때는 강원도 홍천에 산다고 했어요. 그런데 홍천 사정을 잘 모르더라고요. 전화 통화를 하면서 이것저것 물으니 조선족이라고 하더군요. 북한 여자라는 것은 나중에 알았습니다.”

중국으로 유인해 성관계

이은주는 A씨가 전방부대에서 부사관으로 복무했다는 말을 듣고 A씨를 중국으로 유인한 후 사랑, 성관계를 미끼로 간첩짓을 했다. 이은주는 A씨가 선양에 도착하자마자 성관계를 맺었다(2009년 6월 24일). A씨는 보석호텔에서 이은주와 2박 3일간 함께 머물렀다. 이은주와 사랑을 나누고 한국에 돌아온 A씨는 아내를 버리고 이은주를 택하기로 마음먹었다. 주택청약예금을 해지하고, 트라제XG 승용차를 처분해 경비를 마련했다. 2009년 7월 6일 중국 남방항공 비행기를 타고 선양으로 다시 날아갔다. 이번엔 이은주가 사는 오피스텔에서 잠자리를 가졌다.

B씨와 옌지에서 동거한 김수옥은 북한 정보기관인 보위사령부 소속 공작원이다. 이은주의 소속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은주 역시 보위부 소속일 소지가 커 보인다. 보위부는 평양 대성구역 용북동에 본부가 있다. 본부조직은 1처(종합처) 2처(군 담당) 3처(국내반탐) 4처(도청전담) 5처(수사처) 6처(미행처) 7처(해외반탐처) 등으로 이뤄져 있다.

해외반탐처 소속 공작원 중 일부는 무역일꾼이나 해외 북한식당 봉사원으로 나와 한국인을 상대로 포섭 및 정보수집 공작, 탈북자로 위장한 간첩 남파 등 대남 공작활동을 전개한다.

중국에서 5년 넘게 살다 한국으로 들어온 한 탈북자는 “중국에서 활동하는 북한판 마타하리가 상당히 많다. 조선족으로 위장해 중국에서 활동하는 반(反)김정일·김정은 세력을 색출하거나 포섭, 납치하는 일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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