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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호 대선특집

권력 좇던 해바라기 검찰 권력 칼날 앞에 벌벌 떨다

박근혜 정부 검찰개혁

  • 이상록 |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myzodan@donga.com

권력 좇던 해바라기 검찰 권력 칼날 앞에 벌벌 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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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朴 당선인 “중수부 폐지, 검사장급 14자리 축소”
  • ● 고위 공직자 수사 ‘상설특검제’ 도입되면 힘 빠질 듯
  • ● 檢 “어쩌다 이 지경까지…” 내부 뒤늦은 자성론도
  • ● 곁가지만 건드린 역대 정권 전철 밟지 않게 철저 개혁해야
권력 좇던 해바라기 검찰 권력 칼날 앞에 벌벌 떨다
“양치기 소년 이야기 알죠? 지금 검찰이 딱 그 모양이라니까. 이젠 검찰이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아무도 안 믿을 거요. 밖에서 뭐라고 하든 가만히 앉아서 처분을 기다려야 하는 ‘절대 개혁’의 대상이 돼버린 거야. 좋든 싫든 간에…”

검찰 고위 간부 출신 변호사 A 씨. 오랜만에 만난 A 씨에게 검찰개혁 문제를 꺼내자 그는 ‘양치기 소년’ 이야기를 검찰에 빗대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뇌물 검사, 성추문 검사에 브로커 검사, 검찰 항명 파동까지 하루가 멀다 하고 불미스러운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스스로 추스를 수 없는 밑바닥까지 떨어져버린 검찰의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표정이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검찰이 바뀌어야 한다는 데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검찰 안에 있을 땐 몰랐어. 내 주변 동료나 선후배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그냥 모두 다 사회정의를 위해 밤낮없이 열심히 일하고 밤늦게 퇴근하고, 술 한잔 기울이며 스트레스를 푸는 정의로운 사람들로만 알았지. 그런데 나와서 보니까 그게 아니더라고. 정말 ‘겉 다르고 속 다른’ 검사가 너무 많아. 그 안에선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변호사를 해보니까 너무 많이 보이는데, ‘야, 이거 진짜 검찰개혁해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더라고. 거기 20년을 훨씬 넘게 몸담고 있던 나도 이런데, 다른 사람들은 오죽하겠어?”

바닥으로 추락한 검찰

새로 출범한 정부의 최우선 과제 가운데 하나가 검찰개혁이다. 검찰개혁은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한 ‘단골 메뉴’ 가운데 하나다. 실제 새 대통령이 탄생할 때마다 다양한 명분과 방법을 앞세우며 검찰개혁에 나섰고, 그때마다 검찰의 대규모 인사와 조직 쇄신이 이어졌다. 그런데도 여전히 검찰개혁 문제가 화두에 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역대 정권이 목소리를 높이며 추진했던 검찰개혁의 성과는 없었던 것일까. 사람에 따라, 정치적 이해관계나 관점에 따라 여러 가지 답변이 가능하겠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검찰 권력을 지탱하는 ‘핵심’을 그대로 둔 채 곁가지만 건드리는 개혁을 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법조계 안팎에서 나온다. 그렇다면 무엇이 검찰개혁의 핵심이고 새 정부는 검찰개혁에 대해 어떤 복안을 가지고 있을까. 검찰개혁의 주도권은 왜 정치권으로 넘어갔는지, 새 정부에서의 검찰개혁은 어떻게 이뤄질지 지금부터 살펴보자.

정권 말 대통령선거를 앞둔 시기의 검찰은 항상 정신없이 바빴다. 유력 대선 후보들 사이에 벌어지는 흑색선전과 여기서 불거진 고소고발 사건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처리해 선거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대선 중립’을 지켜야 했기 때문이다. 2007년 17대 대선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둘러싸고 벌어진 BBK사건 수사나 2002년 16대 대선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아들에 대한 병역비리 의혹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2012년 12월 18대 대선을 앞둔 시점에도 검찰은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하지만 이유는 이전 선거 때와는 사뭇 달랐다. 정치권이 아니라 검찰 내부가 문제였던 것.

“스스로는 정신 못 차린다”

11월 8일 불거진 김광준 서울고검 검사(51·구속기소)의 뇌물수수 사건이 검찰 몰락의 신호탄이 됐다. 검찰 수사 결과,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3부장까지 지낸 김 검사는 자신이 내사하고 있던 유진그룹에서 5억9000여만 원을 받는 등 2004년부터 최근까지 10억 원이 넘는 뇌물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검찰 안팎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하지만 김 검사 사건은 시작에 불과했다. 같은 달 22일 터진 서울동부지검 전모 검사(30)의 성추문 사건은 검찰은 물론 모든 이가 할 말을 잃게 했다. 현직 검사가 절도 혐의로 조사를 받으러 온 여성 피의자(43)와 검사실에서 한 차례, 모텔에서 한 차례 성관계를 가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검찰의 도덕성은 치명상을 입었다. 다음 날 석동현 서울동부지검장은 성추문 사건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고, 검찰 내부에서는 ‘수뇌부 책임론’이 불거져 나오기 시작했다.

마음을 하나로 합쳐서 위기를 극복해야 할 시점이었지만 책임 공방이 이어지면서 검찰 내부에는 심각한 금이 가기 시작했다. 한상대 당시 검찰총장이 이 무렵 대검 중앙수사부 폐지 가능성을 기자들에게 공식적으로 언급하면서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중수부, 특별수사부 등 이른바 ‘특수통’ 검사들을 중심으로 ‘한 총장이 최근 사태에 대한 수뇌부 책임론을 잠재우기 위해 중수부 폐지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논리가 퍼지면서 한 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 과정에 한 총장이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대해 봐주기 구형을 하도록 수사팀에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그러자 한 총장은 특별수사통 검사들의 수장 격인 최재경 당시 중수부장에 대해 감찰을 지시하고 그 사실을 언론에 전격 공개했고, 이는 검사들이 집단적으로 한 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최악의 검찰 집단 항명 사태로 이어졌다. 한 총장은 원래 중수부 폐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검찰개혁안을 발표한 뒤 사의를 표명할 예정이었지만 내부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개혁안 발표 없이 물러났다. 그는 12월 3일 퇴임하면서 “내부의 적, 우리 (검찰)의 오만과의 전쟁에서 졌다”고 했다. 한 총장이 퇴임한 날에는 ‘브로커 검사’ 사건까지 터졌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 박모 검사(37·현재 서울지검 총무부로 전보)가 자신이 수사하던 사건 피의자들의 변호를 자신의 매형이 일하는 법무법인에 알선했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들어간 것.

하지만 끝을 모르고 추락하는 검찰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곱지 않다. 너무 많은 권력을 너무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던 게 문제였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온다. 최악의 검찰 항명 사태 역시 검찰 엘리트를 자부하는 특수통 검사들의 집단 이기주의에 원인이 있다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더 이상 검찰 스스로 정신 차리기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힘을 얻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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