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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호 대선특집

‘박정희 딸’ 넘어 국가지도자로! 갈등 치유·서민 보듬는 모성 리더십 기대

막 오른 여성 대통령 시대

  • 송화선 기자│spring@donga.com

‘박정희 딸’ 넘어 국가지도자로! 갈등 치유·서민 보듬는 모성 리더십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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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헌정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 제18대 대선에서 51.6%의 지지율을 얻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다. 그가 당선된 배경에는 따뜻한 여성 리더십으로 우리 사회의 첨예한 이념 갈등을 치유하고 경제 양극화를 해소해주기를 바라는 대중의 염원이 있다. 한국 사회 첫 여성 대통령 탄생의 의의와 막 오른 ‘박근혜 시대’의 핵심 과제를 살펴봤다.
‘박정희 딸’ 넘어 국가지도자로! 갈등 치유·서민 보듬는 모성 리더십 기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12월 5일 전남 여수 서시장을 방문해 상인과 인사하고 있다.

‘준비된 여성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당선인의 선거 구호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자신의 여성성을 전면에 드러냈다. 새누리당의 상징색이기도 한 빨간 재킷 차림으로 TV토론에 나섰고, 단아한 올림머리를 한 채 유세장을 누볐다. 그 모습 그대로,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됐다.

우리나라에서 여성 대통령 탄생이 의미하는 바는 적지 않다. 2012년 10월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이 내놓은 연례 성(性)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성 평등 순위는 조사 대상 135개국 중 108위. 필리핀(8위), 몽골(44위), 중국(69위)보다 훨씬 처지고, 이슬람 국가들(아랍에미리트 107위, 쿠웨이트 109위, 나이지리아 110위, 바레인 111위)과 비슷한 수준이다. 박근혜 당선인의 대선 출마 선언 직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가부장적인 한국 사회에 잠재적으로 중요한 순간이 될 수 있다”는 논평을 실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성주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공동선대위원장은 한 걸음 나아가 “헌정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의 탄생은 곧 여성 혁명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여성적 리더십

이번 선거 과정에서 박근혜 당선인이 여성계의 폭넓은 지지를 받은 건 아니다. 우리나라 여성운동의 대모로 불리는 이효재 전 이화여대 교수 등 여성계 인사 130명은 12월 15일 “박근혜 후보는 ‘여성 대통령’을 말할 자격이 없다”는 성명을 냈다. 의정 활동을 하면서 여성 관련 법안 발의가 없는 등 여성 분야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여성계 내부에는 박근혜 당선인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성운동가는 “여성 대통령의 존재는 그가 여성주의자든 아니든 여성의 정치세력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여성 정치인의 역량에 대한 남성들의 평가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여성 정치인 스스로도 자기 존중감과 권력의지를 더욱 강화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민심이 이번 대선에서 박근혜 당선인을 선택한 배경으로 우리 사회의 첨예한 이념 갈등과 양극화, 그리고 이명박 정부에서 연달아 발생한 측근비리 등을 꼽는다. 박근혜 당선인이 여성 특유의 ‘따뜻한 리더십’과 청렴결백함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어줄 것을 기대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는 뜻이다.

박근혜 당선인도 선거 과정에서 여러차례 남성 정치인과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여성이기 때문에 권력투쟁보다 국민의 삶에 집중하고, 통합을 이뤄나가며 민생을 섬세하게 살필 수 있다”(11월 22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주최 대선 후보 초청 토론)고 했고, “열 자식 안 굶기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국민 모두가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12월 16일 3차 TV토론)고도 했다. 선거를 이틀 앞두고 방송된 마지막 공식 TV 연설에서는 “저는 돌봐야 할 가족도, 재산을 물려줄 자식도 없다. 저에게는 오로지 국민 여러분이 가족이고 국민 행복만이 제가 정치를 하는 유일한 이유다. … 항상 국민과 소통하면서 여러분의 삶을 제일 먼저 챙기고 여러분의 삶에 모든 초점을 맞추는 민생 대통령이 되겠다. … 헌정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만들어낼 우리 사회의 혁명적 변화, 기대가 되지 않느냐”는 발언으로 유권자의 감성에 호소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역시 소통의 리더십, 양극화 해소를 공약했지만 유권자는 박근혜 당선인의 ‘여성 대통령론’에 더 깊은 인상을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능력으로 승부 거는 지도자

여성 최고지도자의 탄생은 최근 세계적인 추세다. 2010년 서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줄리아 길라드 호주 총리 등 3명의 여성 국가정상이 참석했다. 2012년 역시 서울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자 중에도 5명이 여성이었다. 결혼했다가 자녀를 두지 않고 이혼한 메르켈 총리, 연인과 자녀 없는 동거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줄리아 길라드 호주 총리의 사례에서 보듯, 이들은 결혼이나 출산 유무와 무관하게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며 국정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과거에도 여성 정치인이 없었던 건 아니다. 그러나 초기 여성 지도자들은 기성 정치인의 딸이나 아내인 경우가 많았다. 1966년 인도 총리가 된 인디라 간디나 1974년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된 이사벨 페론 등이 이에 해당된다. 간디는 인도 초대 총리 네루의 외동딸, 페론은 아르헨티나 대통령을 지낸 후안 페론의 아내다. 1990년대 후반부터 인도네시아의 대통령을 지낸 메가와티 수카르노 푸트리와 미얀마 지도자 아웅산 수치 역시 국부(國父)로 추앙받는 건국 영웅의 딸이고, 베나지르 부토 전 파키스탄 총리는 아버지가 총리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추세가 달라졌다. 게릴라 단체 지도자로 군부 독재에 저항하다 정계에 입문한 브라질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물리학 박사로서의 전문성을 인정받아 정계에 진출한 메르켈 독일 총리처럼 자신의 힘과 노력을 바탕으로 정치에 뛰어드는 이가 늘어난 것. 조한혜정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아일랜드의 로빈슨 및 매컬리스 총리, 그리고 핀란드의 할로넨 대통령처럼 ‘성 평등 지수가 높은 나라’에서 최고지도자를 지낸 여성들을 언급하며 “이들은 경제성장과 사람살이의 균형을 중시하고 사회적 협상과 합의를 도출하는 감각을 갖고 있어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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