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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組閣)만 잘하면 농사 끝! 공직후보 흠결 先공개 고려”

박근혜 비서실과 인수위 속사정

  • 허만섭 기자│mshue@donga.com

“조각(組閣)만 잘하면 농사 끝! 공직후보 흠결 先공개 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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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총리·장관 ‘흠집’ 안 날 방법 노심초사
  • ● 측근 쥐었다 폈다 하는 박근혜 용인술
  • ● “얼리 버드 아니다”…MB 스타일 다 바꿔
“조각(組閣)만 잘하면 농사 끝! 공직후보 흠결 先공개 고려”

1월 7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내식당에서 박근혜 당선인과 인수위원들이 식사를 덜고 있다. 김장수 인수위원 (오른쪽에서 세 번째)은 “밥이 영 부실해서 안되겠어”라고 말했다.

“과거 인수위에서 설익은 내용들이 마구 보도되는 바람에 국민의 신뢰가 깨졌다” “당선인 대변인만 두지 말고 인수위에도 대변인을 둬야 한다” “대변인을 공보 창구로 삼아 인수위가 기자들에게 직접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단독 보도가 많을수록 새 정권의 지지율은 떨어진다” “인수위 취재기자들이 특종 경쟁으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데 이런 스트레스를 덜어드릴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당선인의 언론 대응 기조에 관해 전혀 알려진 게 없을 때인 지난해 12월 21일 ‘신동아’1월호 기사에 소개된, 박근혜 당선인 주변 인사들의 말이다. 발언자들 중엔 박근혜 당선인을 돕는 핵심 인사도 있었다.

이후 박근혜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이례적으로 인수위 대변인(윤창중)을 별도로 두고 인수위 대변인으로 공보 창구를 일원화하는 등 ‘신동아’ 1월호 기사 내용과 일치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특종도 없고 낙종도 없다”는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의 1월 6일 발언은 “특종경쟁 스트레스를 덜어드리겠다”는 기사 속 당선인 핵심 인사의 발언과 같은 맥락이다.

이들 인사는 기사에서 “이명박 당선인은 대선 직후 인수위를 구성했지만, 우리는 박근혜 당선인에게 크리스마스와 연말에 조금 쉬면서 천천히 하시라고 건의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인수위는 1월 초가 돼서야 출범했다. 이렇게 기사 내용대로 인수위가 진행된 정황에 따르면 이들 인사가 당선인 측 속사정을 정확하게 말해주고 있는 점이 입증된다.

아무 데나 편한 데 앉아

관가, 경제계, 정치권 등 이해당사자는 물론이고 상당수 국민은 인수위 내부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한다. 신동아 1월호 기사에 등장한 당선인 측 인사들을 다시 만나 인수위 운영의 속사정을 들어봤다. 이들의 발언은 언론에 소개되는 당선인 측근 또는 인수위 관계자의 발언 중 비교적 상세한 내용일 것이다. 특히 기자실이 있는 삼청동 인수위와 달리 언론 접근이 차단된 통의동 당선인 비서실 내부 풍경도 전해주고 있다. 다음은 이 가운데 한 인사의 발언 내용이다.

당선인 비서실은 1월 8일이 첫 출근일이었다. 근무자는 유일호 비서실장(새누리당 의원), 이정현 정무팀장(새누리당 최고위원), 변추석 홍보팀장(전 박근혜 후보 선대위 홍보본부장), 박선규 당선인 대변인(전 청와대 대변인), 조윤선 당선인 대변인(전 새누리당 의원) 등 의원급이 5명이다. 이재만 전 박근혜 의원 보좌관, 정호성 전 박근혜 의원 비서관, 조인근 전 선대위 메시지팀장, 최진웅 전 김무성 의원 보좌관, 이창근 전 한선교 의원 보좌관(이상 정무팀원), 음종환 보좌관(김회선 새누리당 의원·대변인실 팀원), 유현석 씨, 전경수 씨, 김지홍 씨, 김태하 씨, 김철수 씨, 조진욱 씨, 유성훈 씨(이상 전 선대위 홍보본부 소속·홍보팀원) 등 실무진이 20여 명이다.

당선인 비서실은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 건물을 빌려 쓰는데 비서실 관계자 전원은 이 건물 3층에서 함께 근무한다. 3층이 꽤 널찍한데 “책상 많으니 아무 데나 편한 데 앉아서 일하라”라고 하는 등 자유스러운 분위기다. 예를 들어 정무팀원이라고 해서 꼭 이정현 정무팀장 방에서 일해야 하는 건 아니다. 의원시절부터 박근혜 당선인을 오랫동안 모셔온 이재만 전 보좌관과 정호성 전 비서관은 한곳에 자리를 잡았다. 외부적으로는 직제가 정무팀, 홍보팀, 대변인실로 구분돼 있지만 사무실 공간 배치나 업무 성격으로 볼 때 집단적 의사결정이 이뤄지기도 한다.

거의 매일 아침 8시 30분 비서실장 주재 회의가 열린다. 팀원 중 일부가 참석한다. 보통 이 회의 시작 전까지 출근한다. (“5년 전 이명박 대통령당선인 비서실의 경우 아침 7시에 출근했다”고 질문하자) 이명박 정권의 인수위는 스스로를 ‘얼리 버드(early bird·일찍 일어나는 새)’라고 불렀는데 우린 얼리 버드가 아니다. 그땐 엄청 다그쳤다. 공약에도 없던 새로운 것을 많이 추진했다. 그러다 사고도 많이 났고. 우린 “새로운 것 하지 마라”라고 한다. 정부를 제대로 인수받고 당선인 공약이행계획을 세우는 데에만 집중한다.

(“당선인 비서실의 주요 업무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비서실은 세 가지 업무가 가장 중요하다. 조각(組閣), 청와대 인선, 정부조직 개편이 그것이다. 셋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조각이다. 조각만 잘하면 올 한 해 농사 거의 다 지은 것과 같다.

‘훈계만 늘어놓는 밉상 취재원’

마지막 말을 바꿔서 하면, 첫 조각을 잘못하면 집권 1년 차를 거의 망친다는 이야기. 대통합을 강조하는 박 당선인의 행보로 볼 때 이명박 정권 식의 ‘고소영’ ‘강부자’ 편중인사를 반복할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고 조각이 좋은 평가를 받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박근혜 인수위가 자초한 측면이 있지만, 언론 환경이 악화일로다. 일부 인수위 관계자들은 기자들에게 ‘기삿거리는 안 주고 훈계만 늘어놓는 밉상 취재원’으로 비치고 있다. 총리-장관 후보들에게 도덕성 문제가 나올 때 언론에 포용과 관용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이런 가운데 야당은 대선 패배의 반전 계기를 인사검증에서 찾으려 하고 있다.

따라서 박 당선인의 처지에서 조각의 성공 여부는 ‘가급적 흠결 없는 공직 후보들을 내놓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연히 당선인 측 내부의 자체 검증이 중요해진다. 이와 관련해 당선인 측 한 인사는 자체 검증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에 대해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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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만섭 기자│msh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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