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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

‘공화주의적 애국’에서 해답 찾아라

박근혜 정부의 국민통합 방법론

  • 강규형 |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 gkahng@chol.com

‘공화주의적 애국’에서 해답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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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민국은 놀라울 정도로 빨리 헝그리(hungry) 사회를 벗어났으나 너무 쉽게 앵그리(angry) 사회가 돼버렸다. 세대갈등, 지역갈등, 계층갈등, 가치관갈등을 해결하지 못해 폭발 일보 직전의 사회가 됐다. 이런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면 통일 시대를 대비할 수 없다. 대한민국은 우리가 잘 만들어온 사회라는 것을 인정하고, 대한민국을 발전시킬 수 있는 가치를 찾아야 한다.
‘공화주의적 애국’에서 해답 찾아라

18대 대통령선거 전날인 지난해 12월 18일 박근혜 후보의 서울 광화문 유세.

18대 대선을 거치면서 국민통합이 시대정신으로 떠올랐다. 한국 경제가 재도약하려면 사회자본(social capital)의 축적이 필요하다. 압축성장의 부산물인 사회갈등은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고 바람직한 정책의 입안과 실행을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통합을 위한 노력은 다른 나라들도 한다. 우리 역대 정부도 나름대로 노력했다. 광복 전후의 좌우익 대립, 전쟁의 폐허를 딛고 산업화를 이룰 때부터 골이 깊어진 계층 간 갈등, 지역감정, 남북통일 등 통합의 어젠다는 다각도로 제시됐고 해결 방안은 더 다양했다.

국민 대통합과 대탕평을 키워드로 한 박근혜 대통령당선인의 통합정책은 설계부터 잘돼야 한다. 그래야 성공할 수 있다. 100% 국민통합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사회갈등을 어느 정도 해소해야만 국가가 기능을 할 수 있다. 국민통합 정책들이 잘못되면 새로운 갈등과 분열을 조장할 수 있다. 갈등과 분열을 줄이며 진정한 통합의 길로 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3세대 동거 사회

한국 사회의 심각한 갈등 양상으로는 세대갈등, 지역갈등, 계층갈등, 가치관갈등 등을 꼽을 수 있다. 다른 나라에서와 같은 인종갈등과 종교갈등은 아직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다문화가정의 증가로 인종갈등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미약하기에 이 글에서는 제외한다.

한국은 세계사에 유례없는 압축성장을 했기에 후유증이 컸다. 1970년대 이후 우리 사회는 격변을 겪었다. 서구는 수백 년에 걸쳐 전통사회, 산업화사회, 탈산업화사회로 변화했다. 영국은 18세기 산업혁명을 겪으며 산업화사회로 들어갔다가 1970년대 말~1980년대에 탈산업화사회로 진입했다. 영국이 200년에 걸쳐 경험한 것을 우리는 20~30년 사이 한꺼번에 겪은 것이다.

필자는 전통사회에 태어나 개발독재시대라고 하는 산업화사회에서 자랐다. 엄청난 경제발전을 하던 시기에 학교를 다녔다. 대학을 졸업하고 유학을 갔을 때는 탈산업화를 겪던 시기였다. 이렇다보니 한 집안에 다른 가치관을 갖고 다른 사회를 산 3개 세대(전통사회, 산업화사회, 탈산업화사회 세대)가 함께 살게 됐다. 이것이 오늘날 세대갈등의 큰 원인이다.

1950년대 말~1960년대 초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80달러 정도였다. 이런 나라가 박정희 시대인 1970년대에 무서운 속도의 산업화로 1인당 국민소득 1000달러, 수출 1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인구의 90% 이상이 전통산업인 농업과 수산업에 종사하던 사회에서 절반이 넘는 인구가 공업으로 옮겨왔다. 그리고 세계 최고의 도시화율을 기록한 나라가 됐다.

굶어 죽지 않는 나라가 됐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성과다. 굶어 죽는 나라보다는 잘사는 나라에 사는 게 훨씬 낫지만, 무서운 속도의 사회변화에는 대가가 따른다. 비약적인 발전은 승자와 패자가 확연히 갈리는 사회를 만들었다. 사회계층이 한순간에 분화됐기에 상대적 박탈감이 만연해 분노가 축적됐다.

격변적 성공의 대가는 사회적 긴장과 왜곡이었다. 너무 잘사는 사람들, 좀 잘 사는 사람들…이런 식의 계층이 생겨났다. 너와 내가 똑같았는데 어느새 큰 차이가 생기자 분노와 증오가 일어났다. 나도 저렇게 됐어야 하는데 못 됐다고 하는 상대적 박탈감이 한국 사회에 켜켜이 쌓이게 된 것이다.

성장동력 ↓, 기대수준 ↑

한국의 왜곡된 교육구조는 박탈감을 극한으로 이끈다. 과거엔 ‘대학 못 간 한(恨)’이 있었다. 이것을 풀어주기 위해, 그리고 대학은 ‘장사’가 됐기에, 무분별한 대학·대학원 신설과 정원 늘리기가 성행했다. 계층상승 욕구가 워낙 컸기에 논 팔고, 밭 팔고, 소 팔아 자식들을 교육시켰다. 이런 교육열이 사회발전의 밑거름이 됐다. 한국은 세계 최고의, 세계 역사상 전무후무한 대학 진학률을 자랑하는 나라가 됐다.

대학에 가야 출세한다는 고정관념 속에서 기대 수준이 치솟았다. 그러나 급히 만들어진 대학의 교육은 부실했다. 대학 평가와 교수 평가를 강화한 덕분에 상위 대학들의 교육·연구 여건은 과거보다 좋아졌다. 그러나 하위에 처진 지방의 일부 사립대들은 정원도 못 채우는 지경에 이르렀다.

대학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일반 대학원이건 특수대학원이건 명문대 대학원은 학벌 세탁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하지만 하위 대학원들은 정원 채우기에 급급하다. 석사와 박사가 남발됐다. 그 결과 한국 대학의 학위 가치가 하락했다.

‘대학 물’을 먹은 이들은 내실과는 상관없이 기대 수준이 높아져 산업현장을 기피했다. 이러한 기대를 충족시키는 방법은 중단 없는 고도성장뿐이다. 그러나 성장동력은 꺼져갔다. 지속적인 고도 경제성장은 불가능했다. 기대 수준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일이 시급해졌다.

기대 수준이 지나치게 높은 사회는 불안정하고 불행하다. 상당한 경제력을 갖춘 나라 한국의 국민이 행복도 조사에서 매우 낮게 나타나는 이유가 여기에도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갤럽이 지난 5년여 동안 155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행복도 설문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한국은 56위로 경제위기를 겪는 그리스(50위)나 내전을 겪은 코소보(54위)보다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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