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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석 미스터리

“서로 무관한 팩트 엮은 국정원 보고가 사퇴 원인” (불법 대북접촉 주역으로 지목된 여권 고위인사 A씨)

  • 송홍근 기자│carrot@donga.com

최대석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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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A씨, 12월 대북접촉 시도…“최대석과 무관”
  • ● “국정원이 헤게모니, 이니셔티브 쥐려 한 것 아닐까”
  • ● 국정원 “최대석 사퇴에 개입한 적 없다”
  • ● “崔, 재신임 받을 것” 전망도
최대석 미스터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수위원으로 임명돼 업무를 시작한 지 엿새 만에 사퇴한 최대석 이화여대 교수(오른쪽).

지난해 대통령선거 때 박근혜 캠프 통일외교안보팀은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대선 공약을 가다듬는 회의를 진행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 지명자, 길정우 새누리당 의원 등이 이 팀에 속했다. 최대석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장이 좌장 격이었다.

대선 직후 ‘통일장관 최대석, 외교장관 윤병세’라는 말이 회자됐다. 두 사람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국방통일분과 인수위원으로 참여한 것도 예상대로였다. 그러나 1월 12일 의외의 사건이 벌어졌다. 최 교수가 인수위원 활동 엿새 만에 돌연 사퇴한 것.

최 전 위원은 다음 날 밤 지인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조금 복잡한 사정이 발생해 사임을 요청했다. 개인적인 비리는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고 알렸다. “제 자신의 직접적 잘못은 아니지만…”이라고 언급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최 교수와 박 당선인의 인연은 두 사람의 아버지 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 교수의 부친인 최재구 전 의원(1998년 작고)은 경남 고성 선거구에서 8, 9, 10대(공화당), 12대(국민당) 의원을 지냈다. 최 전 의원은 공화당에서 노래를 가장 잘 부르는 의원으로 통했다. 청와대 연회 때 박정희 대통령이 좋아하는 노래 10곡을 연속해 불러 박 대통령이 기뻐한 일도 있다고 한다.

최 교수는 박 당선인과 7년 넘게 호흡을 맞춰왔다. 그는 2010년 말 출범한 박 당선인의 싱크탱크 국가미래연구원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박 당선인의 대북정책 수립을 주도했다. 박 당선인이 남북관계 정상화 방안으로 제시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기틀을 마련한 이가 바로 그다.

최 교수는 학계에서 ‘합리적 보수’ ‘대북 비둘기파’로 통했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 도발에 대응한 정부의 5·24 제재 조치 해제를 주장했다. 2011년 한 세미나에 참석해 “남북 간 신뢰의 부재는 대립적 관계의 고착화를 가져올 수 있다”면서 이명박 정부의 압박정책을 비판한 적도 있다. 1월 3일 한 세미나에선 “북한 신년사가 새로 들어서는 정부에 대한 기대를 담고 있는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신뢰 프로세스’ 기틀 마련

최 교수는 사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진 1월 12일 이후 모처로 떠나 지금껏(2월 15일 현재) 연락이 닿지 않는다. 기자들이 서울 청담동 자택 앞에 진을 쳤고, 경남 고성의 최재구 전 의원 생가도 찾아갔으나 허사였다.

도대체 무슨 말 못할 사연이 있었기에…. 미스터리엔 설(說)이 따라붙게 마련이다. 재산 문제 때문이라느니 처가인 GS그룹과 관련이 있다느니 가족 문제 탓이라느니 대북정책 노선을 둘러싼 갈등이 있었다느니 하는 각종 설이 난무했다.

최 교수의 인수위원직 사퇴 미스터리를 추적하기에 앞서 최 교수의 1월 동선(動線)부터 살펴보자. 그는 사퇴 직전인 1월 12일 오후 4까지도 업무에 적극적으로 임했다. 1월 8일 최 교수는 북한대학원대 연찬회에서 특강을 했다. 연찬회엔 진보성향, 보수 성향의 학자가 섞여 있었다. 한 참석자는 “연찬회에서 박 당선인의 ‘신뢰 프로세스’와 관련해 ‘많이 가진 자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얘기가 주로 나왔다”고 전했다.

최 교수는 1월 12일 박순성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와 점심을 먹었다. 박 교수는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 원장을 지냈다. 최 교수는 박 교수와 오찬 후 오후 3시부터 1시간가량 노무현·김대중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역임한 정세현 원광대 총장과 서울 강남의 한 커피숍에서 대화를 나눴다. 최 교수는 “앞으로 도와달라”고 부탁했고, 정 전 장관이 “통일부 장관 하느냐?”는 질문에 “제가 되겠느냐”고 답했다고 한다. 그래서 정 전 장관은 혹시 안보실장으로 가는 게 아닌가 추측했다고 한다. 정 전 장관과 헤어질 때만 해도 이상 징후가 없었던 것이다.

최 교수는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도 만나 대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1월 17일 오후 4시엔 서울 삼청동 통일부 남북대화사무국에서 문정인 연세대 교수, 장달중 서울대 교수, 유호열 고려대 교수를 만나 의견을 청취하고 저녁식사를 함께 할 계획이었다. 이 약속은 최 교수가 외부와 연락을 끊으면서 취소됐다.

일각에선 최 교수가 정세현 전 장관, 이종석 전 장관, 박순성 전 민주정책연구원 원장 등 진보진영 인사를 잇따라 만난 게 사퇴의 원인 중 하나라고 지목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진보, 보수를 가리지 않고 전문가 의견을 청취한 게 사퇴의 사유가 되긴 어렵다.

최 교수는 정 전 장관을 만나고 삼청동 인수위 사무실로 돌아온 직후인 오후 5시 30분께 사의를 표했다. 그날 4시부터 5시 반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졌을 개연성이 크다. 한 인수위 관계자는 “당선인의 의중을 들은 게 아니고서야 그렇게 짧은 시간에 사퇴를 결심했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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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근 기자│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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