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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 일촉즉발 한반도

겉으론 “남조선 벌초” 협박 속으론 갈등 속 전전긍긍

南-北-美-中 동북아 안보 고차방정식

  • 송홍근 기자│carrot@donga.com

겉으론 “남조선 벌초” 협박 속으론 갈등 속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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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고강도 안보리 제재로 北 압박 시작
  • ● 美 “정권교체로 갈 수밖에…” 인식 확산
  • ● 北에 채찍 든 中…타격 있을까
  • ● “强대强 대치 끝내야” 출구 모색 움직임도
겉으론 “남조선 벌초” 협박 속으론 갈등 속 전전긍긍

한미 연합군사연습 ‘키리졸브’가 시작된 3월 11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운데)가 백령도 타격 임무를 부여받은 월내도 방어대를 시찰했다.

군대 내무반에 ‘꼴통’이 하나 들어왔다. 허튼짓을 밥 먹듯 하는 데다 규율도 무시한다. 고함도 질러보고 달래도 봤으나 허사다. 내무반장이 참다못해 벌을 주자 대못을 주워와 갈기 시작한다. 큰일 저지르는 건 아닌지 걱정이 든다. 날카롭게 갈지는 못한 대못을 흔들어 보이며 “무자비하게 찌를 것”이라고 허세를 부린다. 옛 인연 때문에 도와주던 선임병도 이젠 인상을 찌푸린다. 이 꼴통을 어떻게 해야 하나.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으나 ‘미친 개는 패야 한다’는 경험칙도 있다.

북한이 한미 연합군사훈련 ‘키리졸브’가 시작된 다음 날(3월 12일) “우리 영토에 한 점의 불꽃이라도 날린다면 본거지들을 무자비한 불벼락으로 벌초해버릴 것”이라고 위협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겉으로는 ‘남조선 벌초’ 운운하지만 속으로는 전전긍긍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태도가 과거와는 결이 달라서다. 대북 소식통은 “3차 핵실험과 관련해 북한 권부에서 중국이 자신들을 외면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내부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불량 국가의 버릇을 고치는 방법에 물리적 타격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돈줄을 죄는 게 훨씬 효율적일 때가 많다. 경제제재 성공의 열쇠는 중국이 쥐고 있다. 중국도 일단은 칼을 빼든 모습이다.

2월 중순 김강일 옌볜대 동북아연구소 교수가 서울을 방문했을 때 기자에게 “사정이 급하다. 방송사 인터뷰를 주선해줄 수 있느냐”고 말했다. “미국 ‘뉴욕타임스’와 인터뷰를 했는데 내가 북한을 사악한 체제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중국 공산당, 군부, 학계에서 미국 네오콘처럼 북한을 악의 축으로 보는 이가 늘고 있다고 말한 게 와전됐다. 내 처지가 곤란하게 됐다. 바로잡아야 한다.” 김 교수는 북한 쪽과도 친분이 두텁다. 잘못된 기사 탓에 평양이 그를 눈엣가시로 여길 수도 있는 노릇. 그의 말처럼 중국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일부 인사들이 ‘혈맹 폐기론’를 거론한다. 북한을 일반적 이웃 국가로 다뤄야 한다는 것.

중국서 ‘北=악의 축’ 시각 늘어

2월 하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논의 과정을 설명하던 정부 고위 당국자는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할 순 없지만 미국이 내놓은 제재안이 매우 강력하다. 미국이 하자는 대로 안보리가 결의하면 북한 경제는 대외 무역을 못하게 돼 고사(枯死)의 길로 접어든다. 안보리 결의는 모든 회원국이 다 지켜야 하는 무서운 것이다”라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 미국의 ‘넬슨리포트’는 “미국이 요구하는 강도 높은 결의안을 중국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3월 7일 안보리는 강력한 대북 결의안을 채택했다. 베이징이 고강도 제재안에 동의한 것. 앞서의 당국자는 이렇게 말했다. “북한이 비핵화에 나서지 않고 계속 도발하면 북핵에 대한 미국의 스탠스가 바뀐다.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정권교체)로 가는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안보리 결의 내용은 정권과 핵, 둘 중 하나를 내놓으라는 것이다. 강한 제재가 중요한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도발을 막는 효과다. 다른 하나는 핵을 보유할 때 치러야 하는 대가를 높여 도저히 못 버티게끔 하는 것이다. 제재가 강하지 않으면 6자회담이건, 북미회담이건 협상이 안 된다.”

미국이 안보리 이사국에 대북 제재 결의안 초안을 회람시킨 3월 5일 북한은 ‘정전협정 백지화’ ‘핵 불바다’ 성명으로 위협했다. 제재안이 북한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북한이 궁지에 몰리거나 위협을 느꼈을 때 사용하는 표현이 성명에 많이 담겨 있다”고 대북 소식통은 말했다.

이번 제재(결의 2094)는 과거(2006년 1차 핵실험 관련 ‘결의 1718’, 2009년 2차 핵실험 관련 ‘결의 1874’)와 달리 금융제재와 불법거래 차단을 유엔 회원국에 의무화했다. 회원국의 제재 이행과 관련해 기존의 ‘촉구한다(call upon)’를 ‘결정한다(decide)’로 바꿔 법적 구속력을 부여했다. ‘결의 2094’의 골자는 △대량 살상무기와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는 금융거래 차단 의무화 △의심되는 북한 선박, 항공기를 검색할 권한을 각 나라에 부여 △북한 요주의 인물의 출입국 제한 및 관련 기관의 해외 자산 동결 등이다.

북한 처지에서 당혹스러운 것은 중국이 이런 고강도 제재에 동의했다는 점이다. 중국은 북한 대외무역액(한국 제외)의 90%를 차지하는 북한의 생명줄이다. 리바오둥 유엔주재 중국대사는 3월 7일 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핵실험은 국제사회의 뜻에 반한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내야 한다. 안보리 결의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걸음으로 마땅히 전면적으로 이행돼야 한다. 우리는 일관되게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해왔다”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기관지 ‘학습시보’의 덩위원 부편집장은 2월 28일 ‘파이낸셜타임스’ 기고문에서 “북한을 버려야 한다”면서 “이데올로기에 기반한 관계는 위험하다. 중국, 북한의 차이는 중국, 서방의 차이보다 크다. 북한 정권이 곧 붕괴될 것인데, 왜 조만간 멸망할 정권과 관계를 유지해야 하느냐”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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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근 기자│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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