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호

“전쟁 분분초초 다툰다” 성명 내고 평양선 ‘잔디 심기’ 전투

김정은의 좌충우돌 정신세계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입력2013-04-18 16: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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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곡물도 모자라는데 “생땅 안 보이게 잔디 심으라”
    • 고기 생산 늘려라, 스키장 지어라…비현실적 지시 남발
    • ‘사무원병’ 예방할 수 있다며 청소년, 근로자에게 승마 장려
    • 기관, 기업소 잔디 씨 구하느라 곡소리
    “전쟁 분분초초 다툰다” 성명 내고 평양선 ‘잔디 심기’ 전투

    2월 28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미국 농구스타 데니스 로드먼과 평양 유경정주영체육관에서 농구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2월 28일 평양 유경정주영체육관에서 왕년의 NBA 스타 데니스 로드먼과 함께 미국 묘기 농구단 ‘할렘 글로브트로터스’와 조선체육대학 ‘횃불농구팀’의 경기를 관람했다. 로드먼 옆에는 자본주의의 상징 격인 코카콜라가 놓여 있었고, 김정은은 손뼉을 치며 웃었다. 탁자를 두드리기도 했다. 김정은이 농구 경기를 즐기는 사진은 ‘노동신문’ 1면에 실렸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3차 핵실험(2월 12일)에 대한 제재를 논의할 때의 일이다.

    김정은은 일주일 후(3월 7일) 2010년 연평도 포격을 주도한 무도영웅방어대와 장재도방어대를 ‘현지지도’했다. 나흘 후엔 백령도 타격임무를 부여받은 월내도방어대를 시찰하면서 “명령만 내리면 적들을 모조리 불도가니에 쓸어 넣으라”고 지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원수님이 백령도에 주둔한 적군을 소멸하기 위한 타격 순서를 정해줬다”고 전했다.

    도대체 이게 뭔가. 북한 주민들도 헛갈리지 않을까. 이 변화무쌍한 지도자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가는 싸늘하다. 좌충우돌하는 철부지 이미지도 갖고 있다.

    김정은 체제가 4월 11일로 1년을 맞았다. 김정은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후 4개월 상(喪)을 치르고 지난해 4월 11일 노동당 제1비서에 추대됐다. 이틀 후엔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오르면서 명실상부한 최고지도자에 올랐다. 노동신문은 4월 11일 “김정은 동지께서만이 안아올 수 있는 통쾌한 승리요, 우리 민족을 핵보유국에 올린 대경사”라면서 지난해 12월 장거리미사일 발사, 올해 2월 핵실험을 김정은 체제 1년의 치적으로 꼽았다. 세계는 제동장치 없이 속도를 내는 ‘김정은호(號)’를 불안하게 지켜보고 있다.

    “전쟁이 아니라 봄맞이 준비”



    “전쟁 분분초초 다툰다” 성명 내고 평양선 ‘잔디 심기’ 전투
    북한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은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김정은에게 더는 기대할 게 없다는 실망감, 좌절감이 확산하고 있다”면서 “경제 상황이 좋아졌다는 소식은 평양 얘기일 뿐 지방의 사정은 오히려 악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을 방문한 한 북한군 간부는 “경제사정에 아랑곳하지 않고 잔디 심기 사업에 재원을 낭비하는 등 비현실적 명령이 남발되고 있다”면서 김정은이 잔디 심기 사업과 관련해 간부들에게 지시한 내용을 이 소식통에게 제보했다. 김정은은 간부들에게 이렇게 강조했다고 한다.

    “잔디를 평지에도 심고, 산지에도 심어야 한다. 생땅이 드러난 부분이 없도록 끝장을 볼 때까지 힘 있게 진행해야 한다. 유럽 나라에서 심은 잔디를 보면 심술이 날 정도다. 노동당 제1비서로서 직접 잔디 연구 사업을 맡아 해보려고 한다. 나는 화분에 꽃을 심어 가꾸듯 집에 잔디밭을 만들어 잔디를 키우고 있다. 간부들도 재배해보면 좋을 것이다.”

    북한이 대남 협박과 도발에 나선 후 외신들이 평양발 르포를 타전하고 있다. 외신이 전한 평양 분위기는 전쟁 위협과는 딴판이다. AP는 “전쟁 준비보다 도시 치장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평양에는 혼란의 기미가 전혀 없다. 총을 내려놓은 군인이 잔디를 심고, 삽을 든 학생은 나무를 심고 있다”고 4월 11일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파종을 위한 땅 고르기가 한창”이라면서 “전쟁이 아니라 봄맞이 준비에 여념이 없다”고 4월 6일 전했다.

    “무자비한 불벼락으로 남조선을 벌초해버리겠다”고 겁박하면서 평양에서는 잔디를 심고 있는 것이다. 김정은은 3차 핵실험 열흘 뒤인 2월 22일 평양에 건설 중인 전쟁승리기념관 건설장을 방문해 “무슨 종류의 잔디와 어떤 꽃을 심으려고 하는가?”라고 질문했다.(2월 22일자 노동신문) “적들을 불도가니에 쓸어 넣으라”고 지시한 3월 11일 월내도방어대 방문 때도 “나무들과 지피식물(잔디)을 더 많이 심어 섬을 푸른 숲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3월 12일자 노동신문)

    소식통은 “잔디에 대한 김정은의 애정은 스위스 유학 경험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북한은 지난해 과학원 산하에 잔디연구소를 설치했으며 현재 연구소 확장공사를 벌이고 있다. 사철 푸른 잔디 품종을 만들어내라는 고위층의 지시에 따라 외국에서 30여 종에 달하는 종자를 들여와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옥수수 심어도 모자랄 판에…”

    노동당의 한 간부는 소식통에게 “사회주의 지상낙원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전국적으로 잔디와 꽃을 심으라고 닦달하고 있다”면서 김정은이 다음과 같은 내용의 지시를 했다고 전했다.

    “나라를 백화만발하는 지상낙원으로 만드는 것은 장군님(김정일)의 유훈이다. 우리는 이 유훈을 철저히 관철해야 한다. 우리가 녹화를 못하고 꽃다발과 꽃바구니를 다양하게 만들지 못하는 것은 꽃 종류가 다양하지 못해서 그러는 것이니 대책을 세워야 한다. 꽃을 심고 가꾸는 방법을 인민에게 가르쳐줘야 한다. 화초연구소에서 우수한 품종의 꽃을 많이 키워내 꽃이 피어 있는 기간을 늘려야 한다. 평양뿐 아니라 전국에 화초공원을 꾸려야 한다.”

    “전쟁 분분초초 다툰다” 성명 내고 평양선 ‘잔디 심기’ 전투

    김정은이 지난해 11월 북한군 제534군 부대 직속 기마중대 훈련장을 찾아 말을 타고 있다.

    지도자의 의지가 강하다보니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도 잔디 심기와 관련한 보도를 잇따라 내보냈다.

    “김정은 원수님이 잔디 심기 과업과 방도를 가르쳐준 이후 평양시를 백화만발한 도시로 꾸리기 위한 사업이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2012년 10월 10일자 노동신문)

    “인민군 돌격대는 인민의 행복을 위하는 일에 물불을 가리지 않겠다며 ‘잔디 입히기’ 전투가 벌어지는 곳에서 혁신의 불길을 일으키고 있다.”(2012년 10월 31일자 노동신문)

    “각지에서 좋은 품종의 잔디를 퍼뜨리기 위한 사업이 벌어져 전국적으로 잔디 재배장이 꾸려졌다.”(2012년 11월 18일자 노동신문)

    소식통이 입수한 북한 주민의 생활총화 교육자료를 보면 김정은이 꽃과 나무 심기를 얼마나 강조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우리는 화초를 많이 심고 가꾸어 온 나라를 꽃 속의 도시, 꽃 속의 마을, 꽃 속의 직장, 꽃 속의 가정으로 꾸려나가며 꽃을 많이 이용하면서 보다 문명하고 행복한 생활을 향유해야 한다. 우리 모두 그 어디서나 화초를 많이 심고 가꾸며 꽃과 더불어 아름다운 생활을 끊임없이 창조해나감으로써 우리나라를 문명하고 백화만발한 인민의 낙원으로 더욱 활짝 꽃피워나가는 데 적극 이바지하자. 좋은 품종의 잔디를 많이 심어 이 땅 그 어디 가나 생땅이 보이지 않게 하자는 게 현 시기 당의 의도다. 우리는 사회주의 강성국가 건설의 요구에 맞게 국토관리 사업에서 혁명적 전환을 가져올 데 대한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의 원대한 구상을 높이 받들고 좋은 품종의 잔디를 비롯한 지피식물을 많이 심으며 당면하게는 새 품종의 잔디를 널리 퍼치기 위한 사업에 한사람 같이 떨쳐나서야 한다.”

    도시에 잔디가 깔리고 꽃이 만발하면 아름답겠지만, 북한의 사정을 고려할 때 “생땅이 보이지 않게 하자는” 일에 “한사람 같이 떨쳐나서야” 하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소식통은 “최근 김정은이 잔디 심기 작업이 더디게 진행되자 ‘도당에서 직접 챙겨라’ ‘시·군당에서 제대로 집행하지 못하면 군대를 통해 하겠다’ ‘어느 단위에서 잔디를 잘 심었는지 평가해 순위를 매길 것’이라고 압박해 간부들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전쟁 분분초초 다툰다” 성명 내고 평양선 ‘잔디 심기’ 전투
    소식통은 또 “북한 간부들이 재원, 물자 제공은 없이 막무가내 식으로 잔디 심기를 몰아붙이는 비정상적 행태를 보이는 데 좌절감을 호소하고 있다”면서 “해외에 나와 있는 한 북한 상사원은 중앙에서 잔디 씨를 다 해결해줄 수 없으니 자체로 해결하라고 지시해 기관, 기업소마다 이러저러한 명목으로 돈을 마련하느라 곡소리가 난다고 전했다”고 덧붙였다.

    북·중 무역에 종사하는 한 북한 상사원은 “옥수수를 심어도 모자랄 판에 아무런 쓸모도 없는 잔디를 깐다고 하니 속이 타들어간다”면서 “당국에 대한 인민의 불만이 목구멍까지 올라와 있다”고 전했다.

    풀을 고기로 바꾼다?

    북한 당국은 강원도에 대규모 ‘축산 기지’를 건설하고 있다. 정보당국은 북한이 지난겨울 전국 각지에서 공사 인원을 강제 차출해 수작업으로 잡목 제거, 축사 건설을 비롯한 기반 공사를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풀판을 조성해 집짐승을 기르면 농사를 짓는 것보다 훨씬 실리가 난다”는 김정은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1월 18일 “강원도 세포군, 평강군, 이천군의 광활한 대지에 수만 정보의 인공 및 자연풀판(초지)을 조성해 대규모 축산 기지를 세우는 세포등판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축산 기지에는 소, 양, 염소, 토끼, 돼지 등을 기르는 수백 동의 축사와 20여 동의 현대적인 축산물가공지, 저류지, 방목도로, 1000여 세대의 살림집이 건설된다”고 보도했다.

    北 부유층, 서구 라이프스타일 탐닉

    유럽서 ‘수제양복 장인’ 찾기도


    북한에서 커피는 단순 기호식품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맛’으로 인식돼 오랫동안 터부시됐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비롯한 고위층과 외교관, 해외근무자 사이에서는 1990년대부터 커피를 즐기는 문화가 생겨났으나, 이는 은밀하게 이뤄지는 ‘상류층 문화’일 뿐이었다.

    대북 소식통은 “지난해 가을 독일, 이탈리아 등의 커피 업계에서 북한 관계자들이 유명 바리스타와 고급 커피제조 용품을 수소문한다는 소문이 나돌았다”면서 “북한에서 커피 열풍이 불고 있는 게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또 “북한 해외 주재원들은 상부의 지시라면서 양질의 커피와 유명한 바리스타를 찾느라 동분서주했다”면서 “바리스타 여러 명을 평양으로 초청해 커피 제조 교육을 실시했다”고 덧붙였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는 지난해 5월 24일 평양의 ‘해맞이 식당’을 방문해 “커피점을 특성에 맞게 잘 꾸렸다”고 치하했다. 10월엔 평양시내에 ‘비엔나 커피점’을 개장하는 등 부유층의 커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일부 평양시민은 “우리 월급으로 값비싼 커피를 마시는 것은 어림도 없다”면서 불만을 나타낸다고 한다.

    평양의 당 간부 및 부유층은 일상생활 전반에서 서구식 라이프스타일을 향유하고 있다. 소식통은 “싱가포르 미용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북한 주재원들이 최고위층의 지시라면서 초일류 이발사를 섭외해 북한으로 데려갔다. 이들이 북한 이발사들에게 기술을 전수하고 상당한 대가를 받았다고 한다. 주재원들이 프랑스 독일 일본 등에서 샴푸 린스 비누 염색약 헤어드라이기 미용가위 화장솜 등을 구입하는 것도 포착됐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또 “북한 당국이 외교관까지 동원해 프랑스, 이탈리아의 ‘명품 수제양복 장인’을 초청하는 데 열을 올렸다”면서 “특명을 받은 북한 간부들은 고급 양복지와 재단 기구를 사 모으는 데도 혈안이었다”고 전했다.

    2012년 11월 평양에 종합 위생·문화시설인 ‘류경원’(목욕탕·식당·체육시설 입주)이 개장했다. 지난해 5월 24일 류경원 건설 현장을 찾은 김정은은 관계자들에게 “목욕탕 내 소나무 사우나 및 초음파 욕조 공사를 잘 마무리 지으라”고 지시한 바 있다.

    소식통은 “북한 당국이 특권층용으로 추정되는 고급 애완견을 유럽에서 구입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종자가 우수한 말도 사들이고 있다”면서 “평양의 상류층은 서구식 호화생활을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이 확보한 축산 기지 건설 사업과 관련한 김정은의 지시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고기를 많이 생산해 식생활에 이용하면 알곡을 많이 절약할 수 있다. 집짐승을 많이 기르는 것은 알곡을 많이 생산하는 것과 같다. 강원도 세포등판을 개간해 축산을 대대적으로 하기 위한 사업을 내밀어야 하며, 전당적, 전국가적 사업으로 총동원돼야 한다.”

    논리적으로는 딱히 틀린 것은 아니지만, 이 같은 언급 역시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

    소식통은 “풀을 고기로 바꾼다는 정책은 김정일도 제기했다가 실패한 것으로 목장에 심을 풀이며 염소는 어디서 들여오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추운 겨울에 대규모 인력을 동원하는 것을 보고 간부, 주민들 사이에서 ‘미쳤다’는 반응이 나왔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또 “김정은이 ‘지금 식량사정이 긴장하지만 우리 사람들은 그저 밥에만 매달리고 있는데, 빵을 먹고도 식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여기면서 또 밥을 먹는다’ ‘일반 사무원의 하루 알곡 소비량이 500g가량 되는데, 다른 나라에 비해 식량으로 쓰는 알곡 소비량이 너무 많다’ ‘우리 사람들이 지금처럼 요리 상식이 없어서는 음식을 잘 만들어 먹을 수가 없으니 요리법 등을 담은 녹화 편집물을 DVD로 제작하면 좋을 것이다’라고도 언급했다”고 덧붙였다.

    스키 전문가 김정은

    김정은은 “인민에게 승마를 보급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지난해 11월 19일 조선중앙TV가 보도한 김정은의 언급은 다음과 같다.

    “승마는 사람들에게 용감성과 대담성을 키워주는 대단히 좋은 운동이며 말 타기를 많이 하면 노동과 국방에 이바지할 수 있는 건전한 정신과 튼튼한 체력을 소유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어릴 때부터 승마 교육을 받고 말 타기 운동을 정상적으로 하면 근육이 발달해 어른이 돼서도 허리 병에 잘 걸리지 않게 된다. 컴퓨터에 의한 사무처리를 비롯해 정신노동이 많아지는 것과 관련해 사무원병이 나타나고 있는데, 승마 운동을 하면 이런 병을 미연에 막을 수 있다.”

    조선중앙TV는 김정은이 북한군 제534군 부대 직속 기마중대 훈련장을 찾아 직접 말을 타고 달리며 주로의 상태를 점검하는 모습도 내보냈다. 방송에 따르면 김정은은 “기마훈련장을 근로자들과 청소년의 체력단련장으로 꾸리라”고 지시했다.

    승마가 건강에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 언급 역시 현실인식이 결여돼 있다. 선진국에서도 승마는 비용이 많이 드는 고급 스포츠다. 소식통은 “김정은의 지시로 해당 부처에서 유럽의 우수 종마 구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식량 사정이 나빠 국제사회에 손을 벌리는 처지에서 어떻게 그런 인식을 가질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은 김정은의 지시로 강원도에 스키장도 짓고 있다. 박상권 평화자동차 사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원동연 북한 통일전선부 부부장으로부터 강원도 마식령에 스키장을 개발하겠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원 부부장은 스키 전문가인 김정은 원수님이 스키장 개발을 직접 발기했으며 스키장을 건설할 장소로 마식령을 정한 것도 김정은 원수님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마식령의 스키장 건설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북한 주재 해외 공관원에 따르면 북한 당국이 스키장 건설과 관련한 조언을 듣고자 유럽 유수의 스키장 관계자들을 초청했다. 리프트, 스노보빌 같은 관련 설비도 도입하고 있다. 중국으로 출장 온 내각 간부는 김정은 원수님이 ‘청소년과 인민이 스키장을 널리 이용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시멘트가 부족하더라도 스키장만큼은 가능한 한 빨리 짓고 고속도로도 새로 포장해서 조기 운영하라고 촉구했다’고 전했다. 원산 인근의 마식령까지 스키를 타러 갈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또한 스키, 스키화, 스키복은 어떻게 공급하려는 것인지 모르겠다.”

    고위간부엔 ‘해외 원정 진료’ 선물

    북한이 무상진료 제도를 처음 도입한 것은 1960년이다. 원칙적으로 수술비, 입원비, 약값이 무료다. 1990년대 중반 경제가 무너지면서 의료 시스템도 붕괴했다. 한 탈북자는 “의사가 폐렴 진단을 내리고는 장마당에 가서 약을 구해오면 치료해주겠다고 말하는 게 요즘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고위층은 질병 치료를 어떻게 받을까. 대북 소식통은 “김정은이 고위 간부의 신망을 얻는 수단으로 해외 원정 진료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중증질환을 앓는 고령의 간부들에게 외국 병원을 알선해주고 항공료, 진료비도 지원한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또 “북한 고위층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대북사업가에 따르면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이명수 전 인민보안부장, 김영춘 전 인민무력부장, 정명도 전 해군사령관 등 고령의 간부들이 중국, 러시아서 진료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강석주 내각 부총리와 원동연 통일전선부 부부장은 녹내장, 백내장 같은 비교적 경미한 질환을 앓았는데도 해외 원정 진료를 받았다고 한다. 해외 원정 진료를 받는 간부들은 가명 여권을 사용하며 중국 이외의 국가를 방문할 때는 제3국을 우회해 입국하는 방식으로 해당 국가 정보당국의 눈을 피한다고 한다.

    소식통은 “김일성 가계의 인사들도 수시로 해외 진료를 받고 있다”면서 “북한 해외 공관원의 발언과 이들의 고위인사 영접 동향을 종합해보면 김일성·김정일 가계의 여인, 자식들이 관절염·요통 등 경미한 질환을 치료하려 유럽·동남아 등지를 드나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은의 고모 김경희는 2011년 6월 심장병 치료를 위해 모스크바를 방문했다. 지난해 6월에도 신병 치료차 싱가포르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위독설로 한국 언론의 주목을 받은 김경희는 주치의, 수행원을 대동하고 싱가포르를 방문해 심장질환 검사와 가벼운 진료를 받았다”면서 “진료 후에는 쇼핑, 휴양, 관광을 즐겼다고 현지 인사가 전했다”고 밝혔다.

    김정일의 동거녀이던 김옥도 지난해 5월 베를린 샤리테 병원에서 목디스크와 고관절 치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공관원이 최고급 벤츠를 준비해 극진하게 ‘모셨으며’ 숙박비, 병원비는 현금으로 결제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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