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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행정, 예산전용, 중복투자, 정치 입김…혈세 낭비 막아라!

한식 세계화의 허와 실

  • 김지영 기자│kjy@donga.com

전시행정, 예산전용, 중복투자, 정치 입김…혈세 낭비 막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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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김윤옥의 한식이야기’는 영부인 화보집?
  • ● 뉴욕 플래그십 무산은 예견된 일
  • ● 1차 탈락 과제 10건에 연구비 더 퍼줘
  • ● 정운천 전 장관, 선거운동 때도 한식재단 월급 받아
  • ● 농식품부 감사서 수의계약 비리 드러나
  • ● 대외호감도·인지도 향상? K팝 영향 컸다
전시행정, 예산전용, 중복투자, 정치 입김…혈세 낭비 막아라!

김윤옥 여사가 2010년 10월 12일 서울 성북동 한국가구박물관에서 G20 참석 정상 부인들과 오찬을 함께하며 한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식세계화사업은 국민의 호응과 기대 속에서 출발한 이명박 정부의 간판 사업이다. 2008년 10월 한식세계화 선포식 개최를 시작으로 그해 12월 기본계획 수립과 2009년 5월 범정부 차원의 한식세계화추진단(이하 추진단) 출범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가 명예회장을 맡은 추진단은 한식을 2017년까지 세계 5대 음식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세계화 인프라 구축 △한식 연구개발(R·D) 확대 △전문인력 양성 △기업지원 및 투자활성화 △우리 식문화 홍보 등 정부가 세운 5대 전략과 9대 중점과제에 따라 계획을 실행해 국민의 열망에 부흥하겠다는 의지도 천명했다.

이때부터 ‘영부인 사업’으로 불리기 시작한 이 사업에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 931억여 원의 국민 세금이 투입됐다. 주무부처인 당시 농림수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 現 농림축산식품부)는 기본계획 수립을 비롯해 사업을 총지휘하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이하 유통공사)와 한식재단,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이하 농기평)은 농식품부의 세부계획을 추진하는 실무를 맡아왔다. 민관합동 정책자문기구인 한식세계화추진단도 함께했다.

이처럼 조직적인 지원과 1000억 원에 가까운 막대한 예산을 들인 이 사업은 그간의 요란한 홍보에도 불구하고 국고만 축낸 게 아니냐는 빈축을 사고 있다. 감사원이 6월 말 내놓은 ‘한식세계화 지원사업 집행실태’ 감사결과보고서도 여러 사항을 지적했다.

법정 공고기간 무시

정부는 올해도 191억여 원의 혈세를 한식세계화사업에 쏟아 붓고 있다. 만일 지난 4년간 거듭된 시행착오가 앞으로도 되풀이된다면 이 사업은 폐업 위기에 몰릴 수도 있다. 막대한 예산에 비해 성과는 미흡했지만 이를 통해 새로운 교훈을 얻어야 할 때다.

감사원에 따르면 2009~2012년 4년간 한식세계화사업에 들어간 931억여 원의 예산 중 계획대로 쓴 금액은 704억 원(76.6%)뿐이다. 나머지 예산 227억여 원(23.4%) 중 68억여 원은 사업 내용을 바꿔 집행했고, 이듬해로 이월하거나 불용 처리한 금액도 각각 77억여 원, 81억여 원에 달한다. 감사원 관계자는 농식품부가 사업 타당성을 사전에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예산을 편성하거나 당초 사업내용과 다르게 사용하도록 용도 변경을 승인한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해연도에 편성된 예산을 다 못 쓰면 이듬해 예산이 삭감되니까 연말에 남은 예산을 집중적으로 사용하려다보니 사업내용 변경 승인이 불가피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농식품부는 사업 집행기관인 한식재단 등이 요청한 내용 변경을 연도 말인 4분기에 대부분 승인했다. 이렇게 해서 사업내용이 변경된 예산이 4년간 약 136억 원. 그럼에도 실제 집행된 예산은 그 절반 수준인 68억여 원에 그쳤다. 당초 세부계획에 없던 사업이 졸속으로 진행되다보니 중도에 엎어지는 등 갖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2010년 말 국회에서 50억 원의 예산을 승인한 ‘뉴욕 플래그십(fiagship) 한식당 개설사업’이 대표적이다. 플래그십은 체험 마케팅 공간을 활용해 특정 브랜드의 이미지와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상징적 홍보용 매장을 말한다. 농식품부에서 수립한 마스터플랜의 주요 내용은 이랬다. ‘민관 공동으로 250억 원을 들여 뉴욕 맨해튼에 있는 110~160석 규모의 식당을 매입한 후 연소득 10만 달러 이상의 고객을 상대로 90달러 내외의 최고급 한정식을 판매한다.’ 그런데 이 사업은 2011년 9월 23일부터 20일간 민간사업자 선정을 위한 공모를 진행한 결과 신청자가 없어 결국 무산됐다. 한식을 통해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는 사업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던 사업이 아무런 후속대책도 없이 흐지부지 끝나버리고 말았다.

감사원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제7조에 따라 40일 이상 공고해야 한다는 규정을 무시하고 20일만 공고해 민간사업자가 제반 요건을 충실히 검토할 수 있는 시간을 주지 않은 점을 사업이 무산된 근본 원인으로 지적했다. 미국 동포사회에서는 이 사업의 실패를 두고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음은 LA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한 교포의 전언이다.

40억 연구용역의 진실

“한국 정부가 미국에 고급 한식당을 낸다고 했을 때 그런 발상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많았다. 고급 한식당이 들어서면 영세한 한식당들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데 누가 환영하겠나. 민간사업자 선정 공고도 20일밖에 내지 않아 모르고 지나친 사람이 많지만, 알아도 엄두를 못 냈을 것이다. 매장 매입에 대한 위험부담도 큰 데다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100억 원을 선뜻 투자할 사업가가 몇이나 되겠나.”

그는 “땅값 비싼 뉴욕 중심가에 플래그십을 낼 게 아니라 미국 여러 곳에 한식 홍보관을 만들어 외국인이 한식을 친근하게 느낄 수 있게 꾸준히 관리하면 동포사회로부터도 환영받고 홍보효과도 좋을 것”이라며 “정운천 당시 한식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여러 관계자가 이런 동포사회의 조언을 듣고 갔는데 왜 반영하지 않고 밀어붙였는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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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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