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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생존설 추적기

1990년 여름, 빈(Wien) 호텔에 나타난 백발 老신사의 정체는?

이승만 前 대통령 양자 이강석 집단자살 미스터리

  • 이성춘│언론인

1990년 여름, 빈(Wien) 호텔에 나타난 백발 老신사의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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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오스트리아 여행 때 만난 사람, 이강석 분명”
  • ● 되짚어본 이기붕 일가 피신 행적과 집단자살
  • ● 국내외 투 트랙(two-track) 비밀 취재
  • ● 이기붕 측근 한갑수 “시신 보러 갔을 땐 이미 입관”
  • ● 자살 현장 수사 및 검시 기록 없어
1990년 여름, 빈(Wien) 호텔에 나타난 백발 老신사의 정체는?

집단자살로 비극의 생을 끝내기 전의 이기붕 일가. 왼쪽부터 장남 강석, 이기붕, 박마리아, 차남 강욱.

대한민국 건국 이래 역대 정권마다 이른바 ‘권력의 2인자’가 있었다. 그들 중 가장 강력한 권력을 휘두른 인물은 누구일까. 단연 이기붕을 꼽아야 할 것이다. 혹자는 1961년 박정희를 도와 5·16군사정변을 일으킨 후 중앙정보부장과 공화당 의장 등으로 오랫동안 권력을 누린 김종필을 들겠지만, 행사한 권력의 질과 내용, 무게와 영향력을 감안할 때 이기붕에겐 미칠 수 없다.

이기붕이 누구인가. 1950년대 집권 자유당의 실력자(중앙위 의장), 이승만 대통령의 후계자, 민의원(국회) 의장, 이른바 ‘서대문 경무대’의 주인으로 이 나라 최고 권부의 정상 바로 밑까지 올라간 실권자였다.

그는 1960년 봄 이승만 대통령후보의 러닝메이트로 부통령선거에 출마, 사상 최악의 부정선거로 당선됐다가 4·19혁명으로 몰락했다. 더욱이 그는 혁명 8일 후 일가족이 집단자살함으로써 과도한 권력욕으로 파멸한 비극의 주인공이 됐다. 이기붕의 장남이자 이승만의 양자인 이강석(당시 23세)은 부모와 남동생 강욱을 권총으로 사살하고 본인도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집단자살 사건을 주도한 이강석이 실제로는 자살하지 않고 비밀리에 목숨을 보전했을 가능성은 없는 걸까. 그가 극적으로 구명돼 극비리에 외국으로 보내져 세계 어디에선가 자신의 모든 것을 철저히 숨기고 살아왔을 가능성은 전혀 없는 것일까.

정광모 선생의 제보

독자는 이기붕 가족이 목숨을 끊은 지 53년이나 지난 지금 왜 새삼 이 문제를, 그것도 이강석의 구명 가능성과 생존설을 제기하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것이다. 필자는 지금부터 20년 전 이강석 구명·생존설을 전해 듣고 놀라움과 호기심에 근 1년 이상 사실 여부를 확인하느라 고심하고 나름대로 전력투구한 적이 있다. 어찌 보면 한낱 ‘기이(奇異)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뒤늦게나마 이 이야기의 입수 경위와 내용을 알리고 싶어 글을 쓴다.

거기엔 두 가지 계기가 있다. 하나는 올해 2월 작고한 저명한 여성 언론인이자 한국 소비자보호운동의 창시자였던 정광모(1929~2013) 선생과의 약속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당시 정 선생으로부터 들은 이강석 생존설 관련 취재 메모를 최근 우연히 발견해서다.

6·25전쟁이 끝난 직후 언론계에 입문한 정 선생은 ‘평화신문’ ‘서울신문’ ‘한국일보’ 기자로 맹활약했던, 당시로선 매우 드문 여성 언론인으로 청와대 출입 여기자 1호였고 한국여기자클럽 초대 회장을 지냈다. 필자는 1960년대 중반 정 선생이 한국일보 정치부 차장이던 시절부터 모시고 함께 일한 적이 있다. 그 후 정 선생이 언론계를 떠나 소비자 보호와 에이즈 예방 및 퇴치 등 사회운동에 전념하는 동안에도 서로 자주 만나 시국 얘기를 나누곤 했다.

필자가 한국일보 논설위원으로 재직하던 1993년 가을 어느 날, 정 선생에게서 급히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단골 식당으로 가니 언제나 쾌활하고 명랑한 그답지 않게 굳은 표정이었다. 정 선생은 “이 위원! 이거 사실로 확인되면 당신은 세기적 특종을 하는 거야”라고 운을 뗐다.

그는 본론을 얘기하기 전에 먼저 세 가지를 반드시 지키겠다는 약속부터 하라고 요구했다. △이 이야기를 취재하는 동안 비밀로 할 것 △이야기를 전한 사람 본인과 그의 형제, 부모에 대해 일절 묻지 말 것 △취재해서 사실로 확인되면 보도하되, 확인이 안 될 경우에도 이야기의 입수 경위 등에 관해선 훗날 자기가 눈을 감은 뒤에야 밝히라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내용이 심상치 않게 느껴지는 데다 기자적 호기심이 발동해 ‘약속 준수’를 다짐한 뒤 귀를 기울였다.

정 선생 얘기의 요지는 ‘이기붕 아들 이강석이 살아 있다’ ‘믿을 만한 사람에게서 이강석을 직접 만났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것이었다. 필자는 정신이 번쩍 들 만큼 놀랐다. 그러면서도 뭔가 허황한 꿈같은 얘기 아닌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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