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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스기 올인’ 정답 아니다

원점 되돌아온 3차 FX사업

  • 이정훈 │편집위원 hoon@donga.com

‘스텔스기 올인’ 정답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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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MB의 널뛰기 안보의식으로 시작된 스텔스기 사업
  • ● 록히드마틴 제시價보다 높게 책정된 3차 FX 사업비
  • ● 美, 전작권 전환 재연기 협조 내걸고 록히드마틴 지원
‘스텔스기 올인’ 정답 아니다

한국 3차 FX사업에서 기사회생한 F-35A. 한국 공군에게 필요한 적정 스텔스기는 몇 대인가.

미래 공군력의 향방을 결정지을 3차 FX(차기 전투기)사업 구매 기종이 세미 스텔스기인 F-15SE로 기울었다가 방위산업추진위(방추위)의 부결로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F-15SE를 제시한 보잉은 입안에 넣었던 고기를 토해야 하는 격이 됐고, 스텔스기인 F-35A를 꺼내든 록히드마틴은 죽다 살아났다.

다시 추진되는 FX사업은 스텔스기 도입을 전제로 할 가능성이 높아 록히드마틴은 ‘위대한 역전승’을 보장받은 셈이 되었다. FX사업을 이렇게 일관성 없이 해도 되는 것일까.

F-35A를 위한 사업?

이 질문을 던진 것은 스텔스기 때문에 대한민국이 록히드마틴에 끌려가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다. 방추위의 부결로 스텔스기 도입이 분명해지면, 3차 FX사업은 유일하게 스텔스기를 내놓은 록히드마틴과 그 뒤에 있는 미국 주도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파는 쪽이 힘을 쓰는 ‘판매자 시장(seller‘s market)’이 형성돼 대한민국은 F-35A를 필요 이상으로 많이, 비싸게 살 수도 있는 것이다.

FX사업을 다시 시작하기에 앞서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부결된 3차 FX사업도 당초 F-35A를 위해 판을 벌였다는 사실이다. 3차 FX는 ‘록히드마틴을 위한, 록히드마틴에 의한, 록히드마틴의 사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록히드마틴은 승리하지 못했다.

이 사업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널뛰기 안보의식’ 때문에 정치적으로 추진된 측면도 있다. 새로 하는 FX사업은 이러한 우(愚)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이명박(MB) 전 대통령은 종종 경제를 위해 안보를 희생시켰다. 대표적인 예가 123층의 제2롯데월드타워 건설 허가다. 이 건물은 공군 성남기지의 주활주로 접근 항로 옆에 건설될 예정이기에 공군이 유사시 작전에 애로가 있다며 강하게 반대해왔다. 그러나 MB는 공군총장을 교체하면서까지 건설 허가를 내주게 했다.

그는 미국에 기대어 ‘안보 무임승차’를 하려는 경향도 드러냈다. 자주국방과는 거리가 먼 행태를 보인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추진한 고고도 무인기 도입에 대해 그는 “전시(戰時)가 되면 미국이 수많은 정찰자산을 보내줄 터인데 왜 사야 하나”라고 반대했다.

그랬던 MB가 180도 달라진 것은 연평도 포격전을 당한 뒤였다. 천안함 사건은 기습이었으니 손쓸 틈이 없었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연평도 포격전은 대낮에, 천안함 사건의 진실을 밝혀낸 다음에 일어났으니 얼마든지 보복할 수 있었다.

보복전은 새로운 공격으로 보일 수도 있기에 대통령의 결심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MB는 결심하지 않았다. 그리고 군인들만 보면 “연평도 포격전 때 왜 공군기를 동원해 보복하지 않았느냐?”고 야단을 쳤다. 군 수뇌부는 말은 안 했어도 ‘대통령이 자기 면피성 발언을 한다’ 여기고 혀를 찼다.

대통령이 역정을 내자 상당수 군 수뇌는 “확전을 막고 우리 군이 피해를 보지 않으면서 보복이나 억제를 하려면 스텔스기가 필요하다”고 보고했다. 이러한 보고가 거듭되자 MB는 지론이던 ‘안보 무임 편승론’을 버리고 스텔스기 도입을 목표로 3차 FX사업을 추진하게 했다.

하지만 그는 재임 중 3차 FX사업을 마무리 짓지 않았다. 이는 3차 FX사업이 스텔스기에 초점을 맞춰 추진되고 있는 데 대한 반발을 의식한, 또 다른 정치적 결정으로 비쳤다.

제시價보다 높았던 사업비

새로운 무기를 도입하려면 먼저 합참이 ‘이러이러한 성능을 갖춘 무기를 도입하려고 한다’는 작전요구성능(ROC)을 만들어야 한다. 스텔스기를 도입하고 싶다면 ROC에 스텔스 기능을 집어넣어야 하는 것이다. 합참이 그런 식으로 ROC를 만들자 일부 국방전문가들과 경쟁사들이 역풍을 만들어냈다. “F-35A는 개발 중인 전투기이고, 완벽한 스텔스기도 아니며, 값도 너무 비싸다”는 등의 반(反)스텔스론을 제기한 것.

반발이 만만찮았기에 합참은 두 차례나 ROC에서 스텔스 조건을 완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것도 안보적 판단이 아니라 정치적 타협으로 무기를 도입하게 된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에 따라 세미 스텔스기인 보잉의 F-15SE는 물론 비(非)스텔스기인 유럽 EADS의 유로파이터 타이푼도 ROC를 만족시켜 경쟁하게 되었다. 이는 경쟁을 유도해 F-35A의 가격을 낮추려는 의도였으니 무조건 잘못된 결정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과도하게 ROC를 낮춰 결과적으로 스텔스기 탈락을 초래했다면 잘못이다.

한국은 스텔스기를 운영해본 적이 없어 스텔스기의 가격을 알지 못했다. 이 때문에 참여 예상 회사에 가격을 포함한 정보를 보내달라고 요청(RFI)했다. 그리고 답변서를 받아 비교해보니 예상을 깨고 록히드마틴이 제시한 가격이 가장 낮았다. 방사청은 3개사가 보내온 가격의 평균치를 내고, 협상 시 우리가 깎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을 덜어낸 후 8조3000억 원을 예상 사업비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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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편집위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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