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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연재 | 동정민 기자의 ‘여기는 청와대’

연설문에 방문국 속담 직접 넣고 의전·발언 순서도 숙지

박 대통령 해외 순방 뒷이야기

  • 동정민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ditto@donga.com

연설문에 방문국 속담 직접 넣고 의전·발언 순서도 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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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인 삼권분립의 눈으로 보면 청와대는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의 거처에 불과하다. 그러나 5년 단임 대통령제라는 한국 정치의 특성상 청와대엔 행정부 수반 그 이상의 권력이 집중돼 있다. 공직사회는 물론 한국 사회 전체가 청와대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그 때문이다. 청와대는 흔히 구중궁궐에 비유된다.
  • 시내에서 한 걸음 떨어진 산자락에 위치한 탓도 있지만, 경호 문제 등으로 일반 국민과의 접촉면이 극히 좁기 때문이다.
  • 대한민국 권부의 심장 청와대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 동아일보 정치부에서 청와대를 출입하는 동정민 기자가 가까이에서 지켜본 청와대의 생생한 모습을 전한다. <편집자>
연설문에 방문국 속담 직접 넣고 의전·발언 순서도 숙지

박근혜 대통령이 11월 6일(현지 시각) 로저 기퍼드 런던시티 시장 주최로 열린 길드홀 만찬에 참석하기 위해 차에서 내리다 한복 치맛자락에 발이 걸려 넘어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11월 6일 영국 순방 때 런던시티 시장 주최 만찬장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다가 넘어지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화제가 됐다. 국내 언론들은 박 대통령이 깜짝 놀라 달려온 런던 시장 내외에게 “드라마틱한 입장”이라고 재치 있게 말한 데 비중을 뒀지만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들에게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박 대통령은 차에서 내리다 긴 치마에 다리가 걸려 오른쪽으로 완전히 넘어졌고, 혼자서 일어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의전과 경호에서 큰 허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됐다.

박 대통령이 탄 벤틀리 차량은 차 문턱이 높아 긴 한복 치마를 감안하면 내릴 때 치맛자락에 발이 걸려 넘어지는 상황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게다가 비가 내린 직후라 바닥도 미끄러웠다. 하지만 사전에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대통령에게도 언질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의전과 경호팀이 사전에 현지답사를 했으면 사고를 예상해 차에서 편하게 내려올 수 있게끔 단상을 준비하거나 바닥의 물기를 닦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경호팀은 대통령이 넘어진 순간에도 한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물론 경호원이 대통령 옆에 붙어 있지 않는 게 정해진 의전이었다지만, 대통령이 넘어지는 돌발상황에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은 건 문제가 있다는 얘기였다.

대통령의 해외 순방은 이처럼 긴장의 연속이다. 국가를 대표하는 ‘별’들이 만나는 자리이기에 일정은 분(分) 단위로 짜이며 돌발변수도 수시로 발생한다. 국민에겐 대통령 한 명만 보이지만 그를 보좌하는 수백 명의 물밑 노력이 있어야 한다.

미국이냐, 중국이냐

박 대통령은 11월 초 6박8일간의 서유럽 순방을 끝으로 올해 예정된 모든 해외 순방을 마무리했다. 취임 첫해인 올해 미국, 중국, 러시아 등 9개국을 5차례 순방을 통해 다녀왔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다자회의에 5차례 참석했으며, 18개국 정상과 양자회담을 했다.

박 대통령은 퍼스트레이디 시절부터 몸에 밴 외교 리더십과 뛰어난 어학 실력 등으로 순방을 다녀오면 지지도가 오른다는 평가를 받았다. 상대국 정상들도 동북아시아 최초의 여성 대통령에 대한 선망에다, 한국전 참전국 기념비 참배와 해당 국가에 대한 원조 강화 등 마음을 얻는 외교에 높은 점수를 줬다.

그러나 화려한 외양에 비해 손에 잡히는 성과는 많지 않았다는 평가도 있다. 각국 정상회담 때마다 10개 안팎의 양해각서를 체결하거나 각종 분야에서 차관급·장관급 회의를 신설했는데, 양해각서가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거나 각종 회의를 통해 성과가 도출돼야 하는 숙제가 남았다.

대통령의 순방국은 적어도 석 달 전에는 정해진다. 어느 나라를 순방하느냐에 정치적 함의가 담겨 있기 때문에 순방국 결정은 매우 신중하게 진행된다. 올해 1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참모들은 취임 후 미국과 중국 가운데 어느 나라를 먼저 방문할지를 두고 의견이 갈렸다.

관행에 따라 취임 후 가장 먼저 전통적 최대 우방국 미국을 가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중국 우선론도 급부상했다. 남북 문제를 푸는 데 가장 많은 협조가 필요한 국가인 데다 세계 제1의 교역대상국으로 자리 잡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명박 정부 때 미국 외교에 치중해 중국 소외론이 커졌던 데다 중국 시진핑 시대가 새로 열리는 만큼 관계를 잘 터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지난해 시진핑 국가주석이 박 대통령을 3차례나 초청했는데도 총선과 대선 일정상 중국에 한 번도 가지 못한 점, 인수위 시절에도 주변 4강 중 중국이 가장 강력하게 방중을 요청한 점 등도 감안됐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첫 순방지로 미국을 택했다.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북핵 위협이 커지면서 불거진 전쟁 위기론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결국 전쟁이 나면 누가 우리를 도와줄 것인가”라는 질문 앞에서 중국보다는 미국으로 힘이 쏠렸다.

박 대통령은 9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 참석 직후 곧바로 독일을 방문해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만나고 싶어 했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해 대선 경선 때 박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서한을 보내고 박 대통령은 가장 친한 국가 리더로 메르켈 총리를 꼽는 등 두 지도자는 서로 각별한 애정을 보여왔다. 그러나 9월 말 예정된 독일 총선 일정 때문에 독일 측에서 도저히 잘 대접하기 어렵다는 뜻을 전해오면서 결국 무산됐다.

꼼꼼한 대통령

박 대통령은 올해 휴가 구상 때 ‘세일즈 외교’를 테마로 정한 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순방국으로 직접 선택했다. ‘포스트 브릭스(BRICs)’라 불리는 이 나라들이 세일즈 외교의 성과를 가장 먼저 낼 수 있는 곳이라고 여겼기 때문.

영국은 박 대통령 당선 직후인 1월에 이미 여왕이 국빈 초청의 뜻을 전달해왔다. 올해 마지막 순방인 영국의 국빈 방문 일정은 그 어떤 순방국보다 가장 먼저 예고돼 있었던 셈이다.

청와대는 대통령 순방 3~4주 전에 선발대가 해당 국가를 방문해 대통령의 일정과 동선(動線), 기자들의 숙소 등을 해당 국가 정부, 현지 한국대사관 및 문화원 등과 협의해 결정한다. 선발대는 경호와 의전, 부속실, 춘추관 멤버 등 20명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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