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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 안철수-민주당 통합

이념정치에서 현실정치로 단단하고 통 큰 리더십이 관건

시험대 오른 안철수 새정치

  • 이철희 |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이념정치에서 현실정치로 단단하고 통 큰 리더십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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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름당 당수’ 안철수가 땅으로 내려왔다.
  • 민주당과의 전격 통합은 이념정치에서 현실정치로의 전환이다.
  • 새 정치는 그것을 표방한 당사자가 실천해야 비로소 존재한다.
  • 몇 차례의 기회를 놓치며 ‘정치적 아이돌’에 머물던 그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단단하고 통 큰 리더십이다.
이념정치에서 현실정치로 단단하고 통 큰 리더십이 관건

3월 2일 신당 창당을 선언한 김한길 민주당 대표(오른쪽)와 안철수 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

2011년 하반기부터 2014년 현재까지 한국정치를 상징하는 인물을 꼽으라면 안철수이지 않을까. 알다시피 그 시기의 승자는 박근혜 대통령이다. 대통령이 되기 전에도 박근혜라는 정치인이 부동의 강자, 가장 확실한 상수였다면 안철수는 갑자기 등장한 혜성 같은 변수였다. 게다가 풍운을 몰고 다니고, 새로운 변화를 상징하는 점에서 그는 승자보다 더 대중적 관심을 받는 대상이었다. 비유하자면, 박근혜 대통령이 리더였다면 안철수는 스타였다.

안철수 또는 ‘안철수 정치’를 지켜보면서 드는 느낌 중 하나는 전례가 없다는 점이다. 정치권 밖에서 어느 날 갑자기 정치적 존재로 등장한 인물 중에서 그처럼 높은 대중적 인기를 누린 사람은 지금껏 없었다. 우리 정치사에서 심심찮게 스타가 등장했지만 인기도의 높낮이에서 누구도 안철수에는 문자 그대로 족탈불급(足脫不及)이다.

또 하나, 그의 인기가 계속 유지되는 지속성이다. 통상의 정치문법으로 볼 때 그의 행보는 좋게 보면 추상적이고, 나쁘게 보면 애매모호하다. 특별히 안철수가 일궈낸 성과라고 할 만한 것도 없다. 그래서 어느 때부턴가 여론조사 전문가나 정치평론가들은 안철수가 누리는 인기는 조만간 거품이 빠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곤 했다. 그러나 그런 전망은 어김없이 빗나갔다. 그는 지금도 지지율 면에서 불가사의한 안정성을 누린다.

아무도 모르는 세 가지

지난 대선에서 지지한 후보를 기준으로 유권자를 분류한다면,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던 48%의 국민은 박근혜 대통령이 누리는 60% 안팎의 지지율에 의구심을 표한다. 여러 조사에서 확인되는 지지율 수치이니 대놓고 부정은 못해도 내심 신뢰하지 못하겠다는 태도를 취한다. 이들의 눈에는 반복되는 인사 실패, 국정원의 선거개입 등이 두드러지게 보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인기를 ‘합리적으로’ 이해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반면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던 51.6%의 국민은 반대로 안철수의 높은 인기에 반신반의한다. 그냥 곱상한 외모에 강한 포스가 느껴지지 않는 일종의 정치적 ‘엄친아’에게 왜 대중이 그토록 마음을 주는지 그들로선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새정치를 외치지만 아직 그 실체를 알기 어렵고, 새정치답지 않은 짓도 많이 하는 데 주목하는 사람들에게 안철수의 인기는 ‘상식적으로’ 수긍하기 어렵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높은 인기도, 안철수의 높은 지지도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어차피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게 인지상정인지라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그것이 불편할 따름이다. 흔히 아무도 모르는 세 가지(‘아모세’)로, 박근혜 대통령의 창조경제와 안철수의 새정치, 그리고 김정은의 속마음을 꼽는다. 필자가 모 방송에서 처음으로 언급한 이 ‘아모세’에 대해 지금도 많은 분이 공감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나 안철수 의원에게 불만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아직 희망을 걸거나 기대를 품고 있다는 얘기다. 안철수의 새정치를 평가·전망할 때에도 이 점을 인정하는 게 필요하다.

안철수의 트레이드마크는 새정치다. 일부에서 새로움의 ‘새(新)’가 아니라 날아다니는 ‘새(鳥)’를 뜻하는 것으로 비아냥대기도 하지만 보통 사람들에게 인식된 새정치는 낡은 정치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흔히 저잣거리에서 듣는 말 그대로 허구한 날 쌈박질만 하면서 나랏돈 축내는 정치인을 한편으로 하고, 스스로 자수성가한 데다 IT라는 새로운 업종에서 성공했고 전혀 싸울 것 같지 않은 곰살궂은 캐릭터를 다른 한편으로 하는 대립 구도에서 전자는 현실·환멸이고, 후자는 기대·열망이다.

이 구도에서 보면, 안철수란 인물이 살아온 이력도 신선했기에 그가 내건 새정치의 기치도 그의 이미지에 잘 부합했다. 하나의 기획으로 친다면 괜찮은 수작이라 하겠다. 한국 정치에서 유권자가 끊임없이 갈구해온 것이 새로움이다.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새로움에 대한 목마름이 더 심했는데, 마침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스펙을 갖춘 인물 안철수가 딱 등장했다. 그뿐인가. 서울시장선거와 관련해 50%의 지지율을 가진 사람이 5%의 인물에게 간단하게 양보했으니 그 새로움의 정도는 매우 강렬할 수밖에 없었다.

안철수의 실수

안철수는 지금까지 몇 번의 기회를 놓치거나 실수를 했다. 우선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양보하지 않았어야 한다. 민주화 이후 6명의 대통령을 배출했는데, 그들은 모두 예외 없이 정치적 리더십을 대중적으로 검증받는 과정을 거쳤다. 즉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해 스타가 되고, 그 인기를 바탕으로 후보가 되고, 마침내 대통령이 되는 ‘압축정치’는 불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서울시장으로서 자신의 능력과 정책을 펼쳐 보이면서 시민의 평가를 받는 과정을 거쳤더라면 지금보다는 훨씬 수월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서울시장에 당선되고 시장직을 수행하면서 그에게 향했던 대중적 열망이 식었을 수도 있다.

두 번째는 2012년 총선 전이다. 당시 새롭게 출범한 민주통합당은 여러 세력이 합치는 통합효과, 2012년 1월 15일 전당대회에서 한명숙 전 총리를 대표로 선출하는 이벤트 효과 등을 통해 정당 지지율에서 새누리당을 추월하는 등 분위기가 좋았다. 그러나 당시 통합은 혁신 없는 통합이었다. 또 새누리당을 재편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에 맞서 싸울 민주당의 얼굴이 없었다. 나중에 야권의 후보가 되는 문재인도 아직 힘이 많이 부족했다. 게다가 부산 선거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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