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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평련’과 새정치연합 사전 조율 ‘친노 견제’ 권노갑의 막후 중재

대선 판도 바꾼 ‘깜짝쇼’ 내막

  • 송국건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민평련’과 새정치연합 사전 조율 ‘친노 견제’ 권노갑의 막후 중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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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민주당 ‘수도권 약세’와 새정치연합 ‘인물난’ 공감
  • ● 안철수, 최선 대신 차선으로 대권 근접
  • ● 새누리당, 친박 핵심 5인이 신당 출범 대비
‘민평련’과 새정치연합 사전 조율 ‘친노 견제’ 권노갑의 막후 중재

3월 5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과 새정치연합 양측 지도부의 첫 연석회의에서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안철수 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에게 손을 잡자고 말하고 있다. 왼쪽부터 새정치연합 윤여준 의장, 민주당 신경민 최고위원, 안 위원장, 김 대표,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 새정치연합 박호군 공동위원장.

3월 2일 일요일 오전 10시 국회 사랑재.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의 공동 기자회견이 열렸다. 두 사람은 “거짓의 정치를 심판하고 약속의 정치를 정초하기 위해 양측의 힘을 합쳐 신당을 창당하기로 했다”고 선언했다. 물론 기초단위 선거 무공천 계획도 밝혔지만 매머드급 신당 창당 발표에 묻혔다.

6시간 30분 만의 전격 합의?

현장에 있던 민주당 당직자는 “충격 받았다. 환영한다”고 했다. 새정치연합 측 인사는 “당혹스럽다”고 했다. 그만큼 김 대표와 안 위원장의 신당 창당 발표는 핵심 참모들조차 모르게 극비리에 추진됐다.

2월 28일 오후 4시, 국회 본회의 도중 김 대표가 느닷없이 민주당 최고위원들을 여의도의 한 호텔로 불러 모았다. 그 자리에서 “2012년 대통령선거 때 문재인 후보가 약속한 대로 기초선거에서는 공천을 하지 않기로 하자”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최고위원들도 반발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그 직후 김 대표는 안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새정치연합이 먼저 선언한 기초단위 선거 무공천에 민주당도 동참하겠다고 밝히고 회동을 제안했다.

두 사람은 다음 날인 3월 1일 오전 만나 2시간 30분가량 이야기를 나눴다. 통합을 위한 일종의 탐색전이었다. 이어 같은 날 저녁 다시 만난 두 사람은 4시간가량의 숙의 끝에 2일 새벽 0시 40분쯤 ‘제3지대 신당’ 창당을 통한 두 세력의 통합에 전격 합의했다. 김 대표는 오전 9시 긴급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신당 창당 안건을 상정해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그 시각 안 위원장은 극히 일부의 핵심 참모들에게만 김 대표와의 합의 내용을 알렸다. 두 사람은 한 시간 뒤 밝은 표정으로 사랑재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깜짝 발표를 했다.

이 대목에서 여의도 정가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은 일제히 의문을 제기했다. 야권의 지형을 바꾸는 매우 중요한 일을 두 사람이 두 차례에 걸친 6시간 30분 동안의 만남에서 전격 결정했을까? 필자의 확인 요청에 두 사람의 핵심 측근들조차 “나도 기자회견 자리에서 들었다”거나 “들려줄 말이 없다”고 이구동성이었다.

하지만 통합을 위한 막후 조율 과정은 분명히 있었다. 김 대표와 안 위원장이 불과 이틀 만에 의기투합해 전격적으로 합의를 이뤘다는 건 정치 현실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금도 야합(野合) 논란이 있는 1990년 3당 합당은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통합을 보는 데 유효한 잣대를 제공한다. 일반 국민의 눈에 비친 3당 합당은 1990년 1월 22일 하루 종일 함박눈이 쏟아지는 가운데 민주정의당 총재인 노태우 대통령, 김영삼 통일민주당 총재, 김종필 신민주공화당 총재 세 사람이 청와대에 모여 거의 9시간 넘는 담판을 거쳐 극적 합의를 이룬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3당 합당의 실무 주역인 박철언 전 의원(당시 정무장관)의 회고록 ‘바른 역사를 위한 증언’에 따르면 3당 합당을 위한 본격적인 접촉과 지루한 밀고 당기기는 이미 1988년 여름부터 시작됐다. 즉 1년 반이 넘는 기간에 분위기를 조성하고 서로의 이해타산을 맞추며 통합이라는 최종 목표를 향해 거의 쉼 없이 움직였던 셈이다.

취재 결과, 이번에도 야권 신당 창당 선언이 있기까지 김 대표와 안 위원장이 꽤 오래전부터 막후에서 통합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해왔다는 정황이 속속 포착됐다. 연결고리는 6·4 지방선거였다.

김 대표는 야권이 갈라지면 서울시장, 인천시장, 경기도지사선거를 비롯한 수도권에서 새누리당을 이기기 어렵다는 판단을 했다. 민주당이 참패할 경우 ‘책임론’이 일어 당의 주도권을 다시 ‘친노(친노무현)’ 세력에게 내줘야 한다는 절박감도 생겼다.

안 위원장은 지방선거에 내세울 마땅한 인물들을 찾지 못해 고심 중이었다. ‘새 정치’를 표방하며 세력화를 시도했지만 현실적 한계를 절감했다. 차라리 호랑이굴에 들어가 호랑이를 몰아내고 기존의 정치 인프라를 활용해 새 정치를 실천하면 된다는 생각을 했다.

두 사람의 이해관계는 맞아떨어졌다. 문제는 안 위원장에게 줄 명분이었다. ‘새 정치’가 존재의 이유인 안 위원장이 아무런 명분도 없이 민주당과 통합하면 ‘구태 정치’ ‘정치 야합’이란 비판을 받을 게 뻔한 까닭이다. 그런데 명분을 찾았다. 기초선거 정당공천 배제였다.

안 위원장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신당 창당 배경에 대해 “민주당이 지향하는 혁신안을 수용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김 대표께서 정치적 불리함을 감수하고 무공천이라는 결단을 내렸다. 이는 약속을 지키는 정치를 실제로 국민에게 보여준 커다란 첫걸음이다. 이번을 계기로 신당에서는 계속적인 정치혁신, 국민을 위한 통합정치를 하겠다는 약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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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국건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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