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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철수·한길·재인이 짜고 친 고스톱”

새정치연합 ‘무공천 철회’ 秘스토리

  • 송국건 |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철수·한길·재인이 짜고 친 고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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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안철수, 여론조사 중 문재인에 “수습 고맙다”
  • ● 김한길, 조사 여부와 방법 문재인과 상의
  • ● 안철수, ‘무공천 철회’ 유도질문 묵인
  • ● 지방선거 패배 책임론 차단
“철수·한길·재인이 짜고 친 고스톱”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새정치민주연합은 4월 10일 국민 여론조사와 전 당원 투표를 통해 6·4 지방선거 기초단체장-의원 선거 무공천 방침을 철회했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무공천을 명분으로 민주당과 합당해 새정치연합을 만들었다. 그런데 합당에 사인한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무공천을 철회하는 ‘허무 개그’를 연출한 것이다.

“안철수가 대통령 되면…아찔하다”

이렇게 되자 창당 주역인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덩달아 안 대표의 존재 이유인 ‘새정치’가 자취를 감췄다. 상당수 여의도 사람은 “안철수가 무슨 새정치를…개뿔…”이라고 서슴없이 비아냥댄다. 이들은 안 대표가 차기 대권주자로서 치명상을 입었다고도 평한다.

새누리당 측은 2011년 9월 서울시장 후보 양보, 2012년 11월 대선후보 사퇴, 올해 3월 독자 신당 포기에 이은 4번째 ‘철수(撤收)’라고 규정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렇게 식언(食言)을 밥 먹듯 하는 분이 대통령이 되면 나라꼴이 어떻게 되겠나. 북한, 일본, 중국, 미국 틈바구니에서 버텨낼 수 있겠나. 아찔하다”고 말했다.

반면 창당 과정에서 소외됐던 문재인 새정치연합 의원은 다시 떴다. 무공천 철회 결정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 의원은 2012년 민주당 대선 후보 시절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마찬가지로 무공천을 공약했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수도권과 호남권 출마자들이 “왜 우리 당만 무공천 하냐”며 반발하자 문 의원은 ‘당론 재결정’ 필요성을 제기해 결과적으로 관철시켰다.

정가에선 “‘김한길·안철수 대(對) 문재인’의 힘겨루기에서 문재인이 승리했다”는 말이 나왔다. 나아가 “김·안 공동대표가 이끄는 새정치연합의 신(新)주류가 창당 2주 만에 문 의원과 친노(친 노무현) 세력의 기습공격에 당했다”는 언론 보도도 잇따랐다. 새정치연합의 양대 세력이 기초선거 공천 여부를 빌미로 내전을 치렀고 친노가 신주류를 제압했다는 해석이었다.

그러나 취재 결과, 이런 관측과는 반대의 내용이 잡혔다. 이번 기초선거 무공천 철회 과정에서 양측 간 대치는 별로 없었다. 부분적인 신경전은 있었지만 김·안 공동대표의 ‘무공천’과 문 의원의 ‘공천’이 정면충돌하지 않았다. 오히려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이미 김·안 공동대표와 문 의원 사이에 긴밀한 교감이 있었고 이심전심으로 결론을 낸 측면이 짙었다. ‘고스톱은 원래 3명이 치는데, 이번 무공천 철회는 안철수, 김한길, 문재인이 짜고 친 고스톱’이라는 정황이 감지됐다.

새정치연합의 기초선거 무공천 결정은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지난 2월 초 새누리당이 공천을 결정한 이후 새정치연합 내에선 여러 갈래의 논란이 있었다. 그런데 4월 4일 안 대표는 청와대를 불쑥 찾았다. 안 대표는 기초선거 무공천 공약에 대한 견해를 듣겠다며 박근혜 대통령 면담을 신청했다가 거절당하자 답변을 7일까지 달라고 요구했다. 청와대 측은 “국회에서 논의하라”고 했다. 안 대표는 8일 기자회견을 열고 “기초선거 무공천을 둘러싼 당 안팎의 논란에 종지부를 찍겠다. 당원과 국민의 뜻을 다시 묻겠다”고 했다.

새정치연합은 서둘러 이석현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국민여론조사관리위원회를 꾸렸고, 9일 하루 동안 전 당원 투표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실시한 뒤 10일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무공천 철회 결론을 내렸다. 이날 안·김 공동대표도 견해를 발표했다.

각본대로 실행?

사전에 시나리오를 짠 듯 4~10일까지의 무공천 철회 행보가 일사천리였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대통령에게 면담 요청하고, 그쪽에서 당연히 거절할 거고, 한 번 더 면담 요청하고, 그쪽에 며칠 답변 기간을 주고, 그쪽에서 또 거절할 거고, 대통령도 거절하니 그걸 명분 삼아 우리도 국민 뜻 묻겠다고 하고, 여론조사하고, 다음 날 조사 결과 발표하고…. 이런 식으로 각본을 짜서 그대로 실행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이들의 공개 행보에 문 의원은 끼어들지 않았다. 다만 문 의원은 3월 24일 부산지역 언론사 정치부장단 오찬간담회에서 “기초선거 무공천 방침에 대해 당원들의 의견을 다시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물밑 움직임은 이와 달랐다. 안·김 공동대표는 공천 여부를 묻는 국민 여론조사 및 당원투표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문 의원과 심도 있게 상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안철수 대표가 “국민과 당원의 뜻을 다시 묻겠다”고 선언한 전날인 4월 7일 김 대표는 서울시내 모처에서 문 의원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김 대표는 자신과 안 대표가 기초선거 공천 문제에 대해 논의한 내용을 설명하고 문 의원의 의견을 들었다.

이런 사실은 문 의원의 핵심 측근인 윤호중 의원이 기자와의 통화에서 기초선거 무공천을 둘러싼 새 지도부-친노 갈등설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확인됐다. 윤 의원은 김·안 공동대표와 문 의원 사이에 3각 회동을 통한 직접 대화가 있었다고 전했다. 다음은 윤 의원과의 대화 내용이다.

▼ 기초선거 무공천 파기 과정에서 당내 두 세력 간 파워 게임이 있었나요?

“그런 일 없었어요. 언론에서 마치 김한길·안철수 대 문재인이 정치게임을 벌인 것처럼 보도하던데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친노가 이겼다’는 식의 표현도 틀렸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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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국건 |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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