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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민 기자의 여기는 청와대

수첩인사 고갈, ‘미래권력’ 배제 검증 문턱 높아 외부 수혈 난망

해법 없는 대통령 인사 스타일

  • 동정민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ditto@donga.com

수첩인사 고갈, ‘미래권력’ 배제 검증 문턱 높아 외부 수혈 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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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단행한 개각에서 관료 출신의 숫자를 대폭 줄였다.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관료들에 대해 느낀 엄청난 실망감이 이번 인사에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수첩인사 고갈, ‘미래권력’ 배제 검증 문턱 높아 외부 수혈 난망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세월호 참사는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허술한 안전 시스템과 보고 체계, 사법 당국의 무능 등 아쉬운 국면이 많았지만 무엇보다 관료들의 뿌리 깊은 복지부동은 박 대통령에게 큰 실망을 주었다. 그 충격은 청와대와 내각 인사로 이어졌고, 내각에 최경환 의원, 청와대에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안종범 의원을 호출하면서 친정체제 강화로 나타났다.

이번 인사는 박 대통령에게도 큰 변화다.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정부 출범 첫 인선 때 측근들로부터 최경환 대통령비서실장, 안종범 경제수석을 임명하라는 건의를 많이 받았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청와대는 본인이 공약과 국정과제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으니 관료들을 잘 이끌면 된다고 생각했다. 측근들이 요직에 포진할 경우 오히려 ‘실세’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도 한 것으로 보인다.

4선 의원 출신의 박 대통령은 국회의 중요성을 잘 안다. 국회에서 국정과제와 관련한 입법을 제때 처리해주지 않으면 과제 실현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자신의 국정철학을 잘 아는 이들이 국회에서 뒷받침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한 해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원내대표, 안종범 경제수석은 정책위 부의장을 맡아 국회에서 정책 관련 법안을 주도했다.

대통령의 기대와 달리 청와대는 정권 출범 이후 우왕좌왕했다. 대통령과 일해보지 않고 새로 호흡을 맞춘 청와대 정책분야 참모들은 대선 공약을 국정과제화 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집권 초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창조경제와 기초연금 개념을 정확히 잡는 데 6개월 가까운 시간을 보냈다.

세월호 참사 변수가 없었더라도 6·4 지방선거 이후 청와대 개편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측근들을 대거 내각과 청와대로 불러들였다. 5년 단임제에서 한창 일해야 할 집권 2년차를 세월호 참사 문제로 흘려보낼 경우 집권 첫해 터진 미국산 소고기 파동으로 한 해를 날려버린 이명박 정부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총리 인선의 기준

4월 27일 정홍원 국무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이후 청와대는 곧바로 후임 총리와 개각, 청와대 개편 인선 작업에 착수했다. 청와대는 총리 인선의 기준을 세웠다. 국가 개조가 될 만큼 강력한 개혁 이미지를 가진 사람을 1순위로 뒀다. 관료는 애초에 배제했다.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듯 관료 출신은 관피아 척결이 어렵다고 봤다. 학계 출신은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지만 되도록 지양하기로 했다. 행정 경험이 없는 학계 출신은 개혁을 추진력 있게 밀고 나가기에 약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박근혜 정부 요직에 법조 출신이 너무 많다는 평가를 받아온지라 법조인 출신도 가능한 한 배제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새누리당을 비롯해 오피니언 리더들은 한목소리로 안대희 전 대법관을 국무총리로 추천했다고 한다. ‘국민 검사’의 강단 있는 이미지로 개혁을 강하게 추진할 수 있다는 기대감과 대통령에게도 할 말을 할 수 있어 보이는 이미지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 참모는 “세월호 참사만 없었어도 정홍원 국무총리가 최소 2년은 채웠을 것이다. 안 전 대법관이 부담스러운 면도 있었지만 많은 사람의 추천으로 대통령의 결심을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여권 내 차기 대권 주자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안 전 대법관이 잘하면 차기 대권 주자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가졌다. 6·4 지방선거에도 도움이 될 거라고 봤다. 안 전 대법관은 자기 생각은 강하지만 대통령에 대한 애정이 강해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게 내부 판단이었다. 게다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을 체포하면 이후 부정부패 척결을 위한 사정 국면으로 돌입할 수 있다는 점도 검사 출신 총리에 힘이 쏠리는 이유였다.

그러나 안 전 대법관은 낙마했다. 전관예우로 변호사 개업 5개월 만에 16억 원을 번 것은 검증 과정에서 확인했으나 낙마 사유까지는 아니라고 봤다. 국민이 고위직에게 요구하는 수준이 그 정도로 높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것.

안 전 대법관 낙마 이후 후임 총리 선정의 유일한 기준은 검증을 통과할 수 있는 사람으로 맞춰졌다. 새누리당 지도부도 “검증을 통과할 수 있는 사람만 추천해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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