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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진단 | 한국 군대 안전한가

인성검사 받을 사람은 관심병사 아니라 군 수뇌부

병영의 위기, 인간의 위기

  • 김종대 | 군사평론가·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인성검사 받을 사람은 관심병사 아니라 군 수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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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년 전 해병 2사단 총기난사 사건과 유사한 사건이 육군 22사단에서 벌어졌다. 우리나라 최전방에선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
  • 잊을 만하면 이런 끔찍한 사건이 일어나는 이유가 도대체 뭘까.
인성검사 받을 사람은 관심병사 아니라 군 수뇌부
혹자는 징병제의 한국군에서 “그나마 이 정도면 많이 나아진 편”이라며 예전의 군대와 비교하곤 한다. 실제로 김대중 대통령 시절 군에서 사고가 끊이질 않자 국방부는 여야 국방위 의원들에게 과거 1970~80년대 각종 사고 기록을 열람시킨 적이 있다. 매년 1000명 정도 군에서 사망하던 그 시절의 차마 필설로 형언하기조차 어려운 끔찍한 사건 기록을 읽어본 의원들은 “그래도 군이 좋아진 건 사실”이라며 애써 국방부를 두둔하는 태도로 돌아섰다.

병영국가로 유지되던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는 몸 성히 군 복무를 마치고 고향집의 문고리를 잡는 것이 부모에 대한 최고의 효도라고 여겼다. 군에서 죽거나 병신이라도 되면 농촌에서는 커다란 노동력의 상실이었고 집안은 커다란 타격을 입었다. 그에 비해 군의 사망자가 10분의 1 정도로 줄어든 지금의 병영은 과거 기준으로는 천국이나 다름없다.

인간의 기계화

그런데도 지금의 병영이 현대 민주 사회 수준에 맞는 인본주의가 구현된 선진 국방이라고 믿는 국민은 거의 없다. 군도 21개월 복무하는 징집 병사 위주로 운영하는 게 점점 더 힘들어진다고 하소연한다. 군은 발전하고 있지만 국민의 요구 수준과는 점점 더 간격이 벌어지는 것이다. 국민은 이제 일선의 전투원에 대한 생명가치와 개인의 존엄성까지 보장하는 선진형 군대를 요구한다. 그러나 쉽게 변화하기 어려운 보수적 조직인 군은 이에 부응하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특히 남북한 군대가 첨예하게 대치하는 군사분계선(MDL)과 비무장지대(DMZ) 일원에서는 아직도 냉전시대와 다를 바 없는 전근대적 현상이 매일 발생한다. 총기난사 사건은 주로 이런 최전방에서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는 일반 전초(GOP) 요원들 사이에서 일어난다. GOP 경계 임무는 철책의 이상 유무로만 따지는 단순한 근무다. 전방 GOP에 투입된 병사들은 전투장비와 개인장구가 부실하다는 데 놀란다. 또한 부실한 보급과 열악한 주거환경이라는 악조건에 시달린다. 작전환경과 지형 요소, 임무 수행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에 병사의 임무 이해도가 낮다.

철책봉(철책을 지탱하는 기둥)과 철책선의 이상을 점검하기 위한 단순 관찰, 순찰표(전후가 적색과 백색으로 구분된 나무 표지)를 뒤집는 지극히 단순한 과업이 반복된다. 교육이래야 북한군이 침범하거나 북한의 전투기가 침공하면 발포하고 제압한다는 게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여타 특수한 상황과 비상시의 대처 요령에 대해서는 거의 알지 못해 위기 대처 능력이 없는 미숙련 전투원이 대부분이다. 그 외에 교육이라고는 북한에 대한 주적 의식을 고취하는 정신교육 정도밖에 없다.

이런 단순 임무는 사람을 ‘아무 생각이 없게’ 만든다. 창조적 사고력이 점점 소진되는 하나의 기계로 변해가는 것이다. 우리가 전방에서 각종 귀순 사건이나 긴급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의외로 대처가 미숙하고 더딘 모습을 목격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전쟁 없는 DMZ의 지루한 일상

인성검사 받을 사람은 관심병사 아니라 군 수뇌부

6월 28일 GOP 총기난사 사건으로 희생된 장병 5명에 대한 합동영결식에서 오열하는 유가족.

도대체 자신이 왜 이곳에서 근무하는지, 작전의 핵심 목적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함으로써 업무에 수동적이고 체념적으로 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사실이 발견된다. 야간에 밀어내기식 순환 경계에 투입될 때 만일 근무를 태만히 하다가 중대장 순찰 시 적발되거나 뒷조 병사에게 뚫리는 사태가 발생하면 벌을 받게 되거나 간부로부터 사적인 감정 보복을 당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전방의 북한군을 감시하는 게 아니라 간부의 순찰을 감시하면서 “우리의 적은 북한군이 아니라 간부”라는 농담이 널리 퍼졌을 정도다. 규정과 원칙에 충실한 ‘FM’보다는 임기응변에 능하고 요령을 잘 피우는 병사가 인정받는 분위기다.

1992년 전방 3사단에 3인 1조로 넘어온 북한군을 수색대가 계곡으로 몰아넣고 사살해버린 사건이 있다. 이후 3사단의 같은 장소에서 1997년에도 교전이 발생해 북한군이 퇴각한 적이 있다. 이후 전방에서는 지금까지 20년 가까이 총성이 들리지 않는다. 과거 1970년대 남북한 군이 서로의 숙소까지 침입해 테러를 감행하고 귀환하는 일이 간헐적으로 벌어진 것과 비교해본다면 지금의 DMZ는 사실상의 평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3사단, 15사단의 경우 군사적으로 유리한 지형을 확보하기 위해 전방 소초(GP)를 경쟁적으로 상대방에게 근접시키다보니 소초 간 거리가 450m까지 좁혀진 곳이 나타났다. 그만큼 긴장도가 높았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런 사단에서도 남북한 군이 교전을 벌였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어차피 북한군이 넘어오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근무자들은 전방이 아닌 후방의 간부 순찰을 감시하는 데 치중하게 된다. 그것도 아니라면 아예 총을 내려놓고 여름에는 녹초를 제거하고 겨울에는 눈 치우는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간헐적으로 북한이 “정전협정 백지화”를 선언하며 DMZ에 상당수의 병력을 투입해도 이제는 우리 군이 놀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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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 군사평론가·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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