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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해부 | 재계 ‘관피아’

다섯 명 중 한 명 퇴직 공직자 법원·검찰·국세청 등 권력기관 출신 다수

<최초공개> 상장기업 1738개사 사외이사 3401명 전수조사

  • 김유림 기자 | rim@donga.com 구자홍 기자 | jhkoo@donga.com

다섯 명 중 한 명 퇴직 공직자 법원·검찰·국세청 등 권력기관 출신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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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퇴직 공직자 재취업 창구, 기업 방패막이 구실
  • ● SK· 롯데 > 현대차 > 삼성 順
  • ● 법원·검찰 244명, 국세청 129명, 청와대 47명, 감사원·금감원 각 30명, 공정위 29명
  • ● 정권 출범 직후 대통령직인수위 출신도 영입
다섯 명 중 한 명 퇴직 공직자 법원·검찰·국세청 등 권력기관 출신 다수

3월 14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제45기 정기 주주총회.

우리나라에 사외이사 제도가 본격 도입된 것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다.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게 된 주 원인으로 상장기업의 도덕적 해이가 지적되자, 기업 활동을 견제할 ‘독립적 감시자’로서 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한 것. 사외이사에 최대주주나 사내이사의 배우자, 직계존비속 등 회사의 이해관계를 함께하는 사람은 선임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독립성을 보장했다.

그러나 제도 도입 15년이 지난 현재까지 사외이사 제도의 실효성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사외이사가 전문지식이나 능력 없이 ‘거수기’ 구실을 한다거나, 경영진과 친분관계가 있거나 정부와 가까운 인물이 사외이사에 임명돼 ‘방패막이’ 노릇을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전관예우’를 받을 수 있는 고위 공직자 출신의 재취업 통로로 활용된다는 비판도 많았다. 최근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는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가 현대엘리베이터와 삼성생명 등 대기업 사외이사로 재직하며 이사회 참석은 소홀한 반면, 고액의 수당만 챙겼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기업으로 간 관료들

공직자가 퇴직 후 기업 사외이사로 진출했다고 해서 이들 모두를 ‘관피아’로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최근 재계에서는 사외이사가 기업의 투명 경영 확보라는 제도 도입 취지와 동떨어져 퇴직 관료들의 재취업 통로 구실을 한다는 비판 여론이 높다.

신동아는 국내 상장사 1738곳(2013년 12월 31일 기준)의 사외이사를 전수 조사했다. 그 결과 507개사에 공직자 출신 사외이사가 포진했고, 전체 사외이사 3401명 중 773명(22.7%)이 공직자 출신인 것으로 확인됐다. 상장사 사외이사로 진출한 퇴직 공직자 가운데에는 법원과 검찰, 국세청 등 권력기관 출신의 비중이 높았다. 검사와 판사 등 사법기관 출신이 244명으로 가장 많았고, 국세청 출신이 129명으로 뒤를 이었다. 기업들이 권력기관에서 퇴직한 고위 공직자를 선호하는 이유는 뭘까. 한 재벌 전문가는 ‘두 가지 이유’를 꼽았다.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사법기관 출신에 대한 전관예우가 남아 있다. 사법기관 고위직 출신 인사를 사외이사로 인연을 맺어 필요할 때 조언을 받거나 사건을 의뢰하는 경우가 있다. 또 다른 이유는 일종의 보험 성격으로 기업이나 오너에게 닥칠 위험을 사전에 예방하는 효과를 기대하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

사법기관 출신 사외이사 가운데는 이귀남(GS), 김성호(BS금융지주), 송정호(고려아연) 등 법무부 장관 출신과 정상명(아이에스동서, 화진), 김종빈(동양강철, 씨제이오쇼핑), 송광수(두산, 삼성전자) 전직 검찰총장 등 고위직 인사가 많다. 부장검사 또는 평검사, 판사 출신 사외이사도 적지 않다.

사법기관 출신 다음으로 많은 사외이사를 배출한 곳이 국세청이다. 이는 기업이 ‘세금’ 문제에 민감한 현실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많다. 국세청 출신 사외이사로는 손영래(삼천리) 전 청장과 오대식(SK텔레콤), 전형수(이마트), 윤종훈(한국공항) 등 서울지방국세청장 출신 등 고위직 비중이 높다.

국세청 출신 사외이사 가운데는 법무법인(로펌)의 고문이 눈에 띈다. 노석우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은 법무법인 바른의 고문과 계룡건설산업 사외이사이고, 정병춘 전 국세청 차장은 법무법인 광장 고문과 롯데하이마트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사법기관, 국세청에 이어 다수의 사외이사를 배출한 부처는 감사원,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등이다. 감사원과 금융감독원 출신이 각 30명, 공정거래위원회 출신은 29명에 달한다. 김종신 전 감사원 감사위원(차관급)은 신세계 사외이사와 OCI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정태철 전 부원장보(키움증권), 김동원 전 부원장보(메리츠금융지주), 박찬수 전 변화추진기획단장(대신증권) 등 금융감독원 출신 인사들은 주로 증권, 보험사 등 금융업계에서 사외이사로 활약한다. 한편 손인옥 전 부위원장(신세계), 강대형 전 부위원장(롯데제과), 허선 전 사무처장(롯데하이마트) 등 공정거래위원회 출신 인사들은 주로 리테일 업계 사외이사로 간 것이 눈에 띈다.

‘권력의 정점’이라 볼 수 있는 청와대 비서실 출신 사외이사는 47명이다. 법무부 차관을 지낸 정동기 전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롯데케미칼), 기획예산처 장관을 지낸 박봉흠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SK가스), 최중경 전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효성) 등이 현재 기업 사외이사로 활동한다. 대부분 재계 순위 30위 내 대기업 사외이사직을 수행한다.

장·차관 출신 사외이사도 눈에 띈다. 장관 출신 사외이사는 29명. 6·4 지방선거 부산시장에 출마하기도 한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부산은행의 지주회사인 BS금융지주 사외이사를 맡은 바 있고, 김영주 전 산업자원부 장관은 SK에너지를 거쳐 SK이노베이션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임인택 전 건설교통부 장관은 아시아나항공 사외이사를 맡은 바 있다. 차관 출신 사외이사는 50명. 수출입 화물·항만하역 전문 업체인 선광 사외이사를 맡은 전승규 전 한국선급 회장이 해양수산부 차관 출신이다.

다섯 명 중 한 명 퇴직 공직자 법원·검찰·국세청 등 권력기관 출신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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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림 기자 | rim@donga.com 구자홍 기자 |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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