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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를 버려야 미래가 있다

수교 50년 한일관계 해법

  • 심규선 | 동아일보 대기자 ksshim@donga.com

‘향수’를 버려야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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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은 예전 일본과의 관계에 대한 향수를 버려야 한다.
  • 이제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던 그런 허약한 나라가 아니다.
  • 좀 더 당당해져야 한다. 우리가 양보할 수 없는 영토 역사 문제 등은 끝까지 추궁하되, 일본이 결정할 수 있는 헌법 개정이나 집단자위권 확보 등은 인정해야 한다.
‘향수’를 버려야 미래가 있다

2014년 11월 13일 미얀마 네피도 미얀마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3(한중일) 정상회담 참석자들. 왼쪽 두 번째부터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박근혜 대통령,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 리커창 중국 총리.

한일관계가 매우 안 좋다.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1973년 8월 김대중 씨 납치사건 이래로 최악이라고 말하는 전문가가 많다. 그러나 그때와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 김대중 납치사건은 돌발사건이었고, 한국 측이 일방적으로 일본의 주권을 침해한 것이어서 한국의 사과 수위만이 문제였다. 실제로 이 사건은 한국이 사과하고 일본이 더 문제를 삼지 않으면서 미봉됐다.

지금은 어떤가. 양국의 불편한 관계는 돌발사건이 아니라 고착 상태로 접어들었고, 어느 일방의 잘못이라고 하기 어려운 데다, 해결 방안도 찾기 힘들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 심각하다. 2015년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앞두고 학계와 언론계에서는 한일 간의 교착상태를 어떻게 풀지를 놓고 이런저런 심포지엄이나 토론회 등을 열지만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한다. 정치가 얼어붙으니 정부 레벨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한일관계를 어떻게 풀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전에 먼저 언급해둬야 할 것이 있다. 한국에서는 ‘한일관계를 푼다’는 의미를 일본의 양보를 통해 예전 상태로 되돌리는 것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런 일은 힘들 것이다. 최근 학계에서는 현재의 한일관계를 ‘복합골절상태’로 진단하고, 치유한다 하더라도 예전 같은 관계로 돌아가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 학자들도 현재의 갈등관계를 ‘관리’라는 관점에서 보기 시작했다. 즉 비정상처럼 보이는 지금이 사실은 정상이라는 시각이다.

양자관계에서 다자관계로

한일관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바뀐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역내 역학관계의 변화다. 변화의 중심에 중국의 대두가 있다. 중국의 급격한 부상은 외교 안보 경제 군사 등 전 영역에서 글로벌 쟁점이다. 중국의 대두는 필연적으로 일본과의 마찰을 야기했다. 더욱이 두 나라는 과거에 전쟁까지 벌인 사이다.

초조한 일본의 선수(先手)가 2012년 9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의 국유화다. 중국은 강력하게 반발했고, 양국 정상회담은 중단됐다. 2014년 11월 1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가까스로 만나 위기국면을 봉합했으나 양국관계가 언제 어떻게 다시 덧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일본의 최대 관심사가 중국으로 바뀐 지금 한국의 위상이 약화하면서 한국과 일본은 양자관계가 아니라 다자관계의 틀 속으로 들어간 느낌이다. 미국이 들고 나온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와 ‘아시아 재균형(Asia Rebalancing)’ 전략도 양국관계의 새로운 변수다.

중국의 부상과 관련해 일본이 한국을 부정적으로 보게 된 중요한 요인이 또 하나 있다. 한국이 너무 중국 쪽으로 기운다는, 이른바 한국의 중국 시프트(중국 경도)에 대한 강한 불만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관례를 깨고 일본보다 중국을 먼저 방문하고, 여러 차례의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중국과 한국이 역사문제를 매개로 일본에 대해 공동 전선을 형성하는 것에 대한 반작용이다.

배신감이 들었다고 하는 일본인도 많다. 한국의 동아시아연구원(EAI)과 일본 시민단체 ‘언론 NPO’의 2014년 5, 6월 공동조사(7월 발표)에 따르면 ‘자국의 장래를 생각할 때 한일, 한중관계 중 어느 쪽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한국인은 4%가 한일, 43.8%가 한중, 47%가 양쪽 모두 중요하다고 답했다. 일본인은 12.4%가 한일, 15.6%가 중일, 47%가 양쪽 모두 중요하다고 답해 중국을 보는 한국과 일본의 시각에 큰 차이가 있음을 보여줬다.

일본 국내 문제도 있다. ‘잃어버린 20년’이라는 말에서 보듯 일본은 오랜 기간 침체의 길을 걸어왔다. 최근 아베노믹스라는 수혈주사를 맞고 있지만 회복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은 한국의 계속된 문제제기에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이젠 지쳤으니 해볼 테면 해보라는 식이다. 여유가 사라지면서 생긴 이른바 ‘사과피로증후군’이다. 이에 반해 한국은 일본에 대해 ‘망각피로증후군’을 느낀다. 최근 일본에서 혐한(嫌韓)서적이 붐을 이루는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혐한은 요즘 한술 더 떠 증한(憎韓)으로 바뀌었다는 말도 들린다. 혐한반중(嫌韓反中)이 증한혐중(憎韓嫌中)으로 더 고약해졌다는 것이다. 일본 내각부 조사에 따르면 일본 국민이 한국에 대해 ‘친밀감을 느낀다’가 ‘느끼지 않는다’를 확실하게 앞서기 시작한 것은 1999년부터다. 이 추세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간 63.1%, 61.8%, 62.2%까지 올라가 정점을 이뤘다. 그런데 그게 다음 해인 2012년 39.2%, 2013년 40.7%로 급전직하했다. 1년 만에 최고에서 최저로 떨어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이 결정적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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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선 | 동아일보 대기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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