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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性군기 무너진 한국군

“오해 살 행동 참회하지만 처벌 과도해”

‘여군 성추행 혐의’ 17사단장의 항변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오해 살 행동 참회하지만 처벌 과도해”

  • ● “자살 암시하고 엉엉 울기에 안아줬다”
  • ● 피해 여군 “위로·격려 의도였을 수도”
“오해 살 행동 참회하지만 처벌 과도해”

2014년 10월 10일 군사법원 국정감사에서 새정연 서영교 의원이 17사단장 성추행 사건을 질의하고 있다.

육군 17사단장 송모 소장은 여군 부사관(하사)을 성추행한 혐의로 지난해 10월 긴급 체포됐다. 12월 육군본부 보통군사법원은 송 소장에 대해 군인 등 강제추행죄를 적용해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으로부터 추행당하게 된 경위 및 추행을 한 부위, 방법 등에 관한 피해자의 진술은 매우 구체적이고 비교적 일관된다”며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강제추행 사건의 피해자를 위로하고 상담한다는 명목으로 집무실로 불러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그 죄질과 범정(犯情)이 매우 불량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현역 장성이 성추행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것은, 기록이 남아 있는 1991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징역 3년을 구형한 군검찰은 즉각 항소했고 송 소장도 항소할 예정이다.

군검찰의 조사에 따르면, 송 소장은 지난해 8~9월 다른 부대에서 성추행 피해를 당한 뒤 부대를 옮겨 보호받고 있던 여군을 집무실로 불러 5차례에 걸쳐 성추행을 저지른 혐의를 받았다. 피해 여군을 면담하는 과정에서 강제로 껴안거나 볼에 입술을 맞췄다는 것이다. 송 소장과 여군 간 문자메시지 기록과 대화녹음 기록도 증거물로 군사법원에 제출됐다.

‘17사단장 성추행’으로 명명된 이 사건은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낳았다. 1심 판결 후 송 소장 측은 “수사와 재판이 ‘여론심판’으로 흘렀다”며 ‘신동아’에 항변해 왔다. 성추행 사건에선 피해자 보호가 절대적으로 우선시돼야 하고 사실관계 입증에도 피해자의 진술이 무엇보다 중시돼야 한다. 이런 점을 충분히 고려한 가운데 다른 편의 이야기를 들어볼 필요도 있어 보였다. 송 소장의 주장이 언론에 소개된 적은 한 번도 없다.

피해 여군 “고소 취소 원해”

“오해 살 행동 참회하지만 처벌 과도해”

육군본부 보통군사법원 1심 판결문.

송 소장은 신동아의 서면질의에 “여군에게 오해를 살 행동을 한 점을 깊이 반성한다. 그러나 처벌이 과도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성추행 피해를 당한 여군을 5차례나 집무실로 불러 성추행했다는 혐의는 여론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이에 대해 송 소장은 다음과 같이 해명했다.

“해당 여군이 다른 부대에서 성추행 피해를 겪은 뒤 우리 부대에 왔기 때문에 사단장으로서 특별히 관심을 뒀다. 그런데 해당 여군이 내게 자살을 암시하는 듯한 e메일을 개인적으로 보내왔다. 인사 참모들과 상의했다. 참모들은 ‘만에 하나 자살 사고가 발생하면 부대장과 간부들은 면담 횟수 등 자살을 막기 위해 얼마나 노력해왔는지(기록을 남겨놓는 것)도 중요하다. 사단장과 참모들 모두 해당 여군을 반복적으로 면담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좋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 건의를 받아들여 해당 여군을 수회 면담한 것이다.

해당 여군은 면담을 할 때마다 울었다. 첫 번째 면담이 아닌 면담 때에도 해당 여군이 앉은 채 엉엉 울기에 ‘힘내라. 휴가 잘 갔다 오너라’라고 말하면서 격려 차원으로 해당 여군을 앞에서 안았다. 한미연합사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미군 장성들이나 그 가족과 친하게 지내다보니 안아주는 문화에 익숙한 편이었다. 내 가슴이 해당 여군의 어깨에 닿았고 내 팔과 손은 여군의 어깨 부근에 있었다. 이외엔 두 사람의 간격이 떠 있었다. (볼에 입술이 닿았는지에 대한 질문에) 가까운 거리에서 내 상체를 기울이다보니 살짝 닿은 것으로 보인다. 이런 행동들을 크게 후회한다. 그러나 성추행 의도는 없었다. 해당 여군에게 진심으로 사과했다.”

1심 판결이 나오기 11일 전, 피해 여군은 송 소장에게 자필로 합의서를 써줬다. 다음은 합의서 내용이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피고인(송 소장)과 합의를 하였습니다. 지난번에 증인으로 증언한 후 생각해보니,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저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의도에서 그렇게 하였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송 장군으로부터 진심 어린 친필 사과 서신과 그의 가족들로부터 진심이 담긴 사과와 위로를 받고 합의하였으므로 더 이상의 처벌을 원치 않고 고소를 취소하여주시고 선처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송 소장과 피해 여군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와 전화통화 내용은 몇몇 언론에 송 소장의 성희롱 행위를 보여주는 정황들로 단편적으로 소개됐다. 그런데 군검찰이 피해 여군을 심문한 조서에는, ‘송 소장과 여군 간 문자메시지와 전화통화는 성희롱이 아니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다음은 송 소장이 성추행 혐의로 긴급체포된 날(2014년 10월 9일) 작성된 육군중앙수사단 범죄수사대의 피해 여군 심문조서 내용이다.

“문자나 통화에서 성희롱 없었다”

전화통화나 문자로는 성희롱을 하지 않았나요?

보고 싶다는 수준 정도였기 때문에 성희롱 등은 아니었습니다.

먼저 전화를 하거나 문자를 한 적은 없나요?

예, 있습니다.

피해자가 먼저 전화나 문자를 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신교 대대에 있을 때 강제 추행을 당한 것 때문에 제가 전화하고 문자 한 적이 있습니다.

주로 어떤 내용의 통화나 문자를 주고받았나요?

통화나 문자를 할 때는 희롱 등은 하지 않고 대부분 개인 안부나 주말에 뭘 할 거냐는 등 사사로운 내용의 통화와 문자를 했습니다.

군 관계자는 “송 소장은 육사 40기의 선두주자였다. 1개의 훈장과 45개의 표창을 받았다. 성추행 사건 이전엔 술·담배도 하지 않고 청렴하며 한미연합작전에 발군의 능력을 가진 군인으로 통했다”고 말했다.

신동아 2015년 3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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