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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특집 | ‘정치권 핵폭탄’ 성완종 게이트

“아내 · 아들 겨눈 검찰수사 목숨 던져 막았다”

‘半정치인, 半기업인’의 성공과 몰락

  • 엄상현 기자 | gangpen@donga.com 강지남 기자 | layra@donga.com

“아내 · 아들 겨눈 검찰수사 목숨 던져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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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경남기업이 대아레저, 대아레저가 경남기업
  • ● 정치실세 짝사랑…돌아온 건 ‘배신’
  • ● ‘능력 밖’ 해외자원·부동산 개발이 발목 잡아  
  • ● 30년 전부터 정치 기웃…기업인 신분으로 총선 지휘
“아내 · 아들 겨눈 검찰수사 목숨 던져 막았다”
4월 9일 오전 9시,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 경남기업 1층 대강당에서 이성희 법정관리인(전 두산엔진 대표) 취임식이 열렸다. 법원은 이틀 전 경남기업에 대해 회생절차를 진행하기로 결정하고 이 전 대표를 법정관리인으로 선임했다. 이 전 대표는 취임인사를 마친 후 강당에 모인 200여 명의 임직원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잠시 뒤 같은 장소에서 대아레저산업 법정관리인 취임식이 열렸다. 참석한 50여 명의 임직원도 같은 경남기업 직원들이었다. 법원은 경남기업에 회생절차 개시결정을 한 날 계열사 경남인베스트먼트와 대아레저산업에 대해서도 같은 결정을 내리고 별도의 법정관리인을 정했다. 아무리 지배회사와 계열사 관계라 하더라도 경남기업 직원들이 전혀 다른 법인인 대아레저산업 법정관리인 취임식에 참석한다는 건 의아했다. 취임식 직후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만난 한 조합원의 설명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경남기업이 대아레저이고, 대아레저가 곧 경남기업이다. 서류상으로만 다른 회사지 같은 직원들이 경남기업 일도 하고, 대아레저 일도 한다. 아마 잘 이해가 안 갈 거다.”

뭔가 정상적이지 않은 회사라는 뜻으로 들렸다. 좀 더 대화를 이어가려는 순간, 갑자기 노조 사무실 전화기와 노조 간부들의 휴대전화가 거의 동시에 울리기 시작했다. 누군가 TV로 달려가 전원을 켜자 빨간색 자막의 긴급 속보가 떴다. ‘성완종 전 회장, 유서 남기고 잠적’.

다들 TV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앞으로 닥쳐올 불길한 사태를 예감하는 듯했다. 검찰 조사를 한 차례 받고 나온 임희동 노조위원장의 표정이 점점 굳어갔다. 무겁게 입을 뗀 임 위원장은 성 전 회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기를 바라는 듯, 그의 억울함을 대변했다.

“그(성 전 회장) 사람이 나쁜 짓을 한 것은 맞는데, 억울한 면도 좀 있다. 현 정부가 이명박 정권의 자원외교를 잡으려고 경남기업을 뒤지는 것 아닌가. 무슨 일인지 몰라도 타깃이 된 건 분명한 것 같다.”

죽은 자의 복수

결국 이날 오후 3시쯤, 성 전 회장은 북한산 형제봉 매표소 인근에서 나무에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그리고 그 다음 날, ‘성완종의 복수’가 시작됐다.

“김기춘, 허태열에게 돈을 줬다”는 성완종 전 회장의 폭로(‘경향신문’ 인터뷰)와 정치인 8명의 이름이 적힌 그의 메모가 공개되면서 세상은 발칵 뒤집혔다. 메모지에는 허태열(전 대통령비서실장) 7억, 유정복(인천시장) 3억, 홍문종(새누리당 의원) 2억, 홍준표(경남지사) 1억, 부산시장 2억, 김기춘(전 대통령비서실장) 10만 달러라고 적혀 있고, 이완구 국무총리와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은 액수 없이 이름만 쓰여 있었다. 김 전 실장 이름 뒤엔 ‘2006년 9월 26일이라는 날짜도 명기돼 있었다.

경향신문은 며칠 후 이 총리에게 3000만 원을 건넸다는 성 전 회장과의 인터뷰 내용을 추가로 보도했다. “지난번 (2013년 4월 부여·청양) 재·보궐선거 때 선거사무소에 가서 이 양반한테 3000만 원을 주고 왔다”는 것이다.

현 정권 실세들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은 2012년 대선자금으로까지 확대됐고, 김진태 검찰총장의 지시로 특별수사팀이 꾸려졌다. 총책을 맡은 문무일 특별수사팀장은 “수사 대상과 범위를 한정짓지 않고, 수사 대상으로 나오면 좌고우면 없이 수사하겠다”고 말해 수사가 대선자금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성 전 회장은 왜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까. 더욱이 마지막 가는 길에 현 정권을 향해 이처럼 엄청난 파문을 몰고 올 ‘저주’의 화살을 쏜 이유는 뭘까.

경남 인수 후 ‘헛바람’

1951년 충남 서산에서 태어난 성 전 회장은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다 떠났다. 어린 시절 집안 형편이 어려워 초등학교조차 제대로 마치지 못했다. 집에 주점을 차린 새어머니의 구박 속에서 어린 세 동생까지 돌봐야 했다. 결국 서울에서 식모살이를 하는 어머니를 찾아 무작정 상경했다. 하지만 주인집에 계속 머무를 수는 없는 노릇. 그는 교회에서 더부살이하며 신문 배달, 약국 심부름꾼 등 온갖 잡일을 하며 돈을 모았고, 6년 만에 어머니, 동생들과 살 집을 마련해 귀향했다. 그때가 스물 한두 살 무렵이었다.

성년이 된 그는 날품팔이에서 시작해 화물영업, 화물중개업 등으로 조금씩 자리를 잡아갔다. 건설업에 입문한 것은 1975년 스물다섯에 서산토건 주주가 되면서다. 10명의 주주는 각자 맡은 구역에서 공사를 수주하며 독자적으로 일했다. 7년 후 그가 서산토건을 나올 때, 200만 원을 주고 산 주식은 1억6000만 원이 돼 있었다. 그 돈으로 충남지역을 기반으로 둔 대아건설을 인수, 사업 분야를 관급 토목공사 위주에서 민간토목, 주택공사 등으로 확대하며 사세를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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