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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광고 닮은 ‘이미지’로 대중을 공략하다

남북 최고통치자들의 ‘사진 정치’

  • 변영욱 | 동아일보 사진부 기자 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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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권력의 필요와 상황에 따라 연출
  • ● 전두환이 한복 입고 신년사 한 까닭
  • ● ‘로열박스’에는 박정희 사진만
  • ● 김정일 ‘이상적’, 김정은 ‘대중적’ 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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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잡지 방송 등 매스미디어가 정보를 전달하는 주요 수단은 텍스트와 이미지다. 기술의 발전으로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주도권이 텍스트에서 이미지로 넘어가고 있다는 주장이 등장한 지 오래다. 대통령 등 최고통치자와 직접적인 만남의 기회를 가질 수 없는 공중에게 영상 이미지는 정치를 이해하는 중요한 정보 채널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전두환 가족사진의 이면

사진은 발명 이래로 현상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가장 믿을 만한 수단으로 인정받아왔으며, 거짓이나 기만의 의사를 갖지 않은 설득력 있는 매체로 간주돼 왔다. 하지만 이미지는 중립적이지 않다. 이미지는 현실의 모든 것을 포괄하지 않고 무언가를 선택하기 때문이다. 매스미디어가 어떤 영상을 제시하는지에 따라 시민의 인식은 장기적으로 왜곡될 수도 있다.

관찰되는 대상 자체가 사진촬영 과정에서 권력을 발휘할 수 있다. 매스미디어를 정부가 장악한 독재국가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국가에서조차 정치인은 이미지를 관리할 수 있다. 정치인은 기자들이 취재한 것을 어떻게 지면에 실을지에 대해서는 통제할 수 없지만, 기자들이 정치적 이벤트를 촬영할 때 어떤 그림을 포착하게 할지에 대해서는 관여할 수 있는 것이다( 오바마와 달라이 라마 2004년 2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티베트의 달라이 라마를 만났을 때, 백악관은 동영상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오바마가 달라이 라마를 만나는 한 장의 사진만 공개했다. 중국과의 외교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사안에서 전체적인 맥락을 보여주는 기사와 동영상이 만들어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대신 백악관이 직접 촬영한 한 장의 사진만을 보여줌으로써 중국 압박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구체적인 논쟁을 최소화하는 방식을 택했다).

게다가 정치인과 관료, 언론 사이에는 다소 제도화한 공모 관계가 존재한다. 기자회견에서부터 주요 정책 발표, 집회 같은 ‘의사(擬似) 사건(pseudo-events)’을 계획하는 선거 캠페인의 경우에는 이 같은 현상이 분명하게 나타난다.

촬영과정뿐 아니라 선택의 과정에서도 권력이 작용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 일왕 사진이 일선 학교에 일괄 전달됐는데 이는 군국주의 사상을 고취하려는 것이었다. 이승만 정부 이후 민주화 이전까지 한국의 대통령과 참모들은 대통령의 사진을 직접 선택해 언론사에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미지를 관리했다( 전두환의 가족사진 1981년 1월 1일자 신문 1면에 실린 전두환 대통령의 가족사진. 권력기관에서 찍어 언론사에 사진을 제공하는 일제강점기부터의 관행이 이때까지 이어졌다). 북한은 현재까지도 중앙통제적 방식으로 최고통치자의 이미지를 관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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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이미지의 중요성은 수없이 강조돼왔으며 사진이 정치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데도( 박근혜 커터 칼 상처 2002년 대통령선거에서 노무현 후보는 눈물 흘리는 장면을 클로즈업한 화면을 광고에 사용했다. 2012년 대통령선거에서 박근혜 후보는 2006년 서울 신촌 유세 커터 칼 피습사건 때 생긴 상처를 클로즈업한 화면을 TV 광고를 통해 보여주며 시청자의 감성에 호소했다) 한국에서는 이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가 드문 편이다. 하지만 현실 정치에서 이미지 핸들러(image handlers), 이미지 컨설턴트(image consultants)의 존재와 역할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국과 북한에서 이미지 정치는 오래전에 시작됐다.

서구의 일부 학자들은 “매스미디어가 특정한 이미지를 고르고, 보여주고, 강조하고 또는 무시함으로써 대중의 의식에 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했다. 미국 언론학자 로버트 엔트먼은 이러한 선택의 과정을 ‘프레이밍(framing)’이라고 정의했다. 매스미디어의 프레이밍은 독립된 하나의 사건에 대해 언론인이 어떤 해석을 내리는 것을 의미한다. 뉴스 가치에 대한 판단은 상대적이고 또한 특정한 순간에 언론인의 ‘뉴스에 대한 감’에 기초하기에 주관성이 높이 개입되는 작업이다. 언론인들은 피할 수 없이 프레이밍을 하고, 이 과정에서 순수한 의미의 객관성으로부터 멀어지며, 의도하지 않은 편향성을 지니게 된다( 정주영 플래카드 정주영 후보를 부각하기 위한 선거 홍보용 현수막. 이렇듯 사진이 노골적인 편향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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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영욱 | 동아일보 사진부 기자 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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