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8월호

“靑에 黨 첩자” 미묘한 파장 언제 총 뽑느냐만 남았다?

‘다음 타깃은 김무성’ 시나리오 실체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입력2015-07-22 13: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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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靑에 黨 첩자” 미묘한 파장 언제 총 뽑느냐만 남았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직(職)을 내놓았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친박이 반대하지 않는’ 원유철 원내대표, 김정훈 정책위의장, 황진하 사무총장이 임명됐다. ‘박근혜의 대변인 격’이던 이정현 당 최고위원은 김 대표를 극찬했다.

    천둥번개 동반한 ‘국회법’ 태풍이 물러나고 맑게 갠 푸른 하늘이 새누리당 위로 펼쳐지는 형국이다. 그러나 권부(權府) 사정에 밝은 여권 인사들은 ‘한시적 평화’라고 단언한다.

    ‘김 대표 1년’에 대해 “선거에서 이기고 박근혜에게 졌다”는 평가가 있다. 물론 박 대통령 지지자 중 일부는 수긍하지 않는다. “ ‘선거의 남왕(男王)’으로 치켜세워줬더니 정말 ‘김무성 브랜드’로 이긴 줄 아네….” 이런 식으로 반응한다.

    “내년 총선 성분조사 마쳐”

    여권 인사 A씨는 “박 대통령과 김 대표 사이엔 신뢰가 깨진 것 같다. 유 전 원내대표 사퇴와 당직 인선으로 얼마간 승부가 유예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국회법 파동 같은 계기가 또 발생하면 김 대표와 갈라설 준비가 된 것 같더라. 얼마 전 청와대 측에서 성분조사를 한 것으로 안다. 내년 4월 20대 총선에서 당선이 거의 확실한 경쟁력 있는 친박(親박근혜)은 30여 명으로 나왔다고 하더라. 다른 60군데에서 30명은 살아올 것으로 계산되고. 현 국회 환경보다 더 나빠질 것도 없다는….”

    A씨는 “국회법 처리와 관련해 김 대표와 유 전 원내대표는 원래 한통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도 유 전 원내대표가 야당과 합의해온 국회법에 찬성표를 던졌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와 관련해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과 나눈 대화다.

    ▼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국회법 문제를 주도할 때 당 대표도 그 의미와 파장 같은 것을 사전에 알았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아니, 원내대표와 당 대표가 교감하지 않았다면 그 자체가 이상하지 않나.”

    ▼ 보기에 따라선….

    “허허. 상식선에서 봐야 하고. 만약 대표하고도 상의하지 않았다면 관계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고. 상의를 해놓고 안 했다고 하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것이고. 나는 했든 안 했든 그 상황에 대해선 문제라고 본다.”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장은 “청와대가 김 대표를 많이 불신한다”고 분석했다. 다음은 황 소장과의 일문일답.

    靑 “뭐라 얘기할 수도 없고”

    “靑에 黨 첩자” 미묘한 파장 언제 총 뽑느냐만 남았다?
    ▼ 왜 그렇게 보나.

    “김 대표가 이명박 정부 때 탈박(脫朴)해 그쪽 원내대표를 했다. 이때 한번 인연이 끝났다. 지난해 당 대표 경선 때 김 대표는 친이·비박을 등에 업고 친박 서청원을 눌렀다. 당 대표가 되자마자 ‘수평적 당청관계’를 하겠다더니 중국에 가서 ‘오스트리아식 분권개헌’을 꺼냈다. 박 대통령이 폭발하니 물러섰다.

    이후 유 전 원내대표와 순망치한(脣亡齒寒)의 투 톱이 됐는데 유 전 대표가 박 대통령 정책을 셀 수 없이 ‘디스’(반대)했다. 김 대표는 김기춘 비서실장과 전화통화가 안 된다고 여론전을 폈고 ‘K-Y(김무성-유승민) 메모’ 보는 장면이 언론에 찍혀 청와대 행정관이 옷을 벗었다. 성완종 사건이 터지자 ‘어떤 형태로든 대통령의 사과가 있을 것’이라며 은근히 대통령 쪽으로 주의를 돌렸다. 박 대통령이 남미에 갔을 때 비박계 의원들이 ‘야당이 이완구 총리 해임결의안을 내면 동의하겠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그거 신경 쓰다 병에 걸려서 왔다.”

    ▼ 김 대표가 유 전 원내대표 사퇴를 이끌었으니 이젠 김 대표를 신뢰하지 않을까.

    “유 전 원내대표가 국회법 통과를 주도할 때 김 대표가 몰랐을 리 없다. 청와대는 사실상 둘이 같이 했다고 보는 것이고. 김 대표는 유 전 원내대표의 자리를 지켜주려 애썼다. 이게 김 대표의 본심이다. 그러다 나중에 ‘유승민 사퇴’로 돌아선 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지도부가 와해되거나 박 대통령이 탈당해 본인이 당 대표에서 물러나고 엄청 불리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수습은 했지만 서로 신뢰가 생기겠는가. 결국 서로 언제 총을 뽑는가만 남은 거지.”

    ▼ 총선 전에?

    “김 대표 중심으로 총선을 치른 뒤엔 박 대통령에게 ‘나가고 싶으면 나가라’고 할 것 같다. 그땐 박 대통령도 대응수단이 없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가 김무성 대표를 불신하거나 하는 것은 없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건 뭐라고 이야기할 수도 없고 알지도 못하고”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최근 사석에서 “공천에 관해 (청와대의) 부당한 시도가 있을 땐 맞서 싸울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인사 B씨는 “유승민 사퇴는 전초전이다. 공천을 둘러싸고 새누리당 안에서 전면전이 벌어지든, 한쪽 진영이 탈당하든 그냥 넘어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B씨는 “김 대표에 줄 선 의원이 많은데, 유승민 사퇴를 본 뒤론 ‘이쪽이 맞나, 아닌가’ 긴가민가 한다”고 전했다.

    시간은 ‘미래권력’의 편?

    그러나 다른 시각도 있다. 여권 인사 C씨는 이렇게 설명한다.

    “김 대표는 ‘전략가’이거나 ‘기억회로가 없거나’ 둘 중 하나다. 박 대통령을 찔러보고 발끈하면 물러서기를 ‘무한반복’ 한다. 만화 ‘톰과 제리’를 보는 듯하다. 이런 식으로 파워 테스트 겸 킬링타임 하면서 연말까지 시간 보내면 된다고 보는 것 같다. 시간이 ‘미래권력’인 김 대표 편인 건 맞다.”

    이어 C씨는 공천과 관련해서도 “김 대표의 ‘확전 자제 및 장기전’에 대통령과 친박 쪽이 먼저 지칠 것 같다. 결국 ‘얘네들만 해줘. 나머진 알아서 해’라는 식으로 나와서 안 싸우고 매듭지어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여권 인사 D씨는 “박 대통령은 불통이라는 비판을 듣는다. 청와대를 향한 김 대표의 요구 중엔 정당한 것도 많다. 그러나 김 대표의 언행도 문제일 수 있다”고 말한다. 김 대표는 사석에서 박 대통령을 향해 ‘가시나’라고, 청와대 관계자를 향해 ‘청와대 조무래기들’이라고, 유 전 원내대표 사퇴 이후엔 ‘나까지 건드리려 한다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D씨는 “‘가시나’ 같은 발언을 한 게 사실이라면 당사자(박 대통령)의 귀에도 들어갔을 것이다. 자신에게 인신공격성 발언을 하는 사람을 신뢰하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얼마 전 청와대는 일부 행정관들로부터 사표를 받았다. 감찰 조사에서 청와대 내부 정보를 유출한 것이 적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차기 총리에 법조인 유력’ ‘대통령 일정’과 같은 보안 사항 정보를 외부에 제공했다는 것이다. 감찰팀이 행정관들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e메일 등도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여부도 모른다”

    일부 행정관은 청와대 관련 내용을 실시간으로 ‘여권 인사’에게 전해준 의혹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이 미묘한 파장을 낳았다. 여권 인사 A씨는 “행정관으로부터 전달받은 여권 인사가 김무성 대표와 가까운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청와대 모 인사에게 들었다”고 말했다. A씨는 “청와대 고위인사 쪽에선 ‘청와대에 첩자를 꽂아놔?’라고 단단히 화가 난 것으로 안다. 적발된 한 행정관은 안 나가겠다고 버텼는데 끝내 내보냈다고 들었다”고 했다.

    황장수 소장은 “이전부터 ‘청와대 내에 당과 연결되는 간첩이 있다’는 소문이 나 있었다. 청와대 측으로선 ‘이런 식으로 밑으로 구멍을 파서 정보를 빼가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에게 “행정관이 실시간으로 청와대 관련 내용을 여권 인사에게 전달한 사실이 있나. 문자메시지나 카카오톡도 조사했나. 그 여권 인사가 김 대표와 가까운 사람인가”라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이 관계자는 “제가 모른다. 제가 뭐라고 이야기하겠나?”라고 말했다. 해당 행정관이 그만둔 것에 대해선 “일신상 이유로 사표를 내겠다고 해서”라고 했다. “여권 인사 내지 김 대표 측에 정보를 제공했다는 이야기가 사실이 아니라고 볼 수도 있나”라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그걸 뭐. 사실 여부조차 모른다”고 말했다.

    김 대표 측에 ‘가시나’ ‘청와대 조무래기’ ‘나까지 건드리려 한다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 등의 발언을 한 사실이 있는지, 청와대 행정관이 청와대 관련 정보를 전달한 적이 있는지를 질의했으나 김 대표 측은 답변을 해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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