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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믿을 언론과 국회…여론 감성에 직접 호소”

박근혜 레토릭 ‘고잉 퍼블릭’(going public)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못 믿을 언론과 국회…여론 감성에 직접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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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슈퍼맨 대통령’의 한숨

“못 믿을 언론과 국회…여론 감성에 직접 호소”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선진화법이라는 장벽을 만났다. 소수 야당이 반대하면 어떠한 법도 통과되지 않고, 박 대통령이 보기에, 야당은 대통령이 원하는 법을 거의 통과시켜주지 않는다. 여기에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비롯한 여당 내 비박계도 야당에 동조하는 듯 비쳤다. 박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과 달리 본인이 직접 국회와 야당에 촉구하고 안 되면 이들을 비판하고 공격했다. 그것도 자주. 그리고 여당도 공격했다.

“청년 일자리 창출 법안이라도 통과시켜주셔서 우리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국회가) 빚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외면하면서 (…) 너무나 염치없는 일입니다” “국회에서 처리 못한 법안들을 열거하는 것이 어느덧 국무회의의 주요 의제가 되어버린 현실 정치가 난감할 따름입니다” “국회법개정안은 정부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국정은 예산과 법안이라는 두 바퀴로 구르는데 하나가 안 구르니 계획대로 진행될 리 없다. 박 대통령이 ‘정말 해도 너무한다’는 뉘앙스로 국회와 야당을 비판하면 언론은 예외 없이 박 대통령을 비난한다. 보도된 표현을 옮기면 이렇다.

“대통령이 일은 안 하고 논평만 한다” “대통령이 야당과 싸우겠다고 나선 꼴이다” “대통령이 정치마저 쥐락펴락 한다” “대통령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어겼다”….



일부 언론은 박 대통령이 무슨 언행을 하든 그가 무조건 싫은 듯하다. 다른 일부 언론은 박 대통령에게 ‘여자 슈퍼맨 대통령’이 되라고 요구한다. ‘반대파가 국정 발목을 잡아도 유능하게 경제도 살리고 복지도 늘려라. 반대파에 싫은 소리도 하지 말고 성인군자처럼 다 포용해라. 그게 통합과 소통이다’라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내재적 관점’에서 보면 ‘못 믿을 국회’이고 ‘못 믿을 언론’일 것이다. 사실 언론의 주문대로 따랐다면 그는 청와대는 고사하고 이미 정계에서 은퇴했을지 모른다. 예컨대 그가 세종시 원안을 고수할 때 수많은 언론이 그를 비판했고 “이명박 대통령을 도우라”고 주문했다. 그는 자신의 스피치 원고를 다듬어온 정호성 비서관을 그 어떤 저명한 주필이나 논설위원보다 더 믿는 듯하다. 그는 이제 통달한 사람처럼 언론의 비판엔 ‘그러려니’ 한다.

대신 박 대통령은 여론의 감성에 직접 호소하는 것 같다. 여론을 움직여 활로를 모색해보는 전략인 셈이다. 미국 대통령들은 일찌감치 이런 경향성을 보였는데 이를 ‘고잉 퍼블릭(going public, 대중 속으로)’이라고 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전국을 돌며 주민들 앞에서 연설하고 대화하는 ‘타운홀 미팅’이 한 사례다.

박 대통령은 한국식으로 청와대 안에서 수석비서관회의 발언, 국무회의 발언, 대국민담화를 통해 국민에게 직접 호소한다. ‘피드백 없는 일방적 전달 아니냐’고 하겠지만 그게 박근혜 스타일인 것 같다. ‘묵언의 소통, 꼭 말을 주고받지 않아도 아는 이심전심’ 이런 걸 국민에게 기대하는지 모른다.

언론이 오도해도 국민은 안다?

박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유승민 원내대표를 찍어 ‘배신의 정치 심판’을 말했을 때 언론은 대부분 유승민 편을 들었다. “독기” “편 가르기”라고 박 대통령을 비판했다. 인터넷 여론은 더 했다. 박 대통령을 잘 아는 여권 인사는 이렇게 말한다.

“한 언론은 ‘유승민 사퇴 반대’가 높게 나온 여론조사 결과를 대서특필했다. 표본 개수도 적고 호남 거주자 비중이 높더라. 언론은 편향되며 때로는 이렇게 여론조작도 서슴지 않는다. 당시 대다수 언론이 박 대통령을 비판했는데도 박 대통령 지지율은 올랐다. 언론보도와 지지율의 괴리. 이를 어떻게 봐야 할까. 이 일로 ‘정치권과 언론이 오도해도 국민은 안다’는 박 대통령의 신념이 더 굳어진 것 같다.”

박 대통령은 7월 16일 새누리당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국민’을 다섯 번 언급했다. 아마 그의 뇌 지도에서 국민은 가장 넓은 지역을 차지하는 듯싶다. 8월 8일 박 대통령의 담화 제목이 이렇다. ‘경제 재도약을 위해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 국민에게 직접 이야기하고 싶다는 의지가 물씬 풍긴다.

표정 좋을 때, 굳을 때

박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았다. 이를 두고 비판이 나왔다. 비판받아 마땅한 일이긴 하다. 민주화한 사회에선 기자들이 국민을 대신해 국가수반에게 궁금한 점을 자주 물어볼 수 있어야 한다. 취임 후 박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한 손에 꼽을 정도다. 그러나 박 대통령만 탓하기도 어렵다. 회견 수에서 역대 한국 대통령들과 오십보백보다.

우리 언론은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안 해도 비판하지만 대통령이 말을 많이 하면 많이 한다고 비판한다. 2017년 대선 때 ‘월 1회 기자회견’ 약속을 유력 대선주자들에게 다 받아놓을 필요가 있다. 이런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우리 정치 수준이 한 단계 높아질 수 있다.

‘예스를 이끌어내는 설득 대화법’의 저자인 이서영 아나운서는 박 대통령의 담화를 보고 이렇게 말한다.

“박 대통령은 민생 현장에서 시민을 만날 때 환한 표정을 짓는다. 즐겁고 따뜻한 기분이 전달된다. 외국 정상과 대화할 때도 표정이 좋다. 그러나 TV 카메라 앞에선 다소 굳어진다. 언론 앞에 서면 자신도 모르게 방어적으로 바뀌는 것 같다. 일관된 표정을 지으면 좋을 것 같다. 또 자신의 강점인 민생행보를 늘리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일부 언론은 박 대통령이 문맥상 어색한 표현을 쓰거나 말실수를 하기 때문에 즉석 발언을 잘 하지 않으려 한다고 의심한다. 박 대통령 반대 진영은 “유구냉무”(입은 있으나 내용이 없다) “박근혜 번역기 필요”라고 신랄하게 비판한다. 이에 대해 한 여권 인사는 “대통령도 가끔 실수할 수 있지 않나. 관용의 마음이 사라지는 게 문제”라고 평한다.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은 “난 대통령이 하는 말이 귀에 쏙쏙 들어오고 하나도 안 이상하던데…”라고 말했다.

신동아 2015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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