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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미래연 연중기획 중·국·통 | 추장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부원장

‘소리 없는 살인자’ 중국發 미세먼지 A to Z

“고농도일 때 최대 80%가 국외 요인… ‘감축 협약 맺자’ 中에 요구해야”

  • | 이문기 미래전략연구원 원장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소리 없는 살인자’ 중국發 미세먼지 A to Z

  • ● 中 총력전 펼치나 ‘아직 멀어’… 산둥으로 공장 이전은 오해
    ● 저질 석탄으로 화력발전소 돌리는 북한發도 문제
    ● 국내 요인도 심각… 차량 2부제·석탄발전소 셧다운 필요
    ● 클린디젤은 사기… 반발 탓 경유價 못 올리는 게 현실
[조영철 기자]

[조영철 기자]

미세먼지는 소리 없는 살인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미세먼지를 석면, 벤젠과 함께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한다. 하늘이 맑은 날이 오히려 특이할 만큼 잿빛 공포가 밀려온다. 

추장민(55)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부원장은 ‘중국에서 공부한’ 환경과학자다. 서울대 신문학과를 졸업했다. 베이징대 대학원에서 국제정치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베이징대 환경과학센터에서 환경과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환경전략연구실장, 기상청 황사전문위원회 전문위원 등을 지냈다.


“국외 요인 상대적으로 많으나 국내 요인도 심각”

학생운동→시민운동→환경과학자의 독특한 이력을 가졌다. 서울대 사회대 학생회장을 맡았다. 1990년대 초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꾸려진 환경개발센터 활동에 참여했다. ‘환경에 특화된’ 중국통(中國通)으로서 동북아 환경협력 체계 구축에 천착해왔다. 봄은 왔으되 잿빛 하늘에 해가 숨은 3월 30일 서울 광화문 미래전략연구원에서 죽음의 먼지를 주제로 대담했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마다 중국을 탓하잖아요. 중국 탓에 이렇다, 큰일이다, 이러면서요. 탁한 하늘이 오로지 중국 탓이란 말에 진실이 얼마나 포함됐습니까. 

“언론 논조가 바뀌는 것 알죠?” 

국내 요인에 주목하는 보도가 늘었더군요. 


“오랫동안 중국만 탓하다 최근엔 중국 요인이 상당하나 국내 요인도 심각하다는 쪽으로 논조가 바뀝니다. 환경부 뭐 하냐, 정부 뭐 하냐, 지적이 늘었죠. 중국발(發)을 포함한 국외 유입이 미세먼지 농도에 미치는 영향은 평상시 전체의 30~50%가량입니다. 미세먼지 농도는 기상 조건 등에 따라 국외·국내 요인 비중이 그때그때 달라요. 기상 여건이 어땠느냐, 어디서 어떻게 미세먼지가 왔느냐,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이 어땠느냐의 영향을 받습니다. 2017년 환경백서에 따르면 미세먼지가 고농도일 때 최대 80%까지가 국외 요인입니다. 중국 탓이 아니라고는 할 수 없죠.” 

국외 요인이 상대적으로 많으나 국내 요인도 심각하다고 이해하면 됩니까. 

“그렇습니다. 정부는 이 같은 사실을 제대로 알리고 국민과 소통을 통해 대책을 크게 강화해야 합니다. 긴급한 상황에서는 차량 2부제, 석탄발전소 셧다운(Shut down) 등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해요. 미세먼지 문제 해결이 어려운 것은 장기간의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특정한 정책 하나로는 분명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요. 사회 각 부문에서 십시일반(十匙一飯)해 줄여야 합니다.” 

경유차도 억제해야겠죠. 

“정부가 국민에게 미세먼지를 줄이려면 불편비용이 상당하며 돈도 많이 든다고 밝혀야 합니다. 경유차 문제가 대표적 사례라고 하겠습니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클린디젤’ 표현을 강조한 정책이 추진되면서 디젤차가 급격히 늘었습니다. 그런데 ‘클린디젤’이라는 게 어디 있습니까. 폴크스바겐의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 사건에서 확인되듯 일종의 사기였잖아요. 하지만 국민 반발 때문에 미세먼지 저감 조치로서 경유가격을 인상하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불편하고 비용이 든다는 사실을 국민에게 알리고 소통해 동의를 구하면서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단호한 조치를 국내에서 취하는 동시에 중국에도 환경 협력을 강하게 요구할 때가 됐습니다.”


“제트기류 약해져 한반도 상공에서 停滯”

공해 유발 물질 저감을 위해 노력하지 않은 게 아닙니다만 공기 질이 악화하는 까닭이 뭡니까. 

“중국 탓하기 전에 주목할 사안이 있습니다. 고농도 미세먼지 오염이 이렇듯 심각해진 요인 중 중요한 게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의 기상 변동입니다. 한국은 강한 편서풍이 잦게 불어오는 곳이었으나 제트기류(Jet Stream)가 점점 약해지고 있어요. 이로 인해 우리나라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는 바람의 빈도와 강도가 바뀌고 있습니다. 고위도와 중위도의 온도차가 커야 제트기류가 강해집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북극의 온도가 높아지면서 한반도 상공의 바람이 약해졌다는 연구 결과와 주장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바람을 타고 빠져나가지 못하고 상공에 정체(停滯)된다? 

“고농도 미세먼지가 극심하던 올해 1월 어땠느냐면 고기압일 때 중국에서 넘어온 미세먼지가 한반도 주변 상공에 정체됐습니다. 고기압으로 대기가 정체되면서 미세먼지가 움직이지 못한 거죠. 국외에서 넘어온 미세먼지가 서해안과 한반도에서 빙빙 돌았어요. 그 와중에 국내에서도 복사냉각 현상으로 안개가 생기고 미세먼지가 계속 발생해 축적되면서 상황이 악화한 겁니다.” 

중국에서 건너온 것과 한국에서 발생한 게 ‘뭉친’ 거네요. 

“맞아요.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변동과 겨울철 기상 상황을 고려해 미세먼지 저감 정책을 새로 짤 때가 온 겁니다. 중국발(發) 미세먼지 유입량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습니다.” 

중국도 그 나름 노력하네요. 

“국외에서 들어오는 미세먼지를 백령도에서 관측합니다. 서해를 통해 유입되는 미세먼지가 1년 평균으로 봤을 때 상당히 낮아지고 있어요. 중국으로부터의 미세먼지 유입이 줄었다는 얘기죠. 중국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징진지(京津冀·베이징-톈진-허베이) 지역에서 대대적인 오염물질 저감 조치를 펼쳤습니다. 낮추어 줄일 미세먼지 농도를 타깃을 정해 진행했습니다. 2017년 60㎎/㎥로 낮추는 게 목표였는데 성공했어요. 굉장히 다양한 수단을 썼습니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곳은 전기를 끊어버리는가 하면 공장 문을 아예 닫게도 했으며 업주를 구속하기도 했어요. 엄청난 행정비용을 사용한 것입니다. 지방정부 처지에선 경제성장이 필요합니다. 공장 문을 닫게 하면 세수가 줄어들죠. 산업 구조조정과 함께 진행되지 않은 오염물질 저감 정책의 효과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의문이지만 단기적 효과는 확실히 있습니다. 미국과 공동 연구를 통해 저감된 사실을 숫자로도 입증했고요.”


“근거 없는 비판은 문제 해결에 오히려 악영향”

미세먼지 ‘매우 나쁨’이던 1월 18일 남한산성에서 촬영한 롯데월드타워 일대(왼쪽)와 ‘좋음’이던 4월 12일 석촌호수에서 촬영한 롯데월드타워 일대가 대비된다. [조영철 기자]

미세먼지 ‘매우 나쁨’이던 1월 18일 남한산성에서 촬영한 롯데월드타워 일대(왼쪽)와 ‘좋음’이던 4월 12일 석촌호수에서 촬영한 롯데월드타워 일대가 대비된다. [조영철 기자]

석탄으로 보일러를 돌리는 공장이 아직도 많다면서요. 

“에너지 전환과 관련해서도 노력을 많이 합니다. 석탄보일러를 가스보일러로 전환 중이에요. 서기동수(西氣東輸·서쪽의 에너지를 동쪽으로 수송한다)를 통해 천연가스를 공급받는데, 공급량이 얼마나 지속되느냐가 중요해요. 공급량이 줄어들면 다시 석탄을 연료로 사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죠.” 

공산당이 통치하는 권위주의 리더십을 가진 국가다 보니 규제를 강하게 시행하는 게 가능하겠습니다. 

“오염물질 저감 목표 달성 여부를 관료의 인사고과에 반영하는 정도를 넘어 성과가 미흡한 도시의 시장을 파면하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는 승용차 2부제 시행이 어렵지 않습니까. 중국은 달라요.” 

강제적인 2부제도 시행합니까. 

“강제 2부제도 시행해요. 무엇보다도 베이징의 하늘이 깨끗해야 한다는 거예요. 60㎎/㎥을 맞추려고 징진지(베이징-톈진-허베이) 일대에 연인원 수천 명을 파견해 대대적으로 감찰했습니다만 미세먼지 저감 정책이 징진지 지역과 광둥(廣東)성·상하이(上海) 등 정치적 의미가 있는 곳에서 주로 성과를 거뒀고, 중국 전체를 볼 때는 아직 멀었다고 봐야 합니다. 중국이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실제로 줄어들어 한반도에 주는 영향이 이전보다 작으나 한국 상공을 뒤덮은 미세먼지의 상당 부분이 중국을 포함한 국외 유입이라는 점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최근 2~3년 베이징의 공기 질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알려집니다. 베이징 일원의 공장들을 황해와 접한 산둥성으로 옮겨 한반도로 유입되는 중국발 미세먼지가 늘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산둥성으로 이전한 공장이 부분적으로 있을 수 있습니다. 베이징 외곽의 수도강철을 2008년 올림픽을 앞두고 허베이(河北)성으로 옮겼어요. 네이멍구(内蒙古)를 비롯한 내륙으로도 공장을 대거 이전했고요. 최근 대기오염 규제를 강화하면서 베이징 일대의 공장이나 발전소를 다른 지역으로 옮기거나 새로 짓지 못하게 하고 있죠. 오래전부터 진행한 것인데 공장을 산둥성으로만 옮겼다는 것은 굉장히 큰 오해예요.” 

베이징 동쪽으로 공장을 옮겨 황해를 거쳐 한국 서해안으로 오염물질을 내보낸다는 것은 낭설에 가깝다고 이해하면 됩니까. 

“산둥반도 동쪽 끝 옌타이(煙臺)의 오염물질 농도가 베이징보다 더 줄었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중국 탓만 하면 책임을 돌릴 수 있으나 균형 잡힌 시각으로 들여다봐야 합니다. 과학적, 객관적으로 살펴야 해요. 산둥성으로 이전한 공장이 다른 지역으로 가는 것보다 현저하게 많고 거기서 대기오염 물질이 대량으로 배출돼 한국에 영향이 가중된다면 한중 간 심각한 환경 현안으로 문제를 삼아야 합니다만 근거 없이 비판을 제기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오히려 악영향을 줍니다.”


헐벗은 북한 땅에서 날아오는 비산먼지

북한 경제가 과거보다 나아지면서 석탄화력발전소 가동이 늘어 북한발(發) 미세먼지도 증가한다더군요. 

“실제로 그렇습니다. 북한발 오염물질이 수도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도 시작됐습니다. 북한 땅이 헐벗지 않았습니까. 산이 황폐화한 데다 나대지에도 풀이 적습니다. 북한의 토양에서 비산먼지가 날아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평양을 비롯한 일부 도시를 중심으로 경제가 활성화하면서 저질 석탄으로 화력발전소를 돌립니다. 제재 국면이어서 지금은 어렵지만 에너지 효율 제고와 관련해 북한과 협력할 게 많습니다. 북한 화력발전소를 효율화하느니 새로 짓는 게 더 경제적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북한을 다녀온 중국 인사에 따르면 제재로 인해 원유 사정이 악화할 것을 우려해 에너지원을 석탄으로 대체하고 있다더군요. 

“석탄을 때면 대기오염이 크게 악화합니다. 북한의 오염원 배출도 주시해야 할 문제예요.” 

중국 당국이 올해 3월 환경보호부를 생태환경부로 개명하고 기능을 강화했습니다. 공해 문제 해결과 기후변화 대응을 아우르는 것으로 역할이 커졌습니다. 

“중국이 미세먼지를 줄이려 노력하는 까닭이 뭘까요? 먹고살 만해지면서 인민이 공산당에 요구하는 내용이 달라진 것입니다. 공산당 당장(黨章)에 생태문명이라는 표현이 삽입될 만큼 환경문제를 중요시합니다. 2035년 사회주의 현대화의 기본적 실현, 2049년 대동사회 구현이라는 목표를 달성해가는 과정에서 품격 있는 성장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적어도 2025년까지는 강력한 드라이브가 이어질 것 같습니다만 민주적 거버넌스가 부재한 상황에서 톱다운 방식만으로는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 정부가 강력한 리더십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봅니다.” 

환경 정책 등에서 중앙정부 권위가 약화하리라고 보는군요. 

“한국도 비슷했죠. 행정 규제만으로는 해결이 안 되니 다양한 인센티브를 주는 동시에 산업정책을 일신했습니다. 시기를 특정할 수는 없지만 중국도 지방정부나 기업으로부터 도전에 직면할 겁니다. 현재는 강제적 조치가 통하나 앞으로는 할 만큼 했는데 어쩌라는 거냐는 반발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공장 문을 닫게 하면 어떻게 먹고살라는 것이냐는 불만이 나오는 게 오히려 당연하죠. 중앙과 지방, 성 내에서의 현 정부 간 갈등이 불거질 겁니다. 현재는 관(官)이 강력한 리더십을 가졌으나 도전에 직면할 수밖에 없어요. 어떻게 인센티브를 주고 산업정책을 통해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느냐가 관건이 될 겁니다.”


“한중환경협력센터 6월 출범 예정”

문재인 대통령은 3월 30일 청와대에서 양제츠(楊潔篪) 중국공산당 정치국 위원을 만나 “한국의 미세먼지가 국내적 요인도 있지만, 중국 요인도 있는 만큼 한중 간 긴밀한 협력을 원하는 목소리가 우리 국민 사이에 높다”고 말했다. 양 위원은 “미세먼지를 포함한 대기오염 문제는 한중환경협력센터를 출범시켜 공동으로 노력하면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한중환경협력센터 조기 출범에 동의했다.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한중 협력이 시급합니다. 

“한중환경협력센터가 6월에 테이프를 끊어요. 자랑 같아 면구하지만 한중환경협력센터 설치를 제안한 사람이 저예요.” 

본부를 어디에 둡니까. 

“베이징에 둡니다. 한·중·일 3국 환경장관 회의가 6월 베이징에서 열리는데 그때 출범할 예정입니다.” 

한중 협력의 컨트롤타워가 생기는군요. 

“환경산업협력센터와 공동연구단사무실 정도가 있었으나 지금까지의 한중 협력은 분산적으로 진행된 면이 없지 않습니다. 한·중·일 대기질 공동연구단이 중국 6개 도시에서 오염물질이 얼마나 배출되고 그 지역과 한국, 일본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펴본 과학적 연구와 중국 35개 도시의 오염물질 농도를 한국에 전송해준 게 그간의 협력사업이었습니다. 환경기술 실증사업으로 미세먼지 저감사업을 기업에서 일부 진행했으나 동북아 국가 간 협력은 유럽의 1970~8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중국과의 환경 분야 협력은 정치적 외풍도 거셉니다. 지난해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로 일이 거의 진척되지 못했어요.” 

유럽 국가들은 어떻게 협력합니까. 

“유럽은 통합평가모델(Integrated Assessment Model)을 공동으로 운영합니다. 오염물질이 어디서 발생해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공동으로 감시하는 겁니다. 월경성 장거리 대기오염에 관한 협약(CLRTAP)의 TF와 연구그룹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동북아환경협력계획(NEASPEC·North-East Asian Subregional Programme for Environmental Cooperation) 산하에 동북아 청정대기 파트너십(NEACAP·North-East Asia Clean Air Partnership) 출범을 추진합니다. 한·중·일과 러시아 몽골이 참여하는 NEACAP이 출범하면 유럽의 통합평가모델과 비슷한 역할을 동북아시아에서 수행할 겁니다. 내부적으로 합의가 끝나 올해 10월 NEACAP이 채택됩니다.” 

북한은 참여하지 않습니까. 

“멤버이긴 한데 논의에 참여하지는 않았습니다. 재정 문제 등으로 인해 참여할지 모르겠어요.”


“한중이 자발적으로 정한 만큼 감축하자”

한국과 일본은 선진국입니다. 중국, 몽골 같은 개발도상국이 유럽과 같은 형태의 오염물질 감축 협약에 동의할까요. 

“유럽은 1979년 오염물질 감축을 의무로 규정한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동북아에서도 감시망을 만들고, 감축 협약을 체결해야 합니다. 유럽 모델은 전체 오염물질 목록에서 감축 범위를 정한 후 각국에 줄여야 하는 의무를 부과합니다. 동북아에서 이 같은 형태의 협약을 체결하는 것은 중국의 반대로 실현이 불가능하다고 봐요. 중국이 지금껏 감축 협약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거든요. 

기후변화협약 파리협정을 원용해 규정을 만들면 한중 간 혹은 한·중·일 간 감축 협약을 맺을 수 있다고 봅니다. 파리협정은 자발적 국가결정기여(INDC·Intended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를 통해 선진국에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부과되던 것을 개발도상국으로 넓혔습니다. INDC 방식이 뭐나면 각국이 자발적으로 얼마씩 줄이겠다고 약속한 것을 토대로 협약을 맺는 겁니다. 

중국이 현재 대기질 개선 목표를 정하고 저감 정책을 펼칩니다. 한국도 2022년까지 서울의 초미세먼지(PM2.5)를 18㎎/㎥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고요. 두 나라 모두 대기질 개선과 관련한 국가 목표를 가진 겁니다. 각 나라가 자발적으로 정한 만큼 오염물질을 감축하는 협정을 맺는 것은 상대적으로 수월할 것입니다. 

INDC 방식으로 협약을 맺으면서 INDC플러스(+)를 도입하자는 게 제 주장입니다. 5~10년 배출 통계와 이동 경로를 살펴보면 어느 지역에서 얼마나 대기를 오염시키는지 알 수 있어요. 예컨대 오염물질이 많이 발생하고 한국에 영향이 큰 특정 도시가 10% 감축 중이라면 15% 줄이는 것으로 합의하는 겁니다. 그러려면 기술과 비용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그것을 우리가 일부 분담해 제공해주자는 겁니다. 

중국이 잘사는데 무슨 소리야 하는 비판이 나오겠습니다만 국민의 건강 보호와 사회적 비용 절감 측면에서 보면 남는 장사예요. 오염물질 배출 저감을 위해 한국 땅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는데 그중 일부를 중국에 투여하자는 겁니다.”


“한반도 차원에서 한민족 생활공간 관리해야”

중국이 받을까요. 

“강하게 요구해야죠. 언제까지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나라로 지목될 것이냐, 21세기 환경 리더 국가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설득해야 합니다. 그리고 국제적으로 논의를 확산해야 합니다. 예컨대 미세먼지로부터 인류를 구원하는 정상회의를 유엔에서 개최해 공동선언을 추진하는 겁니다. 공동선언이 구속력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중국이 동참한다면 한중 간 협력에도 긍정적인 국제적 분위기가 형성될 겁니다.” 

유럽과 달리 동아시아에서는 국제적 거버넌스가 잘 작동하지 않습니다. 

“인류 공동의 발암물질인데 한중 양국이 앞장서 해결해야 하지 않겠냐는 관점에서 접근해야죠. 중장기적 계획을 갖고 시나리오별 대안을 마련해 신중하면서도 분명하게 제안해 합의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올해를 넘기지 말고 협약을 체결하자고 제안해야 합니다. 의무 감축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하되 문제가 심각한 곳은 플러스로 감축하자고 설득해야 해요.” 

지금껏 중국발 오염물질에 대해 감정적 비난은 많았으나 협력을 통해 저감하는 방법과 관련한 체계적이고 실효적인 접근은 거의 없었군요. 

“부족했죠. 특히 오염물질 저감 협약 체결을 위한 실질적 노력은 없었습니다. 정부가 의제로 만들지 못한 데는 중국의 반발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중국의 도움도 필요하고요. 감정적으로만 대응할 문제가 아닙니다. 중국도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고자 굉장히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 

환경문제를 매개로 한 남북 협력도 필요하겠습니다. 

“북한이 제대로 살지도 못하는데 무슨 환경문제냐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됩니다. 남북 간 환경 협력은 한민족 공동체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한민족의 생존 공간을 한반도 차원에서 관리하는 것입니다. 북한의 산림이 황폐해졌어요. 하천도 다 망가지고요. 그대로 방치하면 안 됩니다. 북한 주민의 건강·생명·재산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수질이 좋지 않아 깨끗한 음용수를 마시지 못해요. 비가 많이 오면 홍수가 나 수많은 사람이 죽습니다. 한민족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예요. 비핵화, 평화체제, 남북협력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환경 관련 의제를 개발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특정한 지역을 정해 산림복원·에너지·식량이 패키지로 들어가는 협력사업을 벌일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시작해 중국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생태 네트워크 복원도 진행할 수 있고요. 북한이 금강산-원산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신청했습니다. 설악산은 이미 지정돼 있어요. 남북 간 대화의 계기가 된 평창 동계올림픽의 상징성을 살려 평창-설악산-금강산-원산 지역을 평화와 환경 보존의 상징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신동아 2018년 5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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