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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文의 개헌’ 是是非非

국회 헌정특위 민주당 간사 이인영 의원

“한국당 사실상 내각제 주장 총리만 독상 받는 구조”

  •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국회 헌정특위 민주당 간사 이인영 의원

  • ● 개헌 약속 어기면 정치 ‘극혐’과 조소 초래
    ● 개헌은 국민의 열망, 한국당 빨리 협상 나서야
    ● 국민 다수는 정부 형태로 대통령제 선호
    ● 사유재산, 다당제 인정하는 사회주의가 어디 있나
    ● 개헌 방해 세력, 국민이 ‘페이퍼 스톤’으로 심판할 것
[지호영 기자]

[지호영 기자]

지난해 대선 당시 주요 5당 후보가 함께 약속한 ‘6월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개헌 논의를 본격 진행해야 할 4월 임시국회는 13일 현재 열흘 넘게 파행 중이다. 개헌의 선결 과제인 국민투표법 개정안 처리 역시 진척이 없는 상태다. 국회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이인영 의원은 “6월 개헌을 위한 절대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그래도 희망을 놓지 않고 협상을 이어가려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9월 개헌 주장은 부도날 어음”

“개헌은 지난 ‘촛불 시민혁명’을 통해 드러난 국민의 열망이다. 정치권이 공고하게 합의한 일이기도 하다. 그 약속을 위반하는 건 국민의 정치 불신을 넘어 ‘극혐’ 또는 조소까지 자아낼 수 있는 일이다. 지방선거 뒤엔 개헌이 지금보다 훨씬 어려워질 것이 분명하므로, 지금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본다.” 

자유한국당은 6월 개헌안 발의, 9월 국민투표를 주장한다. 

“개헌 약속 파기를 포장하려는 일종의 이미지 조작이라고 본다. 국민은 6월을 개헌이 완성되는 달로 알고 있다. 그런데 6월에 개헌안만 발의하자고 하는 건, 부도날 어음을 발행하자는 것에 불과하다.” 

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거라고 보는 건가. 

“지방선거가 끝나면 개헌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일단 승리 정당과 패배 정당이 갈린다. 패한 정당의 지도부가 교체될 공산이 크다. 이후 새로 들어온 지도부가 개헌 약속을 책임 있게 지킬 거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당 지도부는 이미 지난 대선 당시의 약속도 파기하지 않았나. 또 지방선거에서 패한 정당이 다음 정권을 획득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면, 현재 지역주의에 근거한 의회 권력이라도 지키고자 개헌을 의도적으로 지연할 수도 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며 130조에 달하는 헌법 조문 하나하나를 다 시비 걸고 나서면 개헌이 제때 이뤄지겠나. 개헌의 최적기는 9월이 아니라 바로 지금이다. 일찌감치 6월 개헌을 약속한 주요 정당들이 준비를 다 마쳤고 정부, 선거관리위원회, 국민도 모두 준비돼 있다. 이번에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같이 하면 막대한 추가 경비를 들여 주권을 두 번 행사하게 하는 번거로움도 피할 수 있다. 한국당은 시간을 더 끌지 말고 바로 지금, 개헌 논의에 나서야 한다.” 

개헌안의 정부형태 부분에서 대통령제를 고수하는 정부 및 민주당과 이원정부제를 주장하는 한국당의 의견차가 크지 않나. 

“이 문제는 국민의 뜻을 봐야 한다. MBC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4월 3~5일 성인 15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5%P)에 따르면 우리 국민 70% 이상이 대통령제를 원한다. 대통령 4년 중임제(49.2%)와 5년 단임제(21.1%)를 원한다는 응답이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이원정부제(12.9%), 내각제(8.2%)를 바라는 응답자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 헌정사에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이 수차례 반복된 게 사실이다. 

“현재 국회에 제출돼 있는 대통령 개헌안은 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여러 장치를 뒀다. △결선투표제 도입 △대통령 권한 분산 △대통령의 국가원수로서의 지위 삭제 등이다. 먼저 결선투표제부터 보자. 이 제도가 도입되면 앞으로는 대선에서 1등을 하더라도 유효투표 총수의 과반수를 얻지 못하면 ‘결승전’을 한 번 더 치러야 한다. 원내 1, 2당 후보라도 다른 당과 연대해야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과정에서 집권 후 국무총리나 핵심 장관 자리를 다른 당에 주겠다는 연정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 자연스레 분권과 협치의 길이 열리는 것이다.”


국가원수 자리에서 내려오는 대통령

이인영 의원(왼쪽에서 세 번째)이 국회에서 헌정특위 한국당 위원인 정종섭 의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이인영 의원(왼쪽에서 세 번째)이 국회에서 헌정특위 한국당 위원인 정종섭 의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과거에도 ‘DJP연합’이라는 이름의 연정이 이뤄진 바 있지만 제왕적 대통령제 아래서는 선거 과정에서 한 약속이 지켜지기 어렵다는 전례만 남긴 채 끝나지 않았나. 

“김대중 정부 초기엔 김종필 총리가 권력을 상당 부분 나눠 가졌다. 책임총리 구실을 수행했고, 김 총리가 이끈 자유민주연합도 내각에서 경제부처를 포함해 절반 정도의 장관직을 차지했다. 그러다 연정이 깨지자 김대중 정부가 흔들렸다. 여당이 국회에서 소수파가 되면서 각종 정책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 사례를 봐도 연정을 깨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걸 알 수 있다.” 

개헌안에 포함된 대통령 권한 분산책은 또 뭐가 있나. 

“먼저 눈에 띄는 게 정부가 법률안을 제출하려면 국회의원 10명 이상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한 것이다. 현행 헌법에 있는 정부의 법률안 제출권은 유지하되, 의원입법과 같은 수준의 통제 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또 ‘예산법률주의’를 규정해 국회의 예산통제권도 강화했다. 이제는 정부가 마음대로 예산을 책정할 수 없게 된다. 

감사원의 감사위원 9명 중 3명을 국회에서 선출하도록 한 것도 의미 있는 부분이다. 현재 대통령의 권력을 공고히 하는 장치 중 하나가 감사권이다. 대통령은 언제든 감사원을 동원해 말 안 듣는 놈은 혼내고, 자기 편은 감쌀 수 있었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국회에서 선출하는 감사위원 3명 중 적어도 1명은 야당 몫이 되므로 민주적 통제가 가능해진다. 

대통령 헌법개정안에는 사법부의 독립성을 강화한 부분도 있다. 헌법재판소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던 데서 재판관 중 호선하는 것으로 바꾸는 등 여러 변화가 생겼다. 이렇게 입법부와 사법부의 힘이 커지면 3권 분립에 근거한 민주적 견제와 균형 장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게 된다. 이른바 무소불위라는 대통령 권력이 제한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행정부 안에서 국무총리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현행 헌법은 국무총리에 대해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한다’(제 86조 2항)고 규정하는데, 헌법개정안에서는 이 중 ‘대통령의 명을 받아’ 부분을 삭제했다. 총리가 스스로 책임감과 자율성을 갖고 행정부를 통할할 수 있는 범위가 커진 거다.”


“정치권이 국민 이기려 해서야”

이 의원은 헌법개정안이 현행 헌법의 ‘국가원수’ 조항을 삭제한 것도 높게 평가했다. 헌법 제66조는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이며,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한다’고 규정한다. 이 조문이 헌법개정안에서는 제70조 1항 ‘대통령은 국가를 대표한다’로 바뀌었다. 이 의원은 “원수라는 게 현대적 의미로 보면 왕 아닌가. 지금까지는 이 조문을 통해 대통령의 초월적 지위가 분명히 드러났다. 헌법개정안은 그런 대통령의 지위를 민주적이고 시민적인 차원으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새로운 헌법 체제에서 대통령은 더 이상 ‘제왕’이 아닌 국가의 대표로서 입법·사법부와 협조하며 행정부를 이끌어나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당은 총리 권한을 좀 더 확대하는 분권형 책임총리제를 주장하고 있는데. 

“한국당의 개헌안을 보면 이름을 분권형 정부제라고 붙였을 뿐 사실상 내각제를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서 총리를 선출하도록 하고, 대통령에게 의회해산권을 부여한 부분 등이 그렇다. 한국당은 자체 개헌안의 정부형태에 대해 대통령이 외치, 총리가 내치를 각각 담당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는데, 실질을 보면 통일·외교·국방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나머지 행정권은 국회가 선출한 국무총리가 도맡는다. 현행 직제 구조에 있는 장관 18명 중 15명을 총리가 임명하게 돼 있다. 각종 위원회 등의 임명직까지 포함하면 대통령 몫은 11개, 총리 몫은 41개에 달한다. 이 정도면 대통령과 총리가 겸상을 하는 게 아니라 아예 총리가 독상을 차리는 거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분권이라는 미명하에 국민 다수가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권력 구조를 만들려고 하는 거라고 봐야 한다.” 

이 의원은 이 대목에서 “정치권 일부에서는 ‘국민이 뭘 잘 몰라서 대통령제를 원하는 것일 뿐, 실은 이원정부제나 내각제가 훨씬 선진적인 제도’라는 식으로 이야기한다”면서 “나는 그런 태도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럼 우리 국민이 왜 대통령제를 선호한다고 생각하나. 

“첫째, 통일을 이뤄내려면 좀 더 강력하고 에너제틱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독일도 내각제로 통일했는데 무슨 소리냐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를 둘러싼 환경은 통일 당시 독일과 매우 다르다. 우리는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세계 강대국 틈바구니에 있다. 우리 국민 다수는 이런 상황에서 통일을 이루려면 대통령제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둘째, 우리 국민은 사회경제적 개혁이 미진한 상황에서 내각제나 이원정부제가 채택될 경우 현행 기득권 구조의 고착 또는 확대 재생산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다. 마지막으로 성숙한 주권의식을 바탕으로 스스로 대통령을 선출하고자 하는 의지가 크다. 국민은 국회의원만 뽑고 그들이 다시 총리를 선출해 정부를 운영하도록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이게 분명한 국민의 뜻이라면, 특정 정당이나 국회의원 일부가 이런 민의를 무시하고 국민을 이겨먹으려 하면 안 된다고 본다.” 

앞서 언급한 대통령제 선호 이유 중 ‘사회경제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부분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기업과 노동자 관계부터 얘기하고 싶다. 우리나라에는 그동안 열심히 일하는 대상으로서 ‘근로자’가 있을 뿐 경제적 시민권의 확고한 주체인 ‘노동자’ 개념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았다. 기업들이 임금을 적게 주려는 목적으로 비정규직을 양산하면서 생긴 노동소득 격차도 날로 심화하고 있다. 대통령 개헌안은 이 문제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현행 헌법의 ‘근로자’라는 표현을 ‘노동자’로 바꾸고 ‘동일가치노동 동일수준임금’ 조항을 추가했다. 이렇게 변화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또 이번 개헌안은 경제주체 간의 상생을 강조하고 토지공개념의 내용을 분명히 하면서, 국가에 농어민 지원 등 여러 의무도 부과했다.”


“홍준표 대표도 사회주의자냐”

언급한 조항에 대해 한국당은 사회주의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사회주의가 뭔지 모르는 사람들의, 한마디로 말이 안 되는 주장이라고 본다. 사회주의를 하는 나라에서 헌법을 통해 사유재산을 보장하나? 모든 산업을 국유화하고, 영도(領導) 정당의 독재를 규정해야 하지 않나? 우리 헌법개정안은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사유재산권 보장’ ‘정당 설립의 자유와 복수정당 제도’ 등을 명확히 규정해뒀다. 부동산 투기 등으로 시장 질서가 왜곡되고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하는 걸 방지하고자 토지공개념을 명시한 건 맞다. 개헌안 제128조 1항 ‘국가는 국민 모두의 생산과 생활의 바탕이 되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하여 법률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필요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 등의 내용이다. 이것이 사회주의인가. 토지공개념은 1972년 유신헌법부터 이미 우리 헌법 안에 들어와 있던 조항이다. 심지어 홍준표 대표는 2005년 투기를 막겠다며 성인 한 사람당 집을 한 채만 소유하도록 제한하는 법안을 추진한 적도 있다. 

한국당은 대통령 개헌안 제33조 3항 ‘국가는 동일한 가치의 노동에 대해서는 동일한 수준의 임금이 지급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 또한 문제 삼는데, 이 내용은 지난 총선 때 강봉균 당시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장이 내걸었던 공약에도 포함돼 있다. 이제 와서 이것이 ‘카를 마르크스의 사회주의 이론에 근거한 것’이라고 날을 세우니 정말 뭐라고 할 말이 없다. 이건 매도나 날조를 넘어 그냥 무식한 얘기로 보인다.” 

한국당은 대통령 개헌안 등을 문제 삼아 ‘사회주의 개헌·정책 저지투쟁본부’까지 만들었다. 

“보수의 기반을 굉장히 좁게 만드는 자가당착으로 귀결될 거라고 본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대통령 개헌안에 대한 지지율이 60% 이상으로 나온다. 만약 이게 사회주의적 헌법이라면 그렇게 많은 국민이 지지하겠나.” 

1987년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1기 의장으로 6월 항쟁의 중심에 있었던 이 의원은 당시 거리를 뒤덮은 국민의 개헌 의지를 분명히 기억한다고 했다.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외치며 거리로 나선 시민의 목소리는 ‘직선제 개헌’으로 강력히 모였고, 그 힘으로 개헌을 이뤄냈다. 이 의원은 “지금 우리 국민이 원하는 건 ‘나라다운 나라’다. ‘촛불 시민혁명’의 뜻을 이어받아 ‘더 좋은 민주주의’ ‘더 나은 국민의 삶’을 실현할 헌법을 만드는 것이라고 본다. 과거 헌법이 독재자나 기득권자의 무기, 통치 수단 등에 불과했다면 ‘촛불’ 이후 헌법은 국민 모두의 것이 돼야 한다고 믿는다. 지금 정치권은 바로 이러한 국민의 뜻을 실현할 책무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해달라. 

“6월 개헌을 이루려면 늦어도 5월 초까지는 국회에서 개헌안에 대한 합의를 끝내야 한다. 남은 시간이 길지 않지만 기적이 일어나기를 기대한다. 그것을 위해 한국당에 막무가내식 완력 행사를 멈추라고 말하고 싶다. 정치는 골목길 패싸움이 아니다. 논리적으로 이론적으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홍준표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분명히 6월 개헌을 약속했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 후 서로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 됐다고 마음 바꾸지 말고 6월 지방선거 동시 개헌 약속을 꼭 지키라’고까지 했다. 한국당은 더 늦기 전에 개헌안 논의 테이블에 앉기 바란다. 여야의 의견이 끝내 좁혀지지 않으면 국민의 의견을 물어 그 뜻을 따르자. 지금 우리 국민이 개헌을 요구하며 돌멩이를 던지지는 않고 있지만, 자신들의 개헌 열망을 수렴하지 않는 정치 세력은 투표장에서 ‘페이퍼 스톤’으로 심판할 것이라고 믿는다.”


신동아 2018년 5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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