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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文의 개헌, 是是非非 |

대통령 개헌안 6대 논점

헌법 가치, 조문 두고 장님 코끼리 만지기

  •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대통령 개헌안 6대 논점

  • ● ‘5·18민주화운동’ 헌법 전문(前文)에 포함될까
    ● 제왕적 대통령제, 이번엔 해소되나
    ● 지방분권 강화, 사실상의 연방제 추진인가
    ● 토지공개념, 동일노동 동일임금 둘러싼 설왕설래
    ● 검경 수사권 조정의 역사와 전망
대통령 개헌안 6대 논점
1. 헌법 전문(前文)
“부마항쟁, 5·18, 6·10 등 역사적 사실 추가” 對 “현행 유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혁명, 부마민주항쟁과 5·18민주화운동, 6·10항쟁의 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자치와 분권을 강화하고,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개개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 안으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과 지역 간 균형발전을 도모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자연과의 공존 속에서 우리들과 미래 세대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 1948년 7월 12일에 제정되고 9차에 걸쳐 개정된 헌법을 이제 국회의 의결을 거쳐 국민투표에 의하여 개정한다. 

(개헌안 전문, 현행 전문과 달라진 내용을 표시했다.)


헌법 전문은 헌법 맨 앞에 위치하는 일종의 머리말이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헌법 전문에는 일반적으로 헌법 제정의 역사적 의의와 주체, 헌법의 목적과 지도이념, 제정이나 개정 과정 등을 담는다. 이번 개헌 논의 과정에서 쟁점은 전문에 △새로운 헌정사적 사실을 추가할지 △새로운 헌법 가치를 미래지향적으로 제시할지 여부 등이다. 

제헌헌법 이후 1960년 실시된 4차 개헌까지 우리 헌법 전문에 기록된 헌정사적 사실은 ‘기미삼일운동’이 전부였다. 이후 5~7차 개헌헌법(1962~1980)에 ‘3·1운동, 4·19의거, 5·16혁명’이 언급됐으나 8차 개헌(1980~1987)에서 ‘3·1운동’을 제외한 두 항목이 빠졌고, 9차 개헌으로 다시 ‘4·19 민주이념’이 추가됐다. 

대통령 개헌안은 현행 헌법 전문의 ‘4·19’를 ‘4·19혁명’으로 바꾸고 ‘부마민주항쟁, 5·18민주화운동, 6·10항쟁’ 등을 추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민주평화당은 개정 헌법 전문에 ‘동학농민혁명, 5·18민주화운동, 촛불시민혁명’ 등을, 정의당은 ‘부마항쟁, 5·18민주화운동, 6월항쟁, 촛불시민혁명’ 등을 각각 명기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추가 사항 없이 현행 유지를 주장했다.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헌정특위)에서 각 당 대표들은 ‘헌법의 역사성을 확인하고 헌법의 지향점을 강조하려면 헌법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헌정사적 사실을 추가해야 한다’는 쪽과 ‘추가하려는 역사적 사실 선정에서 불필요하게 국론이 분열될 수 있는 만큼 현행 전문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쪽으로 나뉘어 팽팽히 맞섰다. 

한편 대통령 개헌안은 전문에 ‘자치와 분권’, ‘지역 간 균형발전’, ‘자연과의 공존’ 등 일부 사회적 가치도 추가했다. 당초 김원기·김형오 전 국회의장과 김선욱 전 법제처장 및 법학교수,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헌정특위 자문위원회는 현행 헌법 전문의 ‘민주개혁’을 ‘자유롭고 평등한 민주사회의 실현’으로 고치고, ‘동포애’와 ‘민족의 단결’ 등의 문구는 삭제할 것을 제안했다. 또 △생명존중 △동포애·인류애에 따른 공존·평화 △자율·조화에 따른 사회 정의와 자치·분권 △기회균등과 상호 연대의 원리 △지구생태계와 자연환경 보호 등을 ‘새로운 가치체계와 사회원리’로 제시했으나 일부는 대통령 개헌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해외 입법례를 보면 미국, 독일, 일본 등의 헌법 전문에는 역사적 사실이 기재돼 있지 않은 반면 프랑스는 1789년 인권선언, 1946년 헌법전문, 2004년 환경헌장 등을 열거했다.


2. 정부 형태(권력구조)
“대통령 4년 연임제” 對 “분권대통령·책임총리제”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하되, 연이어 선출되는 경우에만 한 번 중임할 수 있다.”(개헌안 제74조)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가운데)이 3월 21일 오전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을 설명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가운데)이 3월 21일 오전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을 설명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최근 개헌 논의 과정에서 정치권의 의견이 가장 첨예하게 맞붙은 주제는 정부 형태다. 국회 헌정특위 위원들은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집중돼온 권한을 분산해 권력이 남용되는 일이 없도록 하고 분권과 협치가 가능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우리나라의 현실에 부합하는 정부 형태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대통령중심제, 혼합정부제(이원정부제), 내각제 등 다양한 정부 형태 가운데 정부 개헌안이 채택한 건 4년 연임 대통령제다. 정부는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장기적 국가과제를 일관성과 연속성을 갖고 추진’하려면 대통령 4년 연임제가 적합하다며, ‘대통령은 국민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로 선출’하고 ‘선거에서 유효투표 총수의 과반수를 얻은 사람이 없을 경우 결선투표를 실시’(개헌안 제71조)하는 내용의 개헌안을 제시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대통령과 총리가 권한을 나눠 갖는 이원정부제 형태의 권력구조 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황영철 헌정특위 자유한국당 간사는 최근 헌정특위 회의에서 “개헌은 나라의 체제를 바꾸는 중대한 결단이자 구체제와 단절하고 사회 시스템을 새롭게 하는 과정”이라며 “이번 개헌에 부여된 시대적 과제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정부 형태로 제시한 것이 ‘분권대통령·책임총리제’다. 자유한국당은 이에 대해 ‘국민이 직접 선출하는 대통령이 국가원수로서 국가를 대표하고, 국정은 책임총리를 중심으로 운영하며,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이를 헌법적으로 뒷받침하는 정부 형태’라고 설명한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내치(국정)를 담당하는 ‘책임총리’를 국회에서 선출하도록 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에 대해 ‘사실상의 내각제’라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 개헌안이 현행 헌법 중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한다.’(제86조 2항)에서 ‘대통령의 명을 받아’ 문구를 삭제함으로써 국무총리의 자율권을 강화했음을 강조한다. 또 특별사면에 대한 절차적 통제 강화(개헌안 제83조), 헌법재판소의 장 선임 방법 변경(개헌안 제111조 4항), 감사원의 독립기관화(개헌안 제114~117조) 등을 통해 대통령의 권한을 합리적으로 분산할 수 있는 장치를 다수 마련한 만큼 ‘대통령 4년 연임제’가 ‘제왕적 대통령제의 연장’이 될 소지가 적다는 입장이다. 

한편 정의당은 정부 형태에 대해 ‘기본적으로 대통령제를 유지하는 전제 아래 사법부의 독립성 강화 등을 통해 제왕적 대통령제 문제를 해결해가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심상정 헌정특위 ‘평화와정의의의원모임’ 간사는 “개정 헌법에서 국무총리는 국회의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해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면서 대통령과 국회의 협치를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역사적으로 볼 때 우리 헌법이 1948년 제정 이후 8차례에 걸쳐 개정되는 동안에도 가장 논란이 된 것은 정부 형태였다. 초대 대통령에 한해 중임 제한을 철폐한다든지(2차 개헌, 1954), 4년 중임으로 제한돼 있던 대통령의 임기를 3회 연임이 가능하도록 변경(6차 개헌, 1969)하는 등 권력자의 장기 집권을 목표로 한 헌법 개정이 반복되면서 헌정사의 불행한 사건이 초래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1980년 8차 개헌 때 ‘대통령의 임기는 7년으로 하며, 중임할 수 없다’는 단임제 조항이 마련됐고, 현행 헌법은 ‘임기 5년 직선 대통령제’를 정부 형태로 규정하고 있다.


3. 지방분권 강화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성장 도모” 對 “사실상 연방제 도입”
“대한민국은 지방분권국가를 지향한다.”(개헌안 제1조 3항)


정부 개헌안은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개명하고자 한다. 중앙과 지방이 종속·수직적 관계가 아니라, 독자적이고 수평적인 관계라는 점을 분명하게 드러내기 위함이다. 아울러 지방자치단체 집행기관을 ‘지방행정부’로 명칭하기로 했다. 헌법 제1조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국가를 지향한다’는 내용을 신설해 대한민국 국가 운영의 기본 방향이 지방분권에 있음을 분명히 해 향후 입법과 정부 정책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도록 했다. 

청와대는 지방분권 강화가 “형평성 문제는 아니”라고 한다. 서울과 수도권으로의 인구·자본 집중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 서울의 합계 출산율은 0.87명으로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최하위다. 인구를 재생산하지 못하고 지방으로부터의 인구 유입에 의존하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지방 없이 수도권도 없고, 서울도 없다”며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반드시 지방분권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한다. 

개헌안에는 지방분권과 관련해 크게 세 가지가 담겼다. △지방정부 권한 확대 △주민참여 확대 △지방분권 관련 조항의 신속한 시행이다. 

지방정부로의 명칭 개정과 아울러 지방정부 스스로 지방행정부 및 지방의회 조직을 구성하고, 운영에 관한 구체적 내용을 정할 수 있게 했다. 지방정부의 자치입법권 보장을 목적으로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에서” 법률이 정하지 않은 사항도 조례로 만들 수 있다. 다만 주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사항은 법률의 위임이 있는 경우에만 조례로 제정하도록 했다. 한편 주민들이 직접 지방정부의 부패와 독주를 견제할 수 있도록 주민발안, 주민투표, 주민소환 제도를 헌법에 규정했다. 이들 제도는 현재 법률상의 권리로 보장된다. 지방의 숙원이던 ‘지방세 조례주의’도 도입된다. 지방정부는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에서’ 자치세의 종목, 세율, 징수 방법 등을 조례로 정할 수 있다. 

자치재정권 보장을 위해 ‘지방정부는 자치사무의 수행에 필요한 경비를 스스로 부담한다’(제124조 1항)는 규정을 신설했다. ‘자치사무 수행에 필요한 경비는 지방정부가, 국가 또는 다른 지방정부 위임사무 집행에 필요한 비용은 국가 또는 다른 지방정부가 부담’한다는 내용도 포함해 지역 간 재정 격차 확대를 초래하지 않도록 하는 헌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또한 정부는 지방분권의 신속한 시행을 목적으로 개정 헌법에 따른 지방정부가 구성되기 전이라도 개정 헌법의 지방자치 규정을 적용하는 경과 규정을 이번 개헌안에 포함했다. 

지자체들은 지방분권 강화와 관련한 개헌안 내용을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다만 재정자립도를 높일 수 있는 구체적 권한 보장을 추가로 요구한다. 한편 세금의 약 80%를 국세로 걷는 현실을 그대로 둔 채 지방분권을 강화하면 지역 간 빈부 격차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방 토호세력’의 전횡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도 나온다. 

자유한국당은 지방분권 ‘강화’에는 찬성하지만 그 ‘수준’에 대해선 청와대와 견해를 달리한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바꾸는 문재인 대통령 개헌안에 대해 “지방분권의 이름으로 사실상 연방제를 도모하는 것”이라며 “단일국가를 정하고 있는 헌법체계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은 지방분권을 강화하되 국가의 통일성과 통합성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분권을 허용하는 수준에서 개헌하자는 입장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개헌하지 않고도 법령 개정 등으로 지방자치를 강화할 수 있다”고 견해를 밝힌 바 있다.


4. 토지공개념
“우리 헌법에 이미 내재” 對 “사회주의로 가자는 거냐”
“국가는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만 법률로써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개헌안 128조 2항)


경제학에서 말하는 생산의 3요소는 토지, 자본, 노동이다. 그런데 토지는 자본, 노동과 달리 무한정 늘릴 수 없다. 미국의 경제학자 헨리 조지(1839~1897)는 사회가 진보해도 빈곤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원인을 ‘제한된 토지’에서 찾았다. 소수가 토지를 차지함으로써 빈부 격차가 커진다는 것이다. 그는 빈곤 문제를 해결하려면 “땅으로부터 나오는 이윤을 몰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지공개념은 이러한 헨리 조지의 사상에 뿌리를 둔다. 토지의 사적 소유권 자체는 인정하지만, 토지의 소유와 처분을 공공의 이익을 위해 적절히 제한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토지의 사회적 공공성을 가리킬 뿐, 토지가 개인의 사유재산이라는 점을 부정하지 않는다. ‘토지 국공유화’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현대의 많은 국가는 토지의 ‘사회적 공공성’을 인정한다. 100년 전인 1919년 제정된 독일 바이마르 헌법은 토지가 공적 성격을 갖고 있음을 성문화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독일, 오스트리아, 스페인 등 유럽 국가들이 헌법에 토지공개념을 명시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헌법도 토지공개념의 취지를 담은 조항들을 이미 갖고 있다. 현행 헌법에는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제23조 2항), ‘국가는 국민 모두의 생산 및 생활의 기반이 되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해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그에 관한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제122조)고 명시돼 있다. 

헌법재판소도 ‘토지는 원칙적으로 생산이나 대체가 불가능하여 공급이 제한되어 있는 반면, 우리나라의 가용토지면적은 인구에 비하여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다른 재산권과 같게 다룰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므로 공동체의 이익이 보다 강하게 관철되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헌법재판소 89헌마214). 

정부는 이번 헌법 개정안을 통해 토지공개념을 헌법에 보다 명확하게 반영하고자 한다. 그 배경에 대해서는 ‘토지공개념은 해석상 인정되고 있으나, 개발이익환수 등 토지공개념과 관련된 정책에 대해 끊임없이 논란이 있어왔다’고 설명한다.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89년 토지공개념 3법(△토지초과이득세 △개발이익환수제 △택지소유상한제)이 제정됐지만, 이 법률들은 헌법불합치 또는 위헌 판정을 받았다. 이후 노무현 정부 때 토지공개념이 일부 반영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가 새로 제정됐지만, 경기 침체를 이유로 지난해 말까지 법 시행이 유예돼왔다. 

이번 개헌안에 대해 찬성하는 측은 토지공개념이 헌법에 명시됨으로써 부동산 투기 억제, 주택난 해결, 양극화 해소 등에 효과적일 것이라고 본다. 반면 사적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반발도 크다. 4월 4일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주최로 열린 ‘토지공개념 개헌,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자유시장 경제를 막고 명백한 사회주의 체제로 가자는 것”이라며 정부 개헌안의 토지공개념 도입을 강하게 반대했다. 

다만 헌법에 토지공개념이 명시되더라도 정부가 당장 강력한 부동산 규제책을 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청와대가 개헌안 제128조 2항에 ‘법률로써’ 문구를 추후 삽입한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부동산 규제와 관련한 법률 마련 없이 정책을 펼 수는 없기 때문이다.


5. 기본권
“기본권 확대, 불평등 해소” 對 “특정 이익집단 요구를 헌법에 반영”
“국가는 동일한 가치의 노동에 대해서는 동일한 수준의 임금이 지급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개헌안 제33조 3항)


정부가 대통령 개헌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밝힌 첫 번째 특징은 ‘기본권과 국민주권의 확대·강화’다. 일부 기본권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바꾸고, ‘생명권 및 신체와 정신을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개헌안 제12조), ‘자기정보통제권’(개헌안 제22조 2항) 등을 신설했다. 

또 사회보장을 국가의 시혜적 의무로 보던 태도(현행 헌법 제34조 2항 국가는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에서 벗어나 ‘모든 국민은 (중략) 적정한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사회보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개헌안 제35조 2항)고 규정했다. 

자유한국당은 정부 개헌안의 기본권 강화 조항과 관련해 ‘생명권·건강권·재산권 등의 확대에 반대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단 현행 헌법에서 사용한 ‘근로’라는 용어를 ‘노동’으로 바꾸고, ‘근로의 의무’를 삭제하며,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규정하는 등 노동자의 권리를 대폭 강화한 부분에 대해서는 비판적 의견을 내고 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조항 신설에 대해 “특정 이익집단 요구를 수용해 헌법에 담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반면 이 조항의 순기능을 지지하는 의견도 적잖다. 고용안정성과 노동유연성을 조화시키는 것이 새로운 헌법이 담아야 할 가치이며, 산업 현장에서 파견노동자 등 비정규직 차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도 이 원칙을 헌법에 명시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양극화를 해소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려면 노동자에 대한 정당한 대우를 통해 노동자의 기본권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한편 현행 헌법에서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제34조) 등으로 포괄해 규정하던 국민의 권리를 ‘장애·질병·노령·실업·빈곤 등으로 초래되는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적정한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사회보장을 받을 권리’, ‘임신·출산·양육과 관련하여 국가의 지원을 받을 권리’’(개정안 제35조 2, 3항) 등으로 구체화한 데 대해서도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강화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존중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견과 ‘개별 사회적 기본권은 헌법이 아니라 법률에 규정해야 한다’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6. 영장청구권 삭제
“검찰 권력화 해소하는 첫발” 對 “인권침해로 이어질 우려”
“체포·구속이나 압수·수색을 하려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청구되고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제13조 3항)


체포·구속·압수·수색을 위한 영장 청구는 검찰만 할 수 있다. 현행 헌법에 그렇게 명시돼 있다. 헌법 제12조 3항은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해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고 돼 있다. 

헌법이 검찰의 영장청구권을 ‘보장’한 것은 1962년 5차 개헌에서다. 박정희 당시 대통령은 의원내각제를 대통령제로 바꾸는 개헌을 하면서 인권을 보장한다는 취지에서 검찰에 의한 영장 청구를 헌법에 명문화했다. 당시는 검찰보다 경찰의 ‘악명’이 더 높던 시절이었다. 자유당 정권 시절 경찰이 직접 영장을 청구하도록 하자 경찰권 남용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청와대는 헌법개정안에서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란 구절을 삭제했다. 조국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그리스와 멕시코를 제외하면 헌법에 영장 청구 주체 규정을 둔 나라가 없다”며 다수 입법례를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헌법에서 영장청구권 조항이 삭제된다 하더라도 검찰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을 인정하는 현행 형사소송법은 그대로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헌법에서 영장청구권이 삭제되더라도 형사소송법이 그대로인 한 검찰만이 계속해서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헌법에서 이 조항을 삭제하려는 것은 검경(檢警) 수사권 조정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재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는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를 논의 중인데, 영장청구권도 주요 논의 대상 중 하나다.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란 내용이 헌법에 존재하는 한 경찰에 영장청구권을 부여할 수가 없다. 

경찰 등은 검찰의 영장 청구 독점 권한 폐지가 검찰의 권력화 문제를 해소할 것이라고 본다. 경찰 측에 따르면 검찰 청구 영장의 기각률이 경찰 신청 영장보다 높다. 검찰이 영장청구권을 비롯해 수사권, 기소권을 독점한 현재 시스템이 검찰권 남용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경찰 측은 “수사 제도를 시대에 맞게 운영하려면 영장청구권을 헌법이 아닌 법률로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검찰 등 반대하는 측은 영장 청구 주체가 다양해질 경우 영장 청구 남용으로 이어져 인권침해가 우려된다고 주장한다. 

여타 개헌 쟁점과 달리 검사 영장청구권 삭제는 여야 합의가 수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대선 때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였던 홍준표 대표는 “경찰에도 영장청구권을 주겠다”고 공약했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수사는 원칙적으로 경찰이 담당해야 한다”고 견해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장제원 자유한국당 대변인의 ‘경찰은 미친 개’ 발언을 놓고 경찰과 자유한국당 사이 첨예한 대치 형국이 발생하자 홍 대표는 “법조계에서 ‘사냥개 피하려다가 미친 개 만난다’고 하며 절대 경찰에 독립적인 영장청구권을 주면 안 된다고 조언하더라”며 입장 변화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신동아 2018년 5월 호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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