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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분석

문재인 정부는 진보판 ‘청와대 정부’

“박근혜 전 대통령 때와 매우 유사”

  • |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문재인 정부는 진보판 ‘청와대 정부’

  • ● “집권 초 ‘청와대 정부’ 앞세운 건 文 정부가 처음”
    ● 정책실 위상 강화는 곧 내각 위상 약화
    ● “내각 똑같은 기능 갖춘 조직을 청와대에 꾸려놓은 꼴”
    ● 친문 경연장 된 집권당 전당대회
문재인 대통령이 8월 6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8월 6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시간을 약 1년 4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2017년 4월 13일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정강정책연설을 통해 “다음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아니라 ‘민주당 정부’가 될 것이다. 제대로 준비된 집권이 아니라면, 역량과 경험을 갖춘 여당이 아니라면 다음 정부는 또다시 실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열흘이 지난 4월 23일. 문 후보는 3차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책임총리제·책임장관제를 통해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할 필요가 있다. 또 국회를 존중해 견제 기능을 충분히 살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당과 내각에 책임과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청와대에 집중된 힘을 분산하겠다고 공약한 셈이다. 이는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낱말이 횡행하는 한국 정치에서 그 어떤 집권자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3차 대선후보 토론회를 주의 깊게 시청한 유권자라면 과거와 사뭇 다른 청와대를 상상했을 가능성이 크다. 보수정당 후보들도 청와대 운영 기조에서는 문 후보와 생각이 같았기 때문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작은 청와대를 만들 필요가 있다. 책임장관제를 두고 청와대 인사는 장·차관 정도만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도 “청와대를 대폭 줄이겠다. 수석비서관을 다 없애고 장관들과 일하겠다”고 발언했다. 

과연 공약대로 청와대의 힘은 내각이나 여당으로 분산됐을까? 현실은 청와대가 모든 국정 현안을 총괄·조정하고 지휘하는 ‘청와대 정부’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인원은 443명으로 박근혜 정부 때와 동일하다. 그런데 국가안보실 인원을 더하면 490명으로, 박근혜 정부 시절(469명)보다 21명 늘었다. 청와대가 ‘국가재정법’ 제9조 제4항 규정에 따라 공개한 ‘대통령비서실 및 국가안보실 소관 2018년 예산 사업별 설명자료’에 따르면 세출액 중 가장 많이 는 건 인건비다. 올해 청와대 인건비는 376억 원으로 지난해(347억 원)보다 8.4%가 늘었다. 최근 5년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대통령은 바뀌었는데 일하는 방식은 그대로”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오른쪽)과 장하성 정책실장이 2월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뉴스1]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오른쪽)과 장하성 정책실장이 2월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뉴스1]

청와대가 출발선부터 만기친람(萬機親覽)식 국정운영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은 “그간 역대 대통령 대부분은 후보 시절 ‘작은 청와대’를 약속했고, 임기 초에는 그 힘을 줄였다. 그러다 나중에 슬금슬금 조직을 키웠다. 민주화 이후 7대(代) 정부 가운데 집권 초부터 ‘청와대 정부’를 앞세운 건 문재인 정부가 처음”이라고 꼬집었다. 박 학교장은 5월 ‘청와대 정부’(후마니타스)를 출간하면서 관련 논의를 촉발한 인물이다. 이어지는 그의 말이다. 

“문재인 정부는 말로라도 ‘작은 청와대’를 내세우지 않아요. ‘일하는 청와대’를 만들겠다는 명분으로 청와대 힘을 더 키웠습니다. 대통령은 바뀌었는 데 일하는 방법은 그대로입니다. 보수판 청와대 정부가 진보판 청와대 정부로 바뀐 셈이죠. 집권 후를 놓고 보면 문 대통령은 아주 신념에 찬 ‘반(反)정치주의자’로 보여요. 그러다 보면 불가피하게 권위주의 정치 스타일을 내보일 수밖에 없는데, 이런 면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때와 매우 유사합니다.” 

진보와 권위주의? 어딘지 낯선 조합이다. 박근혜 정부와 유사한 문재인 정부? 격렬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만한 휘발성 강한 비교다. 그것도 진보 성향 정치학자가 이런 말을 하니 호기심이 더 커진다. 박 학교장이 덧붙이는 설명은 이렇다. 

“한국 진보는 오랫동안 권위주의와 싸우면서 우리 사회가 나아지지 않는 게 ‘반(反)개혁 세력’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집권 초에 힘 있을 때 청와대를 통해 포고령처럼 개혁을 밀어붙이려 하는 거죠. 개혁 주체가 도덕적 우월감을 갖고 문제를 해결하려 하면 민주적 개혁론이 아닌 군주적 개혁론이 될 수밖에 없어요.”


규모 한껏 커진 ‘장하성 정책실’

‘청와대 정부’ 양상은 문 대통령 임기 이틀째인 2017년 5월 11일부터 가시화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청와대 직제개편을 단행하면서 장관급인 정책실장을 부활시키고, 이 자리에 장하성 당시 고려대 교수를 앉혔다. 정책실은 노무현 정부 때 신설된 조직이다. 지금은 자유한국당의 ‘비상대권’을 쥔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당시 노 정부의 정책실장이었다. 

정책 기능 강화는 민주화 이후 청와대 비서실에 나타난 공통된 특징 가운데 하나다. 정책실장이 없던 시기는 정책기획수석(김영삼·김대중)이나 국정기획수석(이명박·박근혜)이 있었고, 이 자리에도 정치권의 중량급 인사들이 기용됐다. 반면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정부 시기에는 정책 기획과 조정을 위한 수석급 직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신현기 가톨릭대 행정학 전공 교수는 논문 ‘민주화 이후 제도적 대통령의 재구조화에 관한 연구’(‘한국행정학보’, 제49권 제3호)에서 이런 내용을 밝히면서 “국정과제의 가시적 성과를 위해 빠른 집행이 요구되는 데다, 여러 부처가 걸쳐 있거나 새로운 정책 이슈가 많아 업무 수행 기능을 대통령비서실로 모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도 “어느 정부건 애초부터 ‘내각 힘을 빼고 청와대에 힘을 싣자’고 의도했던 건 아니다. 마음은 급하고 성과는 빨리 내야겠으니 자꾸 청와대를 강화하는 쪽으로 이끌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이런 추세는 더 강화됐다. 정책실 권한이 더 커졌다는 건 청와대 조직구조에서도 드러난다. 문재인 정부는 정책실장 산하에 경제수석 및 사회수석과는 별도로 일자리수석과 차관급인 경제보좌관 및 과학기술보좌관을 뒀다. 두 보좌관은 각각 국민경제자문회의 간사위원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간사위원까지 겸임한다. 김현철 경제보좌관은 최근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신남방경제특별위원회 위원장에도 선임됐다. 정책기획비서관과 통상비서관도 장 실장 밑에서 일한다. 

당시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국정과제에 대한 정책 보좌 기능을 강화하기 위함”이라면서 정책실 부활의 의미를 설명한 바 있다. 한데 이는 다른 시각에서 보면 정책 현안을 주도해야 할 내각의 위상이 약화됐다는 방증이다. 장 실장과 정부조직법상 국가 의전 서열 3위인 김동연 경제부총리(기획재정부 장관) 간 갈등설이 표면화할 때마다 무게추가 장 실장 쪽으로 쏠리는 이유는 이와 같은 배경에 있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대통령의 참모 조직이어야 할 청와대가 자꾸 역할을 확대하는 건 결국 강력한 대통령제의 방증이다. 지난 15개월간은 청와대가 거의 국정을 끌고 갔다고 보면 된다. 협치나 분권을 하기 어려운 구조”라면서 “청와대는 틀어쥐고 싶고, 장관은 자율성을 갖고 싶으니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지지도가 떨어질 시기가 올 텐데, 이제는 대통령이 내각에 힘을 더 실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있는데 자영업비서관?

그런데 7월 26일 청와대가 발표한 집권 2기 대통령비서실 조직개편안을 살펴보면 정책실의 위상은 되레 더 높아졌다. 일자리수석에는 문 대통령 핵심 측근인 정태호 전 정책기획비서관이 임명됐다. 경제수석은 교수 출신에서 관료 출신으로 바뀌었다. 정책실장이 추진력을 갖고 일할 만한 여건을 조성해줬다는 분석이 나오는 까닭이다. 또 교육문화비서관이 둘로 나뉘어 각각 독립적 기능을 부여받았다. 

윤태곤 실장은 “이번 정부는 인수위원회가 없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그럴 수 있다고 이해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각에 힘이 실려야 할 때”라면서 “현 정부가 장관 청문회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것 같다. 그러니 더 손쉬운 청와대 개편 쪽으로 정무적 판단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눈길을 끄는 건 일자리수석 밑에 자영업비서관이 신설됐다는 점이다. 최저임금 인상 탓에 자영업자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이슈화할 조짐이 보이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셈이다. 물론 이는 자영업 관련 정책을 청와대가 총괄·조정하겠다는 뜻. 하지만 이미 내각에 자영업 문제를 담당하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있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8월 9일에도 외식업 소상공인들을 만나 최저임금 인상비용을 정부 지원으로 보전하겠다고 약속했다. 그간에도 관련 이슈는 홍 장관이 챙겨왔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각 부처 장관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는데, 이게 물론 어제오늘 일은 아니”라면서도 “현 정부는 대통령 인기가 높다는 걸 믿고 있는 모양이다. 여당·야당도 없고 청와대만 보이는데, 그게 독이라는 걸 모른다. 그러니 일자리수석에 힘을 싣거나 자영업비서관을 신설하면 일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상훈 학교장도 “정부는 하나여야 하는데, 내각과 똑같은 기능을 갖춘 조직을 청와대에 꾸려놓은 꼴이다. 공적 권위의 행사는 법률에 의거해야 한다. 내각이 바로 법률에 의한 조직 아닌가. 대통령은 자영업 문제를 담당하는 정부 부처에 힘을 실어주는 방식을 택했어야 했다. 설사 청와대에 담당자를 두려 했다면 비서관보다는 급수를 훨씬 낮췄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 상황에서 사람들은 자영업 정책에 누가 더 힘이 세다고 생각하겠나”라고 되물었다. 

2기 청와대서 비서실·안보실의 역할이 쪼그라든 것도 아니다. 특히 위상이 높아진 분야가 정무·홍보다. 비서실에 속한 국민소통수석 산하 홍보기획비서관이 홍보기획비서관과 국정홍보비서관으로 나뉘었다. 역시 비서실장 산하 연설비서관도 연설비서관과 연설기획비서관으로 분리됐다. 국정상황실도 국정기획상황실로 명칭을 바꿔 중장기적 기획 기능을 강화키로 했다. 안보실에 속한 외교정책비서관 산하에 재외동포담당관도 신설됐다.
 
청와대 위상 강화가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있다. 내각은 청문회를 통해 구성된다. 반면 실장과 수석은 대통령의 자의적 결정으로 임명된다. 권력을 위임받는 절차가 생략됐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권한은 막강하다. 대통령과 가깝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실장·수석들이 ‘정무’ 활동에도 나선다. 장하성 실장이 최저임금 관련 소상공인 의견 청취 및 일자리 안정자금 홍보를 한다면서 시장을 방문하고, 조국 민정수석이 대통령 개헌안을 발표하는 식이다. 참모가 대통령의 대리자가 돼 국정운영의 중심축 기능을 하면서도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전임 정부의 그림자가 아른거린다. 

김병민 경희대 행정학과 객원교수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나 우병우 전 민정수석, 안종범 전 정책기획수석 등 지난 정부 실세로 불린 인물들 공히 대통령비서실 소속이었는데, 그들이 의회를 통해 제대로 된 견제를 받은 적이 없지 않나? 이들 모두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린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라면서 “이번 정부에서야말로 국무회의보다 청와대 수보회의(수석·보좌관)의 영향력이 더 돋보이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집권당 대표의 조건은 ‘누가 더 대통령과 가깝나?’

입법 권한이 없는 청와대는 여당을 통해 원하는 정책 현안을 구현한다. 여당이 청와대의 ‘여의도 출장소’라는 조롱을 받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박근혜 정부는 집권 중반까지 청와대가 당을 주도했다. 

올해까지 10여 년간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의 보좌관을 지낸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을 이렇게 회고했다. 당료 출신인 장 소장은 2012년 대선 때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회 공보상황팀장을 맡았고, 김 의원이 당 대표일 때도 함께 일했다. 

“청와대가 입법을 원하는 내용을 당에 갖고 옵니다. 당에서 준비한 법안보다 우선 처리해달라고 요구해요. 예산 문제는 원내대표실로 가져가죠. 좋게 말하면 당정협의지만 사실 압력을 가한 것이죠. 당시 최고위원회 다수가 저쪽(친박)으로 넘어가니 대표가 당직자 한 명 임명할 수 없게 됐습니다. 여당은 늘 이런 식으로 청와대에 끌려다녔습니다.” 

모두 과거의 일일까. 지금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는 ‘친문 경쟁’이 뜨겁다. 당 대표 후보들이 각자 스스로를 ‘대통령이 대하기 편한 사람’이라고 어필하는 식이다. 박상훈 학교장은 “박근혜 정부 때보다 여당 자율성이 더 부족하다. 당시엔 그래도 ‘친박’이 당권을 쥐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청와대 정부’라는 걸 민주당 전당대회가 증명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누가 됐든 청와대와 여당 간 권력 불균형 양상은 계속될 거라는 해석도 많다. 신율 교수는 “이해찬 전 총리가 대표가 되더라도 양상은 달라지지 않을 거다. 권력구조를 개편하지 않는 이상 바뀌기 힘든 구조의 문제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 소장도 “여당에서 대중성과 지지도가 높은 차기 대권주자가 뜨면 청와대와 여당 간 권력관계에 변화가 올 수 있다. 그게 아니라면 어떤 정부가 출범하더라도 여당은 늘 청와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국정운영 기조 바꿀 유일한 변수는 지지도

7월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및 저소득층 지원대책 당정협의에서 참석자들이 손을 잡고 있다. [뉴스1]

7월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및 저소득층 지원대책 당정협의에서 참석자들이 손을 잡고 있다. [뉴스1]

차기 총선은 2020년 4월에 실시된다. 앞으로 1년 9개월간 선거가 없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국정운영 기조 변화를 자극할 유일한 변수가 대통령의 지지도가 될 거라는 전망이 많다. 한때 80%를 넘나들던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최근 50%대로 떨어졌다. 한국갤럽이 8월 7~9일, 전국 성인 10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0일 발표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를 보면, 문 대통령 지지도는 58%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집권 1년 차까지는 전임 정권과의 비교효과를 누려 악재가 발생하더라도 타격을 덜 받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어느 정도 이뤄졌고, 지방선거에서 보수가 참패하면서 보수에 대한 심판도 일단락됐다. 이제는 현 정부가 독자적으로 평가받는 국면으로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 센터장은 “향후에도 집권 1년차만큼 높은 기대감을 유지하기는 힘들다. 이젠 하락 폭을 최소화하는 게 큰 과제”라면서 “국정운영 주도권을 유지하려면 경제나 민생 문제에서 성과를 내고 협치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interview |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
“문 대통령, 김대중·노무현 노선에서 이탈했다”
[박해윤 기자]

[박해윤 기자]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이 5월 출간한 ‘청와대 정부’는 논쟁적인 책이다. 청와대 중심 국정운영이 민주주의 원칙과 어긋난다는 주장을 펴고 있어서다. 이런 점에서 문재인 정부는 김대중·노무현 정부보다 박근혜 정부와 유사성이 더 많다는 게 책의 논지다. 진보진영 석학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의 제자이자, 그 자신도 진보 성향이라 할 저자가 문재인 정부를 정면 겨냥한 점도 눈길을 끈다. 8월 8일 서울 마포구 ‘정치발전소’ 사무실에서 박 학교장을 만났다.

애초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책임총리·책임장관제를 공약했다. 

“총리는 입법부와 일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총리가 야당이나 집권당과 함께 일하나? 제청권을 제대로 활용해야 총리가 내각에 대해 통솔력을 가질 수 있다. 지금은 대통령의 사람들과 일하는 꼴밖에 안 된다. 장관도 자기 인사를 할 수 있는 비중이 거의 없지 않나. 청와대에 장차관급 실장·수석을 계속 두는 한 이런 일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책에서 문 대통령이 ‘착한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뉘앙스가 읽힌다. 

“좋은 사람이 나쁜 정부의 운영자이면 오히려 더 큰일이다. 대통령이 되면 의회나 정당과 거리를 두는 경향이 있다. 박근혜 정부는 내각에 힘을 싣기보다 청와대에 측근을 배치해 일하려 했다. 그렇게 ‘청와대 정부’를 만든 결과가 바로 ‘최순실 사태’다.” 

집권 초에 개혁해야 노무현 정부 때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그게 개혁군주적 태도다. 민주주의는 승자가 모든 걸 갖는 체제가 아니다. 변화와 개혁을 원한다면 그에 필요한 적법한 입법 기반을 확보하는 노력부터 해야 한다.” 

문 대통령이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과는 달리 민주당 전통에서 다소 특별한 대통령이라고 책에 썼다. 문 대통령은 김대중·노무현 노선에서 이탈했나? 

“그렇게 보인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도 집권당과 긴밀한 협력이 안 됐을 때가 있었다. 그러나 두 대통령은 경력이나 정치에 접근하는 방식을 볼 때 의회주의자이자 정당주의자였다. 노 전 대통령은 야당을 국정에 참여시키려 했다. 문 대통령도 당 대표나 후보 시절까지는 유럽식 의회정치를 강조하고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가까운 선거제도 개혁을 약속했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에게 의회와 야당을 무시하지 말라고 경고했고, 탄핵 사태 때는 국회에 총리추천권을 주자고도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집권 후 실제 드러나는 정치행위를 보면 정당과 의회에 대해 근본적인 불신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신고리 5·6호기 운영과 대입제도 개편을 주제로 꾸려진 공론화위원회에도 비판적인데? 

“공론화는 의견을 정제하고 내용을 풍부하게 하는 보조적 수단이어야 한다. 결정에 대한 결과는 과연 누가 책임지나? 공론화위원회에 참여한 사람들이 책임질 수는 없지 않나? 이런 방식으로 대의민주주의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허상이다.” 

청와대 정부 다음은 위원회 정부가 올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입법 과정에 부치는 건 시간이 오래 걸리니 대통령이 자의적으로 할 수 있는 일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다. 그게 바로 ‘청와대 정부’를 키우거나 관련 대통령 직속위원회를 두는 식이다. 위원회 정부는 실효성도 없다. 정부 행위는 구속력 있는 결정 권한을 가져야 잘되는 거지, 시민단체 등에서 활동한 사람들이 모여 논의한다고 좋아지는 게 아니다. 내각이나 정당을 활용하길 권한다.”


신동아 2018년 9월 호

|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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