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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쳐모여!’ 청년보수

청년 뉴라이트는 다 어디로 갔을까

  • |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청년 뉴라이트는 다 어디로 갔을까

  • ● 노무현 정부 때 대학가 등에서 출현
    ● “제도권 진입 기회 없고 역할 안 주니 소멸”
    ● 보수, 19대 대선 때 세대·이념에서 분화
    ● ‘댄디보수?’ 달라진 정치지형 이해부터
2005년 12월 19일 오후 세종문화회관에서 뉴라이트청년연합이 창립대회를 열었다. [동아DB]

2005년 12월 19일 오후 세종문화회관에서 뉴라이트청년연합이 창립대회를 열었다. [동아DB]

때는 세기말의 절정을 향해 치닫던 1999년 9월 26일. 한나라당(現 자유한국당)에 ‘미래를 위한 청년연대’, 일명 ‘미래연대’가 꾸려졌다. 보수정당 소장파의 대명사인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은 바로 이때 태동했다. 당시 이들의 나이는 각각 34세·35세·41세. 

미래연대는 이듬해 1월 16일 공식 창립했다. ‘남·원·정’은 같은 해 4월 실시된 16대 총선을 통해 나란히 원내에 진입했다. 지금은 문재인 정부의 각료가 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도 미래연대서 활동하다 각각 42세·38세에 국회의원이 됐다. 역시 미래연대 회원이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39세에 의원 배지를 달았다. 

‘청년 시절’ 이들이 주목받은 까닭은 그 둥지가 ‘보수’였기 때문이다. 정치학계에서는 나이가 들수록 가치관이 보수화하는 경향을 ‘연령 효과’라고 설명한다. ‘청년보수’나 ‘노년진보’는 세대 내에서 상대적으로 ‘소수파’다. 지난 2월 서울연구원이 발표한 ‘서울 미래세대 리포트: 꿈과 현실, 그리고 정치의식’에 따르더라도 20∼30대의 정치 성향은 진보(45.5%), 중도(39.0%), 보수(14.1%) 순으로 나타났다. 서울연구원은 20∼39세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이 같은 결론을 냈다. 

하지만 여의도에는 여전히 ‘남·원·정’이 젊은 보수주의자의 라벨로 잔존한다. 20년간 후속세대 청년층에서 주목할 만한 보수정치가가 등장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흔한 원인으로 소환되는 건 사람이다. ‘남·원·정’에 필적할 인재가 출현하지 않았다는 주장 말이다. 내부에서 바라보는 속사정은 다르다. 

30대 때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재선 서울시의원을 지낸 이지현 바른미래당 비상대책위원은 “그간 보수는 ‘반공보수’와 ‘성장보수’를 말하면서 50~60대 표를 받아 몇 번의 선거를 손쉽게 이겼다. 하지만 그때 당내 누구도 청년이 제도권에 진입할 기반을 만들어준 적이 없다. 체계적 교육도 부재했다”면서 “그게 ‘남·원·정’ 이후 보수정당에서 청년이 죽은 까닭”이라고 잘라 말했다. 문제는 구조에 있다는 말이다.


2000년대 중반 존재감 드러낸 청년보수

한국 정치에서 세대 요인이 급부상한 시기는 노무현·이회창 후보가 맞대결한 2002년 16대 대선 때다. 14·15대 대선의 경우 세대 간 균열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반면 16대 대선 당시 ‘방송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노 후보는 20대에서 62%의 지지를 받아 32%에 그친 이 후보의 지지율은 두 배 안팎 웃돌았다. 30대에서 노 후보와 이 후보 지지율은 각각 59%, 34%였다. 반면 50대 이상에서는 이 후보가 노 후보보다 20% 가까이 많은 지지를 받았다. 

수십 년간 고착화된 지역구도가 사라진 건 아니었다. 노 후보가 92.5% 지지율을 기록한 전남·북에서는 세대 요인이 개입할 여지가 아예 없었다. 이는 이 후보가 70% 안팎 지지율을 획득한 경남·북에서도 마찬가지다. 지역과 세대가 한데 맞물려 결과를 빚어낸 셈. 그런 의미에서 16대 대선은 한국 정치의 유권자 지형을 새로 정렬한 ‘정초(定礎)선거’였다. 

청년보수가 스멀스멀 태동한 시기는 아이러니하게도 노무현 정부 집권기였다. 2000년대에 대학 총학생회장을 지냈고 졸업 후 보수정당 활동에도 관여한 정치권 관계자는 “2030세대에서 큰 지지를 받고 탄생한 정부가 성과를 못 내니 대학가에서는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 등 더 선명한 진보 노선이 각광받거나, 반대급부로 청년 보수 활동가들이 등장했다”면서 “당시 대학가에서 급격한 등록금 인상이 큰 이슈였는데, 청년 보수 활동가들이 ‘학내 문제부터 해결하자’는 명분으로 이 이슈를 집중 거론하며 세를 넓혔다”고 회고했다. 

당시가 뉴라이트 ‘발흥기’라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2005년 11월 김진홍 목사 등이 주도한 ‘뉴라이트전국연합’이 출범했다. 이듬해 4월에는 자유주의연대, 북한민주화네트워크, 교과서포럼, 자유주의교육운동연합이 연합한 ‘뉴라이트재단’이 등장했다. 청년 보수 활동가 중 일부는 ‘뉴라이트대학생연합’이나 ‘뉴라이트청년연합’ 등의 명패를 달고 운동에 결합했다. 17대 대선을 약 3주 앞둔 2007년 11월 28일에는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 20여 명의 대학 총학생회장이 모여 이명박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에는 바른사회대학생연합과 한국대학생포럼 등 보수 성향의 청년단체들이 잇달아 출연했다. 이들 중 일부는 한나라당에 입당해 청년위원회서 활동하거나 직접 선거에 출마했다.


“집권 세력이라 청년 키우려는 절박함 부족”

2007년 12월 5일 오전 뉴라이트 대학생연합 회원들이 서울 중앙지검 앞에서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에 대한 방송 보도가 편파 보도라며 비판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동아DB]

2007년 12월 5일 오전 뉴라이트 대학생연합 회원들이 서울 중앙지검 앞에서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에 대한 방송 보도가 편파 보도라며 비판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동아DB]

하지만 그중 오늘날 유의미한 보수정치가로 성장한 사람은 없다. 앞선 정치권 관계자는 “상당수가 뉴라이트 조직에서 활동했지만 당에는 개별적으로 들어갔다. 당내에 조직적 교두보를 마련하지 못하니 자생력이 없었고, 제도권 안에서 역할을 못 받으니 자연 소멸됐다”면서 “10년간 보수가 집권 세력이었기 때문에 청년을 키워야 한다는 절박함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이지현 위원은 “제도권에서 활동할 기반이 부족했다. 부유하거나 부모가 받쳐주는 청년만 살아남는 구조였다”면서 “별다른 물적 지원 없이 청년들에게 ‘또래 청년 50명 데리고 와’라는 게 청년 조직 활동인 식이었다. 당직자나 보좌진, 정무직 등 실무를 익힐 자리를 주면서 정치적 근육을 키울 기회를 줘야 했는데, 그런 과정이 부재했다”고 설명했다. 

신한국당 사무처 당직자 공채 출신으로 22년간 당과 국회에서 일한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과거 10년간 당 안에서 젊은 실무자를 키우는 교육이 전무했다. 청년을 위한 교육과정을 꾸려도, 대부분 50~60대인 구의원·시의원 출마 예정자들이 오고, 그러다 보니 교육이 인맥 쌓기의 장으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보좌진으로 일한 청년들의 사정은 어땠을까.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 한나라당과 새누리당 의원실에서 근무한 한 전직 보좌진은 “집권당이다 보니 변화를 몰고 올 새로운 이슈, 특히 청년정책에 매우 방어적이었다. 국회에서 보면 민주당이나 정의당은 정치적 입장 하나를 내놓을 때도 당내 청년에 대해 체계적으로 교육하더라. 보수는 그게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청년위원회가 꾸려져 있었지만, 당규상 2030과는 거리가 먼 현역 의원이 위원장을 맡는다. 그 안에서 청년이 조직 활동을 할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2017년 7월 26일, 김세연 당시 바른정당 정책위의장이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청년정치학교 헤드헌터단 발대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2017년 7월 26일, 김세연 당시 바른정당 정책위의장이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청년정치학교 헤드헌터단 발대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실제로 ‘여의도 청년’의 기준은 세속의 그것과 거리가 멀다. 현행 자유한국당 당규는 청년최고위원 및 청년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선거인단 나이 기준을 ‘45세 미만’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는 더불어민주당도 마찬가지. 청년정치인이 대기근이다 보니 나온 고육지책(苦肉之策)이다. 홍준표 전 대표는 지난해 11월 16일 자유한국당 울산시당에서 열린 청년정치사관학교 강연에서 “당규에 청년은 45세 이하지만 과거보다 생존 수명이 20년 이상 늘었으니까 50살까지로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50세 청년론’은 아직 현실화하지는 않았다. 

앞선 전직 보좌진은 20대 후반에 여의도 생활을 시작해 여러 중진 의원실을 거쳤다. 대학생 명예보좌관에서 차근차근 승진해 5급 비서관 자리까지 올라갔으니 실무자로서 능력도 인정받은 터. 그런 그는 30대 후반을 코앞에 두고 국회를 떠났다. 그가 청년으로서 보수정당에서 겪은 현실은 이렇다. 

“때로 젊은 보좌진이 ‘등록금 깎아보자’ ‘일자리 늘려보자’ 같은 정책 이슈를 제기하면 ‘그게 돼?’ ‘너무 앞서가는 거 아니야?’라거나 ‘우리는 보수당이야. 보수에 맞는 담론을 내놔’라는 식의 답이 돌아옵니다. 때로는 자신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하는 당내 분들도 있었죠. 보수 가치에 맞지 않으니 못 받아들인다는 거죠. 그러면 의정활동에서 청년정책이 점점 사라지게 됩니다. 국회에서 일을 하니 실무야 익혔지만 저 자신이 청년임에도 청년의 민생 이슈를 제기할 수가 없는 구조예요.”


“홍준표 지지자, 유승민 지지자 정반대 패턴”

청년과 보수의 연결고리는 완전히 끊어진 걸까.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2017년 8월 바른정당(現 바른미래당) ‘청년정치학교’에는 50명 정원에 330명의 지원자(경쟁률 6.6대 1)가 몰렸다. 당시 바른정당은 지원 자격을 39세 이하로 제한했는데, 20대만 209명이 지원했다. 이지현 위원은 “6개월이 지나니 이들 모두 당원으로 가입했다. 의무가 없었는데도 말이다. 그중 13명이 지난 지방선거에 출마했다. 청년 사이에 보수라는 그릇을 원하는 수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간의 사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19대 대선 투표 결과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당시 선거에서 보수를 표방한 후보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두 사람.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논문 ‘2017년 대통령선거에서의 보수 정치’(‘한국정당학회보’, 제16권 제2호)를 통해 두 후보에 대한 지지가 정반대의 패턴으로 나뉘었다고 설명한다. 이에 따르면 홍 후보 지지자의 평균연령이 60.3세였는데 반해 유 후보 지자자의 평균연령은 42.9세였다. 유 후보는 안철수 후보의 지지층(52.3세)보다 10살 가까이 젊은 유권자 그룹의 호응을 받았다. 보수 후보 안에서도 세대 요인이 강하게 작동한 것. 

흥미로운 대목은 또 있다. 논문에 따르면 홍 후보와 유 후보 지지자들 간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극명히 엇갈렸다. 홍 후보 지지자의 71.3%는 가장 좋아하는 대통령으로 ‘박정희’를 택했다. 반면 유 후보 지지자 사이에서 같은 질문에 ‘박정희’를 택한 비중은 15.6%에 불과했다. 

그뿐만 아니라 사드 배치나 적폐 청산, 복지에 대한 태도, 성장주의 등 정책 현안에서 양 지지자 집단은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다만 대북정책에서의 차이는 적었다. 강 교수는 “이는 단순히 홍준표, 유승민 두 후보 간 분열이 아니라 오늘날 한국 보수정치가 이념·정책 차원에서 실질적으로 분화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19대 대선에서 6.76% 지지를 얻는 데 그친 바른정당에 청년층이 몰린 까닭은 이와 같은 분석 틀에서 이해할 수 있다.


청년보수 진입장벽 없애주는 게 숙제

수요는 있다. 다만 유권자 분포가 달라졌다. 더 이상 보수는 하나의 고정된 형태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댄디보수’라는 낱말이 떠도는 최근 여의도 정가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신보수를 자처하는 청년층이 제도정치권에 진입하려면 복잡해진 보수의 지형부터 이해해야 한다. 

제도 개혁과 교육이 우선이라는 주장도 힘을 얻는다. 이지현 위원은 “보수의 바닥이 드러나니 다시 ‘팬시한’ 말을 쓰는 청년들을 찾는 거다. 돈과 조직 등 그간 청년보수의 제도권 진입을 막았던 장벽부터 없애주는 게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장성철 소장은 “청년보수가 당내에서 소멸하는 악순환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실무교육이 시급하다. 보수 쪽에 있는 유능한 실무자 그룹들을 모아 보수에 뜻을 둔 젊은이들과 연결해 ‘정치가 무엇인지’ ‘보고서는 어떻게 쓰는지’ 등 노하우를 나누려 한다”고 전했다.


신동아 2018년 9월 호

|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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