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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박세일 전 의원이 보수에 띄운 ‘가상 편지’

“정당해체 통한 ‘창조적 파괴’ 제안” “현역 의원 불출마 선언, 문호 개방”

  • | 최창근 객원기자 caesare21@hanmail.net

故 박세일 전 의원이 보수에 띄운 ‘가상 편지’

  • 9월 6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 20층 프레스클럽. 한반도선진화재단 (한선재단) 창립 12주년 기념식과 심포지엄이 열렸다. ‘위기의 대한민국, 혁신과 기회의 디자인’을 주제로 개최된 행사에서 박재완 한선재단 이사장, 김황식 전 국무총리,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 김진현 전 과학기술처 장관 등의 인사말과 축사가 이어졌다. 한선재단 설립자 고 위공(爲公) 박세일 서울대 교수 유고집 ‘한반도 선진화와 통일의 꿈’ 봉헌식과 부조 제막식도 있었다. 참석자들은 2017년 1월 13일 영면에 든 박세일 설립 이사장에 대한 그리움, ‘궤멸 위기’에 처한 오늘날 한국 보수의 현실 속에서 그의 부재가 주는 허전함 등을 토로했다. 

    한국 보수의 지적 상징으로 꼽히던 박세일 이사장이 유명을 달리하지 않았더라면, 오늘날 한국 보수세력에 어떤 메시지를 던졌을까? ‘신동아’는 생전 그가 남긴 말과 글을 통해 이를 재구성했다. 가상의 편지를 쓴 필자 최창근은 12월 출간 예정인 ‘(가제) 위공 박세일 평전’ 저자로, 한선재단 연구원을 지낸 뒤 고인과 인연을 이어왔다. 대만 국립정치대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한국외대 일반대학원 행정학과에서 정책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동아시아학통섭포럼 총무이사이며, 저서로 ‘대만: 거대한 역사를 품은 작은 행복의 나라’ 등이 있다. <편집자 주>
한국 보수의 상징적 인물이던 
박세일 전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동아DB]

한국 보수의 상징적 인물이던 박세일 전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동아DB]

존경하고 사랑하는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제가 여러분과 세상을 달리한 지 1년 반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대한민국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지난해 5월 대선에서 정권이 교체되었습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영어(囹圄)의 몸이 돼 법정에 서는 불상사도 벌어졌습니다. 저는 부처님 곁에서 이를 지켜보며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특히 지난 9년간 집권했으나 오늘날 ‘궤멸’이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백척간두(百尺竿頭)의 위기에 선 이 땅의 보수정당 및 세력이 처한 현실을 보면서 애석(哀惜)함은 더해갈 뿐입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제가 몇 마디 고언(苦言)을 드리고자 하니, 귀 기울여주시기 바랍니다.


‘노블레스’만 좋아하는 보수세력

1월 1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위공 박세일 선생 서거 1주년 추모 세미나’ 현장. [한반도선진화재단 제공]

1월 1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위공 박세일 선생 서거 1주년 추모 세미나’ 현장. [한반도선진화재단 제공]

저의 아호(雅號)는 ‘위공(爲公)’입니다. ‘천하(天下)는 만민(萬民)의 것이고, 천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라는 뜻이 담겼습니다. 신해혁명(辛亥革命) 후 중화민국을 건립한 중산(中山) 쑨원(孫文)이 자신을 경책(警策)하려 삼은 좌우명 ‘천하위공(天下爲公)’에서 취했습니다. 부족함이 많으나 저도 일평생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살았습니다. 무릇 천하의 문제를 다루는 것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정치입니다. 정치가 바로 서야 민생(民生)이 안정되고 민심(民心)이 넉넉해지며 천하가 태평해집니다. 천하의 문제를 다루는 정치는 마땅히 만민을 위한 방향으로 운용돼야 합니다. 대한민국 위정자들, 특히 보수 정당과 정치인들에게 과연 이러한 마음가짐이 있나 감히 묻고 싶습니다. 

동양에 천하위공의 정신이 있다면 서양에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사회적 지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가 있습니다. 제가 생전에 누누이 지적했지만, 한국 보수에게는 ‘노블레스’만 존재하지 ‘오블리주’는 없는 것이 현실 아닙니까? 저는 사회 지도층이라면 애민(愛民), 수기(修己), 비전, 방략(方略), 구현(求賢), 선청(善聽), 후사(後史), 회향(回向) 등 8가지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중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애민과 수기조차 못하며, 의무를 다하지 않은 채 혜택만 누리려드는 태도에서 오늘날 한국 보수가 처한 위기가 비롯됐다고 봅니다. 

보수란 무엇입니까? 사회의 주류 가치를 지키고 발전시키려는 정신입니다. 대한민국 보수는 어떠한 가치를 지키고 발전시켜야 합니까? 저는 자유와 공동체라고 생각합니다. 자유 속에서만 창조와 진보가 가능합니다. 이를 보장하려면 법치주의가 확립돼야 합니다. 탈법(脫法)과 부패를 저지르는 것은 보수가 아닙니다. 보수정당이 배출한 두 전직 대통령과 정부에 몸담았던 공직자들이 겪고 있는 일련의 불행은 여기서 비롯됐다고 봅니다. 여기에 대한 자성이 필요합니다. 

보수는 특정 계급이나 계층을 위한 집단이 아닙니다. 보수는 사회 공동체 전체의 화합과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집단입니다. 공동체 전체 이익을 개인 이익보다 앞세우는 ‘선공후사(先公後私)’를 실천해야 합니다. 자기희생과 헌신 없이 공동체의 화합과 단결을 도모할 수 없습니다. 이기심을 절제하고 당리당략을 버리고 사회 공동체의 발전과 이익을 생각하는 자세로 심기일전해야 떠난 민심이 돌아올 일말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책 대안 없는 비판의 한계

김영란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이 8월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위원회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동아일보 전영한 기자]

김영란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이 8월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위원회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동아일보 전영한 기자]

‘NATO(No Action Talking Only) 정부’! 보수세력은 노무현 정부를 두고 이렇게 비아냥거렸습니다. 이에 비춰볼 때 오늘날 보수 정당, 특히 자유한국당의 자화상은 어떠합니까? 정부 및 여당을 견제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할 의무가 있는 제1야당으로서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다고 생각합니까? 단지 ‘문재인 정부는 나쁘다. 문재인 정부는 잘못한다’는 공허한 비난의 목소리만 높였지 문제 해결을 위한 행동은 없습니다. 야당(野黨)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야성(野性)을 회복하고, 말이 아닌 행동에 나서야 합니다. 

오늘날 대한민국 서민 대중의 삶은 도탄에 빠졌습니다. 소득주도 성장론,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분배 위주의 경제정책 등 ‘당위’에 입각한 현 정부 경제·사회정책 실패가 주된 원인입니다. 저는 현 정부의 경제·사회정책이 국민의 삶을 고루 윤택하게 만들자는 선의(善意)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는 제가 꿈꾸는 이상향인 부민덕국(富民德國·부유한 국민이 사는 덕 있는 나라)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방향은 옳으나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 수단이 잘못됐다는 데 있습니다. 

‘최저임금의 역설’로 비숙련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고, 근로시간 단축으로 실질임금이 감소했습니다. 기업은 고용과 투자를 줄이고, 이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인 실업률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과 보수세력은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여러분의 귀에는 국민의 절규가 들리지 않습니까? 보수정당의 대표라 할 수 있는 자유한국당은 지난 지방선거 이후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를 비판하는 목소리만 냈지 대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잘못된 방법론이 초래한 현재의 서민경제 대란에 대한 보수 야당의 정책 대안은 무엇입니까? 정쟁을 위한 도구가 아닌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자세로 도탄에 빠진 민생을 구할 방도를 찾아야 합니다. 

현 정부의 교육정책도 문제입니다. 저는 생전에 본래 전공인 노동경제학, 법경제학과 더불어 국가 백년지대계인 교육에 관심을 쏟았습니다. 현 정부 들어 교육정책은 방향을 잃고 표류하고 있습니다. 정책을 결정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정부는 ‘국민 여론 수렴’을 명분으로 공론화위원회를 설치해 책임을 떠넘겼습니다. 그 결과 막대한 시간과 예산만 낭비한 채 되레 국론 분열과 혼란이 초래됐습니다. 저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이 뿌리째 흔들리는 것을 방지하고자 ‘대통령 직속 교육개혁위원회 도입’을 주장했습니다. 교육전문가, 교사, 학부모가 참여하고 위원 3분의 1은 여야 정당 추천으로 임명하는 위원회를 구성한 뒤 임기 10년을 보장해 정권 교체에 관계 없이 교육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기구를 설립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여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지금 시점에 야당이 교육개혁위원회 도입을 공론화하고 이를 관철해야 한다고 봅니다.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교육 문제에는 여야가 따로 없습니다. 야당은 적극적으로 대안을 제시하고, 정부 및 여당과 힘을 합칠 것은 합쳐야 합니다. 이를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인재를 길러내기 위한 교사 양성 제도와 대학입시 제도의 근본적 개혁을 추구해야 합니다.


자강, 동맹, 균세 통한 선진통일 추구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왼쪽)이 9월 5일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귀엣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왼쪽)이 9월 5일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귀엣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정부는 9월 18∼20일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을 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지난 연말, 올해 초 전화(戰禍)를 우려할 만큼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된 속에서 양 정상이 만나 민족의 지상과제인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논의한 것은 뜻 깊은 일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보면서 우려를 금할 수 없습니다. 저는 선진통일과 한반도 평화·번영을 이루기 위한 전략으로 자강(自强), 동맹(同盟), 균세(均勢)를 제안했습니다. 먼저 우리가 스스로를 지킬 수 있을 만큼 강해지고, 이를 통해 동맹으로부터 존중받은 뒤 궁극적으로 그 바탕에서 균세를 이루는 것이 필요합니다. 

‘한반도 운전자론’을 제시한 현 정부의 전략은 ‘균세’에 방점이 찍힌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강 및 동맹과의 유대가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외교술에 입각한 균세 전략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한미동맹이라는 우리 안보의 근간을 뒤흔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됩니다. 현 정부의 일방적인 대북 화해 정책 기조 속에서 한미동맹의 파열음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때 야당과 보수세력은 일방으로 기울어진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바로잡아야 합니다. 북한 정권의 선악 양면 중 선한 면만 애써 보려하며 일방적 유화정책을 펴는 현 정부에 경종을 울려야 합니다. 

현 정부의 대북 유화정책의 대표적 그림자는 북한 인권 문제입니다. 장밋빛으로 포장된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는 지구상 최악의 인권탄압 국가로 꼽히는 북한 주민, 우리 동포의 인권 문제가 없습니다. 2016년 3월, 북한인권법이 제정 및 공포됐지만 유명무실화했습니다. 보수 야당은 정부가 도외시하는 북한 인권 개선 문제에 목소리를 높여야 함에도 이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여론’이라는 모래성 같은 허상에 주눅 들어 정부의 명백한 잘못도 지적하지 못합니다. 그러고도 보수요, 야당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수세에 몰린 북한 정권의 평화 공세 속에서 관심의 뒤안길로 사라진 북한 주민의 참담한 현실을 야당과 보수세력이 나서서 조망하고 실상을 국민에게 알리는 데 앞장서야 합니다. 

저는 한반도 선진화와 통일에 삶의 후반부를 바쳤습니다. 통일은 축복이요, 한민족의 지상명령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턴지 한국 보수세력에게는 ‘반(反)통일 수구집단’ ‘반평화·분단세력’이라는 낙인이 찍혔습니다. 도대체 어디서 무엇이 잘못됐습니까? 저는 대한민국 보수세력이 선진 통일에 대한 비전 제시에 소홀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체제와 북한주민을 구분하지 못한 채 북한체제만 적(敵)으로 간주하고,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햇볕·포용정책을 대안 없이 비판해왔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한반도 ‘선진 통일’을 주도해야 할 보수세력은 분단 및 전쟁 세력으로 매도당하고 있습니다. 통일이라는 어젠다는 진보세력의 전유물로 간주되는 상황입니다. 

통일을 이뤄야 선진화가 완성됩니다. 선진과 통일은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한반도 전체를 선진 일등국가, 세계 모범국가로 만들어 어디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존경하고 사랑받는 나라로 만들어보자는 게 선진통일론입니다. 저는 대한민국 보수가 선진통일이라는 비전으로 무장하고 ‘평화통일’이라는 장밋빛 허상 속에서 북한 정권에 일방적 유화정책만을 펴는 진보진영과 일대 결전을 벌여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와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고 봅니다.


자유한국당, 인적 청산으로 거듭나야

9월 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창립 12주년 기념 세미나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위기의 대한민국, 혁신과 기회의 디자인’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한반도선진화재단 제공]

9월 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창립 12주년 기념 세미나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위기의 대한민국, 혁신과 기회의 디자인’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한반도선진화재단 제공]

마지막으로 제가 한때 몸담았던 한나라당의 후신, 자유한국당에 몇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7월 김병준 교수가 자유한국당 혁신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취임했습니다. 저와는 정책을 주제로 오랫동안 교분을 나눈 사이입니다. ‘고장난 자동차’에 비유되는 자유한국당 혁신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에게 먼저 심심한 위로를 전합니다. 

한 가지 우려스러운 점은 김 위원장이 추진하는 정당 혁신에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대한민국 정당은 반쪽 정당입니다. 민의를 수렴해 정책을 만드는 기능은 없고 선거를 치르고 권력을 나눠 갖는 기능만 수행합니다. 국민은 정책의 영향을 받습니다. 그 연장선에서 오늘날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자유한국당이 다시금 수권 정당이 되려면 정책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봅니다. 

저는 2004년 한나라당 부설 여의도연구소장, 당 정책위원회 의장을 맡으며 한나라당이 정책정당으로 거듭나는 데 혼신을 다했습니다. 그 결과 여의도연구소는 자타 공인 최고의 정당연구소로 거듭났고, ‘선진화’와 ‘공동체자유주의’라는 비전에 입각한 정책으로 한나라당은 2008년 10년 만에 집권에 성공했습니다. 2013년 여의도연구소는 여의도연구원으로 격상되고 연간 1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사용하는 외적 성장을 이뤘습니다. 그런데 속을 들여다보면 실질 연구인력은 축소되고, 최대 강점으로 꼽히던 여론조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기관으로 전락했습니다. 이제는 여의도연구원을 재정비하고 당의 정책 기능을 강화해 정책정당으로 일대 혁신을 이룰 것을 제언합니다. 

만약 자유한국당이 혁신적으로 거듭날 수 없다면 저는 정당 해체를 통한 ‘창조적 파괴’를 제안합니다. 지난 대선 및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과 보수세력이 왜 패했습니까?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불리는 여론의 향배가 주된 원인이었지만, 또 다른 원인은 정당의 핵심 요소인 비전과 가치 공유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위기의 근본 원인을 성찰하고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가치정당·이념정당으로 환골탈태해야 합니다. 올바른 세계관과 역사관을 가진, 국가 비전과 정책을 가진 정당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저는 2010년 한나라당의 해체와 재창조를 주장했습니다. 이후 한나라당은 새누리당, 자유한국당으로 당명을 바꿨지만 당시 제가 주장한 근본적인 개혁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개인과 계파 이익에 좌우되고, 국회의원이 중심이 되는 ‘그들만의 리그’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이 문제의 근본 원인은 정당이 가치집단이 아닌 이익집단으로 변질됐기 때문입니다. 이념과 가치보다 사익을, 국가와 당보다 계파를 중시하는 사람은 당을 떠나야 합니다. 이를 통해 자유한국당은 정치적 이념과 소신, 국가 비전과 정책을 같이하는 사람들의 결합체로 거듭나야 합니다. 

정당 개혁의 핵심은 인적 청산입니다. 이를 위해 자유한국당의 모든 현역 의원이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야 합니다. ‘필사즉생(必死則生) 필생즉사(必生則死)’의 각오로 혁신해야만 희미한 미래라도 담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감히 제안합니다. 자유한국당의 모든 현역 의원은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당의 문호를 완전 개방하십시오. 그것만이 자유한국당이 살길입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저의 육신은 비록 여러분 곁을 떠났지만 마음만은 늘 여러분 곁에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건국된 1948년 태어난 저는 누구보다 대한민국을 사랑합니다. 저의 부족한 글이 대한민국의 앞날에, 위기에 처한 보수의 미래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2018년 9월
박세일 배상


신동아 2018년 10월 호

| 최창근 객원기자 caesare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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