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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東亞 창간 84주년 특별기획 | 2·0·4·5 광복 100년 대한민국

탈이념·네트워크 공동체 연대와 통합의 시민사회

2045년 정치·사회 비전

  • 김호기 |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탈이념·네트워크 공동체 연대와 통합의 시민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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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복 100년의 시점에서도 정당정치는 여전히 중요하다. ‘재분배’에 대한 최종 의사결정을 참여민주주의로 모두 해결할 순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불어 자율과 연대의 시민사회를 구현해야 한다. 개인주의와 공동체주의의 현대적 결합은 선진국으로 가는 필수조건이다.
탈이념·네트워크 공동체 연대와 통합의 시민사회

국회의사당. 미래에도 정당정치는 여전히 중요하다.

미래를 전망하는 것은 흥미로우면서도 쉽지 않은 일이다. 자신과 공동체가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지 예상해보는 것은 흥미롭지만, 역사가 예정된 경로에 따라 진행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 예상이 결코 쉽지는 않다.

광복 100주년을 맞는 2045년 우리 정치와 사회의 상황은 어떨까. 30년 후를 예견해보기 위해선 먼저 30년 전으로 돌아가 지난 30년의 시간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돌아보는 게 유용하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은 1985년이다. 군부권위주의가 퇴조하면서 민주화 시대의 개막으로 나아간 시기였다.

1980년대 중반 이후 최근까지 우리 정치와 사회를 움직인 세 개의 힘은 민주화, 시민사회, 정보사회였다. 민주화는 군부권위주의를 종식시키고 국민이 주인이 되는 민주주의로의 이행을 가져왔고, 시민사회는 자발적 결사체인 시민단체와 시민운동을 포함한 사회운동을 활성화했다. 정보사회는 세계화와 결합해 정치·사회·문화생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 역사가 반복과 전진이 중첩된 나선형의 과정이라면, 우리 정치와 사회를 이끌어온 이 세 힘이 앞으로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살펴보는 것은 미래 30년 전망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첫째, 민주화는 이제까지 민주화 시대에 누려온 ‘마스터 프레임’으로서의 의미를 서서히 상실해갈 것이다. 1987년 6월 민주화운동에서 최근까지 진행된 민주화 시대의 기본적인 정치·사회 구도는 ‘산업화 세력 대 민주화 세력’의 구도였다. 민주화 세력은 이 구도를 ‘민주 대 반(反)민주’ 구도로 부르기도 했는데, 최근 이 민주 대 반민주 구도는 국민 사이에서 더 이상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적지 않은 국민이 민주화 시대가 마감하고 있으며, 민주화를 대체할 새로운 시대정신이 요구된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이념대결은 계속된다?

민주화 시대를 잇는 ‘포스트 민주화’ 시대에 그렇다고 해서 이념대결 구도가 완화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2015년 현재 우리 사회가 직면한 핵심적 과제들, 예를 들어 불평등 해소, 일자리 창출, 사회통합 제고 등의 이슈에 대해서는 이념대결 구도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다. 이미 정치사회에서는 보수 대 진보의 대립 구도가 공고해졌고, 시민사회 역시 ‘보수적 시민사회 대 진보적 시민사회’가 팽팽히 맞선 형국이다.

주목할 것은 이런 이념대립 구도가 지속되는 과정 속에 탈이념적 경향 또한 강화될 것이란 점이다. 오늘날 보수 정치세력이 진보적 정책을 차용하고, 진보 정치세력이 보수적 정책을 수용하는 것은 지구적 경향이다. 사회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실용적 접근은 더욱 강조되고, 이런 실용주의는 특히 탈정치화하는 젊은 세대에게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이념과 탈이념이 혼돈스럽게 공존하는 흐름이 정치와 사회질서의 한 특징을 이룰 것이다.

둘째, 정보사회의 진전은 정치와 사회 영역에서 또 다른 변동의 원천이다. 이제까지 정보사회의 진전은 정치적 의사 결정에서 네티즌의 영향력을 강화했는데, 이런 경향은 앞으로 더욱 두드러질 것이다. 구체적으로 신문과 방송으로 대표돼온 기성 공론장에서 네티즌 영향력이 더욱 커질 뿐만 아니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를 중심으로 한 1인 공론장의 영향력 역시 더욱 증대될 것이다.

셋째, 정보사회의 진전과 연관해 시민사회 차원에서는 개인주의와 공동체주의의 동시 확대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보혁명에 뒤이어 현재 진행 중인 ‘모바일 혁명’은 시민사회에서 개인 중심적 생활을 강화하는 동시에 느슨한 네트워크들로 이뤄진 공동체 문화를 확산시켜왔다. 정주민적 생활방식과 유목민적 생활방식이 공존하는, 무질서 속에 새로운 질서가 정착돼가는 게 미래의 시민사회가 갖는 자화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요컨대 2045년 우리 정치와 사회는 정보통신기술을 수단으로 한, 세계화한 정보사회의 만개(滿開) 한가운데 놓여 있을 것이다. 이런 미래 사회는 기본적으로 개인주의와 다원주의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에 친화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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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기 |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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