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호

“수권 능력 의심하는 국민 우려부터 씻어내야”

인터뷰 - 우윤근 前 새정연 원내대표

  • 고진현 | 파이낸셜신문 편집위원 koreamedianow@hanmail.net

    입력2015-12-21 16: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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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권 능력 의심하는 국민 우려부터 씻어내야”

    국민으로부터 수권 능력을 인정받으려면 당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우윤근 의원. 사진제공·고진현

    새정치민주연합이 분당 위기로 치닫는다. 안철수 의원이 제안한 혁신 전당대회를 문재인 대표가 거절하면서 갈등이 극에 달했다. 새정연에서 합리주의자·의회주의자로 통하는 3선의 우윤근 의원(전남 광양·구례)에게 위기 타개 방안을 물었다.

    ▼ 문 대표가 ‘마이웨이’를 고수하면서 수면 아래로 잠겼지만 혁신 전당대회는 여전히 이슈다.
    “혁신은 필요한데 과연 전대 형식이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혁신은 여러 방법으로 할 수 있는 것 아니냐. 과거에는 당 대 당으로 통합하거나 모든 계파가 통합할 때 혁신 전대를 열었다. 그런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한번 붙어보자’ ‘새 대표를 놓고 한번 겨루자’는 식의 혁신 전대가 된다면 분열과 갈등만 초래될 뿐이다.”

    ▼ 문 대표가 혁신 전대를 거부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당내 화합과 통합보다는 대결과 갈등으로 가는 길이라고 보고 반대한 것 같다. 대신 안철수 의원의 ‘10가지 혁신방안’은 받아들였다. ‘혁신’의 내용은 수용하되, ‘전대’라는 절차는 거부한 것 아니겠나. 나 역시 갈등과 분열을 방지하고 소통하고 화합하자는 혁신에는 찬동한다.”

    ▼ 새정연의 지지 기반은 호남 아닌가. 광주에서 문 대표의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는데.
    “광주에서 문 대표 지지율이 5%라는 것은 극단적인 사례다. 갤럽이 350만 호남인 가운데 90~95명에게 물어 그런 수치를 뽑아냈다. 리얼미터는 4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20%가 넘는 지지율이 나왔다. 표본의 크기에 따라 지지율이 다르다. 그렇다 하더라도 호남에서 문 대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상당하다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문 대표도, 당도 이 점을 절절하게 인식해야 한다.”

    ▼ 친노 패권주의를 나무라는 국민의 목소리가 크다.   
    “친노든 비노든 타협과 상생의 길로 가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영원히 정권을 잡지 못한다. 무엇보다 의회민주주의가 정착해야 한다. 당이 선거에 집착하는 것은 비정상이다. 큰 틀에서 정치 발전과 나라 장래를 위해 고민해야지, 당권 경쟁을 할 때가 아니다.”



    ▼ 우리나라 정당들은 정책대결보다 무조건 싸우고 보는 인상이다.
    “권력구조 때문에 그렇다. 권력을 잡은 자와 잡지 못한 자 사이의 간극이 너무 크다. 한림대 최태욱 교수가 지적했듯이, 막연한 신진 대망론은 허망하다. 선거를 통해 전체 의원의 절반이 새로 국회에 들어오지만 또 싸운다. 물갈이론을 들먹이지만 썩은 물은 바꾸지 않고 물고기만 갈기 때문이다. 잘 사는 나라일수록 의회민주주의를 잘 구현한다. OECD 34개 국 중 여야가 격돌하는 곳은 한국과 멕시코 정도다.”

    ▼ 우리나라에서 의회민주주의가 정착됐다고 보나.
    “안 됐다고 본다. 형식적으로만 돼 있다고 본다. 87년 체제는 한시적이다. 최근 애버트 재단에서 정책토론회를 했는데, 강원택 서울대 교수, 남재희 전 장관, 이홍구 전 총리, 김종인 박사가 이구동성으로 ‘이 체제를 그만둬야 한다. 위대한 메시아가 나라를 이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위대한 지도자는 대한민국 국민이다’라고 하더라.
    위대한 제도가 필요하다. 지금은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여야로 나뉘어 권력을 놓고 싸우게 돼 있다.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은 권위 있는 헌법학자인데, 그는 ‘대통령제는 구조상 독재화할 위험이 상존한다. 권위주의 청산과 제왕적 대통령의 타파는 국가 발전의 최우선 과제’라는 지론을 갖고 있다. 그는 저서에서 ‘현행 정치문제의 핵심은 대통령제에 있다. 승자가 타자를 배제하고 권력과 돈을 갖고 벌이는 게임이다. 국무회의는 대통령 지시를 받아 적는 수준이다’고 지적했다.”

    ▼ 새정연은 2012년 이후 선거에 이겨본 적이 없다.
    “우리 당의 부침이 너무 심했다. 12년간 당대표를 20번 가까이 바꿨으니안정감이 없다. 수구보수 정당인 새누리당은 그런대로 잘 굴러간다. 당대표도 잘 안 바꾼다. 여당에는 언론과 기업이라는 우군도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분열에 빠져 있으니 선거에 패배할 수밖에 없었다고 본다.”

    ▼ 새정연의 수권 능력을 의심하는 국민이 많다.
    “안정감이 없었다. 정책 대결에서도 밀렸다. 경제민주화는 우리가 먼저 꺼냈지만 새누리당에서 먼저 써먹었다. 반성한다.”

    ▼ 새정연은 정녕 진보인가.
    “나는 매사를 이분법으로 나누지 않으려 한다. 새정연은 합리적 진보를 지향한다. 그렇다고 혁신적인 이념정당은 아니다. 김대중 시절부터 우리는 서민 위주였다. 일정 부분 좌우가 겹친다. 그것을 국민에게 홍보하는 데 실패했다. 우리는 이념정당이 아니라 대중정당이다. 이념정당으로 정체성을 희석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안철수 정치철학 헷갈려

    ▼ 안철수와 새정연은 철학이 맞나.
    “우리 당의 스펙트럼은 굉장히 넓다. 안 의원의 정치철학을 깊이 연구해본 적이 없다. 내가 정책위의장 시절 ‘자본독점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더니, 그도 동의하더라. 일정 부분 진보적이고 일정 부분 보수적인 것 같다. 솔직히 헷갈린다.”

    ▼ 문 대표로 20대 총선에서 이길 수 있겠나.
    “혼자서는 어렵다. 문 대표의 고뇌가 깊다. 그런데 그가 물러나면 다른 ‘메시아’가 없다. 문 대표는 호남에 대해 진정성 있는 무엇인가를 모색해야 한다. 하지만 수단이 별로 없다. 혼자 끌고 가서는 총선에 이기기 어렵다. 그래서 문재인-안철수-박원순 연대를 제안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 문-안-박 갖고 이길 수 있겠나. 호남에서 이길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정동영, 천정배 선배도 적극적으로 껴안아야 한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부족했다. 과거에 잘못이 있건 없건….”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어떻게 보나
    “비단길을 깔아주면 모를까, 현실정치에서는 어렵다고 본다. 과거 고건-정운찬 총리 사례도 있듯이 (반기문 대선후보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정치는 한판 붙자는 것이지, ‘우리가 양보할게’ 하는 게 아니다.”

    민노총 폭력 시위 안 된다

    ▼ 새정연을 친노당이라고 부른다.
    “지나친 비약이다. 이분법에 익숙하다 보니 그런 프레임에 빠진다. 그것을 극복해야 한다. 친노, 비노, 주류, 비주류 같은 분류에서 벗어나야 한다. 17대 때부터 그것을 극복하지 못해 문제다. 싸울 상대가 여당이고 수구보수 세력인데, 우리끼리 분열해서야 되겠는가.”

    ▼ 새정연은 어떻게 탈바꿈해야 할까.
    “단결해야 한다. 분열하면 수구세력의 압승이다. 혁신을 위해 조금씩 양보하자. 절체절명의 위기이기 때문이다. 우리끼리 싸우면 안 된다.”

    ▼ 민주노총 주도의 폭력시위를 어떻게 보나.
    “협상을 끈질기게 해서 국민을 공감시키고 상대를 설득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에서 표현의 자유 위축, 공권력 강화가 두드러진 면이 있다. 대통령의 통치가 언론자유를 억압하는 면도 있다. 하지만 폭력 자체는 절대 찬성하지 않는다.”

    ▼ 우 의원을 ‘부드러운 작은 거인’이라고 하던데.
    “내 가치와 철학은 상대 존중이다. 법사위원장 시절의 일이다. 법사위는 전투장이다. 야당이 위원장이기 때문에 더더욱 여당을 존중했다. 우리가 투쟁하면 상대방도 투쟁으로 맞선다. 여당을 잘 설득하고 공감시키는 것이 그때 내 목표였다. 운이 좋아 원내대표 할 때 야당 지지율이 계속 올라갔다. 의회민주주의를 신봉한다면 야당이 먼저 품격 있게 나가야 한다. 정책위의장·원내대표를 하면서 품격 있는 언어로 고상하게, 신사적으로, 그러면서도 집요하게 협상하려고 노력했더니, 운 좋게도 잘되더라.”

    ▼ 새정연에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안정감을 회복해야 한다. 투쟁 일변도를 지양해야 한다. 투쟁은 과거에는 통했으나 지금은 아니다. ‘야당의 행태가 마음에 들지 않아 표를 주지 않는다’는 일각의 지적에 유념해야 한다. 야당이 지리멸렬하다. ‘새정연에 정권 맡기면 제대로 할 수 있을까’라는 국민의 우려부터 씻는 게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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