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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정책만이 답, 더 분명해졌다”

대북 강경책 비판 문재인 前 더불어민주당 대표

  • 정현상 기자 | doppelg@donga.com

“햇볕정책만이 답, 더 분명해졌다”

  • ● “정부 무능 탓에 한반도가 강대국 각축장”
  • ● “작정은 없다, 국회 본격화되면 간다”
  • ● 부산이냐 서울이냐…출마 저울질
“햇볕정책만이 답, 더 분명해졌다”

동아일보

경남 양산 자택에서 칩거하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다시 정치 이슈의 중심에 섰다.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조치가 발단이었다. 문 전 대표는 정부의 대북(對北) 강경책을 비판하며 “햇볕정책만이 답이라는 게 더 분명해졌다”고 ‘신동아’에 말했다. 4·13총선 출마 여부도 심각하게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등장으로 한동안 정치 무대에서 비켜서 있었지만, 칩거하는 동안 그의 지지율은 오히려 꾸준히 상승했다. 2월 중순 현재 차기 대선 후보 중 의향을 내비치지 않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외엔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휘청거리던 호남에서도 3개월 만에 지지율 선두에 올랐다(리얼미터 2월 2주차). 김종인 대표가 선두에 서서 당의 위기를 헤쳐나가는 사이 그는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하면서도 반사이익을 얻은 셈이다.
총선을 두 달 앞두고 남북 문제가 전면에 등장하면서 문 전 대표와 박근혜 대통령의 대결 구도가 다시 형성됐다.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 중단을 발표한 직후 문 전 대표는 “정부가 즉흥적, 감정적으로 개성공단을 중단시키는 자충수를 뒀다”고 비판했다. 페이스북에선 더 직설적이었다. “정부 정책을 믿고 개성공단에 진출하고 투자한 분들에게 큰 보상이 주어져야 하는데 거꾸로 뒤통수를 맞게 만들었으니, 무슨 이런 나라가 있는지 모르겠다.”
문 전 대표는 개성공단이 남북관계의 완충지대로 안전판 기능을 해온 것으로 본다. 역대 정부가 개성공단을 유지하기 위해 오래 노력해왔는데, 이번 정부가 이것을 무위로 만들면서 냉전시대로 회귀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성공단 불협화음

2월 14일 오전 성당에 다녀온 문 전 대표는 다시 글을 올렸다. 정부가 전쟁 발발에 따른 국민행동요령을 배포하는 등 국민을 과도하게 불안하게 한다고 지적했고, 개성공단 입주 기업 124곳, 협력업체 6000곳의 피해를 걱정하며 평화가 곧 경제임을 강조했다. 개성공단 중단으로 북한 핵무기 개발 자금줄을 끊는다는 논리는 맞지 않고, 정부의 무능으로 한반도가 강대국 간 힘의 각축장이 돼간다고도 적었다. 특히 그의 ‘진짜 전쟁이라도 하자는 것인지…’ 발언에 대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15일 “국민 협박” 이라며 강력 비판했다.
개성공단 폐쇄를 두고 더민주당 내부에선 불협화음이 불거졌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2월 12일 개성공단 폐쇄를 “단순 찬반론으로 끝낼 문제가 아니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설명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고, “개성공단처럼 중요한 안보 문제에 대해선 여야가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한다”며 중도적 견해를 내놓았다. 반면 이종걸 원내대표는 11일 “선거를 앞둔 북풍 전략 차원에서 개성공단을 폐쇄한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했다. 이후 견해를 바꾼 듯했던 이 원내대표는 “개성공단 폐쇄가(입주업체가)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이라 한 것 아닌가. 그래서 아프다”라며 비판을 이어갔다.
이런 와중에 국민의당이 과거 더민주당의 프레임을 꿰찼다.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박 대통령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내걸고 통일대박을 외쳤지만 대북 정책에서 완전히 실패했다”고 비판했고, 박주선 최고위원은 “국민의당만이 김대중 전 대통령 햇볕정책의 진정한 계승자”라고 했다.
박근혜 정부는 그동안 줄곧 북한에 핵 포기를 요구해왔다. 이번 개성공단 폐쇄 결정도 북에 다시 한 번 핵을 포기하라는 강력한 요구였다. 그간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통해 대화와 협력, 그리고 도발에 대한 강력 대응을 핵심 기조로 유지해왔지만 북한의 변화 가능성이 안 보이는 상황이다. 통일대박 무용론과 친중 외교노선 실패 책임론이 불거진 가운데 박 대통령은 2월 16일 국회연설을 통해 국민 단합과 국회 협조를 요청했다.
연합뉴스와 KBS는 2월 14일 국민 과반이 북한에 대한 강경대응을 원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경제제재 강화가 30.9%, 핵시설 제거를 위한 군사적 수단 검토가 18%였고,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답이 40.1%였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에 대해선 54.4%가 잘한 일이라고 했고, 계속 가동했어야 한다는 답은 41.2%였다.
그러나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SNS에는 개성공단과 관련해 긍정어보다 부정어가 더 많이 나돌았다.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이 총선 전략용이라고 의심하는 내용이 많아 여권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문 전 대표의 인식에도 변함이 없다. 2월 13일 “햇볕정책은 여전히 유효한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문 전 대표는 “햇볕정책만이 답이라는 게 더 분명해졌다”는 답을 측근을 통해 보내왔다. 칩거 이후 그는 정치 관련 인터뷰에 일절 응하지 않았지만 예외적으로 개성공단 문제에 대해선 견해를 분명히 했다.



“국회 가야죠, 의원이니까…”

총선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았지만 문 전 대표는 아직 자신의 역할을 분명히 하지 않고 있다. 더민주당 김성곤 의원은 2월 초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표가 총선에 출마해 당을 위해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그는 이미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 사상구는 현재 더민주당 비례대표인 배재정 의원에게 물려주기로 했고, 2월초 배 의원을 지원하기 위해 함께 시장을 돌아보기도 했다. 배 의원은 1월 초 문 전 대표가 부산에서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지만 분명치 않다. 1월 말 서울 종로 구기동에서 서대문구 홍은동으로 이사해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과 맞붙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기자가 설 전날인 2월 7일 양산 자택으로 찾아갔을 때도 문 전 대표는 출마 여부에 대해 ‘노코멘트’ 했다.
▼ 신동아 2월호 인터뷰에서 “선거 임박하면 야권 통합 논의할 것”이라고 했는데….
“지금이야…, 정치 얘기 안 합니다. 자, (등을 떠밀며) 설 잘 쇠시고, 복 많이 받으십시오.”
문 전 대표의 측근은 “직전 대표가 당내 문제에 대해 직접 언급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은 정치 얘기를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 설 지나고 움직일 계획인가요.
“아직 작정은 없는데요. 국회 열리고 하면 가야죠, 뭐. 의원이니까.”
▼ 설에 가족들이 다 모입니까.”
“그럼요.”
▼ 생각보다 자택이 들어앉은 골짜기가 깊습니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어요. 길도 포장도 좋아졌고. 정비도 더 되고.”



‘아득한 성자’ ‘인생무상’

이곳 매곡마을 윗말에는 모두 6가구가 산다. 2001년 이곳에 가장 먼저 집을 지은 A씨는 문 전 대표의 집터가 가장 좋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목까지 올라오는 낡은 카디건을 입고 있었다. “옷차림이 농부 같다”고 하자 그는 먼 산을 바라보며 “조용하고, 겨울이라 춥지만 봄부터 가을까지는 정말 좋은 곳”이라고 했다. 대표직을 내놓은 뒤 매곡마을에서의 생활이 그는 정말 흡족한 듯했다. 찾아오는 손님들이 종종 있어도, 그는 서울에서의 바쁜 삶과는 대조적으로 지내고 있었다. 삶을 관조하고, 자신을 들여다보는 생활.
2월 6일 그는 페이스북에 오현 스님의 시 ‘아득한 성자’를 올렸다. 이 선시는 2007년 정지용 문학상을 받은 작품으로 ‘인생무상’을 그렸다. ‘죽을 때가 지났는데도/ 나는 살아 있지만/ 그 어느 날 그 하루도 산 것 같지 않고 보면/ 천년을 산다고 해도/ 성자는/ 아득한 하루살이떼…’ 문 전 대표는 “그냥 좋아서. 보여 드리고 싶어서 올립니다”라고 썼다.
2월 7일 오후 기자와 헤어진 직후 그는 페이스북에 다시 글을 올렸다.
‘근하신년! 새해엔 가슴 벅찬 감동과 환희의 새 세상이 열리기를 기원합니다. 더 나은 삶 더 살맛나는 세상을 위해 더 더 더 더 사랑해야겠습니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대표직에서 물러난 1월 27일 그는 ‘당을 잘 부탁합니다’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자신은 책임을 다하지 못했지만 혁신의 원칙을 지켰고, 김종인 위원장을 중심으로 새로 꾸려진 비대위, 선대위가 총선 승리의 강력한 견인차가 되도록 성원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자신도 백의종군하며 도리와 책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20여 일이 지난 뒤 그는 개성공단 문제를 계기로 김종인 대표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남북 경색 국면에서 문재인 전 대표와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어떻게 이 문제를 조율할지 주목된다. 4·13총선이 두 달도 남지 않았다. 


신동아 2016년 3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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