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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특집 Ⅱ | 핵무장론 불붙다!

‘공포의 불균형’ 속 ‘핵 가진 가난한 한국’ 원하나

가능하지도 타당하지도 않다!

  • 정욱식 | 평화네트워크 대표

‘공포의 불균형’ 속 ‘핵 가진 가난한 한국’ 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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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의료大亂 불 보듯

먼저 국제적 현실부터 보자. 한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원국이면서 IAEA의 상시 감시를 받는다. 몰래 핵무기를 만들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이 핵무기를 만들려면 북한처럼 NPT와 IAEA를 탈퇴해야 한다. 한국이 이런 결정을 내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선 유엔 안보리 회부가 불가피해진다. ‘NPT를 탈퇴할 경우 안보리 차원에서 다룬다’는 국제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 대한 안보리의 제재는 핵무기 개발 수위 및 태도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가장 먼저 취해질 조치 가운데 하나가 우라늄 금수(禁輸)다. 비축해놓은 핵연료가 떨어지면 ‘원전 제로’를 강요받을 처지에 몰릴 수밖에 없다. 이는 곧 전력대란(大亂)과 의료대란으로 이어질 것이다.
한국이 핵 개발 고집을 꺾지 않으면 경제 제재 수위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이라크, 북한, 이란 등의 사례를 종합해보면 국제사회의 수출 통제 품목은 핵과 미사일, 생화학무기 등으로 전용될 수 있는 거의 모든 공산품을 포괄할 것이다. 한국의 무역 의존도는 85%에 달한다. 한국 경제는 국제 금융시장과 신용평가사의 움직임에도 대단히 민감하다.
한국에 대한 제재는 앞서 언급한 수준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일부 국가가 독자 제재에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동맹국인 미국, 그리고 한국의 준(準)동맹으로 가고 있는 일본은 독자 제재 수위를 조절할 수도 있겠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강도 높은 경제 제재로 한국의 핵무장 의지를 꺾으려 들 것이다. 특히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에서 중국의 제재는 한국 경제에 치명타가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보면 핵무장 시도의 결과는 자명하다. 엄청난 비용을 치르는 반면 핵클럽에 가입하기도 전에 백기 투항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내적으로도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농축 공장을 만들어도 우라늄 금수 조치로 인해 곧 소용없게 된다. 대안이라고 할 수 있는 재처리 공장을 짓는 것도 쉽지 않다. 미국이 한국의 사용후 연료 형질 변경, 즉 재처리 시설 보유에 동의해줄 가능성도 극히 낮지만, 설사 미국이 동의해줘도 문제가 따른다. 재처리 시설은 으뜸가는 위험 시설이기에 해당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발을 야기해 입지 선정 단계부터 커다란 진통이 따를 것이다. 재처리 시설을 만들어 가동하더라도 한반도 유사시 피격 대상이 될 수 있으며, 피격당하면 그 자체가 엄청난 방사능 물질을 뿜어내는 핵폭탄이 될 위험이 크다. 또한 앞서 지적했듯 실질적 핵무장을 위해서는 핵실험이 필요하다. 과연 좁은 영토에 5000만 명이 모여 사는 대한민국에서 지하 핵실험장을 건설하고 핵실험을 할 수 있을까.


‘공포의 불균형’ 속 ‘핵 가진 가난한 한국’ 원하나

대구경북진보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2월 12일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한반도 사드 배치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핵무장을 위한 재처리 시설과 관련해서도 반발이 거셀 것이다. 뉴스1

北과 핵군비 경쟁 불리

안보적으로도 치명상이 불가피하다. 독자적 핵무장은 미국 핵우산에 대한 불신의 다른 표현이다. 기실 한미동맹은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 포기’와 ‘미국 핵우산 제공’의 교환과 다르지 않다. 따라서 한국이 핵무장을 추진하면 한미동맹의 파기까지 감수해야 한다. 미국을 믿지 못하니 핵무기를 갖겠다는 한국을 방치하면 미국의 세계 전략은 큰 타격을 받는다. 그래서 미국은 초장에 한국의 기를 꺾어놓으려 할 것이다. 그래도 한국이 핵무장을 고집하면 한미동맹에 일대 파란이 불가피해진다. 과연 독자적 핵무장이 한미동맹과 맞바꿀 정도의 안보적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 드는 까닭이다.
또 한 가지, 핵무장 추진에 따른 난관과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북한과의 핵군비 경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도 직시해야 한다. 북한은 우라늄 광산에서부터 재처리에 이르기까지 독자적 핵연료 주기를 완성해놓고 있다. 현재 20개 가까운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영변 핵시설만 가동해도 매년 7~8개의 핵무기를 추가 생산할 수 있다. 영토의 80%가량이 산악 지대이고 수천 개의 지하시설도 갖춘 터라 2차 공격 능력에 필수적인 핵무기의 은폐 및 분산 배치도 용이하다. 이에 비해 한국은 우라늄의 자체 조달이 어렵고, 핵연료 주기를 완성해 무기급 핵물질을 생산하려면 3년 안팎의 시간이 족히 걸린다.
핵전쟁 시나리오에서도 한국이 훨씬 취약하다. 대도시와 거대 산업시설뿐만 아니라 24기에 달하는 원전과 사용후 연료 중간 저장소 등이 핵무기로 피격당하면 한국은 그야말로 ‘아마겟돈’을 피할 수 없다. 이러한 현실은 남북한이 ‘핵에 의한 공포의 시대’에 진입하면 우리에게 압도적인 공포의 불균형을 초래할 것임을 예고한다.



감정적으론 이해되지만…

핵무기를 갖자? 감정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다. 한반도 주변 6개국 가운데 미국, 중국, 러시아가 핵 강대국이고 북한도 기술적으로는 핵보유국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일본도 상당량의 플루토늄을 보유한 잠재적 핵 강대국이다. ‘왜 우리만 안 되느냐?’는 반문은 그래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독자적 핵무장은 기술적으로 그리 쉬운 것이 아니고, 정치외교적으로는 불가능하며, 안보적으로는 자해적 조치와 다르지 않다. 핵무장은 ‘헬조선’을 우려가 아닌 현실로 만드는 첩경인 셈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뭘까. 미국의 핵우산을 비롯한 강력하면서도 현명한 대북 억제력은 불가피하다. 이건 이미 있는 것이다. 두 가지가 추가돼야 한다. 하나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핵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협상다운 협상을 해보는 것이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북_미관계 정상화 등 근본적인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대(大)담판을 시도해야 한다. 이 같은 대안들도 익숙한 얘기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해본 적은 없다. 




신동아 2016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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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 평화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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