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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특집 Ⅱ | 핵무장론 불붙다!

독일·네덜란드처럼 美에 ‘핵 공유〈nuclear sharing〉’ 요구하라

제3의 길 찾자

  • 이정훈 | 동아일보 출판국 전략기획팀 편집위원

독일·네덜란드처럼 美에 ‘핵 공유〈nuclear sharing〉’ 요구하라

  • ● ‘비핵’으로는 ‘핵’ 결코 못 이겨
  • ● ‘핵무기 사용권’ 얻어낸 NATO 5개국
  • ● 美 압박해 ‘핵 사용권’ 50% 확보해야
박근혜 대통령이 유턴했다. ‘충격과 배신’의 경험은 가장 확실한 선생이 된다.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광명성’ 발사로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180도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8·4 목함지뢰 위기에도 대화에 진력하던 그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에 직면하자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에 이어 개성공단 철수를 결정했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쫓긴다. “우리도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해 핵무장을 하자”는 목소리가 커져서다. ‘보수의 아이콘’이 보수에게 쫓기는 초미의 사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박근혜는 무늬만 보수다”라고 야단만 치기엔 국가 안보가 위태롭다. 불만스럽고 아쉽지만 바른 길로 가도록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박 대통령과 측근들이 품은 생각 중 가장 터무니없는 것은 ‘비핵으로 핵을 막고, 핵을 가진 김정은 정권을 무너뜨리겠다’는 것이다.
냉전 종식과 함께 미국은 러시아를 설득해 양국이 동맹국과 위성국에 전진 배치한 지상 핵무기를 철수했다. 미국은 한국에 전진 배치해놓은 핵무기도 철수하겠다면서 한국이 다른 나라로부터 핵공격을 받으면 미국의 핵무기로 공격해주겠다는 ‘확장 억제(extended deterrence) 전략’을 한국에 제공했다. 그 무렵 북한은 전혀 다른 생각을 했다. 소련이 붕괴됐고 경제도 무너졌으니 자력으로 권력을 옹위해야 한다고 보고 영변에 만들어놓은 연구용 원자로를 토대로 핵무기 개발에 몰두한 것.
노태우 정부는 한반도에서 미군 핵 철수는 피할 수 없으니 차제에 북한의 핵 개발도 좌절시키겠다는 큰 그림을 그렸다. 어차피 유엔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은 P-5로 불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의 핵무기 보유만 인정하니, 우리는 핵무기를 만들 수 없다고 보고 북한의 핵무장을 좌절시키려 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남북한 모두 핵무기를 갖지 말자는 ‘한반도 비핵화’인데, 그때 북한은 경제가 무너지고 통치도 힘든 절체절명의 위기였기에 이를 받아들였다.



北의 ‘한반도 비핵화’ 기망

박정희 대통령 시절 두 차례나 핵 개발을 시도한 한국은 이 약속을 철저히 지켰지만 북한은 속임수를 썼다. 핵 개발을 지속하면서 1994년에는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위협했다. 당시 미국은 영변의 핵시설을 없애버리기 위한 폭격을 준비했는데, ‘전쟁 공포증’에 젖은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 이에 극력 반대했다. 플루토늄을 이용한 북한의 핵무장을 막고자 북미 고위급 회담이 열렸다. 이 회담은 제네바 합의(1994년)를 낳았으나 2002년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으로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이 확인돼 파기됐다.
 이후 북한은 일사천리로 내달아 4번의 핵 실험과 노동-대포동-은하-광명성, 스커드 미사일 등을 거듭 발사했다. 북한은 보란 듯이 ‘핵화’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화’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화’까지 추진한 것이다. 이에 대해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일관되게 비핵화로 대응했다. 겨우 한 것이 북한이 핵미사일을 쏘는 것에 대비해 방어력을 높이는 KAMD(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와 필요 시 북한의 공격 시설을 타격하는 킬 체인 개발이었다.



폭탄 돌리기 게임

한국은 역사의 경험과 교훈을 외면한 결정으로 대응했다. 역사는 비핵화를 추진한 나라가 핵화를 추진한 나라를 이긴 적이 없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가장 좋은 예가 소련을 무너뜨린 미국의 선택이다. 미국과 소련은 첨예하게 핵 경쟁을 벌였다. 그때 미국이 가장 두려워한 것은 소련이 핵을 실은 ICBM을 선제 발사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미국이 초토화하기에 미국은 SLBM과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미사일(ABM)’ 개발에 전력을 기울였다. 이때 미국 국제정치학계에서 나온 말이 2격, MAD, MD다.
소련이 몰래 ICBM을 무더기로 발사하면 미국은 초토화한다. 이 경우 전 세계 바다에 나가 있는 미국의 전략핵잠수함이 일제히 SLBM을 발사해 소련 역시 초토화한다. SLBM을 탑재한 전략핵잠수함을 보유함으로써 미국은 ‘나 죽으면 너도 죽어’의 전략을 실현하게 된 것이다. SLBM을 이용한 이 공격을 미국은 제2격(second strike)이라 불렀다. 약간의 시차(30분~1시간)를 두고 선제 공격을 당한 미국은 물론이고 선제 공격을 한 소련도 핵탄두 세례를 받아 멸망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두고 ‘양쪽이 확실히 파괴됐다’고 표현할 수 있는데, 이를 영문으로 옮긴 것이 Mutual Assured Destruction, 줄여서 MAD다. ‘미쳤다’는 뜻의 영어 단어 ‘mad’를 연상시킨다. 미국은 소련이 핵무기로 선제 공격하면 잠시 후 자신들도 ‘미친 척’하고 소련에 2격을 가해 공멸케 하겠다며 일부러 MAD라는 축약어를 만들어냈다. 우리 국제정치학계는 이를 ‘상호확증파괴’로 번역했다. MAD는 한마디로 핵을 핵으로 억제한다는 전략이다.
소련을 상대하던 시절 미국이 택한 것이 핵으로 핵을 억제하는 MAD인데, 한국은 핵화로 나아가는 북한을 비핵화로 상대하고, 종국에는 소련을 해체한 미국처럼 북한 정권을 무너뜨리겠다고 한 것이 지난 5개 정권이 펼쳐온 비핵화정책이다. 이는 폭탄 돌리기 게임과 같은데, 지금 박근혜 대통령이 그 폭탄을 받고 어쩔 줄 몰라 하는 형국이다.
미국은 MAD 전략만으로 소련을 누르지 않았다. 소련이 쏜 핵미사일을 우주에서 격파하는 ABM 개발에도 전력을 기울였다. ABM은 Anti Ballistic Missile의 약자로 상대가 쏜 ICBM 등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미사일’이다. ABM을 발전시킨 것이 최근 미국이 내놓은 MD(Missile Defense, 미사일방어체계)다.
소련은 미국의 이 같은 군사기술 발전을 따라가지 못했으며 경제가 추락하면서 무너졌다. 유럽을 무대로 한 냉전이 끝난 것이다. 미국은 2격 능력을 토대로 한 MAD와 ABM 체계를 발전시켜 냉전을 붕괴시켰다. 이는 더욱 앞선 핵능력(미국)으로 그만 못한 핵능력(소련)을 무너뜨린 것인데, 한국의 역대 정권은 핵화한 북한을 비핵화로 무너뜨린다는 허상에 매달려 있었다.



“핵무기 사용권 달라”

 그렇다면 북핵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강경 보수세력이 주장하듯 NPT를 탈퇴하고 핵무장을 해야 하는 것일까. 그렇게 한다면 한국은 제재와 봉쇄에 처해 경제가 추락할 수 있다. 이러한 고민은 미국이 핵무기를 철수하려 할 때 몇몇 NATO 국가도 심각하게 고민했다. 이들도 한국처럼 다른 나라로부터 핵 공격을 받으면 맞받아 공격해주겠다는 확장 억제 전략을 미국에서 제공받았다. 그러나 이들은 확장 억제 전략만으로는 나라를 지킬 수 없다고 봤다.
확장 억제 전략은 미국의 핵무기를 미국이 사용하는 것이다. 소유권과 사용권이 모두 미국에 있는 것에 주목한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이탈리아, 터키는 ‘우리는 P-5가 아니니 핵무기를 만들어 소유할 수 없다. 그런데 미국이 핵마저 빼내 가면 안보가 위태로워지니 미국 핵무기 사용권을 우리에게 달라’고 요구했다. 미국에 의해 억제된 핵 개발권과 소유권을 요구하지 않는 대신 미국 핵 사용권을 달라고 미국을 강하게 압박한 것이다.   
그 결과 이들 5개국과 미국은 5개국이 위태로워지면 5개국은 미국이 가진 핵무기 사용권의 50%를 행사한다는, 우리말로는 ‘핵 공유’로 번역되는 뉴클리어 셰어링(nuclear sharing)을 약속했다. 뉴클리어 셰어링은 유사시 미군과 한국군 전력을 5대 5로 섞어 전력을 극대화해 대응하는 한미연합사 운용 방식과 비슷한 개념이다. 미국이 비핵화를 추진할 때 한국은 그냥 따라갔지만 NATO의 5개국은 뉴클리어 셰어링을 맺고 미군 핵 철수를 허용했다.
박근혜 정부가 해야 할 최대의 노력은 미국을 압박하는 것이다. 북한의 핵무장을 허용하면 우리는 NPT를 탈퇴해 핵무장을 할 수밖에 없다고 선언하고 미국과 협상을 벌여 미국이 가진 핵무기의 사용권을 우리도 50% 정도 갖는 뉴클리어 셰어링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 이와 더불어 KAMD와 킬체인 등을 더욱 정교하게 발전시켜야 한다.  



신동아 2016년 3월 호

이정훈 | 동아일보 출판국 전략기획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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