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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朴의 전쟁

“이한구, 대통령에 협조하려 말 바꿨다”

‘비박계 좌장’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 송국건 |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이한구, 대통령에 협조하려 말 바꿨다”

  • ●“이한구, 아주 큰 실수하고 있다”
  • ●“믿고 ‘이한구 카드’ 받아줬더니…”
  • ● 김무성 측근 “끝내 전략공천하면 공멸로 간다”
“이한구, 대통령에 협조하려 말 바꿨다”

동아일보

새누리당 친박근혜계와 비박근혜계(김무성계) 간 20대 총선 공천 갈등의 최대 쟁점은 ‘현역 물갈이’와 그 수단인 ‘전략공천’이다. 최경환 의원이 새로운 좌장으로 등장한 친박계는 이한구 의원을 공천관리위원장으로 내세웠다. 친박계는 당헌·당규의 ‘우선추천’ ‘단수추천’을 근거로 전략공천이 가능하다고 본다. 반면 비박계 좌장 격인 김무성 대표는 “내가 있는 한 전략공천은 없다”고 단언한다. 김 대표는 이 스탠스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다.
김 대표 측 설명에 따르면, 2014년 2월 25일 당 상임전국위원회에서 결정된 주 내용은 ‘상향식 공천 전면 확대’다. 전략공천의 폐해로 무분별한 하향식 공천이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명칭을 ‘우선추천’으로 바꿨다고 한다. ‘여성, 장애인 등 정치적 소수자의 추천이 특별히 필요하다고 판단된 지역’과 ‘추천 신청자들의 경쟁력이 현저히 낮은 지역’에 한해, ‘여론조사를 통해서 투명하게’ 우선적으로 추천한다는 것이다.
논의 과정에서 김무성 당시 위원은 ‘경쟁력이 현저히 낮은 지역’ 부분에 대해 ‘권력자의 장난’이 개입할 우려가 있다며 삭제를 요구했다. 이에 황우여 당시 당 대표는 “신청자의 경쟁력이 없을 때를 의미하며 자의적인 가능성을 배제한 것”이라고 ‘유권해석’ 했다고 한다. 최경환 당시 원내대표는 “과거 전략지역과는 전혀 다른 개념으로, 도저히 경쟁력이 없는 경우 그냥 앉아서 질 것이냐, 이런 상황에 대비한 조항”이라고 말했다. 이한구 당시 당헌·당규개정특위 위원장은 “전략공천은 폐지하겠다”고 했다.



“이한구는 ‘룰’ 못 뒤집어”

김 대표 측은 이한구 의원이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은 뒤 말을 바꿨다고 주장한다. 이 위원장은 우선추천과 단수추천을 적극 활용해 훌륭한 새 인물을 영입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전략공천을 하겠다는 말이며, 2014년 때의 ‘전략공천 폐지’ 발언을 번복한 것이라는 게 김 대표 측의 설명이다.  
김무성 대표는 2월 11일 저녁 기자와 통화했다. 하지만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개성공단 폐쇄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당내에 분란이 있는 모습으로 비치는 게 꺼림칙했는지 말을 아꼈다. 그러나 계속되는 질문에 “이한구 위원장이 아주 큰 실수를 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 당 일각에선 이 위원장이 말을 바꿨다고 보는데요.
“2014년 2월엔 총선에 다시 출마하려고 그렇게 발언한 것 같아요. 지금은 불출마 선언을 하고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은 뒤 말한 것 아닙니까. 뭔가 대통령의 뜻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협조하기 위해 자기가 한 말을 번복하면서 말하는 거죠.”
▼ 친박계가 요구한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 카드를 왜 받았습니까.
“이미 (공천 룰을) 확정해놨기 때문이죠. 이 위원장이 와도 뒤집을 방법이 없어요. 또한 내가 (이한구 카드를) 받은 건, 그걸 받느냐 안 받느냐로 시간을 끌면 안 되기 때문이었죠. 경선을 위한 여론조사에 최소 30일이 걸리는데, 그 시간을 잡아먹으면 나중에 그걸 핑계로 ‘전략공천으로 갈 수밖에 없다’ 이럴 가능성이 보여서 (공천관리위원장이 뒤집을 방법이 없는) 당규를 믿고 받아준 거죠.”
▼ 그렇지만 이 위원장은 당규에 따르더라도 전략공천이 가능하다는 식으로 주장합니다.
“우선추천 조항을 갖고 한번 해보려고 하는 건데, 우선추천은 당규에 의하면 서울 강남이나 대구 같은 우세 지역에선 할 수 없게 돼 있어요. ‘하면 될 거다’ 하는 잘못된 생각으로 그런 말을 하는 거죠. 이 위원장의 발언은 원론적이에요. 그걸 언론에서 받아서 좀 과장되게 쓰는 측면도 있어요.”
▼ 이 위원장이 ‘경선만 하면 지방 토호나 조폭도 될 수 있다’고 말했는데요. 일각에선 ‘유권자의 수준을 낮게 보는 거 아니냐’는 얘기도 나옵니다.
“그렇죠. 아주 큰 실수를 한 거죠. (공천관리위원들도) 자기 신조라는 게 다 있지 않습니까. 서류 심사할 때 1차로 걸러내고, 그래도 여러 명이 남으면 4명 정도로 줄여서 경선에 부쳐야 되죠. 그 과정에서 다 탈락합니다. 만일 그런 사람이 포함되더라도 경선 과정에서 유권자들이 걸러내는 거죠.”
▼ 이 위원장은 현역 의원을 경선에서 배제하는 ‘컷오프’도 주장합니다.
“당헌·당규의 공천 자격기준에는 ‘현저히 역량이 떨어지고…’ 이렇게 돼 있는데 (역량이란 걸 정량적으로) 평가하긴 어려운 거죠.”



金 측근 “가만있지 않을 것”

“이한구, 대통령에 협조하려 말 바꿨다”

김무성 대표가 2월 1일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공동취재단

김무성 대표는 ‘친박계가 끝내 전략공천을 주장하면 어떻게 되느냐’ 같은 민감한 질문엔 “기사를 쓸 거라면 답변하지 않겠다”고 말문을 닫았다. 하지만 이 질문과 관련해 김 대표의 측근 A씨는 “그렇게 되면 모두 망할 수 있다”고 했다. 친박계와 비박계의 공천전쟁이 파국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경고가 담겼다. 다음은 A씨와의 문답이다.
▼ 친박계가 이한구 위원장을 앞세워 전략공천을 밀어붙이면….
“이미 마련된 공천 룰을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에요. 그런 경우라면 우리가 가만있지 않겠죠. 그러면 공멸로 가는 거지.”
▼ 친박, 비박 모두 망한다?
“국민공천제를 믿고 전국 각 지역에서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예비후보로 등록하지 않았습니까. 특정인을 내리 꽂는다면 그 사람들이 가만히 있겠어요? 사회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는 일이죠. 선거를 앞두고 당이 그렇게 분열되면 선거에서 지는 겁니다. 그런 상황에선 갈 수 없게 돼 있어요.”
A씨는 “친박계라고 모두 전략공천에 찬성하는 건 아니다”고 했다. 특히 서청원 최고위원이 전략공천에 반대한다고 귀띔했다. 그는 “서 최고위원은 처음부터 ‘전략공천은 옳지 않다’고 주장해왔다. 왜냐하면 ‘이한구 기준’으로 하면 서청원부터 날아가야 하니까”라고 했다.
▼ 진박을 ‘감별’하는 최경환 의원이 청와대와 교감을 나누고 있을까요.
“이젠 청와대도 전략공천을 포기했다고 봐요.”
▼ 청와대에서요? 어떤 메시지가 왔습니까.
“교감은 없었지만, 포기했으니까 (경선에 대비해서) 진박 마케팅을 시작한 것 아닌가요?”
▼ 그래도 유승민 의원은 작정하고 내칠 것이라는 관측이 있는데요.
“유승민을 쫓아내면 유승민 당선은 확정적이죠. 무소속으로 나와서…. 그러니까 그러지도 못하는 거예요. 우리 처지에선 누구 편을 들 이유가 없어요.”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는 11명으로 구성됐다. 당내 인사가 5명, 외부 인사가 6명이다. 공직후보자 추천 규정은 ‘복수의 추천 신청자 중 1인의 경쟁력이 월등한 경우 공천관리위원회 3분의 2 이상 찬성과 최고위원회 의결을 통해 단수 후보자를 확정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따라서 공천관리위원들의 성향은 매우 중요하다. 친박계의 전략공천 시도에 동조하거나 반대할 수 있는 까닭이다.



“나 흔들기야”

당내 인사 5명 중 이한구 위원장, 서청원 최고위원의 측근인 박종희 제2사무부총장,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회선 의원은 친박계로 분류된다. 반면 황진하 사무총장은 원래 친박계로 분류됐지만 요즘은 김무성 대표와 보폭을 맞추고 있다. 홍문표 제1사무부총장은 비박계다. 친박계와 비박계의 비율이 3대 2다.
외부 인사는 한무경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 김순희 ‘교육과 학교를 위한 학부모연합’ 상임대표, 최공재 차세대문화인연대 대표,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 이욱한 숙명여대 법대 교수,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다. 단수 후보자를 추천하는 데 이들 6명이 공동으로 캐스팅 보트를 쥔 구도다. 이들 가운데 한무경, 김순희, 최공재, 박주희 4명은 과거 행적을 볼 때 친박 색채가 짙다는 평가가 많다. 이 때문에 “공천관리위원회를 꾸리는 샅바 싸움에서 친박계가 완승을 거뒀다”는 말이 나온다.
공천관리위원회에서 단수 추천지역을 선정하면 최고위원회에서 그대로 의결될 가능성이 높다. 최고위원회의 의결에 참여하는 9명 중 비박계는 김 대표와 김정훈 정책위의장 두 사람뿐이다. 서청원·김을동·이정현 최고위원은 원조 친박계, 김태호·이인제 최고위원과 원유철 원내대표는 ‘신박(新朴)’으로 분류된다. 안대희 최고위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했던 인물이다. 김무성 대표는 이런 구도에 불안감을 느끼지 않을까.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이어지는 문답이다.
▼ 공천관리위 멤버를 보면 친박계의 뜻을 대변할 위원이 많은 것 같은데요.
“과거 공천심사위 시절에도 외부 인사를 불러들였죠. (외부 인사들 중에) 룰을 어겨가면서 ‘오더’를 받고 일할 분은 절대 없다고 봐요. 그분들이 당내 사람들과 함께 협의하게 되는데, (공천관리위원인) 황진하 총장이나 홍문표·박종희 부총장, 김회선 의원 모두 현재의 룰을 정할 때 참여한 멤버들이에요. 그분들이 룰에 반하는 결정을 할까요.”
▼ 황진하 총장은 (전략공천은 불가능하다는) 뜻을 같이합니까.
“그럼요.”
▼ 친박계에선 ‘야권이 인물 영입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도 손을 놓고 있으면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제가 최고위원회에서 이런 말을 해요. ‘자꾸 룰을 갖고 이야기하지 말고 사람을 내놔라. 그래서 다들 그 사람이 좋다고 인정하면 합의를 봐서 어떤 형태로든지 만들자. 민주적 절차를 바꾸더라도 만들 수 있다. 우리가 다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이 나오면 그 사람은 여론조사 1등을 하게 돼 있다’ 그러면 최고위원들 반응이 어떤지 알아요? ‘사람이 없다’고 해요.”
원유철 원내대표는 최근 피겨여왕 김연아, 바둑기사 조훈현, 산악인 엄홍길 씨 등의 영입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일부는 아예 손사래를 쳤지만 또 다른 일부는 경선을 거치지 않는다면 해볼 의향이 있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 친박계는 ‘들어와서 경선을 해야 하니 사람이 없다’고 하는데요.
“어쨌든 ‘이런 사람이 있는데, 경선이 싫다고 한다’, 이 정도까지는 나와야 되는 거 아닌가요.”  
▼ 그런 말도 없다?
“없어요. 그러니까 나 흔들기야.”



“늘 앞장섰고 총대 멨다”

▼ 김 대표께선 박 대통령과 공동운명체라고 생각합니까.
“그럼요. 저는 지금까지 박근혜 정부 개혁정책에 늘 앞장서왔어요. 항상 총대를 멨죠. 공무원 연금개혁, 국정교과서 파동, 노동개혁…내가 앞장서지 않은 적이 있나요?”
▼ 국회선진화법 개정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권력자의 말 한마디에 움직여선 안 된다’고 한 말이 박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는데요.
“선거를 앞두고 우리 표를 좀 얻을 궁리를 해야 할 것 아닙니까. 상공회의소에 갔더니 ‘우리가 필요한 법 좀 국회에서 만들어달라’고 아우성이었어요. 그래서 ‘국회가 지금 법을 못 만들어줘서 미안하다. 그런데 이유가 선진화법에 있다. 선진화법이 이렇게 된 것이다. 그래서 내가 공천개혁을 하고 있는 거다. 우리 좀 도와달라’ 그런 취지에서 나온 말이죠.”
▼ 총선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차기 대선을 준비할 건가요.
“우선은 총선에서 대승하는 게 목표입니다.”


신동아 2016년 3월 호

송국건 |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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