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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정체성만 찾다간 집권 못한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

  • 정현상 기자 | doppelg@donga.com

“정체성만 찾다간 집권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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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대통령감 찾기 굉장히 힘들다
  • ● 문재인 전 대표와 특별한 관계 아니다
  • ● ‘킹 메이커’ 하다 실망…다시는 안 해
  • ● ‘右클릭’ 아니라 국민 따라가는 것
“정체성만 찾다간 집권 못한다”

[김성남 기자]

만날 때마다 사실 좀 불편하다. 너무 날카롭다. 상대를 불편하게 하는 데 정말 재주가 있다. 늘 당당하고 자신감에 넘치는 인상의 이면이다. 김종인 대표와 가까운 전직 고위관료는 그의 지시형, 명령형 말투에 질렸다고 토로했다. 기자가 “더 대중적인 정치인이 되기 위해 어투를 부드럽게 바꿔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하자 김 대표는 “그게 내 특성인데 어떡하겠어”라며 단박에 자른다.

“나는 복잡한 걸 싫어하는 사람이다. 얘기를 분명히 해야지. 말을 이렇게 저렇게 돌려서 하는 거, 난 절대 못해. 정치인의 말은 정직해야 된다고 생각해. 여러 가지 수사(修辭)를 쓰는 건 옳지 않은 거지.”

그의 말을 듣고 보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촌철살인 유머가 떠올랐다. 오바마 대통령은 4월 30일 공화당 대권주자 도널드 트럼프를 이렇게 비꼬았다. “공화당 지도부가 트럼프에게 외교정책 경험이 없다고 걱정한다죠? 하지만 트럼프는 수년 동안 세계의 지도자들을 숱하게 만났잖아요. 미스 스웨덴, 미스 아르헨티나….”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0년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는 의회 연설에서 “내가 바칠 것은 피와 땀과 눈물밖에 없다”며 전란에 지친 국민의 마음을 위로했다. 수사가 정치를 더 풍성하게 만드는 게 아닐까. 하지만 김 대표는 그런 스타일이 아닌 것이다.



“난 말 돌려서 못해”

“그러니까 남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으려고 말을 뱅뱅 돌려서 하지 않는다는 거지. ‘대중적 정치인’이란 개념도 과연 옳은 것인지 납득이 잘 안돼. 남 앞에서 적당히 웃기도 하고 비위도 맞춰줘야 대중적인 정치인이 된다면 난 그걸 닮을 생각이 없어.”

김 대표의 어투, 어법, 성정은 그의 리더십 유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좋게 말하면 강력한 리더십, 나쁘게 보면 독선적 리더십.

“하여튼 내게 ‘책임을 지고 당을 구해내고 선거를 이끌라’고 해서 내 방식대로 했을 뿐이야. 누구한테 물어보지도 않았고. 내가 평소 생각하던 대로, 정당을 어떻게 끌고 나가면 될지 내 머릿속에 나름대로 그림이 있었거든. 그것대로 선거를 치른 거지. 우리나라에서 야당의 리더십은 굉장히 강력해야 돼. 그렇지 않으면 힘을 발휘할 수 없어.”

이런 생각이야말로 독선이 아닐까.

“그게 독선처럼 보였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내가 독재를 한 것도 아니고, 비대위원들한테 다 물어보고 의견을 들으며 이끌어왔다. 내 멋대로 뭘 했다고 그러는데, 내 나름의 특성을 갖고 이끌어온 것뿐이다. 리더십은 각자 고유의 것이 따로 있는 거지. 리더십에서 중요한 것은 과연 문제해결 능력이 있느냐는 거다. 화합한답시고 논의만 하고 해결하지 못하면 그건 리더십이 아니야.”

자신을 정직하고 솔직한 사람이라고 평가하는 것과 주변에서 그를 보는 것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한 정치평론가는 “처음엔 김종인 대표의 어법이 신선했으나 이제 누구나 그의 의도를 안다”며 “당 대표에 관심이 없다고 하지만, 대표가 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읽힌다”라고 꼬집었다. 누구의 말이 옳을까. 김 대표의 말을 계속 들어보자.



“경제 해법 내놓겠다”

“정체성만 찾다간 집권 못한다”

정진석 신임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5월 4일 더불어민주당을 예방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동아일보]

5월 11일 ‘신동아’ 인터뷰에서 김 대표는 “당 대표엔 절대 관심 없다” “더민주당이 수권정당이 되려면 안정 속의 변화가 필요하다” “킹 메이커 했다가 실망해서 다시는 안 하겠다” “대통령감 찾기가 굉장히 힘들다”는 말을 쏟아냈다. ‘시한부’ 비대위 대표로서의 고민과 더민주당의 미래에 대해 민낯으로 토로했다. 당 대표 추대, 전당대회 개최 시기 등으로 갈등을 빚은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해선 “나하고 특별한 관계가 없는 사람”이라며 선을 그었다.

▼ 4월 25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 참배하며 방명록에 ‘희망의 수권정당이 되겠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수권정당의 희망이 밝다고 보나.

“사상 처음으로 야당이 제1당이 됐다. 와해될 뻔한 정당을 안정시켜 총선을 치렀고 123석을 얻어냈다. 그러니 수권정당의 바탕이 마련된 거다. 물론 지금부터 내년 대선 때까지 당이 어떻게 변모하느냐에 따라 그것이 실현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 총선 직후 누구를 당 대표로 세우냐는 문제로 시끄러웠다. 추미애 의원은 “호남 참패를 가져온 현 비대위 체제를 유지하는 것은 더민주의 심장인 호남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했고, 이용득 당선자는 “먹튀 투기자본이 우리당에 들어왔다”고 비판했다.

“정당엔 항상 이 생각, 저 생각 하는 사람이 많으니 이런저런 소리가 나올 수 있다.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당 대표를 추대하느니 경선을 하느니 하는 얘기들이 있었다. 내가 당선자 연석회의에서도 ‘전당대회 연기를 바라지 않는다’ ‘비대위 해산하고 떠날 용의도 있다’고 했다. 왜냐고? 솔직히 나는 당 대표에 추호도 관심이 없으니까. 그러니 뭐 더 이상 할 얘기가 없는 것 아니겠나.”

▼ 전당대회가 8월 말~ 9월 초에 열리는데, 전당대회 시기와 수권정당 만들기는 무슨 관계가 있나.

“전대(全大) 시기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전대를 하면 새로운 지도부가 생겨날 거고, 그러면 그들이 수권정당이 되기 위한 노력을 스스로 해야 한다.”

▼ 김 대표가 새로운 지도부에 들어가지 않을 수도 있지 않나. 지도부에 속하지 않고 어떻게 수권정당 만들기에 나서겠나.

“나의 1차적 과제는 끝났다. 당을 안정화하고 원내 제1당이 됐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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