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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軍人’ 육군헌병 황◦◦

“소수의 악행보다 다수의 침묵이 아팠다”

  •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소수의 악행보다 다수의 침묵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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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 전 소장 : 육군 중앙수사단장(준장) 시절 황 중령의 제보 편지를 수신한 인물로 군 검찰은 “이 전 준장의 범죄 혐의를 인지하고서도 적시 수사에 착수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국방부 장관에게 대상자를 의원 전역하는 조치로 사건 조기 종결을 유도하는 부적절한 건의를 했다”면서 “승 소장을 법령 준수의무 위반으로 징계 의뢰했다”고 밝혔다.

이렇듯 범죄 수사에 나선 게 아니라 오히려 제보자를 속출해 처벌하는 데 열을 올린 승 전 소장은 국방부 조사본부장(소장)으로 영전해 명예롭게 전역했다. 전역 후 국방부 산하기관에 전관예우 격의 자리(국방과학연구소 전문위원)를 얻었으며 미국 헌병연대협회로부터 ‘마흐쇼세 훈장’을 받았다. 마흐쇼세 훈장은 헌병 관련 업무 수행 능력이 특출한 군인에게 수여한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 황 중령 사건 때 국방부 장관이었다. 1차 조사에서 비리 당사자인 이 전 준장을 비호한 승 전 소장에게 2차 조사를 맡겼는데, 이는 상식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렵다. 이 전 준장을 처벌하기는커녕 승 전 소장의 건의대로 이 전 준장을 상응하는 처벌 없이 전역시킨 것은 직무유기라는 지적이다. 덧붙여 공익 제보자를 징계하면 안 된다는 건의도 무시했다.

요컨대 정의를 추구한 이는 징계를 받고, 부도덕한 이들은 면죄부를 받은 황 중령 사건의 최고책임자인 것이다.

김관진 실장은 이 사건 이후에도 승승장구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 걸쳐 국방부 장관을 지냈으며 현재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일한다.



“안일한 불의의 길보다 험난한 정의의 길을 택했다”는 황 중령의 말이 ‘육군헌병 황◦◦’ 명함의 앞면에 적힌 좌우명 ‘虎視牛行(호시우행)’과 함께 뇌리에 오랫동안 남았다. 호랑이의 눈빛을 간직한 채 소처럼 우직하게 간다…. 그는 “밥숟가락 들 힘만 있어도 행복한 삶”이라고 했다.



 ‘공익 위한 불가피한 선택’

“소수의 악행보다 다수의 침묵이 아팠다”

헌병은 군의 ‘경찰’이다.

3월 9일 그를 다시 만났다. 앞서의 지인이 초청해 여럿이 모인 자리인데, 그가 앉아 있었다. 나는 그가 오는 줄 몰랐고, 묻지는 않았으나 그도 내가 오는 줄 몰랐을 것이다. 수오지심과 측은지심에 대한 얘기가 오갔다.

‘육군헌병 황◦◦’ 명함의 뒷면에 적힌 ‘仁義禮智信’ 다섯 글자가 떠올라 명함지갑을 뒤적였다. 사람으로서 갖춰야 할 네 가지 마음가짐, 仁·義·禮·智 4단에 믿음(信)을 더한 것을 오상(五常)이라고 한다. 仁義禮智信을 가슴에 새기고 사는 이가 얼마나 될까.

2013년 신동아 보도 이후 그는 대법원에서 징계(육군은 정의로운 이를 처벌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짓을 했다) 취소 확정 판결을 받았다. ‘법적으로’는 명예를 회복한 것이다.

이 전 준장의 지시를 거스르지 못하고 ‘범죄 행위’에 가담한 박모 소령이 고뇌 끝에 그간 있었던 일을 자신에게 털어놓은 것을 듣고(박 소령은 직접 제보할 자신이 없어 황 중령에게 사실을 털어놨다) 측은지심, 수오지심을 느끼면서 이 전 준장을 고발한 황 중령은 “군 기강을 문란하게 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았다. 국방부와 육군은 “황 중령은 공익제보자”라는 국민권익위원회의 의견도 무시했다.

다음은 황 중령 징계 사건을 다룬 법원 판결문의 한 대목이다.

“횡령 범죄자인 이○○(전 육군 준장)은 징계 회부되지 않고 국방부 검찰단 수사 이전에 의원 전역했고, 횡령 사실의 제보를 받고도 수사에 나아가지 않은 승○○(전 육군 소장)는 징계회부 됐으나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은 데 비해 원고는 공익을 위해 불가피하게 선택한 경미한 규정 위반을 이유로 견책 처분을 받아 인사상의 불이익을 받게 되는 처지에 놓인 바 (…).”

황 중령의 징계 사유는 “개인 노트북으로 투서 작성” “지휘 계통에 따라 제보하지 않음” 등이다. 황 중령은 한국투명성기구가 주는 제13회 투명사회상을 받았다. 법원 판결과 수상 등으로 최소한의 명예회복은 했으나 정의는 아직도 외롭다. “다수 선인의 침묵이 나를 힘들게 했다”는 그의 말처럼 일부 군(軍) 선배들은 그를 마음으로는 아끼면서도 겉으로는 외면한다.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징계가 유효했기에 그는 진급 심사 대상에 오르지 못했다.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사정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정의로운 장교가 중령 계급으로 군문을 떠나야 할지도 모르게 된 것이다.

부정의한 이들 탓에 말도 안 되는 징계를 받고 군인으로서의 앞날이 막히는 현실은 잘못됐다. 20대 국회에서 황 중령 사건이 다시금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원 당선인 중 일부가 이 사건을 재론하려 한다.



“자랑스럽다”

중령의 계급정년은 53세다. 그가 진급하는 것은 기적에 가까워 보인다. 진급하지 못하면 3년 후 군복을 벗어야 한다. “사회 각 분야의 공익제보자 중 정년까지 복무하는 사람은 내가 유일할 것이다.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그는 말했다. 부끄러운 일을 한 적이 없으니 “밥숟가락 들 힘만 있어도 행복한 삶” 아니겠는가.

황 중령에게 이 전 준장 비리를 제보한 박 소령은 올해 계급정년으로 군복을 벗는다. 박 소령도 ROTC 출신의 촉망받던 육군장교였다.  

황 중령 사건은 한국 사회에서 다반사로 일어나는 부조리한 일의 전형 격이다. 의인(義人)은 보복당하거나 불이익을 당하기 일쑤다. 모른 척 눈감아야 순풍에 돛 단 듯 나아간다. 그렇다고 측은지심, 수오지심, 사양지심, 시비지심을 버려야 성공한다고 아이들에게 가르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신동아 2016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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