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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 요구, 거역하면 뒤집힌다”

박 / 원 / 순 서울시장

  • 전진우 | 언론인 jinukys@naver.com

“정권교체 요구, 거역하면 뒤집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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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대통령이 특권 사유화 눈감아줘”
  • ● “충청 대망론? 도대체 누구를 위한 건가”
  • ● “개성공단 10개쯤 만들면 경제정체 극복”
  • ● “‘큰 거 한번 해보라’ 요구에 흔들리면 안 돼”
  • ● “내가 걸어온 길이 나를 말해준다”
“정권교체 요구, 거역하면 뒤집힌다”

[조영철 기자]

성남 분당에서 서울시청으로 간다. 지하철 분당선을 타고 왕십리역에 가서 지하철 2호선으로 갈아탄다. 지하철 환승하고 걷고 하자면 한 시간 반은 잡아야 한다.

수원에서 왕십리를 오가는 분당선은 늘 붐빈다. 오전 9시 30분께. 출근시간을 넘긴 시간대이지만 승객들로 빼곡하다. 분당선 열차가 지나는 수원·용인·성남 권역의 인구가 300만을 훌쩍 넘어섰다고 하니 그럴 만도 하다. 서울에서 빠져나왔거나 밀려난 사람들은 그래도 매일같이 서울로 향해야 한다. 일하기 위해, 먹고살기 위해.

빗발이 듣던 날 아침, 지하철 안 풍경은 잿빛이다. 그래서였을까. 승객들의 무덤덤한 얼굴 위로 피곤이 묻어난다. 몇몇은 꾸벅꾸벅 졸고 있다. 하나같이 힘들어 보인다. 문득 세상이, 이 나라가, 풀라는 문제는 풀지 않고 낙서만 가득 해놓은 숙제장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해서 오늘의 화두는 ‘숙제장’으로 하기로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나러 가는 길이다.

서울시장은 조선시대로 치면 한성부판윤(漢城府判尹)이다. 한성판윤은 정2품 벼슬로 육조 판서, 의정부 좌·우 참판과 더불어 ‘9경(九卿)’으로 불리는 고관 자리였다. 지금의 서울시장도 장관급인 국무위원으로 옛 판윤에 못지않다. 아니, 1000만 인구에 1년 예산만 24조 원(2016년, 순계기준)에 달하는 거대 도시 서울의 수장이니 한성판윤에 비할 바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시장 집무실은 무슨 커다란 작업장 같다. 방 한 면을 가득 채운 책장은 서울시 구별 지역 현안과 정책모음이 담긴 파일로 가득하고, 맞은편에는 한양도성 성곽마을을 표시한 대형 지도가 걸려 있다. 시장 집무용 책상과 기다란 회의용 탁자가 각각 하나씩이고, 구석에는 작은 사다리와 손수레가 동그마니 놓여 있다.



권력은 절대적 봉사

박원순 서울시장은 최근 여러 자리에서 내년 대선 출마를 묻는 질문에 확답을 피했다. “아직 국민의 시간표가 나오지 않았다”거나 “시대의 요구가, 국민의 부름이 내게 향하는지 고민하고 있다”며 넘어갔다. 같은 답이 나올 빤한 질문을 거듭할 필요는 없다. 그에게도 나름의 시간표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식이든 물어야 한다. 내년 대선과 박원순이 별개라면 성남에서 서울까지 먼 거리를 달려올 까닭이 있겠는가. 분당선 지하철에서 떠올린 화두를 꺼냈다. 그리고 문제 해결의 중심이 될 의향이 있느냐, 권력의지가 있느냐고 물었다. 줄곧 미소를 띠고 있던 그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대권이라는 말에 들어 있는 전근대성, 비민주성, 공직의 이해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고 싶군요. 권력의지라는 말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셨을 때 몇 권의 책이 나왔는데, 그중에 교황님의 트위터 글을 모은 책이 있어요. 거기에 이런 말이 있지요. ‘Power is absolute service’, 권력은 절대적인 봉사이다…. 저는 권력의지가 개인의 야망과 권력욕을 충족시키는 그런 의지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방금 언급하신 것처럼 낙서로 가득한 숙제장 같은 나라의 현실, 방향을 잃어버린 대한민국에 가야 할 길을 제시하고 거기에 자신의 모든 역량을 쏟아 헌신하고자 하는 정신이 더욱 중요하지 않을까요.

물론 우리의 정치 현실에서 이러한 얘기가 타당한 것이냐, 그런 식으로 과연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있을 수 있겠지요. 그러나 이 나라, 우리 국민 다수가 진정으로 소망하는 것은 바로 절대봉사의 기본자세라고 믿습니다. 오늘날 우리의 정치행태가 당파적, 패거리식이어서 더욱 그렇지요. 정당, 정파가 다르다고 옳은 얘기를 옳다고 하지 않고 옳은 정책도 무조건 비판하고 비난하는 것을 저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요.

독일을 보세요. 독일의 동방정책은 아무리 여야가, 집권세력이 바뀌어도 그 정신과 원칙이 변함없이 지켜지고 그 위에 경험과 역사가 축적되면서 마침내 독일 통일을 이뤄내지 않았습니까. 그에 반해 우리는 분열과 갈등이 너무 심한데 그것의 원천은 사적(私的) 권력에 대한 탐욕이라고 봅니다. 대권이나 권력의지 같은 말도 그런 탐욕의 표현이지요.”

틀린 말이 아니라고 (현실에서) 다 맞는 말은 아니다. 사람들은 민주주의가 좋다, 독재는 안 된다고 하면서도 강한 지도자를 원치 않던가. 정치는 얼굴이 두꺼워야 하고 권력자에게는 독한 구석이 있어야 한다면서 누구누구는 대통령감으론 약하다는 말을 흔히 입에 올리지 않던가. 누군가 그랬다. 박원순의 이름이 ‘원철’이었으면 좋겠다고. ‘원순’이 여자 이름 같아 너무 약하게 느껴진다는 이유였다. 누군가의 농담을 그대로 옮기지는 않았으나 비슷한 뜻으로 운을 떼었다. 그의 낯빛이 살짝 붉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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