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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리포트

美는 핵 통제권 나눈 적 없다 유일한 기회는 ‘트럼프 당선’?

‘전술핵 재반입’ ‘한미 핵 공유’ 가능한가

  • 스웨덴 스톡홀름=황일도 | 화정평화재단 연구위원, 국제정치학 박사 shamora@donga.com

美는 핵 통제권 나눈 적 없다 유일한 기회는 ‘트럼프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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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핵무장이 안 된다면 미국 전술핵이라도 재반입해야 한다.’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쏟아지는 이런 주장들의 근거는 유럽에 남은 미군 전술핵탄두 B-61 200여 기다. 나토 5개국이 유사시 미국과 핵무기를 공유한다는, 듣기만 해도 파격적인 이 운용법의 실체는 무엇일까. 유럽 현지 관계자들의 설명과 공식 문헌을 통해 뿌리까지 파헤쳐본 ‘나토식 핵공유’의 모든 것, 그리고 한반도 적용의 가능성.
美는 핵 통제권 나눈 적 없다 유일한 기회는 ‘트럼프 당선’?

9월 21일 한국에 처음 착륙한 B-1B 랜서. [동아일보]

B-1B 랜서(Lancer, 槍騎兵). 북한의 5차 핵실험(9월 9일) 대응조치로 9월 13일과 21일 미국령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를 이륙해 한반도 상공에서 대북 무력시위를 벌인 미국 폭격기다. 9월 13일 한반도를 스쳐 지나간 이 폭격기를 두고 제기된 ‘에어쇼’라는 비판이 신경 쓰인 것일까. 미국 측은 9월 21일 날아온 2대 중 1대를 괌으로 복귀시키는 대신 오산에 착륙시켜 주한미군 기지에서 열린 행사에 참가하도록 ‘배려’했다. 지상에 전시한 B-1B의 폭탄창을 열고 관람객이 내부를 구경하게 한 파격적인 세리머니였다.

‘한국 내에서 쏟아져 나오는 자체 핵무장 주장을 의식해 미국이 선보인 핵우산 과시.’ B-1B의 한반도 전개를 두고 국내 언론이 쏟아낸 주요 기사의 골자는 B-52, B-2와 함께 미국 3대 전략폭격기로 꼽히는 이 기종을 핵실험 직후 날려보냄으로써, 만에 하나 북한이 핵을 사용할 경우 워싱턴도 핵으로 보복에 나서리라는 약속을 물리적 실체로 보여줬다는 것이었다.

다만 문제가 있었다. 이러한 평가에 결정적 오류가 있었기 때문이다. B-1B는 핵무기를 실어 나를 수 없는 기종이라는 점이다. 1986년 실전 배치된 이 기종이 원래 노후화한 B-52를 대체해 미국의 전략핵무기를 공중에서 투하하는 용도로 쓰인 것은 맞지만, 미국과 소련의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에 따라 2011년 핵무기 장착 모듈을 제거했다. 이에 따라 현재 미국이 운용 중인 95대 안팎의 B-1B 가운데 유사시 ‘핵우산 가동’ 작전에 투입될 수 있는 건 단 한 대도 없다. B-1B는 핵과 무관하다는 이야기다.

이쯤 되면 드는 의문 하나. 왜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한 무력시위용으로 하필 이 기종을 골랐을까. 1950년대에 개발됐지만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 중인 B-52나 미국 본토에서 중간 급유 없이 한반도까지 날아올 수 있는 스텔스기 B-2 등 핵무기를 장착할 수 있는 다른 폭격기를 두고 굳이 B-1B를 선택한 게 과연 우연이었을까. 이 짧은 의문이 간단치 않은 것은, 핵을 둘러싸고 한미동맹 내면에 깊숙이 잠복한 이견의 주요 쟁점이 그 안에 모두 담겨 있기 때문이다.

먼저 미국 측 전문가의 평가를 살펴보자. 9월 13일 한스 크리스텐슨 전미과학자연합(FAS) 핵정보 프로그램 국장은 분석 보고서를 통해 워싱턴의 B-1B 선택이 충분히 의도적인 것이었다고 전한다.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의 핵보유가 기정사실화하는 상황에서도 비핵-재래식 전력만을 활용해 대응하기로 마음먹었으며, 핵 장착이 불가능한 B-1B는 이를 공식화하는 수순이라는 평가다. 유사시 미국이 한국에 제공할 이른바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 역시 재래식 순항미사일을 중심으로 하는 비핵 전력이 주축을 이룰 것이라는 시그널이라는 의미다.

공교롭게도, 9월 13일 오산 공군기지 기자회견에서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이 한 말에는 유사시 미국의 대응 수단과 관련해 ‘핵’이라는 단어가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는다. ‘확장억제를 확대, 강화한다’는 언급만 반복 사용했을 뿐이다. 한국 국방부가 확장억제라는 말을 사실상 핵우산의 동의어로 설명하는 데 비해 미국 당국자들은 이를 재래식 전력과 미사일 방어, 핵전력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으로 사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확장억제? 한미 동상이몽

美는 핵 통제권 나눈 적 없다 유일한 기회는 ‘트럼프 당선’?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미군 B-52 전략폭격기. [뉴시스]

예컨대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를 확장억제의 일환으로 설명하는 식이다. 뒤집어 말해 5차 핵실험 이후 워싱턴에서 강조하는 ‘확장억제 강화’가 고스란히 ‘유사시 핵보복 원칙 천명’이라는 뜻은 아니라는 얘기다.

미국은 최근 유럽에서 진행된 앰플 스트라이크(Ample Strike) 연습에도 재래식 미사일만 장착할 수 있는 폭격기를 참가시켰다. 앞서 본 B-1B와 함께 유독 최근 핵무장 장비를  떼낸 B-52를 골라 이 훈련에 참여토록 한 것. 30대가 현역에서 활동 중인 B-52 역시 2018년까지 핵무기 장착 능력이 모두 제거될 예정으로 현재 순차적으로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후 B-1B와 B-52는 사거리 370㎞ 안팎의 JASSM 재래식 순항미사일만 탑재하게 된다.

오바마 행정부는 핵무기의 역할과 비중을 줄여나가는 것을 8년 임기의 마지막 역점 사업으로 삼았다. 핵장착이 가능한 전략폭격기 수를 90대까지로 줄이고, 1550개 남짓한 핵탄두를 1000여 개로 감축하며, 예정돼 있던 3500억 달러 규모의 핵무기 현대화사업 예산 삭감을 시도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핵 없는 세계화’를 모토로 러시아와의 감축협상을 공격적으로 추진한 임기 첫해의 의욕을 막판에 이르러 다시 한 번 불태우는 듯하다. 국내외 반발에 밀려 결국은 백지화한 것으로 전해지지만, 최근까지 핵 선제불사용(No First Use) 선언을 검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9월 한 달간 이어진 B-1B의 한반도 전개는 이렇듯 핵우산과 관계가 없다. 오히려 ‘북한 정도를 상대하는 데는 핵 대신 재래식 전력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미국의 자신감이 묻어날 따름이다. 미군 전략무기 자산의 동북아 전개에 유독 민감한 반응을 보이던 중국이 이번에는 잠잠했던 것도 다른 이유에서가 아니다. 우리와 달리, B-1B는 핵 전개용이 아니라는 사실을 꿰뚫어본 것이다.

재래식 전력과 핵전력 관계에 대한 미국의 딜레마는 그 연원이 깊다. 구체적으로는 핵전력이 과연 재래식 무기체계와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전력인가, 아니면 핵 역시 다른 무기와 마찬가지 논리와 관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무기들 중 하나일 뿐’인가라는 질문으로 요약할 수 있다.

시작은 당연히 1945년 8월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피어오른 두 개의 버섯구름이었다. 예상치의 2배를 가뿐히 넘어선 사상자 수에 가장 놀란 것은 다름 아닌 백악관이었고,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핵을 기존의 다른 무기와는 전혀 다른 ‘정치적 옵션’으로 인식하게 된다. 6·25전쟁 때 전황이 수세에 몰릴 때마다 더글러스 맥아더 사령관을 비롯한 현장 지휘관들이 핵 사용 승인을 거듭 요청했음에도 백악관이 끝내 수용하지 않은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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