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호

‘차기’ 주목 지자체장 연쇄 인터뷰

“내 행태는 트럼프, 지향은 샌더스”

‘돌직구’ 이재명 성남시장

  • 김진수 기자 | jockey@donga.com

    입력2016-12-20 13: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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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죽지세(破竹之勢).’ 이재명(52) 성남시장의 지지율 상승세가 매섭다. 이 시장은 지난 11월 30일 여론조사업체 리서치뷰가 실시한 여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지지율 17.2%로 수직 상승,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15.2%)을 제치고 1위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23.8%)에 이어 2위로 올라서 ‘빅3’ 입지를 굳혔다.

    비록 다른 여론조사기관 알앤써치의 12월 2주차(11~12일) 지지도 조사에선 15.5%를 기록, 문 전 대표(26.5%)와 반 총장(21.9%)의 양강 구도에 밀렸지만, 탄핵 정국에서 ‘나 홀로 약진’을 거듭하며 정치권을 강타한 ‘이재명 신드롬’은 여전히 맹위를 떨친다. 인구 100만 명인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수장(首長)이자 자칭 ‘변방의 장수’가 내온 ‘북소리’가 어느새 중원에서의 큰 울림으로 증폭된 것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맞아 맨 먼저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및 ‘하야’를 공개리에 외친 빠른 판단, 연일 이어온 ‘사이다 발언’을 통해 조성된 광범한 ‘촛불 민심’의 지지는 이 시장으로선 대선 가도를 질주할 원동력일 수밖에 없다. 대권 도전 의지를 불태우는 그를 12월 7일 성남시청 집무실에서 만났다.



    주인과 머슴

    ▼ 지지율 급상승의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나.

    “정치 패러다임이 변했다. 예전엔 국민을 대리하는 정치집단이 선거 때 빼곤 국민을 ‘주인’으로 인정치 않고 ‘대상’으로 취급했다. 그로 인해 정치에 대한 불신, 냉소, 무관심이 거듭됐다. 그러나 전 세계적이고 즉각적으로 장소와 규모의 한계를 뛰어넘는 정보기술(IT)의 발달로 정치의 종적 존재이던 국민 대중이 주체로 거듭나고, 교과서에서 말하는 진짜 직접민주주의가 구현되는 시대가 왔다. 심화된 불평등·불공정 해소를 향한 열망도 한껏 커졌다.

    이 두 요소가 작동해 정치 우위 시대에서 국민 우위 혹은 국민 동등의 시대로 가고 있는 거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등이 실례다. 내가 그러한 세계적 흐름을 잘 이해하고, 현장에서 국민의 열망을 대중의 언어로 잘 표현하는 걸 인정받는 것 같다.”

    ▼ 박 대통령의 퇴진 거부와 버티기 전략에 따른 반사이익 아닌가.

    “반사이익? 그걸 왜 이재명만 얻겠나. 야권의 다른 대선주자들 지지율은 왜 떨어질까.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만 해도 그렇잖나. 예를 들겠다. 과거에 주인은 방 안에만 앉아 바깥의 머슴들이 뭘 하는지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추수철에 보고만 받았다. 그런데 가을걷이 실적이 너무 나빠지니 주인은 밖을 내다보기 시작했다. 아예 밖으로 나와서 직접 쫓아다니기 시작했다.

    그게 촛불집회다. 정치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직접적이고 적극적이며 대규모로 나타나기 시작한 거다. 많은 머슴, 즉 정치인 중에서 과연 누가 주인 뜻을 가장 존중하고 제대로 반영할지 판단하기 위해서다.

    그 대목에서 중요한 건 일관성이다. 사람 속을 어떻게 아나. 죄다 말로는 ‘잘하겠다’고 하지. 그렇게 이구동성으로 말할 때 진정으로 ‘우리’를 위해 일할 사람이 누구인지 판단하려면 이력과 실적, 증거가 필요하다. 내가 다소 과격하고 나이브(naive)해 보일지라도, 대중이 볼 땐 자기들이랑 더불어 노는 머슴인 거다.”



    “중도 확장성 자신”

    ▼ 대중이, 이 시장이 촛불 민심을 대변한다는 느낌을 갖는다?

    “그렇다. 실제로 대변하려 노력한다. 과거와 달리 대중은 자기 뜻을 제대로 반영해줄 사람이 누군지 분간할 능력을 갖고 있다. 바로 집단지성이다. 난 그 집단지성의 검증을 통과 중이란 생각이 든다.”

    ▼ 급속도로 조성된 인기가 대선 국면까지 이어질지 미지수란 전망도 있다.

    “통상 정치인의 지지율은 언론이 집중 보도한다든지 하면 팍 튀어 오른다. 그러다 서서히 조정받는다. 근데 나에 대한 지지는 외부 충격에 의해 갑자기 생겨난 게 아니라 대중 사이에 수평적으로 전파돼왔다. 주로 유튜브를 통해 전파되더라. 객관적 정보에 의해 유권자 한 명 한 명씩 판단을 바꿔가기에 지지층이 두터워질 거라 본다.”

    ▼ 지지율 1위인 문 전 대표와 격차가 작지 않다. 향후 이 시장 지지율의 확장성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나.

    “문 전 대표를 뛰어넘을 걸로 본다. 중도 확장성 문제인데, 무엇보다도 정치적 정체성이 희박하고 자신의 이익 가능 여부에 따라 이쪽을 찍을 수도 저쪽을 찍을 수도 있는 부동층(浮動層)을 잡는 게 지지율 상승의 핵심 아니겠나. 그런데 개혁진영의 정책이란 건 대개 다수 서민이 혜택을 보는 정책이다.

    문제는 그걸 제대로 실행하지 못할 거란 불신의 프레임이 존재하는 데 있다. 개혁진영은 말도 잘하고 깨끗하긴 한데 능력이 없다, 보수진영은 좀 부패하긴 해도 유능하다, 라는 프레임에 갇힌 상태에선 보수 쪽을 찍게 돼 있다. 하지만 만일 개혁진영이 내건 정책이 객관적으로 낫고, 그걸 실행한 전례가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믿어진다면 누굴 찍겠나.”

    ▼ 당연히….

    “바로 그거다. 중도 확장 면에선 자기의 정치적 정체성을 애매모호하게 하거나, 양 진영의 중간쯤으로 포지션을 이동하면 지지를 받을 수 없게 된다. 유권자들이 의심한다, 기회주의자라고. 포지션 이동은 득표가 아니라 감표 요인이다. 나는 개혁적인 정책의 실행을 이미 증명해 보였다. 그 증거가 성남시 분당구다. 2010년 성남시장에 처음 당선될 땐 그곳 득표율에서 내가 졌다. 지역 주민들이 나를 싫어해 취임 직후 그 동네를 돌아다니다 멱살도 잡히고 그랬다.

    하지만 2014년 재선 후 분당의 지지율은 본시가지보다도 높아졌다. 정부와 싸우면서 복지정책을 관철하는 걸 주민 모두 지켜봐서다. 그렇게 다수 서민, 중산층에게 득이 되는 정책을 흔들리지 않고 실행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고 실적으로 증명해야 중도 확장이 이뤄진다. 건전하고 합리적인 보수층이라면 날 지지할 거라 믿는다.”


    “지금 시대에 世宗은 부적합”

    ▼ 같은 당 소속으로 차기 대선의 1차 경쟁상대인 문 전 대표에 대한 생각은.

    “좋은 분이다. 근데 사람은 완전체가 아니다. 각기 장점이 다르다. 똑같다면 고를 필요도 없지. 문 전 대표는 점잖고 인품 좋고, 역량 있고 경륜 높고, 갖출 거 다 갖췄다. 그래서 조선시대 세종 같다. 태평성대를 이룰 만한 훌륭한 분이다.

    그런데 지금의 시대 상황은 그에게 맞지 않다. 앞서 얘기했듯, 지금은 민주공화국을 완성하는 건국명예혁명을 이뤄내야 할 단계다. 기득권층의 저항이 극심할 때라 대회전을 치러야 한다. 그러려면 손에 흙도 많이 묻히고, 진흙탕에서도 굴러야 한다. 야전에서 살아온 돌파형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다.”

    ▼ 이 시장이 현 상황에 더 합당하다는 건가.

    “역사적 변화는 늘 변방에서 시작된다. 그런 변화를 이끌 인물에 적합하려 노력한다.”

    ▼ 그다음 경쟁 상대는 반기문 총장?

    “반 총장은 최종적으로 대선에 출마하지 못하리라 본다. 지금은 멀리 있기에 화려해 보여 선호하는 이들이 있지만, 국민이 막상 선택을 해야 할 때에 이르면 자기 자신과 후손들의 삶부터 내다볼 거다. 과거엔 화려한 경력과 스펙만으로도 선택받았다. 지금은 내실을 따지며 실용주의적으로 판단하는 시대다.

    그런데 그분이 이제껏 뭘 했나. ‘최악의 유엔 사무총장’이라고 전 세계 언론으로부터 지적당했다. 치명적이다. 그런 탓에 다수 국민이 낙점하긴 힘들다. 박 대통령의 때가 너무 묻은 것도 약점이다. 그건 뺄 길이 없다. 관료 출신의 특성상 결단 내리기도 쉽지 않을 거고.”

    ▼ 여권의 경쟁자로 의식하는 사람은.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다. 폭발력이 있다. 여권 지지자들의 정서를 잘 읽고, 그에 잘 맞춘다. 근데 치명적 전력이 있다. 박 대통령이다. 한때 그의 비서실장이자 핵심 측근 아니었나. 나중엔 학대받았어도.”

    널리 알려졌지만, 이 시장의 셋째 형 이재선 씨(공인회계사)는 최근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성남지부장에 임명된 후 “대선에서 이재명이 유리할 경우 더불어민주당 앞에서 1인 시위를 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불화로 얼룩진 가족사는 사뭇 아픈 상처일 터.



    “가족사? 국민이 이해할 것”

    ▼ 형님 얘기를 안 할 수가….

    “아, 해야지. 처참하다. 골육상쟁이잖아. 내가 7남매 중 다섯짼데, 인연을 끊은 그 형님만 뺀 6남매는 정말 자기 영역에서 치열하게, 어떤 혜택도 바라지 않고 오순도순 살아간다. 어제가 집안 제삿날이었는데, 모두 모여 담소도 나눴다. 그 형님만 빠진 지 10년도 훨씬 넘는다. 가슴 아프지. 이번에 ‘박사모’ 지부장 되면서 다시 형님과의 불화가 세간에 회자되고….”

    ▼ 대선 국면에서 재차 부각될 텐데.

    “반복되겠지만, 난 국민들이 이해해줄 거라 믿는다. 사건 발단이 형님의 시정 및 인사 개입, 이권 추구 등에서 비롯돼서다. 난 그걸 싹 차단했다. 시장실 앞에서 농성해도 안 만나줄 정도로 차단하니 마지막 통로인 어머니를 10년 만에 찾아가 나와 전화 연결하라고 강요하고 협박했다.

    내가 시장으로서 친인척 비리를 원천 차단하려다 생긴 일이고, 그 과정에서 거절하는 어머니한테 형님이 행한, 있을 수 없는 패륜행위 때문에 서로 싸우다 벌어진 게 소위 ‘형수 욕설사건’이다. 이걸 두고 내 인품이 부족해서 험한 욕을 해가며 싸운 것 아니냔 시각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팔순의 병든 홀어머니를 때려 입원까지 하게 한 불효에 대해 자식의 한 사람으로서 과연 누군들 참을 수 있었겠나.”

    ▼ 광역이 아닌 기초자치단체장인 데다, 지역 기반이 탄탄치 않고 중앙정치 경험도 전무하다는 지적도 있다.

    “내 참모는 이 나라 주인인 국민 그 자체다. 난 끊임없이 그들과 호흡하려 한다. 기초단체장이 국가 운영을 어떻게 하겠냐는 의구심도 많은데, 트럼프도 정치 한번 안 해본 사람이다. 그런데 미국 국가원수가 됐다. 두테르테? 그도 시장 출신에서 바로 대통령이 됐다. 2014년 돌풍을 일으킨 스페인의 신생 정당 포데모스도 풀뿌리운동을 하던 시민단체 책임자들이 장악했다. 크기로 역량을 재단해선 안 된다.”



    “송곳처럼 날카롭고 싶다”

    ▼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에게서 정치적 조언을 듣고 싶다고 한 적이 있다. 지난 광복절엔 김 전 대표가 이 시장을 초대해 영화 ‘덕혜옹주’도 같이 봤는데.

    “가끔 전화하신다. 내게 애정을 갖고 계신 듯하다. 그분이 놀랍게 생각될 때가 종종 있다. 그분 주장과 다른 얘길 내가 많이 한다. 예컨대, 제3지대론이나 개헌론. 난 반대 입장이다. 지금은 개헌 얘기할 때가 아니거든. 의원내각제 같은 건 기득권자 연합의 매개체나 다름없다. 그래서 나는 그런 문제에 대해 대놓고 공개적으로 반박하는데, 그분으로선 기분 나쁠 것 아닌가. 그런데 내가 그렇게 얘기한 다음 날 전화하시더라. ‘잘하고 있다’고, 정치란 그렇게 자기주장을 명확히 하고 대중한테 검증받는 거란 생각을 가지신 듯하다.”

    ▼ 유승민 의원과는 아는 사인가.

    “공개석상에서 지나치며 봤을 뿐, 대화한 적은 없다. 며칠 전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성남에 오셔서 삼계탕 집에서 점심을 같이했다. 근(斤)을 달아보러 오신 것 같기도 하고. 처음 뵀다. 지인 통해 일부러 나를 보고 싶다고 연락하셨더라. 한 시간가량 이런저런 얘기하며 서로 호감을 느끼고 헤어졌다.”

    ▼ 이 시장이 궁극적으로 꿈꾸는 정치란 어떤 것인가.

    “인치(人治) 아닌 법치(法治)사회 만들기. 그다음 단계는 공정한 사회.”

    ▼ 스스로 ‘송곳’ 같다고 생각지 않나.

    “지금껏 우리 사회에선 법 잘 지키면 손해이고, 되레 법을 크게 위반하는 이들은 이익을 취해왔다. 그걸 바로잡는 게 내 목표다. 법치의 예외 영역에선 난 송곳처럼 날카롭고 싶다. 공정성의 영역에선 포용적이고 관용적이고자 한다.”

    이 시장은 2014년 펴낸 저서 ‘오직 민주주의, 꼬리를 잡고 몸통을 흔들다’(리북)에서 “소통은 자질이나 미덕이 아니라 그 자체로 민주정치의 본령”이라고 썼다. 그의 소통은 19대 대선에서 ‘태풍의 눈’이 될까. ‘거침없는 하이킥’은 어디까지 가 닿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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