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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崔·朴·탄핵 쇼크 이후

“퇴직금도 못 받고 쫓겨났다 형도 통일그룹에서 해직” 〈조한규 前 세계일보 사장 〉

박근혜·김기춘의 언론탄압

  •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퇴직금도 못 받고 쫓겨났다 형도 통일그룹에서 해직” 〈조한규 前 세계일보 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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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영업조직 수사”

2014년 12월 2일자 김영한 비망록에는 ‘압수수색’이라는 표현과 함께 ‘長, 3.23字 시사저널 미행 보도 ‘경거망동 말라’ 領 언짢아 함’이라고 쓰여 있다. 김기춘 전 실장이 ‘박근혜 대통령이 언짢아한’ 8개월여 전 ‘시사저널’ 보도를 언급하면서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이다. 그해 3월 23일 시사저널은 ‘박지만, 정윤회가 날 미행했다’ 제하의 기사를 보도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8개월여 전 기사를 다시 언급한 것은 정윤회 관련 보도에 박 대통령이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방증이다.

2014년 7월 2일자에는 시사저널, 일요신문에 대한 김기춘 전 실장의 발언 및 지시가 담겼다. ‘長’이라는 표현이 붙은 이날 메모에는 ‘상응한 불이익’ ‘집요함’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7월 15일자 비망록에는 대통령을 지칭하는 ‘領’이라는 표현과 함께 ‘시사저널, 일요신문→끝까지 밝혀내야, 피할 수 없다는 본때를 보여야, 선제적으로 열성과 근성으로 발본색원. 정부, 홍보수석실 조직적·유기적으로 대응’이라고 적혀 있다. 이 내용대로라면 박근혜 대통령이 ‘발본색원해 본때를 보이라’고 지시한 것이다.

‘VIP 관련 보도-각종 금전적 지원도 포상적 개념으로. 제재는 민정이’라는 문구도 김영한 비망록에 등장한다. 대통령민정수석실에 언론사를 제재하라고 지시한 셈이다. 언론 중재 신청, 고소 및 고발, 손해배상 청구로 언론사를 압박하는 것은 문제될 게 없으나 민정수석실이 국세청 세무조사, 수사 및 사법 과정 개입 등을 통해 언론을 탄압했다면 헌법 21조의 언론의 자유를 엄중하게 침해한 중대 사안이다.

시사저널, 일요신문이 속한 서울문화사 안팎에서는 “시사저널의 정기구독자를 관리하는 영업 조직에 대한 수사가 가혹한 방식으로 진행됐다”면서 비망록 내용과 이 수사를 연결짓는 시각이 있다.  





“작성자 생각이 혼재된 것”

“퇴직금도 못 받고 쫓겨났다  형도 통일그룹에서 해직” 〈조한규 前 세계일보 사장 〉

김영한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작성한 비망록. [동아일보]

지난 12월 2일 김환균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김기춘 전 실장을 ‘괴벨스’(독일 나치 정권의 선전장관)라는 격한 표현으로 비판했다.  

“김영한 비망록에 응징, 처단 같은 용어가 많다. 1960~70년대 북한과 극한 대결을 벌일 때의 용어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말한 문구를 볼 때마다 괴벨스가 생각났다. 김 전 실장이 고소인, 고발인이 돼 (비판 보도에 대해) 명예훼손으로 소를 제기한 경우도 있고, 박사모 어버이연합 등 제3자를 통해 소를 제기하기도 했다.”

‘세월호 7시간’ 의혹을 제기한 일본 ‘산케이’ 칼럼에 대한 대응이 담긴 2014년 8월 7일자 김영한 비망록에 응징, 추적, 처단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할 것이 아니라 ex 산케이 잊으면 안 된다- 응징해줘야 List 만들어 보고, 추적하여 처단토록 정보수집 경찰 국정원을 팀 구성토록.’ 이 기록 앞머리에도 ‘長’이 쓰여 있다.

김영한 비망록에는 이 밖에도 KBS의 인사(‘KBS 우파 이사-성향 확인 요’ 등) 및 프로그램에 개입 시도 정황, JTBC에 대한 대응 논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이용한 종합편성채널 통제 시도 정황 등이 담겨 있다. KBS의 한 관계자를 두고는 ‘면종복배’(겉으로는 복종하는 척하면서 뒤로는 칼을 숨겼다)라는 격한 단어를 썼다.

김기춘 전 실장이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 등에서 한 해명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거기에 적힌 내용을 실장이 하나하나 지시했다고 볼 수 없다. 작성자의 주관적 생각이 가미됐다. 청와대 수석회의라는 게 실장이 일방적으로 모아놓고 지시하는 회의가 아니다. 각자 소관에 대해 상황을 보고하고 나름대로 대책을 얘기하고 의견을 나누는 소통의 장이기에 참석자들의 의견이라든지, 작성자의 생각이 혼재돼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시대가 어느 땐데 사법부를 통제하고 언론을 통제하나.”



“민주국가 존립 위한 기초”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의 핵심은 ‘대통령이 선거를 통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사유화해 대의민주주의를 위배했는지’다. 언론의 자유 침해는 상대적으로 지엽적 문제일 수 있으나 그 역시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대한 위협에 해당한다.

국회가 지난 12월 9일 ‘대통령 박근혜 탄핵소추안’을 의결하면서 적시한 헌법 위배 행위 중 ‘라’ 항목을 조한규 전 사장의 증언과 함께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언론의 자유(헌법 제21조 제1항), 직업선택의 자유(헌법 제15조) 조항 위배’라는 제목 아래 1142자로 이뤄진 ‘라’ 항목은 다음과 같이 서술하면서 시작된다.

 

언론의 자유는 “민주국가의 존립과 발전을 위한 기초”가 되며, 따라서 “특히 우월적인 지위”를 지닌다. 그런데 최순실 등 ‘비선실세’의 국정농단과 이를 통한 사익 추구를 통제해야 할 박근혜 대통령 및 그 지휘·감독을 받는 대통령비서실 간부들은 오히려 최순실 등 비선실세의 전횡을 보도한 언론을 탄압하고, 언론사주에게 압력을 가해 신문사 사장을 퇴임하게 만들었다.



이 대목에서 ‘언론사주’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 ‘신문사 사장’은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이다. 조 전 사장은 퇴진 압박에 3개월간 버텼으나 2015년 2월 27일 해임됐다.

“통일교 재단에서 자진사퇴하라, 일선에서 물러나라, 발행인을 내놓으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물러나면 비선실세 문건 보도가 잘못됐다고 시인하는 꼴이잖아요. 성질 같아선 확 던져버리고 싶었지만, ‘지라시’를 보도했다는 누명을 쓴 채 세계일보가 쑥대밭이 되는 것을 지켜볼 수는 없었어요. 그래서 ‘그냥 해임하시오’라고 했습니다. 결국 2월 27일 이사회에서 해임된 거죠.”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12월 7일 “지라시에나 나오는 그런 얘기들에 이 나라 전체가 흔들린다는 것은 정말 대한민국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비선실세 개입 내용이 담긴 문건을 지라시 수준으로 규정하고 유출자를 처벌하는 것으로 수사를 마무리했다. 박 대통령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김기춘 전 실장이 실행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은 드러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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