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특집 | 崔·朴·탄핵 쇼크 이후

“속은 게 죄… 그게 어디 공범인가요”

박근령 3시간 눈물 토로 ‘언니 박근혜를 위한 변명’

  • 이혜민 기자 | behappy@donga.com

“속은 게 죄… 그게 어디 공범인가요”

1/3
  • ● “대통령 주변에 절절한 사람 엄청나”
  • ● “언니가 아버지를 더 빛내드렸다”
  • ● 박정희, 자매에게 ‘德不孤 必有隣’ 써줘
  • ● “변함없이 언니가 자랑스럽다”
“속은 게 죄…  그게 어디 공범인가요”

[조영철 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후 박 대통령 동생들의 심경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당사자들은 꼭꼭 숨었다. 박지만 EG 회장은 아예 휴대전화를 꺼뒀고, 어렵게 연락이 닿은 박근령(62) 전 육영재단 이사장도 절대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박 전 이사장이, 언니가 처한 상황을 누구보다 더 걱정하고 있음을 전화기 너머 목소리에서 느낄 수 있었다. 지난 12월 11, 13일 그와 통화하며 설득을 거듭했다. 인터뷰를 완강히 거절하던 그는 결국 “언니를 위해 나서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나라도 나서겠다”며 약속 장소를 알려줬다.

이들 자매, 남매 관계의 열쇠는 최태민 목사가 쥐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최태민 씨가 이들 사이를 갈라놓았을 때인 1990년 8월 박근령, 박지만 씨는 노태우 당시 대통령에게 ‘언니가 최태민에게 철저히 속고 있으니 빨리 구출해달라’는 탄원서를 보냈다.



언니를 부모 대하듯

박근령 전 이사장은 “결국 최태민 일가가 원한 것처럼 사이 나쁜 자매, 남매로 언론에 보도됐다”며 “내가 언니라도 언론에 그려진 내 모습을 싫어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3년 2월 25일 박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이후 박 전 이사장은 청와대에 일절 출입하지 않았다. 근래엔 청와대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첫 감찰대상으로 검찰에 고발돼 사기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지인에게 1억 원의 빚을 갚지 않았다는 이유다. “그동안 언니에게 서운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박 전 이사장은 정색했다.

“가족 챙기라고 (국민이) 대통령 시켰습니까. 그걸 이해 못하는 건 아버지 어머니께 불효하는 거죠. 사사로운 감정이 개입될까봐 그렇게 예뻐하는 조카들도 안 보면서 희생하시는 분을 탄핵이니 뭐니, 말이 됩니까.”



“70점이라고 ‘퇴학’이라니…”

“속은 게 죄…  그게 어디 공범인가요”

[동아일보]

12월 13일 밤, 서울 광화문 근처 박 전 이사장 지인의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언니인 박 대통령을 ‘형님’이나 ‘VIP’라고 불렀다. 탄핵 심판을 받고 있는 언니에 대한 측은한 마음을 3시간 동안 그야말로 토로했다. 가져온 공책의 메모를 펼쳐 보고, 기자의 말이나 자신의 생각을 또렷하게 필기하면서.

▼요즘 심경이 어떠신지요.

“제 속이 이렇게 다 타들어 가는데 VIP는 어떠시겠어요. 언니는 피해자예요. (최순실이) 일개 옷 심부름하는 그런 사람인데, 아무래도 직책 있는 사람보다 (대통령을) 더 자주 만나면서 그걸 120% 이용한 거죠. 속은 사람이 공범이라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세상에 안 속아본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속은 대통령한테 돌을 던져야 하는지 정말 묻고 싶습니다. 잘못을 하나도 안 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적극적으로 최씨 얘기를 하지 않은 저에게도 책임이 있죠. 그렇지만 70점이라고 퇴학(탄핵)? 이건 아니죠.”

▼탄핵감이 아니라는 말씀인가요. 개인이 아닌 한 나라의 지도자로서 잘못한 것에 대해 탄핵으로 책임을 묻는 게 아닐까요.

“자, 대통령이 속아서 이적(利敵)행위를 했는지 보자는 거죠. 안보 차원에서 평가해주세요. 안보가 우리의 생명줄이니까. 헌법 84조에 따르면 외환(外患)이 탄핵의 조건이에요(‘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 그 조건에 안 맞으면 처벌하지 못합니다. 야당이 앞장서는 것 보세요. 정치 공세이고 마녀사냥입니다.”

박 전 이사장은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안이 기각되기를 바라며 음성을 높였다. 재직 중인 대통령은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지만 불법을 저지르면 국민과 국회가 탄핵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 탄핵의 조건이 되는 불법의 경중을 떠나서 자신의 바람을 그렇게 전했다.

▼최순실 씨에 대해 언제부터 알았습니까. 육영재단 재직 당시에도 알고 있던 최태민, 최순실 씨에 대해 하실 말씀이 많을 것 같은데요.

“아뇨. 지금은 그런 얘기할 때가 아닙니다. 안 하겠어요.”

최태민 일가의 국정농단에 대한 생각을 묻자 “보지 않았기 때문에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라고 일축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할 때 어떤 기대를 했습니까.

“유종의 미를 잘 거두길 바랐어요. 5년이란 기간이 짧다면 짧고 길면 기니까요. 특별히 기대한 게 있다면 우리 민족 정신문화의 정수인 고대사, 상고사 같은 뿌리 역사를 아이들이 국정교과서에서 제대로 배울 수 있게 하기를 기대했어요.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는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기반을 닦았고, 우리 사회의 도덕성을 회복시키려고 노력하던 중에 돌아가셨잖아요. 더구나 요즘 사회가 얼마나 혼란스러워요. 툭하면 묻지마 살인, 존속살인….”


1/3
이혜민 기자 | behappy@donga.com

관련기사

목록 닫기

“속은 게 죄… 그게 어디 공범인가요”

댓글 창 닫기

2018/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