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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崔·朴·탄핵 쇼크 이후

“이러다간 1000만 ‘정신적 보트피플’ 나온다”

Interview - 작가 이문열이 본 대한민국 오늘

  • 배수강 기자 | bsk@donga.com

“이러다간 1000만 ‘정신적 보트피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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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아리랑 축전’ 비유, 부적절했다
  • ● 탄핵은 보수의 ‘살아남기 위한 죽음’
  • ● 처음엔 탄핵 찬성…‘횃불’ 보고 걱정 커졌다
  • ● ‘횃불’들이 새 정권에 ‘지분’ 요구할 것
  • ● 박근혜, ‘기분 나쁜 여자’ 때문에 ‘국민감정죄’ 걸려
  • ● 낯 두껍고 속 검은 親朴은 벌 받을 사람들
  • ● 우리가 ‘맹렬한 혁명’ 속으로 들어갈 상황인가
“이러다간 1000만 ‘정신적 보트피플’ 나온다”

[홍중식 기자]

테니스 코트만한 마당에는 아이 얼굴만한 모과들이 가느다란 줄기에 매달려 위태롭게 흔들렸다. 모과나무 옆 바위에 놓인 스무 개 남짓한 모과는 샛노란 벽돌을 쌓아놓은 듯 가지런하다. 소설가 이문열(68) 씨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모과들이 참 잘 맺었는데 아무도 안 들고 가요.”

마당을 가운데 두고 왼쪽엔 부악문원이, 오른쪽엔 이 작가의 살림집이 자리 잡았다. 마당을 가로질러 10여 개의 계단을 오르니 그의 서재가 나왔다. 서재 지붕 너머로, 아이를 업은(負兒) 형상을 한 부아악산(負兒岳山)이 빼꼼 고개를 내민다. 1998년 1월 경기 이천시 장암리에 들어선 부악문원은 이 작가가 사재를 털어 인문학 인재 양성을 위해 지은 서원(書院)이다.

“나처럼 (시골에) 들어와 있는 사람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모든 것을 아는 것처럼 말해선 안 돼요. 인터뷰 안 한 지도 오래됐고요.”

이 작가는 앞서 여러 차례 인터뷰를 사양했다. 그러다 “자칭 보수라는 분들은 다 어디로 숨었냐”는 기자의 말이 귓전에 맴돌았는지, 몇 시간 뒤 “한번 내려오시라”며 빗장을 풀었다.  

그는 지난 12월 10~11일 신동아 인터뷰에서 “박근혜, 최순실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화가 벌컥 나지만, 대중영합적인 야당과 선동적인 ‘횃불’도 심히 우려스럽다”며 양가감정을 드러냈다. 최근 논란이 된 그의 신문 칼럼 얘기부터 끄집어냈다.



“‘잘된 집단체조’ 정도였으면…”

▼칼럼이 ‘촛불 민심’을 폄훼했다는 비판이 따랐다.

“다른 글은 한 자도 고치고 싶지 않은데, 지금 생각해보면 ‘아리랑축전’은 부주의했던 것 같다. 그냥 ‘잘된 집단체조 같다’고 했으면 될 것을. (칼럼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아리랑축전’에 제일 화가 많이 났을 거 같다. 국민의 자발적인 행동을 아리랑 축전에 비유하는 바람에 흔히 말하는 ‘색깔론’을 제기한 것처럼 됐으니…그것도 아주 치명적이고 뼈저리게.

그런데 더불어민주당 성명과 정청래 전 의원이 뭐라고 한 것 말고는 내게 항의 전화 한 통도 없었다. 의도적인 묵살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보수여 죽어라, 죽기 전에…새롭게 태어나 힘들여 자라길’이라는 제목의 12월 2일자 ‘조선일보’ 칼럼에 이렇게 썼다.

“추운 겨울밤에 밤새 몰려다녔다고 탄핵이나 하야가 ‘국민의 뜻’이라고 대치할 수 있는가. (…) 하지만 이 또한 어찌하랴. 그 촛불이 바로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성난 민심이며 또한 바로 ‘국민의 뜻’이라는 것은 지난 한 달 야당의 주장과 매스컴의 호들갑으로 이제 누구도 쉽게 부인할 수 없는 논리가 되었다. (…) 이 땅의 보수의 길은 하나밖에 없다. 죽어라, 죽기 전에.”

다른 사람의 말을 인용했지만, 촛불 집회의 일사불란한 모습을 ‘아리랑 축전’에 비유한 대목이 큰 논란을 불렀다.   

▼보수에게 “죽어라, 죽기 전에. 그래서 진정한 보수의 가치와 이상을 담보할 새로운 정신으로 태어나 힘들여 자라가기를”이라고 주문했다. 현재의 보수는 죽어야 하나. ‘새로운 정신’은 뭔가.  

“칼럼은 국회 탄핵 결의안 가결(12월 9일) 전에 썼다. 내가 ‘죽어라’라고 한 것은 1차 죽음, 즉 ‘탄핵하라’는 뜻이었다. 그래야 보수의 자기변명도 되고, 자기 죽음도 된다. 보수가 자신의 몫을 못 하니, 새 보수는 보수의 가치와 이상을 담보해야 한다. 현재의 이 보수가 망한 것은 가치와 이상은 앞에 두지 않고 실리와 정권만 보고 대통령이 시키는 대로만 했기 때문이다. 죽을 놈들이다.”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 중 상당수도 탄핵에 찬성한 것으로 보인다.

“탄핵에 찬성했다고 배신한 건 아니다. 비박계와 일부 친박계가 탄핵(에 찬성)한 것은 죽음, 살아남기 위한 죽음이었다. 탄핵 찬성 투표를 한다는 것은 당원으로선 죽음과도 같은 것이다. 그래서 죽기 전에 스스로 결정한 죽음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할 것이냐. 구체적인 길은 천 갈래, 만 갈래다. 이제 (보수는) 흩어졌다가 새 깃발로 태어나야지, 안에서 싸우면 안 된다. 칼럼에서 내가 가장 강조하고 싶었던 건 ‘보수 세력 없이 통일 되는 날이 오기 전에 다시 너희 시대를 만들 수 있기를’ 이라고 한 마지막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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