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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2012년에 인수위 때부터 대북 접촉 준비”

돈과 목숨 오간 남북 내교·내통史

  •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文, 2012년에 인수위 때부터 대북 접촉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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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에 돈 주는 게 관례

최승철 전 통일전선부 부부장은 한국 정세 분석 실패와 한국 기업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숙청된 것으로 전해진다. 남측이 제공한 행사 비용(남북 접촉 시 소요되는 비용) 중 일부를 개인적으로 착복한 게 드러났다고 한다. 최 전 부부장은 김양건 전 부장과 노무현-김정일 정상회담을 1주일 앞둔 2007년 9월 26일 청와대를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만난 인물이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남북협상 시 북한에 소요 비용을 주는 관례는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2011년 5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베를린 연설에서 이듬해 3월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에 김정일을 초청한 것을 계기로 남북이 베이징, 선양 등지에서 비밀리에 접촉한 일이 있다. 2011년 6월 9일자 조선중앙통신은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그(김천식 당시 통일부 정책실장)는 우리와 만나자마자 이번 비밀접촉은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대통령의 직접적인 지시와 인준에 의해 마련됐다고 하면서 그 의미를 부각시켰다. (김태효 당시 대통령대외전략비서관이) 시간이 매우 급하다고 하면서 대통령의 의견을 반영해 작성했다는 일정계획이라는 것을 내놓았다. 접촉이 결렬 상태에 이르자 김태효의 지시에 따라 홍창화(국정원 국장)가 트렁크에서 돈봉투를 꺼내들자 김태효는 그것을 받아 우리 손에 쥐여주려고 하였다. 우리가 즉시 쳐던지자 김태효는 얼굴이 벌게져 안절부절못했으며, 홍창화는 어색한 동작으로 트렁크에 황급히 돈봉투를 걷어 넣고 우리 대표들에게 작별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북한 언론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베이징, 선양 접촉에 참여한 남측 인사들은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신동아는 2008년 2월호에서 ‘노무현-김정일 정상회담 北 현금 지원說’ 제하 기사를 보도했다. “탈레반 피랍 사태를 활용해 정상회담 대가 조로 평양에 1000만 달러를 건넸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 인질 석방 대가로 탈레반에게 주려고 준비한 자금 중 일부가 북한으로 흘러갔다는 게 신동아 기사의 요지다. 당시 청와대는 “대북 현금 지원설은 근거 없는 엉터리 기사”라면서 “터무니없는 중상모략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국정원-탈레반-북한

“文, 2012년에 인수위 때부터 대북 접촉 준비”

2007년 10월 2일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공식환영식에서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북한군 의장대 분열을 받고 있다. [동아일보]

2007년 7월 19일 샘물교회 선교봉사단원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에 피랍됐다. 인질 중 두 명이 살해된 후 8월 29일 열아홉 명이 석방됐다. 같은 해 9월 1일 로이터는 “한국 정부로부터 몸값으로 2000만 달러 이상을 받았다”는 탈레반 지도자위원회 고위 인사의 발언을 보도했다. 10월 14일자 영국 선데이 텔레그래프는 “한국 정부가 인질 석방 대가로 탈레반에 1000만 달러를 지급했으며, 탈레반은 이 자금으로 무기를 사들이고 지원자를 훈련시켰다”고 보도했다.

2000년 6월 1차 남북 정상회담 때 북한은 5억 달러를 받아갔다. 현대그룹이 대북사업을 30년간 독점하는 대가로 북측에 돈을 건넸다.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 대북송금 특검이 열린 까닭이다. 2차 정상회담 때 북측에 건넸다는 1000만 달러는 상대적으로 소액인 데다 앞서 언급했듯 행사 비용을 남측이 부담하는 전례가 있던 만큼 용인할 측면도 있으나 현대그룹 사례와 달리 국민 혈세가 북측에 건너갔다는 점에서 위중한 측면도 있다.    

전직 국정원 고위 인사는 이와 관련해 지난해 말 신동아에 “그해 8월 국정원 고위 인사가 카불로, 평양으로 뛰어다녔다”면서 “국정원 예비비로 아프가니스탄 인질 석방 몸값과 정상회담 행사 비용을 북측에 건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2차 정상회담 때 북측에 1000만 달러를 건넸다는 정황은 최근 출간된 ‘시크릿파일 국정원’이라는 책에서도 확인된다. 이 책 저자는 오마이뉴스 편집국장을 지낸 언론인 김당 씨다. ‘시크릿파일 국정원’ 192~194쪽에 서술된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2007년 국정원 예산팀은 돈을 만들어 아프가니스탄 인질 협상 TF팀에 몸값을 제공한 사실에 대해 2008년 감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아프가니스탄 인질 몸값은 ○○○씨 지시로 3000만 달러를 만들어 외교 행낭을 통해 ○○○씨에게 직접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씨가 그 가운데서 인질 몸값으로 2000만 달러를 지급하고 남은 1000만 달러를 국고에 반납하지 않고 비밀 방북할 때 북한에 가져갔다는 의혹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검찰에서 이와 관련된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10·4선언이 돈을 주고 산 것처럼 매도당한 것에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 필자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국정원 예산팀은 예비비에서 3000만 달러를 만들어 두바이의 국정원 해외 비밀계좌에 예치한 자금에 대해 지출을 승인해 2000만 달러를 인질 석방 몸값으로 지불하고 남은 1000만 달러를 수해 위로 및 성의 표시로 북측에 건넸다.”



종횡무진 北 공작원 이호남

“文, 2012년에 인수위 때부터 대북 접촉 준비”

국정원은 2013년 김정은과 장성택을 이간(離間)하는 공작을 수행했다. [노동신문]

2차 정상회담이 북한에 돈을 주고 이뤄진 것일 소지가 큰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망하면서 대검 중수부 관련 수사 기록은 봉인됐으나 1000만 달러 제공과 관련한 진실은 언젠가 드러날 것이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2006년 10월 20일 베이징에서 북한 대외경제협력추진위원회 참사 명함을 들고 나온 이호남을 만났다. 안 지사가 노무현 정부에서 아무런 공식 직책을 갖고 있지 않을 때다. 꽉 막힌 남북 관계를 비선으로 뚫고 대북 특사 파견, 정상회담 문제를 논의하는 게 목적이었다. 안 지사가 만난 이호남은 북한 정찰총국 소속 공작원. 정찰총국은 천안함 폭침 사건을 일으킨 곳이다. 이호남은 1997년 이른바 북풍 공작(국가안전기획부가 북한을 이용해 대선에 개입한 사건)에도 개입했다.

2010년 북한에 ‘작전계획 5027-04’의 일부 내용을 알려주고 군사교범 다수를 제공한 혐의(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로 구속·기소된 박채서 씨를 포섭한 것도 이호남이다. 1990년대 안기부에서 암호명 ‘흑금성’으로 활동하며 대북 공작업무를 해온 박씨는 2005년부터 2007년 사이 군사 비밀을 이호남에게 전달한 혐의로 2010년 6월 구속 수감돼 이듬해 징역 6년형이 확정됐다.

이호남이 소속한 정찰총국은 북한 정보·공작기관이다. 노동당 대외정보조사부(35호실), 작전부와 총참모부 산하 정찰국이 2009년 2월 정찰총국이란 이름으로 하나가 됐다. 정찰국은 대남 공작을 주업으로 한 군 소속 공작부대다. 35호실은 국정원 해외파트와 업무가 유사하다. 1987년 KAL기 폭파 사건이 35호실 작품이다. 유고급 잠수함을 보유한 작전부도 공작기관이다.

안희정 지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 최측근이었다. 그런 그가 이호남이 북한 공작원인 줄 모르고 만난 것이다. 이렇듯 비선 접촉은 때로는 성과를 내기도 하지만 북한이 수행하는 공작에 휘말리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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